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85)
돈지랄 네크로맨서 (85)
두 번째 안배(11)
메르헨이 데스 로드에게 손을 뻗었다. 무형의 압박감이 사라지며 김민우가 바닥을 향해 털썩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시간이 멈추며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메르헨이 마법을 발현합니다!] [클리어 조건 중 일부를 달성했습니다!(1/2)]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1. 탈출한다.] [2. 메르헨의 ‘원한’을 해결한다.]‘일부 달성이라…….’
애초에 발록과 데스 로드가 보일 때부터 발현이 클리어 조건일 것 같다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지간히 강해야지.
플레이어의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두 가지 선택지를 바라보았다.
‘원한을 해결한다라.’
데스 로드가 하는 짓을 보니 알겠다. 과거의 그는 협박과 기만이 일상인 리치였다.
아마 메르헨을 찾아 언데드를 만들 때도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게 원한으로 남은 것 같은데…….
‘그냥 나가도 소환수로 주어지는 거면, 굳이 선택지를 제시할 필요가 없겠지.’
원한을 해결하지 않고 나간다면 딱 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데스 로드를 증오하는 메르헨.
근데 이쪽이 그 힘을 물려받은 상태네?
비록 이 과거에서 점수 좀 땄다고 한들…….
‘정말 소환수로 들어올지는 미지수야.’
설사 들어온다 해도 삐그덕 거릴 가능성이 높았다.
세드릭을 얻었을 때 봤던 문구를 떠올렸다.
[완벽한 탈출 조건!] [세드릭이 자신의 후회를 극복했습니다!]그것과 비교해 보면 아직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결론.
‘해결해야겠지?’
문제는 어떻게 원한을 해결하느냐인데.
‘마법적 능력이 뛰어날 거야.’
메르헨의 능력은 데스 로드도 탐을 낼 정도다.
발현하며 내뿜는 마법의 위력도 상당할 것이라 봐야 했다.
‘데스 로드하고도 붙어 볼 만할 테고.’
서로 싸우다 보면 원한도 좀 풀리지 않을까?
일단 그렇게 믿고 싶었다.
설마 데스 로드의 싸움에 끼어들어야 하는 것이라면.
‘절대 못 깬다.’
데스 로드는 발칸과 아예 격 자체가 달랐다. 고작 손짓 한 번에 끌려와 온몸이 박살 날 정도다.
공략 자체가 불가능한 난이도였다.
저건 메르헨이 맡아 줘야 한다.
‘내가 맡을 건…….’
우뚝 멈춰선 발칸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하면 메르헨과 데스 로드가 꽝 부딪칠 테고, 발칸 또한 전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저놈이겠군.’
일단 저 발록 놈이 전투에 못 참여하도록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2번의 선택지를 골랐습니다!]시간이 흘러감과 동시에.
[메르헨의 증오심: 100%]메시지가 떠올랐다.
김민우가 곧바로 포션을 마구 삼켰다. 망가졌던 몸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메르헨의 손 위로 화려한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메르헨이 가속 영창(SSS)을 사용합니다!] [메르헨이 벼락 강타(SSS)를 사용합니다!] [메르헨이 물지옥(SSS)을 사용합니다!] [메르헨이 바람 칼날(SSS)을 사용합니다!]“죽어!”
곧이어 수백 갈래의 마법이 데스 로드를 향해 쏟아졌다.
―……귀찮게 됐군.
귀찮다는 듯 혀를 찬 리치의 몸 위로 시꺼먼 방어막이 떠올랐다.
허공 위로 떠오른 마법사와 리치가 서로 수백 가지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냥 격 자체가 다르네.’
갑자기 도핑이라도 한 것처럼 미쳐 날뛰는 메르헨.
그걸 막아서며 반격하는 데스 로드까지.
딱 봐도 각이 나온다.
끼어들었다간 쥐포행이다.
저긴 알아서 하라고들 하고.
언데드 무리를 소환한 채 발칸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
달려오는 김민우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 조소한 발칸이 채찍을 쥐었다.
―또 덤빌 생각을 하다니, 그래도 용기 하난 제법이구나!
이전의 싸움에선 발칸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걸 읽는 사이 공격을 마구 얻어맞았다.
발칸 또한 화염 채찍을 기가 막히게 다뤘기 때문이었다.
능력치 차이도 압도적인데, 무기까지 잘 다룬다?
그럼 맞아야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포션을 먹어 쌩쌩해진 몸.
거기에 한 번 맞붙으며 녀석이 채찍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시간 벌 만해.’
아까 베어 낸 곳 아직 안 아물었다. 저곳을 공략하면 다리 하나는 반병신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딱 거기까지겠지만.’
이기진 못할 거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목표 자체가 시간 끌기였으니. 그렇게 김민우와 발칸이 다시 한번 충돌했다.
[메르헨의 증오심: 90%]이글거리는 채찍을 피하고, 오로지 다리만을 공략했다.
마침내.
퍽!
중첩 공격이 겹치며 사령검이 피부와 근육을 찢고 놈의 뼈에 닿았다. 아주 깊숙이 파고 들어간 검.
고통스러운 듯 발칸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그때였다.
[사령검이 아득한 강자의 피를 흡수합니다! (5,020/10,000)]‘응?’
사냥은 완전히 적을 완전히 죽여야 되는 것 아니었나?
어쩌면 발칸이 너무 강해서 벌어진 특이한 현상일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유리한 현상이다.
채찍을 피한 채 뒤로 물러나며 생각했다.
‘다리 한 대 제대로 쳤더니 2천이라.’
웨이브에서 사냥했던 숫자가 대략 3천 정도였다.
근데, 발칸 피 한번 먹였더니 무려 2천이 올랐다.
‘잘하면 이번에 1만 채우겠는데?’
어차피 싸워야 하는 거.
이참에 사령검도 파워 업 시켜두면 좋겠지.
―이, 버러지가!
발칸이 분노한 듯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메르헨의 증오심: 65%]김민우가 씩 웃었다.
원래 전투는 먼저 감정에 지배당하는 쪽이 반쯤 지는 거다.
쓸데없는 움직임이 점차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지금 발칸이 그랬다.
날카로운 공격 대신 주변을 휩쓸 듯 광역기를 퍼붓기 시작했다.
저렇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것만 해도 다 시간이다.
덕분에 포션 먹을 시간도 넉넉하게 벌 수 있었다.
물론.
[경고!] [단기간 너무 많은 포션을 섭취했습니다! 과부하가 오기 시작합니다!]과부하 상태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소환수를 던져 앞을 막고, 요리조리 피한 채 빈틈을 노렸다.
채찍은 범위가 긴 대신 회수가 느리다.
적당히 피하다 보면.
‘다시 한 방.’
퍽!
이렇게 빈틈이 나온다.
이번엔 통뼈 중 일부를 박살 낼 정도로 검날이 푹 들어갔다.
[메르헨의 증오심: 41%] [사령검이 아득한 강자의 피를 흡수합니다! (7,020/10,000)]곧바로 뼈를 벤 채 얄밉게 뒤로 피하며 채찍을 피하는 인간.
―…….
발칸의 얼굴이 서서히 진중해졌다. 분명 육체적 능력은 자신에 비해 형편없었다.
그래서 쉽게 끝낼 줄 알았다.
‘로드가 끌고 가기 전만 해도 분명 수월했는데…….’
이전까지의 전투는 분명 그랬다.
채찍을 다섯 번 휘두르면, 적어도 한 번은 반드시 적중했다.
그때마다 피를 토하며 구른 채 포션을 들이켰던 놈이다.
근데 지금은 좀 달랐다.
마치 자신의 움직임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공격을 기가 막히게 피한다. 열 번을 휘둘러도 한 번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점점 더 그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움직임이 완전히 읽혔다는 소리다.
‘제기랄.’
벌써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더 이상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딴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전력을 다하게 될 줄이야!
자존심이 상했지만 별수 있는가.
단순히 채찍질로는 답이 없었다.
그러니.
쾅!
발칸이 발을 굴렀다.
[발칸이 지옥불 대지(EX)를 사용합니다!]주변의 지형이 마구 우그러졌다. 사이사이로 끔찍한 열기를 가진 용암이 흘러나온 건 덤이었다.
인간 놈이 황급히 골렘을 소환해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봤자 잠깐의 시간 벌이일 뿐이다. 이 열기는 골렘이라 해서 버텨 낼 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잔인하게 미소 지은 그가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둘렀다.
* * *
주변이 죄다 용암으로 차올랐다.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돌쇠가 녹아내립니다!]무시무시한 열기에 소환되었던 돌쇠의 몸이 마구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 닿으면 어떻게 될지는 명확했다.
[화염 저항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익어 버릴 듯한 열기에 바싹 구워지기 전 포션부터 더 마셨다.
이걸로 최소한의 시간은 벌 수 있을 터.
‘공중전 가야겠네.’
[‘스켈레톤 메이지’를 소환합니다!]돌쇠의 어깨 위로 메이지 무리가 소환됐다.
[‘마일이’가 지시를 내립니다!] [스켈레톤 메이지 2가 본 실드를…….] [스켈레톤 메이지 3이 본 실드를…….].
.
허공 위로 뼈로 된 방패가 소환되었다. 훌쩍 뛰어오른 채 세드릭을 소환했다.
방패 위에 소환된 세드릭이 온갖 스킬을 시전한 채 채찍을 향해 날아갔다.
잠깐의 시간 벌이.
본 실드 위엔 어느새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처럼 사방팔방에 본 실드가 놓였다.
방패를 밟은 채 녀석에게 접근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접근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듯한 발칸의 모습이 보였다. 다급히 채찍을 휘두르는 발칸.
[메르헨의 증오심: 21%]그럴수록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슬슬 반쯤 잘려 나간 다리가 아려 오겠지.
[사령 검법(S)을 사용합니다!] [마나 6천을 사용…….]검기를 줄기차게 뽑아낸 채 놈에게 뛰어들었다.
다리를 보호하려는 듯 궤도가 아예 하방 쪽으로 쏠린 채찍이 보였다.
녀석의 신경이 온통 다리에 집중됐다. 애초에 저러라고 다리만 죽어라 베어 낸 것이기도 했다.
‘다리는 못 자르겠고.’
이미 잔뜩 경계하고 있다.
저거 베러 가다간 도리어 잡아먹힐 거다.
메르헨의 증오심이 거의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돌아가기 전 큰 거 한 방 정도는 먹여 줘야 도리지.
놈의 다리를 향해 뛰던 도중.
어느새 소환된 본 실드 하나를 밟은 채 경로를 훅 틀었다.
―……!
발칸이 눈을 부릅떴다.
맹랑한 인간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급히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어 있었다.
푸욱!
아예 공격을 한 번도 시도 안 한 눈알.
그곳에 사령검이 푹 박혔다.
[사령검이 개화합니다!] [새로운 효과가 개방됩니다!] [아득한 강자의 피를 머금은 상태입니다!] [효과가 크게 강화됩니다!]발칸을 애꾸눈으로 만든 순간.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읽을 시간도 없었다.
동공에 검이 푹 박힌 발칸이 발광을 해 댔으니까.
채찍이 스쳐 가며 작열통이 온몸을 잠식했다.
그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약소한 대가지.’
발칸 같은 존재를 애꾸눈으로 만든 것 치곤 말이다.
어느새 생성된 본 실드가 육체를 받아 냈다.
불굴의 혼조차 터지지 않은 상황.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완벽한 탈출 조건!] [메르헨이 자신의 후회를 극복했습니다!] [메르헨이 자신의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이제 그녀는 죽음 마법 외에도, 더 많은 종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스 로드의 군단장이자, 밴시 퀸이라 불린 자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메르헨은 이제 당신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데스 로드의 권능, 메르헨 소환(SSS)가 활성화됩니다!] [타이틀, ‘밴시 퀸의 주인’을 획득합니다!] [타이틀, ‘발칸의 눈을 앗아간’을 획득합니다!] [타이틀, ‘원한을 멈춘 자’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전설의 시작― 상편’에 새로운 목록이…….] [과거에서 벗어납니다!]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흐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