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2)
돈지랄 네크로맨서 (72)
결투(2)
결투.
시스템의 주관하에 이루어지는 특수 기능 중 하나로 장점은 간단했다. 결투로 진행된 결과는 최대 살인까지도 무죄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결투로 인한 결과를 국가가 제재하는 순간, 시스템 또한 해당 국가를 제재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앗 뜨거라, 하고 매콤한 맛을 본 국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결투로 이루어진 결과에 대해선 그 어떤 법적 제재도 가하지 않기로.
단, 조건이 있었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해서 강제로 결투하게 만들면 어쩔 건가.
잘못 악용하면 합법적 살인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결투에는 반드시 다섯 이상의 검증된 보증인이 필요했다.
이게 없으면 국가에서 폭행죄나 살인죄 등 온갖 법적 제재를 가하는데, 그런 제재는 시스템 또한 보복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스템.
둘 다 서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여기서 검증된 보증인이란 보통.
‘제3자인 B급 이상의 각성자를 말하지.’
제3자.
쉽게 말해 이해관계가 옅은 사이를 말하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친구 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가서 강제로 결투 걸고 사람 죽이고 다닐 수 있으니까.
그 이해관계는 보통 시스템이 판단하곤 했는데, 여기 경호원들과 달리 트레이닝 센터에서 무료 훈련하는 것 정도는 범위에 안 포함된다.
“아, 보증인?”
곧이어 트레이닝 센터에서 몇몇 각성자들이 걸어 나왔다.
공짜지만 최상의 시설을 갖춘 만큼 고위 각성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중에선 유명 길드의 각성자들 또한 존재했다.
“우리 필욱이가 그렇다고 하네요? 다들 보증인 정도는 해 주시겠죠?”
각성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증한다고 손해 보는 구조도 아니고, 이런 부탁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또한 그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소문만 무성하던 김민우의 실력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보증인인 것을 핑계 삼아 그의 실력을 근처에서 확인해 볼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인원들이 센터의 연무장을 향해 움직였다.
곧이어 드넓은 연무장에 도착했을 때.
“나 김민우는 여기 조필욱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캬 ㅋㅋㅋ
―개꿀잼 매치업 ㅋㅋ
―이게 패왕색인가? 이게 패왕색인가? 이게 패왕색인가?
―아 조건 빡세게 잡으면 방송 정지 먹을 것 같은데.
―ㅇㅇ; 그래서 중간에 방송 꺼질 듯. 그건 쩔수 없을 것 같음.
[‘결투’가 활성화됩니다!] [세부 조건을 설정해 주세요!]“필욱아, 조건 어떻게 할래.”
“…….”
조필욱이 일그러진 얼굴로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쫄 줄 알았더니 단숨에 결투를 받아들였다.
저리 당당한 걸 보면 확실히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됐다.’
상관없었다.
조필욱 또한 자신의 실력에 자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A+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전적이 있다 한들 거기서 어떤 식으로 활약했는지는 미지수였다.
탈출로를 잘 찾아서.
기믹을 잘 풀어내서.
적의 시선을 잘 끌어서.
등등.
꼭 전투가 아니어도 공략 지분이 높은 경우는 제법 있었다.
거기에 수백만 명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결투를 제안하고 발을 뺀다?
세상 그런 꼴불견이 또 있을까.
조필욱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했다. 결국 이기면 그만이다.
‘죽이는 건 부담이 크다 쳐도…….’
어디 한 군데 병신을 만드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팔 잘라 내고 그거 박살 내면 붙이지도 못한다.
세계 최고 힐러가 와도 없는 사지를 재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
놈을 외팔이로 만들면 조 회장도 내심 통쾌해할 것이다.
김민우가 인터뷰에서 온갖 음모론을 떠들어 댄 이후 이를 박박 갈았으니까.
“네놈 사지 하나 정도는 작살을 내줘야겠다. 괜찮겠지?”
“그럼. 괜찮지. 필욱이는 목발 짚고 다녀도 씩씩할 것 같네.”
[‘사지 중 하나를 작살내면 승리’로 조건이 설정됩니다!] [결투장의 범위는 이곳 연무장 내부입니다!] [승리 조건을 달성하기 전엔, 그 누구도 결투장에 진입하거나 나올 수 없습니다.] [보증인이 다섯 이상입니다!] [결투가 성립됩니다!]그 순간.
연무장에 새하얀 기운이 흘러나오며, 김민우와 조필욱의 위치가 양 끝으로 이동됐다.
결투가 성립되면 이젠 자의로는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결투라는 수단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한 번 붙으면 진짜 끝장을 봐야 하니까.
정 붙을 거면 소심하게 일정 타격 이상 받으면 패배, 뭐 이런 걸로 설정하곤 하는데.
우리 조필욱은 아주 단순무식한 전차 같은 놈이라 시원하게 사지 중 하나 작살내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외팔이는 그래도 게이트 갈 수 있으니까 너무 관대하고.
그럼, 목발 짚게 해 줘야지.
[10초 후, 결투가 시작됩니다!] [10초 전.] [9초 전.].
.
그 순간.
김민우가 앞으로 손을 뻗었고.
[스켈레톤 2,000마리가 소환됩니다!]2천에 가까운 스켈레톤이 소환되었다.
소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어어!
거대한 골렘 또한 해골 병사들 사이에 세워지기 시작했으니까.
거기에 세드릭까지.
“……?”
조필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지?’
대체 몇 마리야?
게이트 신기록을 세운 후.
해골 300마리 정도를 소환한 게 전부였었다. 그렇기에 레벨이 올랐어도 천 마리 소환하면 많이 소환할 줄 알았는데.
겨우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소환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난리가 난 건 방송창 또한 마찬가지였다.
―ㅁㅊ. 대체 몇 마리임?
―원래 네크가 소환수 저렇게 많이 뽑음?
―저렇게 뽑으면 누가 네크 안 하냐고 ㅋㅋㅋㅋ
―나 100레벨 네크로맨서인데 원래 이 수준에선 해골 200마리만 뽑아도 잘한 거다…….
―근데 왜 쟨 0이 하나 더 붙었는데 ㅋㅋㅋㅋ
―저 골렘은 또 뭐냐? 네크한테 저런 소환수도 있음?
―필욱이 오늘 진짜 목발행 날카로운데? ㅋㅋㅋㅋㅋ
김민우가 태연하게 조필욱을 가리킨 채 말했다.
“쟤 다리 하나 잘라 줘라. 못 붙이게 작살내는 거 잊지 말고.”
―구어!
힘차게 달려가는 골렘과 소환수들. 김민우는 멀찍이서 남는 마나로 저주를 걸었다.
[노화의 저주(D)+9가 발동…….]레벨 차 때문에 몇 번 실패하던 것도 잠시. 결국 조필욱이 저주에 걸려 버렸다.
[대상의 레벨이 높습니다!] [승천의 반지로 저주의 효과가 50% 증폭됩니다!] [‘조필욱’의 방어력과 속도가 총 17% 감소합니다!]한껏 느려진 조필욱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친!’
레벨 차를 고려하면 9강을 고려해도 8% 미만으로 걸려야 정상이다.
근데, 17% 감소라니?
곧이어 해골들이 그에게 무기를 찔러댔다.
조필욱의 직업은 전사.
기본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타고난 직업인 데다, 장비와 레벨 차로 인해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서 피해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주에 걸렸다.
적의 수가 너무 많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공략당하게 될 것이다.
조필욱의 눈이 진지해졌다.
‘무조건 길 뚫어야 한다.’
어차피 결투는 시작됐다.
이제 못 멈춘다.
소환수를 상대하다간 이쪽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다.
전사는 광역기랄 게 크게 없었으니까. 결국 소환자인 김민우를 조져야 했다.
조필욱의 몸에 마나가 휩싸였다.
[조필욱이 골격 갑옷(B)를 사용합니다!] [조필욱이 무쇠 돌진(A)를 사용합니다!]곧이어 방패 든 채 죄다 밀어 버릴 기색으로 달려가는 조필욱.
콰과광!
앞에서 부딪친 해골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용맹한 돌진도 잠시.
―쿠어어!
후웅!
마치 트롤이 몽둥이를 휘두르듯 풀스윙을 갈기는 돌쇠의 공격에, 조필욱의 돌진이 퉁 하고 멈췄다.
골렘의 힘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꺼져!”
메이스를 휘두르는 조필욱.
[돌쇠가 방어 태세(B)를 활용합니다!]그러나 단단함하면 돌쇠 또한 밀리지 않았다.
돌쇠가 조필욱을 잡고 늘어지는 사이 세드릭이 접근해 조필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조필욱이 기겁했다.
골렘이 가장 까다로운 소환수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드릭이라 불리는 이 해골.
성능이 돌아 버린 수준이었다.
빈틈을 푹푹 찌르는데, 마치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거북이가 된 느낌이었다.
방송 또한 난리가 났다.
―조필욱 정도면 나름 강한 각성자 아님?
―ㅇㅇ 레벨 B급에 각성 업적 A면 한국에선 ㅅㅌㅊ 각성자 맞지.
―근데 왜 소환수 수준에서 컷 날 것 같냐?
―생각보다 김민우 소환수가 겁나 셈;; 특히 세드릭 쟤, 말도 안 되게 강한데? 이게 S급 스킬인 건가?
―……혹시, S급 이상인 거 아님?
―뽕도 적당히 좀 주입해라 ㅋㅋ S 이상이 없는데 뭘 ㅋㅋ
―ㅇㅇ. 다른 S급 업적 각성자라도 조필욱한테 쉽게 밀리진 않을 거임. 근데…… 저렇게 몰아붙이는 건 말 안되긴 하는데…….
―여태 돈 많이 썼잖음. 히든 게이트도 클리어했다는 소문 있고. 난 납득 가는데?
―ㅇㅇ. 생각해 보셈. 검봉이 괜히 공략 지분 5 줬겠냐고. 애초에 그럴만하니까 준 거 아님? ㅋㅋㅋ
―ㅇㅇ; A+급 첫클 공략 지분 50%만 보고 본다? 조필욱 발리는 건 당연한 거 ㅋㅋㅋ
―ㄹㅇ이지. 필욱이가 A+급 가면 공략 지분 5%는 얻으려나? ㅋㅋㅋㅋ 그것도 힘들 것 같은데.
―아마 조필욱은 전투 말고 다른 쪽에서 공략 지분 얻은 걸로 지레짐작한 듯. 그러니 결투하자 했겠지 ㅋㅋ 잣됨 ㅋㅋㅋ
그때.
“으아아!”
분노의 외침을 토한 조필욱이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시켰다.
온몸을 두들겨 맞음에도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그.
소환수를 아예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뭐, 세드릭이 151을 달성하고 얻은 새로운 스킬들까지 죄다 활용하면 그냥 막힐 것 같긴 한데.
‘이 정도 공개했으면 됐지.’
모든 패를 죄다 까발릴 필요는 없었다.
스켈레톤이 멍청한 고기 방패 모드로 싸운 것도.
세드릭이 브레스를 비롯한 각종 스킬들을 활용하지 않은 것도 대충 비슷한 맥락이었다.
조필욱 하나 잡는데 팬티까지 흔들어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미 이 정도로도 몸값이 치솟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나머지는 내가 직접 처리하면 되니까.’
사령검.
레전드 등급의 검을 뽑았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달려오는 조필욱. 그래도 단단한 전사답게 치명상까진 아직 없었다.
‘다리 잘라 내는 것 정도는 쉽지.’
단단한 방어구?
어차피 그것도 중첩 공격 잘 먹힌다. 같은 곳 몇 번 베어 내면 사령검에 의해 썩둑 잘려 나갈 거다.
30초간의 전투가 이어졌다.
―와, 뭐냐? 김민우 검 왤케 잘 씀? 공격 죄다 흘려 내는데?
―;; 조필욱 진짜 ㅈ된 듯. 네크만 잡자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을 텐데 어쩌냐 ㅋㅋㅋ
―직업은 네크이지만, 실은 천재 검사였던 건에 대하여 ㄷㄷ
―라노벨 한편 뚝딱이누 ㅋㅋㅋ
―검도 검인데, 그냥 도발 심리전에서 개발리네. 김민우가 도발 타이밍에 무빙을 아예 맞춰 버림. 저러면 전사 답 없지 ㅋㅋㅋ
―이거 진짜 다리 잘리는 거임?
―ㅇㅇ. 이미 결투 진행된 이상 아무도 못 막음. 근데 그 정도로 결투 안 끝날 것 같은데.
―그럴 듯; 서로 상대방 병신 만들겠다고 했으니 진짜 못 붙일 정도로 만들어야 끝날 것 같음.
―누굴 탓하겠누 ㅋㅋ 지가 눈 시뻘게져서 먼저 제안한 건데 ㅋㅋㅋ
―조필욱 강철바지 너덜너덜한거 보소 ㅋㅋㅋ 한 번만 더 치면 다리 잘려나갈 듯.
―보니까 중첩 공격 벌써 4번째임. 딜 이미 뻥튀기됨. 다음번에 무조건 썰린다.
―진짜 중첩 공격임 저거? 소문으로만 듣던 건데…….
―처음 쳤을 땐 그냥 흠집만 났는데 네 번째 치니까 방어구가 막 갈라지자늠 ㅋㅋㅋ 중첩 공격 맞음 ㅋㅋ
그 순간.
카메라 앵글이 갑작스럽게 조금 더 상단으로 향했고.
서걱!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조필욱의 신형이 풀썩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앵글이 위쪽이라 조필욱의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다.
김민우가 카메라를 바라본 채 으쓱하며 말했다.
“이런. 결투가 안 끝나네요. 보이시죠? 결투장 아직 해제 안 된 거.”
그 말대로 연무장에 맺힌 새하얀 기운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결투가 안 끝났다는 신호.
저러면 조건 달성 전까지 탈출은 불가능했다.
“시스템이 좀 더 확실한 결과를 바라고 있나 봅니다. 이 이상은 심의에 걸릴 것 같으니,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후.
[방송이 강제 종료됩니다.]방송이 종료되었다.
―와…… 필욱이 인생 망했네;; 진짜 목발 엔딩 맞았누 ㅋㅋㅋ
―근데 김민우 검 왤케 잘 씀? 조필욱이 아예 맥을 못 추던데.
―ㅇㅇ; 공격은 죄다 빗겨 내고 같은 곳만 후려치는 게…… 그냥 소환수 없이 검 들고 싸웠어도 조필욱이 발렸을 듯.
―ㄹㅇ; 검봉이 괜히 검 잘 쓴다고 한 게 아니었네…… 미쳤다…….
김민우가 쓰러진 조필욱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지 중 하나를 작살내면 승리.
여기서 ‘작살낸다’의 범위엔 신체를 두 번 다시 못 붙이도록 만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김민우와 조필욱.
두 당사자가 원했던 게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그가 조필욱의 잘려 나간 다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물 콧물을 죄다 쏟은 채.
조필욱이 부르르 떨리는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필욱아. 결투 끝내려면 어쩔 수 없다. 알지?”
“아, 안돼…… 제발……!”
“앞으로 목발 잘 짚고 다녀.”
돌쇠가 놈의 잘려 나간 다리를 쿵 하고 짓밟았다.
그것도 모자라 해골들이 녀석의 다리를 마구 난도질했다.
화타가 살아 돌아와도 못 붙일 수준까지.
[승리 조건을 달성합니다!] [결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그제서야 그의 눈앞에 만족스러운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