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84)
돈지랄 네크로맨서 (84)
두 번째 안배(10)
‘데스 로드가 여기서 나왔던 건가?’
개입이 없었다면 메르헨은 여전히 괴롭힘 속에서 아카데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자연스레 실기 시험에 참여했겠지.
‘거기서 데스 로드를 만나고…….’
언데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악마와 리치의 등장에 기사단이 검을 뽑았다. 마법 병단이 온갖 마법을 캐스팅한 건 덤이었다.
학생들 또한 전의를 다졌다.
리치는 사악한 언데드로 알려져 있었고 발록은 말할 것도 없이 악마였다.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김민우 또한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힘들겠는데…….’
무려 그 데스 로드다.
거기에 군단장까지 섞였다.
근데 아군은?
고작해야 학생 수백에 제국에서 중상 정도 하는 기사단과 마법 병단 뿐이다.
냉정하게 봤을 땐, 저 발칸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군단장 수준에서 죄다 정리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해 봐야지.’
기왕이면 안 싸우고 지나갔으면 싶긴 한데,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발록의 눈엔 이미 가학심이 잔뜩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곧이어 발록이 어깨를 으쓱했다.
―로드. 어쩔 거지?
―…….
데스 로드가 모두를 쭉 훑어보았다.
그것도 잠시.
김민우와 시선을 마주친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넌…… 뭐지? 어째서 내 힘을…….
마치 기괴한 혼종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데스 로드.
‘내 스킬을 느낀 건가?’
데스 로드(EX).
저 양반의 힘을 홀라당 먹었다.
당연히 의아해할 만도 했다.
과거의 그로선 갑자기 나타난 인간 녀석이 자신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고 있는 느낌일 테니까.
“뭔 소리인지?”
김민우가 어깨를 으쓱한 채 물었다. 데스 로드는 겉보기에 아주 사악해 보이는 리치다.
심지어 악마랑 패거리를 먹고 있었다. 기사단과 마법 병단, 거기에 학생들까지 멀뚱히 살아 있는 지금 괜히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여선 곤란했다.
침묵하던 그의 시선이 이번엔 메르헨에게로 닿았다.
―……좋군.
이번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치.
그가 발록을 본 채 말했다.
―처리해라. 단, 저 둘만 빼고.
케른과 메르헨.
순간 둘에게 모든 시선이 몰려들었다. 메르헨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고.
케른은.
“사악한 악마들을 죽이자!”
검을 든 채 곧바로 달려나갔다.
어어 한 채 그걸 바라보던 사람들 또한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악마와 리치 앞에서 전투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거란 말랑한 생각은 안 했다.
단지 케른이 한발 앞서 달려나갔을 뿐.
“놈들을 처리하라!”
기사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온갖 마법이 발록을 향해 쇄도한 건 덤이었다.
―흐흐. 심심하진 않겠군.
[발칸이 자신의 애병, 화염 마귀를 소환합니다!]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발록의 손 위로 거대한 불의 채찍이 생성되었다. 가장 먼저 달려오는 맹랑한 인간을 향해 그가 채찍을 힘껏 휘둘렀다.
한 대만 맞아도 온몸이 화염에 휩싸일 것이다.
불타오른 채 비명 지르는 인간의 모습은 발칸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유흥거리 중 하나였다.
죽이진 말라고 했으니, 적당히 탈 때쯤 불 끄면 되겠지. 화염 채찍이 마치 독사처럼 혀를 날름거린 채 김민우를 향해 다가갔다.
[타이틀, ‘승리의 법칙’이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0% 증가합니다!] [모든 데미지가 150% 증가합니다!]‘와.’
김민우가 내심 놀랐다.
아까 몬스터 무리를 잡으며 레벨이 180까지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도 승리의 법칙이 이렇게 발동된다?
‘최소 1,600 후반대.’
군단장답게 레벨이 엄청났다.
레벨이 이 정도라면 능력치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끔찍할 정도로 격차가 아득했다.
[‘하양이’가 수 속성을 공유합니다!] [사령 검법(S)을 사용합니다!] [마나 5천을 사용합니다!]5천의 마나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수백 갈래의 검기가 사령검 위로 피어올랐다.
쏟아지는 검기의 무리.
화염 채찍이 검기를 모조리 찢어 냈다. 그 대가로 궤도를 살짝 틀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빗겨 낸 채찍 앞에 돌쇠를 소환했다.
[돌쇠가 발칸에게 도발(A)를 사용합니다!] [상대의 수준이 아득합니다! 도발을 무시합니다!] [돌쇠가 방어 태세(B)를 사용합니다!]도발은 안 먹혔지만, 이미 코앞에 소환했기에 채찍이 골렘 위로 칭칭 감겼다.
[돌쇠가 역소환됩니다!]방어 태세를 활용했음에도 순식간에 역소환 되는 돌쇠. 그사이 김민우가 발칸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노화의 저주(D)+9가 발동됩니다!] [격차가 너무나 아득합니다!] [저주가 통하지 않습니다!]일단 저주는 안 먹히고.
사령검을 놈의 다리 위에 힘껏 찔렀다.
텅!
마치 단단한 강철을 내리친 듯 불똥이 튀었다.
어느새 다가오는 발칸의 채찍.
속도가 매우 빨랐다.
다시 한번 돌쇠를 던져서 막고 피했다.
다가온 세드릭이 스킬을 발동시켰다.
[세드릭이 그림자의 창(SS)를 발동시킵니다!] [세드릭이 용의 일격(S)를 발동시킵니다!]그림자의 창으로 데미지 두 배.
거기에 용의 일격을 통해 일곱 배가 뻥튀기됐다. 14배로 증가된 딜이 발칸의 몸에 박혔다.
쾅!
그럼에도 발칸의 몸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레벨 차이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으니까. 악착같이 녀석의 공격을 피하며 같은 부위를 내리쳤다.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22% 증가…….] [‘한 곳만 후벼 파는’ 타이틀이…….]달려온 기사들이 마나가 듬뿍 담긴 검을 사방에서 찔러 댔다.
온갖 마법이 쏟아진 건 덤이었다.
―꺼져라.
[발칸이 불의 주먹을 사용합니다!]그의 주먹에 화염이 휩싸였다.
내지른 순간, 앞에 거대한 화염 기둥이 생성됐다.
“아악! 살려 줘!”
“크아악!”
빨려 들어간 기사들이 죄다 통구이로 변했다. 고작 주먹질 한 번에 오십에 가까운 기사가 죄다 죽어 나갔다.
기사단의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학생들부터 시작해서 뒤편에 있던 마법사들까지.
모두가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기사들의 검이 안 먹힌다.
마법 또한 마찬가지.
적의 수준이 너무나도 아득했다.
심지어 더 끔찍한 건, 뒤편의 리치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민우는 우직하게 놈의 한 부위만을 때려대고 있었다.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44% 증가…….] [‘한 곳만 후벼 파는’ 타이틀이…….] [동일한 부위를 가격하였습니다! 데미지가 55% 증가…….] [‘한 곳만 후벼 파는’…….]기사단과 마법사들이 시선을 끌어 주는 지금 어떻게든 딜을 욱여넣어야 했다.
마침내.
쩍!
발칸의 다리에 피 분수가 치솟았다.
‘됐다.’
김민우가 눈을 빛냈다.
놈의 단단했던 외피를 뚫었다.
최소한의 공략 루트는 생겨난 셈이다.
* * *
메르헨이 벌벌 떨리는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날고 기는 기사단조차 상대하지 못하는 괴물.
오로지 케른만이 그 괴물에게 끝까지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유리해 보이진 않았다.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로 변해 가고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발록은 다리에 약간의 상처는 입었을지언정, 여유롭게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또…….’
아까와 마찬가지다.
웨이브 앞에서 자신을 내보냈던 케른. 이번에도 자신은 아무런 도움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마법은 조금도 발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심한 반푼이.
그야말로 짐덩이다.
그때.
리치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몇몇 마법사들이 황급히 마법을 캐스팅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커헉!”
고작 리치의 손짓 한 번에 심장을 부여잡은 채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공포에 사로잡힌 마법사들이 뒤로 물러나는 사이.
다가온 리치가 말했다.
―아이야. 내 권속이 되거라.
“……뭐?”
―막혀 있는 재능에 늘 절망하지 않았더냐.
“……당신이 그걸 어떻게…….”
리치의 안광이 호선을 그렸다.
―때론, 죽어서야 드러나는 재능이 있는 법이지. 너의 육체는 감옥과 같다.
“내, 내 육체가 감옥이라고?”
―그래. 재능은 넘치나, 평생토록 발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 권속이 된다면 다르지.
리치가 유혹하듯 손을 뻗은 채 말했다.
―많은 설움이 느껴지는구나. 괴로웠겠지. 그 모든 걸 뒤집을 권능을 주겠다. 이 손만 잡는다면…….
“시, 싫어.”
메르헨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어, 언데드가 되기 싫은 것에 이유가 필요해?”
―그런가.
덤덤하게 말한 리치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마법사가 픽 쓰러졌다.
―이젠 어떤가?
메르헨이 몸을 떨었다.
방금까지 옆에서 살아 숨 쉬던 마법사가, 순식간에 죽어 버렸다.
―아직 부족한가 보군.
리치가 손을 튕겼다.
수십의 마법사가 피를 토한 채 쓰러졌다.
“이, 이렇게 권속을 만든다고 내가 널 따를 것 같아!”
―그건 보면 알겠지.
데스 로드가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권속화 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손해는 아니었다.
비록 권속의 충성심은 옅어질지언정, 한이 쌓이는 만큼 강한 힘을 지니게 될 테니까.
충성심 정도야 나중에 보완하면 그만이다.
“저, 절대 안 해.”
―저 인간이 죽는다 해도?
“……!”
리치가 가리킨 곳.
그곳엔 발록과 싸우는 케른이 있었다. 그걸 본 메르헨의 눈이 벌벌 떨렸다.
“하, 하지 마…….”
데스 로드가 손을 뻗었다.
마치 허공의 손에 꽉 붙잡힌 것처럼, 몸이 조여진 케른이 그의 손 앞에 속절없이 끌려왔다.
―이젠, 생각이 좀 달라질 것 같으냐?
“하, 할게! 할 테니까!”
피 흘리는 케른을 본 메르헨이 정신없이 말했다.
―잘 생각했다. 이 손을 잡기만 하면 된다. 아주 쉬운 일…….
그때.
고개를 갸웃한 데스 로드가 어디론가 손을 뻗었다.
―꾸엑!
쇄도하던 도중 허공에서 잡힌 새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음을 토했다.
―흐음…….
빤히 새를 바라보던 그의 손 위로 시꺼먼 새장이 떠올랐다.
하얀 새를 가둔 데스 로드가 메르헨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대답은?
“대, 대신 케른은…….”
―그래. 살려 주마. 약속은 지킬 것이다.
살려는 준다.
데스 로드에겐 애초에 그를 죽일 생각 자체가 없었다.
자신과 동일한 기운을 지닌 인간이다. 이런 일이 대체 왜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단지.
살려주되, 그걸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는 그의 자유였다.
철저하게 온몸을 해부하고 또 해부해도.
결국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메르헨이 벌벌 떨리는 손을 내밀려 할 때였다.
“……하지…… 마라.”
자그마한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케른이 이를 악문 채 말하고 있었다.
“너…… 쿨럭…… 언데드…… 싫다며…….”
“바보야! 지금 내 걱정할 때야!”
“어차피…… 저……놈…… 약속…… 안…… 지킬…….”
―시끄럽군.
으득!
압박감이 한층 강해지며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케른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이제 좀 조용해지겠지.
그가 귀찮은 인간의 입을 막아섰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발현……할…… 수…… 있……어.”
데스 로드가 눈을 찌푸렸다.
저만한 고통이면 이미 기절했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고통을 더 주자니, 그랬다간 픽 죽어 버릴 것 같았다.
그만큼 케른의 몸은 이미 박살이 난 지 오래였다.
그걸 본 메르헨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리치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보다.
약속을 안 지킬 거라는 말.
지금 보니 알 것 같았다.
몸을 사정없이 으깨는 놈이다.
말 그대로 케른을 정말 ‘살려만’ 줄지도 몰랐다.
‘아, 안 돼…….’
그래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해……내……야만…… 해…….”
케른의 말이 맞았다.
믿을 건 오로지 자신의 발현뿐이다.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케른과 만났던 순간순간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을 여러 번 구해 줬던 것처럼.
자신 또한…….
‘구해야 해.’
해야만 한다.
못 하면 케른이 죽어 버릴 거다.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정신을 집중했다.
평생토록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제발…….’
단 한 번이라도 좋다.
마법을 발현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케른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대가로 바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몸 안을 타고 흐르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파앗!
그녀의 손 위에서 빛을 내뿜었다.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