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96)
돈지랄 네크로맨서 (96)
일성 길드(1)
김 회장이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일성 길드가 요즘 많은 잡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모기업인 일성이 자신들 대신 다른 길드에 수십 조씩 퍼 주고 있으니, 열을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 길드가 장남의 길드라고는 하나, 그게 일성 길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구조도 아니지 않은가. 막말로 돈지랄 길드가 60조 받는다고 자신들한테 떡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애비가 미안하구나. 그래도 너무 걱정할 거 없다. 투자는 곧 집행될 테니…….”
“아뇨. 투자 빨리해 달라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아직 여유는 있으니까요.”
김민우가 고개를 저은 채 말했다.
“대충 그 사람들 주장은 들었습니다. 그만한 금액을 투자하기엔 저희 길드가 뭐 보여 준 게 없다고.”
“그래. 그렇게 주장하긴 했다.”
아주 냉정하게 말해 보자면.
솔직히 불만 정도는 이해할 수 있긴 했다.
A+ 게이트 클리어.
단둘이서 해냈다.
그것도 레벨 낮은 각성자 하나 끼고서 말이다.
이건 놀라운 업적이 맞다.
근데 이걸로 지분 20%를 60조에 팔아먹을 정도냐 하면.
‘사회 통념상 아니긴 해.’
솔직히 이쪽이 맨날 조 단위 펑펑 쓰고 다니긴 하는데, 그렇다고 조 단위가 애들 장난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건 큰 금액이 맞다.
인터넷 보면 김민우 100조 줘도 못 산다 뭐다 하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건 그냥 국뽕이고.’
현실을 보자면, 자신과 서예림 둘의 몸값을 합쳐 20조 정도라 해도 대부분이 수긍할 것이다.
왜냐?
A+ 게이트 클리어하는 길드가 있다 해도 그 가격이 20조가 되진 않을 테니까.
길드 지분 100% 넘기는 값으로 정말 잘해야 3~4조 정도 받겠지.
아무리 게이트가 중요해졌어도.
또한 게이트로 인해 경제가 발전하며 그 규모가 커졌어도, 보통 그 정도로 값이 뻥튀기되진 않는다.
A+ 게이트 클리어?
그거, 세계로 보면 2.5군 라인에 놓인 길드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보통이라면 몸값이 이 정도로 튈 일 자체가 거의 없다는 거다.
‘진짜 그렇게 가격이 튀는 건, 최상위 각성자 라인부터지.’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말.
이런 말이 적용되는 라인이 있다.
예를 들어 검선 같은 각성자가 그랬다. 단순히 깡통 S급이 아니라 진짜 잘 싸우는 각성자들.
국가에서 보물로 여기고, 행보 하나하나에 안달을 내며, 애지중지하는 진짜들. 그런 진짜들이야말로 몸값이 제대로 뻥튀기된다.
서예림과 자신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 보여 줬는데 어떻게 알아.’
전력을 죄다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전부 공개하면 진짜 수준으로 인정받을 순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건 오히려 손해였다.
‘진짜가 괜히 진짜겠냐고.’
단순한 슈퍼 루키를 넘고.
메가급 루키라는 칭호도 넘어서.
진짜라고 인정받는 극소수의 S급 각성자들.
그들은 기본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게이트를 들락거리며 전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 유명한 이자벨라조차 슈퍼 루키를 넘어 진짜로 인정받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수십 년간 날고 긴 1세대 각성자들 중에서도 제대로 된 각성자들.
그런 각성자들과 비슷하거나, 좀 모자라거나. 아무튼 대충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니까.
근데 각성한 지 고작 석 달 만에 그 정도로 인정받는다?
뭔 후폭풍이 몰아칠지 자신조차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람은 적당히 잘 나가야 해.’
너무 잘 나가면 도리어 피곤해진다. 죄다 까발리지 않는 건 그래서였다.
어찌 됐든.
결국 60조 투자받는 이유는 김 회장에게 진짜 값어치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한국, 아니 세상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그러니 과투자라 비난하는 자들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조용한 걸 보니 아직 회장이 여론을 좀 통제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20% 지분 60조에 샀다고 하면 뒷말이 나오긴 할 거다.
‘증여 꼼수니 뭐니 별말이 다 튀어나올지도?’
물론 게이트 클리어 여파가 남은 만큼, 완전히 비리 수준으로 보진 않겠지만 말이다.
결국 쟁점은 간단했다.
이거, 진짜 그 가격 주고 사는 게 맞아?
에바 아님?
일성 길드가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니라는 거 보여 주면 되겠군.’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아버지. 길드전 한 번 잡죠.”
길드전.
결투와 같이 시스템이 주관하는 대결 중 하나였다. 당연히 결투처럼 규칙도 정할 수 있다.
그 말에 김 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길드전을?”
“예. 두 길드가 한 판 붙는 겁니다. 공개적으로 시원하게. 이러면 뒷말 나올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설마, 1군하고 말이냐?”
“당연히 1군이죠? 고작 2, 3군 잡아서야 계속 뒷말이 나올 겁니다.”
일성 길드는 한국에서 5위권 수준이다. 당연히 길드원들의 수준도 제법 높았다.
1군 총 30인.
이 중에서 S급 각성자는 대략 열 명 정도였다.
A급은 20인이다.
‘이 중에서 그나마 쓸 만한 각성자는…….’
길드장 남철민.
40대의 나이로 S급 궁수 각성자였다.
‘업적 등급은 S.’
20년 전 각성하며 슈퍼 루키로 주목받았던 각성자였다.
지금도 그 실력이 다 죽지 않았다. 40대는 각성자의 나이로 보면 완숙한 전성기에 가까웠으니까.
나머지 S급들 또한 업적 등급이 대부분 A에서 B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길드 수준은 그냥저냥.’
A급 상위 게이트부터 S급 하위 게이트까지는 어찌저찌 클리어할 만한 전력이다. 달리 말하자면 1군을 이긴다는 건.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과 같았다. 당연히 몸값이 폭등할 거다.
60조의 투자금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괜찮겠느냐? 이거, 너희가 지면 판이 죄다 깨질 텐데.”
김 회장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지금 그대로 그냥 이어 가면 뒷말은 나올지언정 어찌 됐든 투자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돈지랄 길드가 패배한다면?
투자는 하되 금액이 팍 줄어들게 될지도 몰랐다.
그때부턴 여론을 신경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게 될 테니.
‘이겨도 문제야.’
1군을 고작 셋이서 이긴다?
그거 이기면, 각성 강대국에서 정말로 투자 의사를 보일지도 몰랐다. A급 게이트와 S급 게이트 공략은 아예 급이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끄응. 그럼 안 되는데…….’
세상은 몰라도 자신은 안다.
EX급과 SSS급이 모인 길드.
일성에선 무조건 발을 걸쳐 놔야 했다. 그것도 지금처럼 폭발적인 할인이 되어 있을 때 말이다.
근데 그때쯤이면.
‘정말 저 녀석이 투자를 받아 주려나?’
김 회장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혹시 값을 올리면 어쩌나.
현금 후달리는데.
난생 처음으로 돈 걱정을 하게 될 지경이었다.
그 모습에 김민우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웃은 채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투자, 무조건 받을 테니까요. 가격도 고정입니다. 60조, 20%.”
“……정말이지?”
“그럼요. 세상 믿을 사람, 가족밖에 더 있습니까?”
일성은 가족 회사다.
가족의 통수를 쳐서야 쓰겠는가.
회사 잘 키워서 여기저기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혹시 너희가 이기더라도…… 일성 길드, 너무 내려치진 말아 줬으면 한다. 그래도 일성 이름 단 길드인데.”
“뭐…… 노력해 보겠습니다.”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암살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말을 해 둔 상태다.
혼자서도 S급 다 때려잡았는데 거기에 서예림과 박시우까지 낀다?
김 회장도 내심 짐작했을 것이다.
돈지랄 길드가 이길 가능성이 높겠다고.
‘떨떠름했던 건 아마 투자 문제 때문이었겠지.’
이기든 지든 문제 터질 테니까.
그래서 확답을 준 것이기도 했다.
‘이걸로 허락은 얻었고.’
사실상 길드 주인과 다름없는 회장에게 길드전 허가를 얻어 냈으니.
이제 붙어 볼 일만 남았다.
솔직히 일성 길드에겐 좀 잔혹한 일이긴 한데.
‘이참에 고인물들한테 현실을 알려 주는 것도 뭐…….’
나쁘진 않을지도?
솔직히 일성 길드가 막 적폐스러운 그런 길드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6단계 무대가 아닌 5단계 무대였다면.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진 않았겠지.’
한국에 S급 게이트는 몇 개 없었으니까. 더 성장하면 좋긴 한데 여기서 안주해도 그게 최악인 수준까진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대가 넓어졌다.’
인류의 잠재력이 늘었다.
게이트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S등급을 넘어서는 게이트가 튀어나와도 그리 놀랍진 않을 것이다.
‘이미 그 위쪽의 세상을 보기도 했고.’
데스 로드가 날뛰었던 무대.
군주들이 죄다 참여한다는 마계의 선발전.
거기에 시험의 장까지.
5단계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무대가 튀어나왔다.
심지어 5단계에서조차.
‘EX급을 봤지.’
용군주.
놈의 용언 한 방에 장비가 고철이 되고 쓰러졌던 기억이 있었다.
S보다 더 아득한 위쪽의 세상이 있다는 걸 안 상황.
달리 말하자면.
‘이젠, S급만으로는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랍스터는 평생 성장을 반복한다고 한다. 탈피를 하면서 덩치가 커지고 껍질이 단단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져서 탈피를 포기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가 죽는 시점이지.’
각성자들도 비슷하다.
일정 구간까진 잘 성장한다.
그러다 턱 막히는 구간이 온다.
탈피를 시도하기엔 위험해 보이는 구간.
보통은 둘 중 하나다.
이 악물고 탈피를 시도하든가, 아니면 거기서 안주한 채 정체되든가. 안타깝게도 일성 길드는 딱 후자의 부류였다.
탈피를 포기한 랍스터들이 모인 길드. 현실에 안주해 적당적당히 게이트 클리어하고, 그걸로 돈 벌고. 그래서 만년 5위인 것이기도 했다.
“길드전은 서로 일정 잡아서 열죠.”
“……길드장에게 말해 두마. 근데 정말 공개로 할 게야?”
“이런 퍼포먼스 정도는 보여 줘야 뒷말도 안 나오죠.”
비공개로 길드전하고 이겼다고 뉴스 나온다?
좀 심심하다.
일반 대중에겐 임팩트랄 게 없었다. 아,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
반면 방송으로 시원하게 싸우는 장면 보여 주고 이긴다?
한국 뒤집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막혔던 투자도 한 방에 쑥 집행될 거다.
혼자 싸운다면 모든 전력을 죄다 드러내야겠지만, 셋이라면 달랐다.
적당히 숨기면서도 일성 길드쯤은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아, 잠깐만. 민우야. 그 말이다, 도림 조 회장이 자꾸 연락이 오는데…….”
“그 양반이요?”
“그래. 널 좀 보고 싶다는구나. 크흠. 이게, 청와대에서도 말이 좀 나오는 모양새라.”
하긴…….
그간 도림 좀 많이 패긴 했다.
국민 비호감 이미지로 등극한 것도 모자라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려는 것 같았다.
‘그러게 버티길 왜 버텨.’
진작에 백기 들고 투항했으면 적어도 출혈은 좀 더 적었을 텐데 말이다.
“하긴. 말 나올 만하겠네요. 그래도 꼴에 재계 2위긴 하니.”
“네가 정 싫다면 무시할 순 있긴 한데, 너무 조이는 것도 좀 그러니 이쯤에서 뭐 하나 받고 놔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밉상이라고 아예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죠. 내일 길드전 끝나고, 한 번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그래.”
서재를 나섰다.
‘그거나 받아야겠군.’
도림 쪽에 눈여겨보던 사업체 하나가 있었다. 지금은 규모도 별로 안 크니 대가로 요구하면 수월하게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닐 테니까.’
그건 내일 받기로 하고.
길드 단톡방을 열었다.
[김민우]―[공지] 저희 길드전 합니다.
[박시우]―?
(물음표 띄운 이모티콘)
[서예림]―?
(토끼가 갸웃하는 이모티콘)
[김민우]―일성 길드 1군이랑 붙기로 했습니다. 다 여러분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데 쓸 돈 구하기 위해서니, 전폭적인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