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83)
돈지랄 네크로맨서 (83)
두 번째 안배(9)
웨이브가 일어난다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양이를 통해 정찰했기 때문이었다.
‘숫자는 최소 삼천 이상.’
막아 내려면?
더 많은 소환수가 필요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있는 메이지들.
일단 녀석들의 소환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메이지의 소환을 취소한 다음, 모든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본 골렘 소환(A)를 사용합니다!] [스펙터 소환(C)+9를 사용합니다!] [스켈레톤 메이지 소환(E)+9를 사용합니다!] [스켈레톤 소환(F)+9를 사용합니다!]거대한 본 골렘.
스펙터 일백 마리.
스켈레톤 메이지 오백.
마지막으로 천 이백에 가까운 스켈레톤들까지.
웨이브가 다가오는 길목 앞 어마어마한 언데드 군세가 몸을 일으켰다.
“준비해라!”
딸그락!
힘차게 경례를 날린 스켈레톤 1번, 통칭 해일이가 전진하라는 듯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해일이’가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합니다!]척. 척.
그간 세드릭에게 교육받은 보람이 있는지 오와 열을 맞춰 전진하는 해골 병사들.
녀석들이 진형을 갖췄다.
거대한 방패를 든 해골들이 최선두에 자리 잡았다. 후열엔 각종 무기를 든 해골들이 위치했다.
메이지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일이’가 메이지들을 지휘하기 시작합니다!] [스켈레톤 메이지 병단이 지휘관의 명을 따릅니다!] [일백의 메이지가 ‘마법진 구성’을 시도합니다!] [성공!] [중형 마법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사백의 메이지가 ‘뼈의 비’를 마법진에 모으기 시작합니다!]상공에 떠오른 거대한 마법진.
그 마법진 위로 계속해서 마나가 몰려들었다.
스펙터들 또한 하늘 곳곳에 위치했다.
전략 자체는 간단했다.
해골들이 적의 시선을 붙잡는 사이, 메이지가 마법으로 딜을 퍼붓는다. 스펙터는 암살자와 비슷한 포지션이니 난전 중에 알아서 폭딜을 넣어 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김민우가 최상급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빠르게 차오르는 마나.
저 멀리 몬스터 무리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렘린, 놀, 드라이어드, 자이언트 스파이더 등.
마기에 한껏 강화되었는지 온몸이 마구 비틀려 있었다. 아마 평균 레벨이 220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뿐인가?
미노타우로스부터 오우거와 트롤 등 고위급 몬스터들이 간간이 섞여 있는 게 보였다.
이대로 부딪친다면 언데드 측 군세가 불리할 것이다. 이것저것 강화를 해 두긴 했지만, 그래도 평균 레벨은 한없이 낮았으니까.
그러니 보너스를 줘야지.
배웠는데 실전에선 아직 한 번도 안 써먹어 본 스킬이 있었다.
죽음의 땅.
이거, 범위가 참 넓다.
심지어 주변엔 사람도 없었다.
죄다 적뿐이다.
‘한번 보자고.’
진짜 준비를 갖춘 네크로맨서가 전쟁에서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죽음의 땅(S)를 시전합니다!] [죽음의 땅이 기운을 전달합니다!] [모든 아군 언데드의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아군 능력치 20% 상승.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달려오던 몬스터들이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비틀거렸다.
넘어져 밟히는 건 덤이었다.
[죽음의 땅 효과가 발동됩니다!] [적이 언데드로 되살아납니다!] [데스 로드의 효과가 적용됩니다!]밟혀 죽은 놈들이 언데드로 되살아났다. 보통 저런 시체를 언데드로 되살리면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약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난 언데드들은 달랐다.
소환한 모든 언데드의 능력치가 50% 상승하는 효과.
여기서 이 ‘소환’의 범위엔.
죽음의 땅으로 일으켜진 언데드도 포함이 되는 구조인 것 같았다.
‘개꿀인데?’
흉포하게 울부짖은 언데드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덮쳤다.
순식간에 죽어 나가는 몬스터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둑.
투두두둑.
하늘 위 거대한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뼈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삼천의 무리를 죄다 뒤덮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날카로운 뼈 가시가 몬스터들의 몸에 박혔다. 죽음의 땅과 뼈의 비로 인한 광역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언데드가 또 언데드를 만들고, 그 언데드가 또 언데드를 만든다.
몬스터라고 지능이 없는 게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답이 없다는 걸 깨달은 건지 몬스터 무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쾅!
스켈레톤 무리와 몬스터 웨이브가 충돌했다. 마기에 물든 오우거가 휘두른 통나무에 스켈레톤들이 하늘을 날았다.
그런 오우거를.
쿵!
거대한 방패가 앞에서 막아섰다.
힘 하나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소환수, 돌쇠.
덩치 또한 오우거와 비슷하다.
손아귀 아래로 느껴지는 묵직한 반발력에 오우거의 눈이 진지해졌다.
―크아아!
통나무를 휘두르는 오우거.
돌쇠 또한 메이스를 든 채 오우거의 몸통을 후려쳤다.
죽고 죽이고.
난전이 벌어졌다.
스켈레톤들을 비롯해 스펙터까지도 하나둘 죽어 나갔다.
그럼에도 언데드 무리의 숫자는 오히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스펙터 2가 역소환…….] [데스 로드의 효과가 발동됩니다!]희미해진 스펙터가 다시 쌩쌩해진 채 무기를 휘두르고 몬스터의 목이 쑥 날아간다.
한 번 더 부활.
이건 죽음의 땅으로 일으켜진 언데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언데드가 몬스터의 숫자를 뛰어넘었다.
‘미쳤다.’
김민우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데스 로드와 죽음의 땅.
이 두 가지 스킬의 시너지가 그야말로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
여차하면 자신도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엄청난 위력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꿀맛 같은 자동 사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도 레벨이 쭉쭉 오르고 있었다.
‘이거거든.’
이래서 네크로맨서 한 거다.
고점이 정말 아득한 직업이었다.
* * *
감시탑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마법 병단에 난리가 났다. 가장 먼저 꽁지 빠지게 달려온 돌로리스와 검술 학부 학생 하나가 웨이브 징조에 대해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시험 중단해요! 웨이브라고요!”
“돌로리스 학생, 정말입니까?”
“그럼, 그만한 진동이 괜히 터져 나왔겠어요? 어쩐지 마기가 넘쳐난다 싶더라니!”
이상을 느끼고 탈출을 시도한 건 돌로리스의 조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선두권의 조들 또한 앞서 있었기에 진동을 느낀 건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뒤도 안 돌아본 채 숲을 나왔다.
계속해서 제보가 이어지자 교수들 또한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다, 당장 구출하러 가야 합니다!”
아직 악마의 숲 안엔 학생들이 대다수 진입해 있었다.
방어 마법?
웨이브랑 격돌하면 3분도 못 버티고 터져 나갈 거다.
학생들이 떼죽음 당하면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몰아칠 터. 시험이고 자시고 구출이 최우선이었다.
기사단과 마법 병단.
거기에 교수진들까지 죄다 숲 안으로 진입했다. 먼저 돌아온 학생들이 뒤따른 건 덤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만만한 사태가 아닌 만큼 학생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사방에서 마법 폭죽이 터져 나갔다. 근처에 있는 학생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무리가 점점 커졌다.
그렇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였을 때.
교수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웨이브가 터졌는데…….’
‘아무도 안 죽었잖아?’
‘구조 신호도 없는데?’
상위권 조들이야 이해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된 학생들이다.
웨이브가 몰려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숲을 탈출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러나 중위권이나 하위권의 조들은 달랐다.
상당수가 이미 웨이브에 쓸려 나갔어야 할 시간이다.
그럼에도 희생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구조 신호조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무슨 웨이브가 허공으로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기사단장이 교수를 바라본 채 물었다.
“지금 몇 번 조가 빈 겁니까?”
“232번 조. 유일하게 이 조만 못 찾은 상태입니다. 메르헨과 케른 이 두 사람이요.”
“……음.”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몬스터 웨이브다.
다소간의 희생 정도는 각오했다.
그 생각으로 숲에 진입했다.
운 좋게 학생들을 거의 다 구했다.
이제 남은 건 딱 두 명뿐.
“마법 폭죽을 터뜨렸는데도 안 보이는 거라면…….”
“더 깊숙한 곳에 있단 말인데…….”
겨우 두 사람을 구하려 악마의 숲 내부까지 진입해야 하는가?
그것도 학생들을 인솔한 채로?
그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스켈레톤 하나와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용 머리를 닮은 스켈레톤이 사람 하나를 반쯤 업은 상태였다.
“도, 도와주세요!”
“메르헨 학생?”
“케른 학생은 어디 간 겁니까?”
“웨이브 막으러 갔어요! 혼자서!”
“……!”
모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웨이브가 잠잠했던 게, 케른이 시선을 끌어서였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았다.
숭고한 희생정신.
말은 쉽다.
그걸 실천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근데, 케른은 그걸 했다.
그것도 심지어 수천의 몬스터 무리 앞에서 말이다.
기사단장이 검을 꽉 쥐었다.
‘고작 학생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고결한, 이미 완성된 기사의 마음가짐이었다.
“메르헨 학생. 걱정 마시오. 우리 태양 기사단이 구하러 갈 테니.”
“저희 마법 병단도 가겠습니다. 학생분들은 이만 돌아가시지요.”
“아닙니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케른 때문에 살았는데, 이대로 가면 저희 검술 학부는 뭐가 됩니까!”
“저희 마법 학부도 가겠습니다.”
학생들이 의지를 다졌다.
여기 모인 숫자만 해도 수백이다.
거기에 기사단과 마법 병단까지 있었다. 어지간한 웨이브 정도는 자신들끼리도 처리가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하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
“그럼 갑시다.”
반대는 없었다.
모두가 악마의 숲 내부로 진입했다. 진입할수록 마기가 점점 짙어졌다. 기괴한 숲의 모습에 일행들이 손아귀에 든 무기를 꽉 쥐었다.
그렇게 한참을 진입했을 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인영을 볼 수 있었다.
“케, 케른?”
그건 케른이었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걸어오는 모습에 모두의 눈이 벙벙해졌다. 침묵도 잠시, 교수들이 황급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웨, 웨이브는?”
“다 처리했습니다.”
모두가 눈을 끔뻑였다.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했다고?
그것도 혼자서?
“따, 따돌리거나 그런 게 아니고?”
어깨를 으쓱한 케른이 수정구를 꺼냈다. 완전히 시꺼멓게 물든 수정구를 본 교수들이 눈을 부릅떴다. 여태 수십 번의 시험이 치러졌지만, 수정구에 저만큼이나 마기를 흡수해 온 학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5,032점.
수정구 위에 떠오른 점수를 보곤 더 놀랐다.
“오, 오천 점?!”
그렘린 같은 놈들이 보통 1점을 준다. 달리 말하면 그런 놈들을 최소 오천 이상 때려잡았다는 이야기였다.
‘혹시, 조작인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혹시 케른이 수정구의 점수를 조작한 게 아닌가 덜컥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정말 웨이브가 끝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움직였고.
머지않아 엄청난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우거부터 시작해서 트롤과 미노타우로스에 그 외 수천의 몬스터들이 피가 바짝 빨린 듯 말라비틀어진 채 대지에 쓰러져 있었으니까.
“마, 맙소사…….”
“말도 안 돼…….”
마치 괴물을 바라보듯.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케른, 아니 김민우를 바라보았다. 이건 한낱 학생이 내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당혹도 잠시.
기사단장의 얼굴이 진중해졌다.
원래 최우선 목표는 학생들을 구출하고 숲을 탈출하는 일이었다.
웨이브 토벌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근데, 덜컥 웨이브가 끝나 버렸다.
‘……그렇다면.’
이 일의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마기가 나오는 위치는 탐지됐소?”
“예. 방향은 잡혔습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통로를 억지로 넓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막을 수 있는 건가?”
“봉인 마법진을 그리면 일정 기간은 막아 낼 수 있을 겁니다. 이후엔 정식으로 조사단을 보내야겠지요.”
그때였다.
―흐흐, 늦었다.
기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허공이 쩌적 하고 갈라지더니, 날개 달린 거대한 악마가 튀어나왔다. 그걸 본 김민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발록?’
최상위 악마.
레벨은 기본 700이 시작이다.
심지어 저 발록은 여태 본 다른 놈들과 생김새가 아예 달랐다.
덩치가 훨씬 크다.
피어오르는 기세 또한 엄청났다.
마치 과거의 세드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흐하하! 이 달콤한 공기! 인간 세상은 정말 오랜만이로구나!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세드릭이 딱딱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발칸이다.
“발칸?”
―……로드의 첫 번째 군단장이지. 조심해라. 그가 있다는 건…….
그 말과 함께 찢긴 공간 사이로 언데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석 박힌 왕관을 쓴 리치.
그 형체가 제법 익숙했다.
두 번째 안배를 시작하기 직전 마주했던 데스 로드의 형상과 매우 비슷했다.
‘설마, 여기서 튀어나오는 거였나?’
그걸 본 김민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인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