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5)
돈지랄 네크로맨서 (75)
두 번째 안배(1)
그림자는 사냥하기 까다로운 단체 중 하나였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건 맞으나, 이만한 자들이 증거를 쉽게 남길 리 없었다.
그냥 가서 공격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랬다간 이쪽을 되려 범죄자로 몰고 갈 테니까.
‘거기에 상당히 강하지.’
주요 인사들은 최소 A급 이상의 각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굴 맞는다면?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다.
심지어 지금의 그림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화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경험치 복사 이벤트가 사실이라면 말이지…….’
만약 진짜 그렇다면, 당연히 이전에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들의 평균 레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장비와 스킬북 그리고 능력치가 뒷받침된다.
혼자서 사냥하기 까다롭다.
물론 이쪽에서 사용할 만한 치트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검선.’
거기에 권왕과 신창, 독마까지.
지난번 만남으로 한국 최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림자를 죄다 박살 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림자가 날고 긴다 해도 이들의 실력 앞에선 무력할 테니까.
문제는.
‘그러면 업적 점수를 온전하게 주는 건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쪽이 공적을 100% 다 쌓아야 온전하게 점수를 주는 구조인지.
아니면 일부의 활약만 해도 점수를 다 주는 구조인지 아직까진 미지수였다. 만약 고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점수가 크게 깎이기라도 한다면?
‘많이 슬퍼지겠지.’
업적 자판기로 인해 점수가 두 배로 복사되는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그랬다.
물론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면 물불 가릴 것 없이 이들을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어차피 이놈들이 노린다면 게이트 내부에서 습격할 거다.’
현실에서 노린다?
그것도 한국의 왕자와 다름없는 일성그룹의 장남을?
한국이 다른 건 몰라도 치안 하나만큼은 유명하다.
특히 서울은 더더욱 그랬다.
이기는 건 몰라도 버티며 시간 끄는 것 정도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했다. 5분만 버텨도 각성자들이 죄다 몰려올 것이다.
경험치 이벤트로 강해진 그림자라 해도 몰려드는 물량엔 답이 없었다. 그러니 이쪽을 노린다면 게이트 난입을 노릴 것이다.
‘일단 다행인 건…….’
한백길이 이쪽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능성은 총 셋.
그가 모시는 존재가 외신이 아니라 애초부터 김민우와 관련이 없는 것. 아니면 외신을 모시긴 하는데 목표물을 명확하게 지정받지 못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외신 하수인인데 아예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
‘뭐가 됐든 상관없다.’
이서윤을 잡으며 알아내지 않았던가. 그놈들은 업적 점수 복사기라는 것을.
그림자는 사냥해야 하는 대상이다.
‘거기에 보너스가 있을 수도 있어.’
한백길이 말했던 세례를 떠올렸다. 경험치 복사 이벤트.
그 구슬이란 걸 얻는다면 이쪽도 활용할 방안이 있을지도 몰랐다.
‘한 달.’
성장에 있어 가장 좋은 건 역시나 새로운 군단장을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세드릭 같은 존재가 하나만 더 있다 해도 마음이 든든해질 테니까.
부름을 수행하러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 *
[스펙터 소환(C)+9를 습득합니다!] [스펙터 소환(C)+9] [한계까지 강화된 스킬입니다.] [마나 100을 소모해 LV1 스펙터 2(1+1)마리를 소환합니다.]투자가 집행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길래, 그냥 장비 팔고 선금받아서 스킬북을 쓸었다.
제작 무구들은 돈이 됐다.
특히 일반 등급이 아닌 매직 플러스 등급이 뜨면 열 배 이상 남겨 먹는 일도 흔했다.
‘그만큼 잘 안뜨긴 하지만.’
제작 열 번 돌리면 하나 뜰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제작을 시도하는 해골의 숫자 자체가 대폭 늘었으니까.
삼천이 넘는 해골은 그야말로 매직을 줄기차게 쏟아 냈다.
제작 며칠 돌리니까 C급 9강 스킬북이 복사가 됐다.
강화 또한 실패 없이 스트레이트로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배웠군.’
스펙터.
중위 언데드 중 하나로 상당히 괜찮은 성능을 지녔다.
가장 큰 장점은 유령 계열이라 물리 데미지가 잘 안 먹힌다는 것.
‘물리 딜 30% 상시 감소지.’
스펙터의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딜을 잘 욱여넣어.’
해골들은 숫자가 많아도 효율적인 공격을 가하기 어려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간이 겹치니까.
둘러쌀 대로 둘러싼 이후엔 일정 숫자만이 무기를 휘두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스펙터는 둥둥 떠다니는 비행형 언데드 중 하나다.
해골들이 둘러싸 주변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도 딜을 잘 욱여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늘 위에서 날아와 머리통 위로 공격 갈기면 되기 때문.
물론 스펙터 또한 약점이 있었다.
통상의 언데드가 약한 속성에 두 배의 데미지를 받는다 치면, 스펙터는 최대 3배까지도 딜이 들어갔다.
언데드에 유령이라는 상극 속성이 더블로 겹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이나 미스릴 무기에 썰리는 건 덤이다.
거기에 장비를 착용 못 한다.
아니, 아주 엄밀히 말하자면.
‘찰 수는 있긴 한데…….’
특수한 장비가 필요했다.
유령 계열이 착용할 수 있도록 특수한 마감한 장비가.
당연히 이런 장비는 수요도 매물도 거의 없었다.
끽해야 영혼사들이 구할 뿐인데, 정말 마이너 중의 마이너 직군이라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난 직접 만들면 되니까.’
제작 스킬이 있다.
여기에 마감만 좀 더 특수하게 해 주면 그만이다.
그러니 장비 못 낀다는 약점은 사라진 셈이고.
‘빛도 안 먹히거든.’
데스 로드라 EX급 빛 공격 아니면 공격이 안 먹힌다.
빛 속성에 무적인 스펙터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거기에 게이트 내부에서 도금 무기를 들고 다니는 존재는 매우 드물었다.
‘섞어서 소환해야지.’
해골만 3천 마리를 소환한다?
진짜 물량전이 아닌 이상 전투가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보통의 네크로맨서들은 소환수를 이것저것 섞어 다니곤 했다.
김민우 또한 그럴 생각이었다.
새로운 소환 스킬이 생겼으니까.
‘일단 100마리 정도 섞으면 되겠네.’
데스 로드 효과 덕에 마나 50에 두 마리를 뽑아낼 수 있었다.
스펙터 백 마리 소환.
보통의 네크로맨서라면 마나 소모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겠지만, 김민우는 달랐다.
충분히 감당 가능했다.
심지어 그렇게 소환하고도 마나가 남아돌 지경이었다.
‘준비도 끝났고.’
스펙터 전용 장비들은 제작해 둘 때 미리 준비해 착용시켰다.
소모품도 넉넉히 구비해 둔 상황.
‘가자.’
안배 뛰러 가야겠다.
[데스 로드의 두 번째 시련에 참여하시겠습니까?]“가야지.”
[데스 로드가 당신을 부르기 시작합니다.]익숙한 메시지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 * *
익숙한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꺼먼 공간.
맨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 왔던 공간과 동일했다.
―꾸우.
갑작스레 공간이 뒤바뀐 모습에 주변을 둘러보는 하양이.
그건 김민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전하곤 좀 다른데.’
지난번엔 그냥 저장된 목소리만 들려왔었는데.
지금은 웬 시꺼먼 형체가 울렁거리고 있었다.
―……너로군.
“……데스 로드 씨?”
―맞다. 준비해 둔 정신체가 깨어난 건 처음이로군. 세드릭을 얻은 것이냐?
“맞습니다.”
―그래, 잘했다. 두 번째 안배도 통과하길 기원하마.
“궁금한 것 좀 물어봐도 됩니까?”
―가능하나, 이 시간이 길진 않을 것이다.
이런.
유지 시간이 짧은 모양새였다.
하긴, 본체도 아니고 정신체다.
‘이미 본체는 사라졌겠지.’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상한 애들한테 공격당해 끝장났다고 하지 않았나.
시간이 얼마 없다면 잡다한 질문 대신 가장 핵심적인 걸 던져야 했다.
“누군가 용사 파티의 무구를 제 주변에 의도적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용사 파티의 무구를 모은다?
“예. 네 개를 전부 모을 생각인 것 같은데,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는 겁니까?”
―넌 내 후계자다. 그게 나의 힘을 온전히 물려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난 소멸했고, 그렇기에 불완전한 권능을 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완전하다?
세드릭 소환만 해도 SSS급인데?
대체 이 양반의 격이 얼마나 높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요?”
―그걸 모으는 게 널 돕기 위해서인 것 같던가?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그럼 격을 높이기 위한 먹잇감 공급일지도 모르겠군.
눈을 찌푸렸다.
먹잇감을 준다고?
“듣기론 용사 파티 무구는 파괴 불가라 했는데요.”
―그땐 그랬지.
지금은 아니다?
곧이어 데스 로드로 추정되는 형체가 이쪽을 빤히 바라본 채 말했다.
―두 번째 안배가 시작되었다…….
“아니, 잠깐…….”
풍경이 다시 한번 뒤바뀐다.
모든 게 흐릿해지고.
[프라일 제국 아카데미에 참여합니다!] [고대의 학습 공간에 참여하였습니다!] [타이틀, ‘화석 학번’을 획득합니다!]* * *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이 멈춘 공간 속에, 의아한 광경이 보였다.
연무장 내부.
수많은 학생들이 바닥에 앉아 있었고, 정면에는 웬 기사 하나가 검을 휘두르려다 중간에 멈춘 듯한 모습이 보였다. 마치 검술 수업을 하는 듯한 장소.
[이곳은 ‘밴시 퀸 메르헨’의 인간 시절 후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파편입니다!] [플레이어가 참여합니다.]“하양아. 일단 숨어 있어.”
―꾸.
고개를 끄덕이는 하양이.
똑똑한 녀석이니 알아서 잘 숨어 있을 것이다.
멈췄던 시간이 흐르고.
“제국 검술 일검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렇게 상단에서 몸을 찌를 때 손목을 비트는 과정으로…….”
제국 아카데미라고 했었나?
그 말답게 학생들의 복장도 정말 판타지스러웠다.
‘인간이었던 시절이라.’
언데드 상태에서 만났던 세드릭과는 차이가 있었다.
‘가상 육체도 아니네.’
가상 육체로 무재능이 사라지면 몸이 좀 가벼워지는데, 그건 좀 아쉬웠다. 대신 경험치를 먹을 수 있으니 마냥 손해만은 아니긴 했다.
‘메르헨이 누구지?’
이름을 보니 여자인 것 같은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케른!”
중년 기사가 험악한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지난번 시험에서도 꼴찌를 해 놓고, 지금 집중하지 않고 뭐 하는 거지? 검술 학부가 그리 만만하나?”
……검술 학부?
이쪽은 네크로맨서인데 왜 검술 학부에 입학해 있냐.
차라리 마법 학부라면 이해라도 가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건방진 녀석! 교수의 말을 무시해? 앞으로 나와!”
기사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웅성!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적으로 내용은 비슷했다.
찰스인지 뭐시기인지하는 교수한테 찍혔으니 케른 쟨 이제 큰일 났네라든가.
꼴찌 주제에 이젠 수업 태도도 개판이라던가.
온몸이 작살날 것이라든가.
‘귀찮네.’
일단 메르헨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나섰다.
“케른! 검을 들어라!”
“교수님. 혹시 제가 이기면, 수업 안 들어도 됩니까?”
“……?”
이건 또 뭔 미친놈이지?
그런 눈빛이 몰려들었다.
김민우의 알 바는 아니었다.
별 쓸데없는 검술 교육에 시간을 낭비할 틈이 어딨나?
어차피 배워 봤자 자신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메르헨을 찾아서 후회가 뭔지 알아보는 게 백 배는 나았다.
잠시 침묵하던 찰스란 교수가 눈이 시뻘게진 채 길길이 날뛰었다.
“건방진 놈! 꼴찌나 도맡은 녀석이, 감히 교수를 도발해? 오냐! 날 이기면 수업 듣지 마라! 만점 줄 테니까!”
개꿀.
곧이어 찰스가 달려들었다.
쾅!
검이 부딪쳤다.
속도를 보니 레벨은 400 정도.
‘대충 숙련된 근위 기사 수준이네.’
좀 친다는 소리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능력치가 그간 많이 올랐다.
이 정도 기사는 검만으로도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는 수준이다.
열 합을 나누자 찰스가 사색이 된 채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스무 합이 되자 찰스의 온몸에 상처가 생겼다. 추하게 학생 상대로 스킬까지 쓰기 시작하는데.
그래 봤자였다.
서른 합.
찰스의 목에 검이 닿았다.
“그럼, 수업 열심히 하세요.”
“…….”
입을 떡 벌린 학생들을 뒤로한 채 연무장을 나섰다.
메르헨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