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1
001화
숲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목.
화르르-.
어둑한 하늘을 밝히며, 숲 너머에 주황빛이 너울거렸다.
“루 솔라 맙소사…. 어쩐지 탄내가 난다 싶더니.”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그 광경을 응시하던 자경단원이 읊조렸다.
여기서 보일 정도라면, 저 너머는 불바다일 것이 틀림없었다.
“칼잡이 혼자라고 하지 않았어, 단장?”
애꾸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나무에 기대선 희끗희끗한 수염의 자경 단장이 미간을 구겼다.
“칼 찬 주문쟁이인 모양이지. 내가 직접 봤는데, 못 믿는 거냐?”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눈빛.
애꾸가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혹시나 해서지. 혹시나.”
그와 달리 단장은 저 먼 제국군 출신이었다. 비록 탈영병이었지만, 칼솜씨만큼은 진짜였다.
“저, 단장. 그런 거면 말야.”
그 옆에서 숲을 살피던 덩치 큰 대머리가 쭈뼛대며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자경 단원이었다.
“계획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마법사는 좀 꺼림칙한데….”
“내 말이 그거야, 단장. 저긴 아무리 봐도 코볼트 산채가 있는 방향 같다구.”
애꾸가 이때다 싶어 거들었다.
“혼자 산채를 다 태워 버릴 정도의 마법사라면 그냥 물러나는 게 좋지 않을까?”
“…….”
단장의 미간이 더 좁아졌다.
그가 욕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기가 났는지, 애꾸가 덧붙였다.
“부업 때문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잖아. 헤헤…. 가진 것도 별로 없어 보였다면서.”
“…후우.”
단장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 한심한 족속들을 데리고 자경단을 결성한 건, 코볼트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위험해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코볼트. 그 작은 마물들은 웬만해선 숲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데다, 한두 마리만 칼로 쑤셔도 도망치기 바쁠 정도로 겁이 많았으니까.
그 대가로 술과 음식이 무한정 공짜였으니 할 만한 장사였다.
게다가 부업도 쏠쏠했다.
종종 떠돌이 용병들이 산채를 없애준답시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코볼트는 보금자리가 위험할 때만큼은 눈이 돌아 버렸으니까.
말 그대로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드는, 진짜 마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만신창이로 도망 나오는 용병들을 털어먹는 걸 부업으로 삼았다.
시체는 숲에 던져 두면 코볼트들이 해체하니 뒤처리도 편했다.
설사 허탕을 치더라도, 낮에 시체를 수색하러 다니면 그만이었다.
코볼트는 고기에만 관심이 있지, 소지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던 셈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럴 계획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저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단장의 한마디에 대머리와 애꾸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졌다.
“저게 정말 코볼트 산채가 타는 거라면 부업이 대수냐? 내일부터 본업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
“……!”
애꾸가 눈을 치켜떴다.
대머리도 마찬가지였다.
혀를 찬 단장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저 주문쟁이의 입을 막아야 하는 거다. 일단은 마을 놈들이 산채가 없어진 걸 몰라야지.”
둘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꿀꺽 삼킨 대머리가 물었다.
“계속 속일 순… 없지 않을까?”
“내일 산채를 소탕하러 출정하면 돼. 그리고 전리품만 챙겨서 돌아온다. 저 주문쟁이 덕분에 수월했다고 하면 누가 알겠어?”
“……!”
“……!”
두 부하의 눈이 다시 커졌다.
단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우린 계속 마을의 자경단으로 활동할 수 있을 거다. 어쩌면 공로를 인정받아 정식으로 임명될지도 모르지.”
“역시 단장….”
애꾸가 감탄한 듯 읊조렸다.
함께 감탄한 것도 잠시.
“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그것도 적색 마법사를….”
대머리가 뒤늦게 또 중얼댔다.
“그러니까 지금인 거다, 이 겁만 많은 대머리야. 마법이 어디 무한정 쓸 수 있는 기적이냐?”
단장이 혀를 차며 말을 잘랐다.
“저 정도 불길이면 산채를 정리하느라 힘을 다 썼을 거다. 마력을 회복하지도 못했을 거고. 지금은 빌어먹을 마력의 황혼기니까. 마력 없는 마법사는 애보다 무력하지.”
그가 엄지로 목을 쓱 그었다.
“칼로 대충 쑤시기만 하면 돼. 전쟁터에서도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 주문쟁이를 여럿 봤다고.”
“만약 마력이 남아 있으면…?”
“적색 마법은 주문을 외우는 데 오래 걸려. 그러니까 눈치가 이상하면 바로 칼부터 던질 거다.”
비로소 대머리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단장.”
마지막 말은 거짓말이었다.
단장은 여차하면 두 부하를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가 마법사에게 칼침을 놓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검술을 더 믿었다.
“걱정 마라.”
속내를 감춘 채, 단장은 대머리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런 변방까지 대단한 마법사가 올 리가 없잖냐. 진짜배기들은 죄다 탑에 틀어박혔다던데. 그러니까 하던 대로만 하면….”
문득, 단장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어둠 속을 노려본 그가 몸을 낮췄다.
“쉿. 온다.”
“……!”
대머리와 애꾸가 화들짝 놀라 길 좌우로 몸을 숙였다.
저벅- 저벅-.
절뚝대는 느린 발소리.
“더럽게 무겁네, 시발….”
구시렁대는 목소리까지 이어졌다.
피 냄새와 탄내, 땀내가 뒤섞인 악취가 코를 파고들었다.
단장이 미간을 찌푸리는 사이, 마법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재와 피로 목욕이라도 한 듯한 몰골이었다.
낮에 입고 있던 후드는 물론, 검 역시 차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한쪽 다리도 절뚝였다.
대신 품에 뭔가를 안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마에 뿔이 돋은 머리통이었다.
단장이 알던 것보다 몇 배는 큰 코볼트의 머리였다.
‘저 주문쟁이 새끼가 정말 코볼트 산채를 작살 냈군. 미친….’
단장은 그것이 코볼트 족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안도했다.
‘역시 지금이 아니면 죽일 수 없는 놈이었어.’
지금은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마법사가 적당히 가까워질 때를 기다린 그가, 수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대머리와 애꾸가 소리 없이 일어섰다.
둘 다 검을 뽑아 든 채였다.
어둠 속에서도 검광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젠 들켜도 상관없었다.
고작해야 여섯 일곱 걸음 거리.
도약 한 번이면 코앞까지 달려들어 칼을 쑤셔 넣을 수 있으리라.
성공을 확신한 단장이 한 박자 늦게 몸을 일으켰다.
“멈추는 게 좋을 거야.”
검 자루를 쥐며 그가 말했다.
마법사가 우두커니 멈춰 섰다.
“어휴….”
그가 한숨을 내쉬는 찰나, 단장이 재빨리 덧붙였다.
“입도 벙긋하지 마. 그리고 그거.”
그가 마법사가 안고 있는 족장의 머리통을 턱짓했다.
“그대로 바닥에 내려놔. 그러면 목숨은 살려 주지.”
“…….”
잠깐의 적막.
이윽고 피식, 코웃음 친 마법사가 내뱉었다.
“원하는 대로.”
그가 머리통을 쥔 손을 놓았다.
족장의 머리가 떨어지면서, 마법사의 손아귀가 드러났다.
새파란 마력이 일렁이는.
“……!”
어느새? 눈을 치켜뜬 단장이 본능적으로 외쳤다.
“쏴!”
쉬쉭!
마법사의 등 뒤에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후방에 매복 중이던 또 다른 부하가 석궁을 쏜 것이다.
쉬학-!
마법사의 등 뒤에서 잿빛 아지랑이가 일렁인 건 거의 동시였다.
“아악!”
대머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법사에게 박혀야 할 볼트가 그의 허벅지에 꽂혀 있었다.
“으, 으아아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다.
애꾸가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바로 그 뒤를 따라 단장도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푸확-!
탄내가 뒤섞인 바람이 그의 몸을 돌연 밀쳐낸 건 그 직후였다.
볼트를 휘게 했던 그 바람 장막.
장막의 효과는 아주 짧았다.
짝!
하지만 마법사가 양손을 맞부딪힐 시간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슈화악-
새파란 냉기가 마법사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터져 나왔다.
파문에 휩쓸린 것들이 삽시에 얼어붙었고.
“……!”
그걸 코앞에서 맞은 애꾸는 그대로 마법사를 지나쳐 고꾸라졌다.
꽈직-
바닥에 쓰러지는 그의 몸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뒤에 있었던 단장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아, 아으….”
전신에 지독한 동상을 입었지만, 살아는 있었으니까.
범위가 넓은 마법은 아니었다.
“…….”
서릿발 사이에 쓰러진 그를 힐끗 내려다본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의 손아귀에는 다시 붉은 마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화륵- 화르륵-.
주먹만 한 작은 불꽃 일곱 개가 그의 주위로 피어올랐다.
마법사는 그중 여섯 개를 차례로 뒤를 향해 발사했다.
펑, 펑, 펑, 펑, 펑, 펑-!
제대로 조준된 것도 아니었지만.
“아아악-!”
마구잡이로 폭발하면서, 매복하던 자경단원까지 휘말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사, 살려-!”
퍼엉! 화르르-!
마지막 불꽃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대머리를 머리부터 불태웠다.
덕분에 주위가 밝아졌다.
단장은 몸을 떨면서도 마법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어, 어떻게.”
그의 입술이 간신히 달싹였다.
“불과 얼음을, 동시에…?”
그가 제국군 출신이었기에 품을 수 있는 의문이었다.
마법사를 흔하게 봤으니까.
그들은 한 가지 속성의 마법만을 전문적으로 익혔다.
지식에 대해 아주 예민했고, 다른 계통의 마법사와는 절대로 주문을 교류하지 않았다.
지식과 주문이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제국에서는 당연한 통념이었다.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바닥에 떨어진 단장의 검을 주워들면서 마법사가 읊조렸다.
“내가 망캐니까 그렇지.”
짜증까지 섞인 어조.
“망캐…?”
단장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
그리고, 그게 그의 유언이었다.
콰직.
마법사가 검으로 그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쳤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새끼들….”
마법사가 다시 한번 한숨 쉬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단장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주 익숙한 손놀림.
곧 그의 손에 작은 주머니 하나가 딸려 올라왔다.
살짝 언 입구를 억지로 연 마법사가 짧게 혀를 찼다.
“검이 쓸만해서 기대했더니.”
고작 동전 몇 개.
대장이 이 정도라면 부하들도 별 볼 일 없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대머리와 애꾸의 주머니까지 꼼꼼히 뒤졌다.
홀쭉한 주머니 몇 개를 더 챙긴 그가 비로소 몸을 돌렸다.
문득, 마법사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이젠 이래도 떨리지도 않네.”
씁쓸하게 읊조린 그가 코볼트 족장의 머리를 다시 주워들었다.
“앗, 차거.”
족장의 머리도 꽁꽁 얼어 있었다.
“가지가지 한다, 진짜….”
마법사는 단장의 것이었던 검을 지팡이 삼아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절뚝거리면서.
시체들은 그 자리에 덩그러니 버려둔 채였다.
***
끼익- 쾅!
주점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웅성대던 주점 내부의 소음이 칼로 자른 듯 끊어졌다.
주정뱅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을 부술 듯 열고 들어온 남자에게로 집중됐다.
하지만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
그저 멍하니 눈을 끔뻑댈 뿐.
남자가 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행색이었을 뿐만 아니라, 품에 끔찍하게 생긴 커다란 머리통까지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물의 얼굴에는 최후의 순간에 느꼈을 고통과 공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저벅저벅.
시선을 무시한 채 장내로 들어선 남자가 카운터로 향했다.
쾅!
그리고는 마물의 머리통을 그 위에 팽개치듯 내려놓았다.
꾸벅꾸벅 졸던 근육질의 주점 주인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이건…? 오. 허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족장의 머리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산채를 없앴군. 기대도 안 했는데. 고맙소.”
그의 인사에도 남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콰직!
카운터 위에 검이 박혔다.
“……?”
미간을 찌푸리던 주인의 시선이, 이윽고 검으로 향했다.
그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자경단을 만났군.”
누구의 검인지를 알아본 것이다.
“그래.”
남자가 비로소 짤막하게 답했다.
주인이 덧붙였다.
“다 죽었소?”
“그래.”
대답한 남자가 주인을 응시했다.
장내의 침묵이 한결 무거워졌다.
자신보다 왜소한 남자의 시선임에도, 주인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할 말은 그게 끝인가?”
남자가 물었다.
주인은 남자의 눈을 마주 보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
그 안에 고인 살의 역시, 차분하지만 진득했다.
“…잘하셨소.”
그 시선을 간신히 받아내며, 주인이 내뱉었다.
“그 개자식들. 하는 것도 없으면서 술과 고기만 축냈지. 안 그래?”
몇몇 술꾼들이 재빨리 화답했다.
“그래! 말이 자경단이지, 도적이나 다름없었지. 잘 죽었다, 건달 새끼들!”
“마을의 근심거리가 두 개나 동시에 없어졌군!”
동시에 간절한 어필이기도 했다.
자신들은 결백하다는.
코볼트 산채를 홀로 몰살시키고 자경단까지 다 죽인 남자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이 중에는 없었다.
“…그렇군.”
이윽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다시 뽑으며 그가 말했다.
“의뢰의 대가는 잊지 않았겠지?”
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대로 우리 주점에서의 숙식은 평생 무료요. 원한다면 사례비도 거둬서 드릴 수도 있고. 살기 팍팍해서 많진 않겠지만.”
“그건 됐어. 편히 자고 싶거든.”
검을 대충 허리춤에 회수한 남자가 덧붙였다.
“뜨거운 목욕물이나 준비해 줘. 지금 바로.”
“알겠소. 얼마나 드릴까?”
주인이 조마조마한 표정의 여급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물었다.
몸을 돌리며 남자가 대꾸했다.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남자가 절뚝대며 계단을 올랐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인이 문득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물은 적이 없는데. 댁은 이름이 뭐요?”
대답은 이번에도 짧았다.
“이안.”
***
“이 모가지는 벽에 걸어 놓자고! 으하하, 더럽게도 못생겼군.”
“네놈이랑 닮았는데? 혹시 네 조상 중에 코볼트가 있는 거 아냐?”
“뭐라고, 이 새끼야?”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소리가 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더럽게 시끄럽네, 진짜.”
욕조에 앉은 이안이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몸 곳곳을 박박 문지르는 중이었다.
벌써 세 번째 목욕물에, 웬만한 오물은 다 닦아냈건만.
찝찝함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하다못해 오이 비누라도 하나 있었으면 소원이 없을 텐데.”
중얼댄 이안이 문득 실소했다.
“소원이 없긴 개뿔, 시발….”
가장 큰 소원은 따로 있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이안은 욕조에 털썩 드러누웠다.
거미줄이 가득한 천장을 응시하며,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애초에, 불법 다운로드 같은 걸 받는 게 아니었어.”
그가 이 위생 관념도 인권도 없는 세계에 떨어진 건, 1년쯤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