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9)
돈지랄 네크로맨서 (9)
드래곤은 강하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외피.
거대한 덩치에서 뒷받침되는 힘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법까지 쓴다.
심지어 하늘도 날아다닌다.
상위 각성자라 해도 여럿이 모여 레이드를 펼치는 게 아니면 쉽게 사냥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그렇게 강한 드래곤을 세드릭은 연신 몰아붙이고 있었다.
‘전략 괜찮네.’
기사는 뚜벅이다.
수준이 높아지면 허공을 체류할 수 있는 몇 가지 수단이 생겨나긴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길진 않다.
무식하게 투창 세례를 날리는 것 정도가 아니면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잡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 기동성을 본 드래곤이 대신해 주고 있었다.
악착같이 드래곤의 몸을 붙든다.
뼈로 이루어져 있다지만 그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본 드래곤이 기동성을 막아설 때…….
푸욱!
세드릭의 창이 드래곤의 외피를 찢는다.
‘거기에 잘 싸워.’
공중에서 펼쳐지는 살 떨리는 기예. 발 한번 삐끗하면 낙사다.
그럼에도 마치 줄을 타듯 드래곤의 온몸을 쑤셔 대는 세드릭.
언데드라 그런지 대담무쌍했다.
세드릭을 떼어 내려는 것일까.
드래곤이 악착같이 고도를 높인다. 그렇게 두 마리 언데드와 드래곤이 혈투를 펼치는 사이.
오크들의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몬스터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진력 하나만큼은 동급의 몬스터 중에서도 최고에 가까운 코도.
놈들이 성문을 향해 힘껏 뛰어들었다.
우우우!
쾅!
쾅!
저 멀리 성문이 크게 흔들렸다.
리치들을 비롯한 메이지 클래스가 마법을 외우지만, 오크들을 쏟아부으며 마나를 소진시켰기에 화력은 생각보다 약했다.
거인들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코도로 충격을 준 성문에 거인들의 거대한 무기가 충돌했다.
와이번이 하늘에서 낙하하며 주문을 외는 언데드를 낚아채고, 죽음의 마녀들이 주문을 외우며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의 발을 묶었다.
‘이거, 뚫린다.’
오크 정도야 어찌어찌 상대했다 해도 저런 고위 몬스터들은 달랐다.
스펙 자체가 너무 밀린다.
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거기에 총사령관 세드릭이 하늘로 날아가서 그런지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하지가 않았다.
뭔가 아까 전보다 허둥지둥한 느낌이었다.
하나로 단결해서 시간을 끌어도 모자랄 판에 저러면 답이 없다.
‘일단 후퇴다.’
성문이 위태위태했다.
저게 뚫리면 몬스터가 개떼처럼 쏟아질 터.
성벽 위에 있다간 위아래로 쏟아지는 오크 무리에 개죽음 엔딩이 날 게 뻔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무리만 빠질 순 없었다. 고작해야 리치 하나에 데스나이트 하나로 도망가서 뭘 한단 말인가.
거기에 혼자 살자고 튀었다간 성벽 전체가 쏟아지는 오크에 빠르게 점령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야! 한스!”
―예. 지휘관님.
“너 뭐, 수정구 같은 거 없어? 지휘관들한테 소식 전달하는 그런 거!”
―있습니다.
“꺼내, 빨리!”
한스가 꺼낸 수정구를 집어 들었다.
마나를 조금 주입하자 빛나는 수정구.
“16지휘관이다! 전 지휘관들은 일부 스켈레톤만 남기고 성벽에서 후퇴해 내성으로 모여라! 이건 총사령관이 직접 내게 내린 명령이다!”
―……!
한스의 눈이 데룩 굴렀다.
‘분명 세드릭 님은 아무 말 없이 날아갔는데?’
그렇다고 눈치 없게 여기서 초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눈앞의 인간은 임시나마 자신의 직속 상관이 되었을뿐더러, 그가 생각하기에도 후퇴하려면 지금뿐이었다.
수정구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대표로 하나가 말했다.
―……1지휘관이다. 정말인가? 세드릭 님에게 따로 지시받은 사항은 없었는데.
“진짜다. 아까 드래곤 습격에서 날 구해 줬을 때 그분이 따로 언급했었다!”
아, 니들 총사령관이 ‘날 직접’ 구했다고.
진짜 이쪽을 특별하게 생각해서 구해 준 건지, 아니면 드래곤이 성벽에 부딪치면 곤란해서 구해 준 건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럴 땐 상급자와 뭔가 있어 보이는 척을 하는 게 최고였다.
―……15지휘관이다. 드래곤이 날아왔을 때, 세드릭 님이 저자를 보호했었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갑작스레 낙하산으로 온 지휘관.
거기에 세드릭이 직접 보호까지 해 줬다.
총사령관과의 관계가 심상찮아 보인다.
하물며 내렸다는 명령도 합리적이다. 성벽이 뚫리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아니던가.
자신들이 총사령관이었어도 후퇴 명령을 내렸을 터.
―……좋다, 따르겠다.
‘좋았어!’
이러면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특공대를 남긴 채 언데드들이 성벽에서 후퇴를 감행했다.
채 삼 분도 지나지 않아 성문이 우르르 무너졌다.
해일처럼 밀려온 오크 무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딸그락.
딸각.
하찮은 언데드만 가득할 뿐, 내심 원하고 있던 강자들은 코빼기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크아아!
입구를 지키던 스켈레톤들의 머리통이 산산이 조각났다.
크르르.
오크들의 시선이 저 멀리 자그마한 내성을 향했다.
* * *
내성 벽 위에 올라온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리치 열 마리와 데스나이트 아홉.
거기에 중위 언데드 무리 백 정도에 스켈레톤 천 마리까지.
아까 처음 시작했을 때 봤던 숫자보다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더 끔찍한 건 아직 적의 진짜 무리는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거다.
오크 히어로를 위시한 오크 근위대들. 거기에 아직 한참이나 남은 상위 몬스터들까지.
내성의 규모는 외성보다 한참 작다. 성벽의 크기와 문의 단단함 또한 훨씬 약했다.
‘이전처럼 오크들만 달려들면 삼십 분 정도 버티려나…….’
만약 상위 몬스터들까지 움직이면 잘해야 십 분이다.
근데 그렇게 할 것 같았다.
‘이놈들, 우리 측 마나가 다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만약 초장부터 상위 몬스터들을 내보냈다면 희생이 컸을 거다.
수비 측의 마나가 빵빵했을 테니까.
반면 지금은?
외성을 뚫는데 코도나 거인들이 고작해야 스물 정도밖에 안 죽었다. 희생이 없다 봐도 좋았다.
완벽히 포위당한 상황.
그나마 딱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전투 준비! 사전에 말했던 대로 간다!”
세드릭의 위세를 바탕으로 지휘관인 데스나이트들에게 총지휘권을 이양받았다는 것 정도였다.
우우우!
달려드는 코도들.
“그리스! 그리스 써!”
리치와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마나를 모았다.
[리치 ‘에드몬드’가 그리스(D)를 발동시킵니다!] [리치 ‘한스’가 그리스(D)를 발동시킵니다!].
.
지면을 미끈거리게 만드는 기본적인 마법. 코도와 거인 무리에겐 방어 마법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또한 마법 저항력이 높기에 직접적인 공격 마법은 큰 효과가 없다.
하지만 그리스와 같은 마법이라면…….
미끌!
우어어!
코도 한 마리가 시원하게 주저앉았다. 그 뒤를 따르던 코도와 거인들이 연속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넘어지는 몬스터들.
끼에에엑!
“와이번 막아! 무조건 리치만 지켜!”
검을 뽑은 채 하강하는 와이번을 막아섰다.
차앙!
‘큭!’
엄청난 힘에 몸이 밀려나다 못해 아예 날았다.
손목이 비틀린 건지 욱신거린다.
황급히 포션을 꺼내 손에 들이부었다. 사다리가 걸쳐지고 오크들이 몰려왔다.
연이은 난전 속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켈레톤 1이 오크 전사를 사냥합니다! 전투 경험이 크게…….] [스켈레톤 223이 오크 투사를…….]이전엔 추락사만 시켰다면 이번엔 간간이 오크를 잡기도 하는 해골들. 데스 로드의 효과 때문인지 해골들은 경험을 얻으며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전황을 못 뒤집어서 문제지.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렸다.
내성문이 뚫린다.
성벽 위가 오크로 가득해졌다.
데스나이트 하나가 거인의 손아귀에 힘없이 분질러진다.
오크들의 포위망이 서서히 좁혀진다.
절망적인 상황.
그때였다.
하늘에서 드래곤이 추락했다.
거인과 코도 무리가 드래곤에 깔린 채 짓이겨졌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드래곤.
놈의 몸엔 상처가 가득했다.
곧이어 언데드들의 앞으로.
쿵.
본 드래곤이 태산처럼 자리 잡았다.
‘왔구나! 내 사랑!’
세드릭아!
순간 시간이 멈췄다.
[일정 시간 이상 전장에서 버텨 냈습니다!] [탈출의 기본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전장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 탈출하시겠습니까?] [거부할 시 탈출이 다시 비활성화됩니다.]보이는 건 메시지뿐.
첫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았다.
일정 시간 버티면 탈출할 수 있는 구조. 물론 이것만 해도 헬 난이도였긴 했지만, 클리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근데 메시지가 찝찝해.’
이 전장은 세드릭의 후회로 구성된 장소다.
단순히 시간을 버텨서 탈출하는 게, 데스 로드가 말했던 자신의 권능을 얻는 방법일까?
‘그럴 리가.’
후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걸 풀어 주지도 못했는데.
그게 온전한 클리어 조건일 리 없었다.
‘지금 나가면 100점 만점에 한 30점짜리 답안이겠지.’
고작해야 탈출의 기본 조건을 달성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후회한 걸 보면 이 전쟁은 언데드 측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
그 과정 속에서 세드릭의 마음속에 무언가 후회가 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
‘아직 진행 상황상 거기까지 가진 못한 거겠지.’
그가 무엇을 후회하는지는 좀 더 진행해 봐야 알 수 있으리라.
남는 건 분명 위험하다.
그렇기에, 그만큼 보상도 더 크다.
결론.
‘응, 절대 안 나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본다.
아예 죽으라고 정해 둔 무대는 아닐 테니까.
클리어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명확하게.
[탈출을 거부합니다!] [시간이 다시 흘러갑니다!]세드릭이 이쪽을 바라본다.
드래곤과의 전투가 치열했던 것일까.
그의 황금빛 뼈 곳곳이 패 있었다.
―왜 여기에 있지? 분명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직 난 그쪽이 뭘 후회하는지 몰라.”
―……고작 그걸 알려고 목숨을 건다고?
“고작 그게 아니라, 무려 그거지.”
―……로드가 말해 주었을 텐데. 영겁에 갇힌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나도 장난으로 남은 건 아냐.”
다가오는 오크 한 마리의 목을 베었다.
비릿한 녹색의 피를 뒤집어쓴다.
“늘 진지하거든. 공략에는.”
―……그래. 네 선택을 존중하지.
그 말과 함께 세드릭과 본 드래곤이 움직였다.
오크 무리와 상위 몬스터들이 공격 한 번에 가볍게 쓸려 나갔다.
꾸어어!
쿵, 쿵!
가슴을 북처럼 치는 오크 히어로.
세드릭을 바라보는 놈의 눈에 희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크는 대단히 호전적인 종족이다. 특히 강자와 맞붙을 때야말로 가장 강하게 피가 끓어오르는 종족이었다.
녀석이 세드릭을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시바.’
문제는 녀석의 주위에 있던 오크 근위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크어어!
데스나이트 하나에 오크 근위병 둘이 붙었다. 일반 오크들을 무처럼 썰던 데스나이트의 칼날이 순식간에 무뎌졌다.
수세에 몰리는 데스나이트.
문제는…….
‘……나한테도 오네?’
오크 근위병 하나가 콧김을 씩씩댄 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보통 강자한테 달라붙곤 하는데.
아마 하위 오크들을 무처럼 썰던 모습에 감명받은 거겠지.
[오크 근위병이 당신을 ‘사냥감’으로 지정합니다!] [당신을 향한 오크 근위병의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오크 근위병의 함성에 직격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지금 상태론 절대 못 이긴다.
주변의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은 죄다 정신없이 싸우는 상황.
‘그럼 이쪽도 달려야지.’
아껴뒀던 최후의 비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힘 강화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한 시간 동안 힘이 50 상승합니다!] [민첩 강화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한 시간 동안 민첩이 50 상승합니다!] [체력 강화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한 시간 동안 체력이 50 상승합니다!] [마력 강화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한 시간 동안 마력이 50 상승합니다!] [체력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상처가 급속도로 치유됩니다!] [마나 포션(최상급)을 섭취합니다!] [마나가 급속도로 회복됩니다!]하나하나가 수억을 가볍게 호가하는 최상급 포션들을 물처럼 들이켰다.
[경고!] [단기간 너무 많은 포션을 섭취했습니다! 포션에 중독됩니다!] [앞으로 포션의 효과가 크게 낮아집니다!] [타이틀, ‘오늘만 사는 자’를 획득하였습니다!]포션 중독.
육체가 포션의 회복력이나 도핑을 잊지 못한 채 금단 증상을 겪는 현상이었다.
그 금단 증상이란 게 좀 많이 심하다.
‘위험하긴 하지만…….’
지금 안 먹고 뒈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
거기에 이건 진짜 육체도 아니었다. 가상 육체니 돌아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님 말고!”
일단 살아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