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
011화
숲을 벗어난 일행은 관도를 따라 이어진 언덕을 올랐다.
그들이 걸음을 멈춘 건,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였다.
“루 솔라여….”
필립이 탄식했다.
언덕 아래, 잿더미가 된 마을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이렇게 바로 개판이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이안이 다시 말을 몰며 읊조렸다.
그의 시선이 마을을 훑었다.
불타거나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들.
끽해야 백여 명쯤 살았을, 별 볼 일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도적 떼가 습격했던 걸까요. 어쩌면 저희가 마주친 늑대 무리가 범인 일지도요.”
필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안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늑대가 불을 지르지는 않았겠지.”
필립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럼 역시, 도적들의 소행으로 보시는 겁니까?”
“글쎄….”
“만약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안이 뭔가 말하기도 전에 메브가 불쑥 끼어들었다.
“백성들의 터전을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다니.”
분노마저 느껴지는 목소리.
새삼스럽게 열 내고 난리야.
슬쩍 돌아본 이안은, 그녀가 정말 분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그녀는 진심으로 정의와 명예를 추구하는 성기사가 아닌가.
이 암흑시대에서 그건 결국, 온갖 더러운 상황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처럼.
아마 게임에서도 이딴 일들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끝내 흑마법사를 찾지 못했던 거겠지.
그런 속내와는 달리, 이안은 슬쩍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보잔 말씀이시오?”
내심 그도 뭔가 퀘스트가 있지 않을까 싶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먼저 나서는 걸 말릴 이유는 없었다. 시간 낭비를 걱정할 이유는 더더욱.
“할 수 있다면야, 당연히….”
메브가 고개를 끄덕인 찰나였다.
“재고해 주십시오. 나리.”
필립이 다급하게 막아섰다.
메브가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하였느냐, 필립?”
“이 마을에 일어난 비극은 저 역시 몹시 애석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는 왕국의 안위가 걸린 중대한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이안의 눈썹이 절로 내려앉았다.
이 새낀 꼭 잘 나가다가 이딴 식으로 한 번씩 찬물을 끼얹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약 나리께서 왕국에 깃든 어둠을 거둬내지 못하신다면, 다음엔 마을 하나가 아니라 왕국 전체가 잿더미가 될지도 모릅니다.”
필립은 두 사람의 시선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꿋꿋이 할 말을 끝냈다.
“…옳은 말이다, 필립.”
이윽고 메브가 대꾸했다.
이안이 속으로 혀를 차는 사이.
“하나 이런 참상을 지나치는 것은, 왕국의 기사이자 티르 엔의 사도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을로 시선을 돌린 메브의 목소리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이안의 미간이 다시 매끈해졌다.
역시 명예를 아는 기사로군.
반대로 말문이 막힌 필립이, 고개를 숙였다.
“나리의 뜻이 그러시다면…. 다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말아주십시오. 곧 해가 질 겁니다.”
“알았다. 네 충언은 명심하지.”
이안이 끼어든 건 그때였다.
“시간은 걱정하지 마시오.”
“……?”
필립과 메브가 그를 돌아보았다.
이안이 필립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의 서늘한 눈빛에 필립이 움찔할 찰나, 메브가 물었다.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는 건가?”
“특별한 방법이랄 것도 없소.”
이안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대꾸하며 손을 뻗었다.
“직접 들으면 될 것 같으니.”
“직접…?”
메브의 시선이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잿더미 너머.
마을 반대편의 관도 인근이었다.
황량한 땅과 비슷한 색의 칙칙한 형체들이 꾸물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이안의 말대로, 사람이었다.
“저걸 발견하다니.”
메브가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태연하게 형체들을 응시하며, 이안이 말을 이었다.
“무장한 네 놈이오. 셋이 땅을 파고, 한 놈은 길가에 있군. 옆에 뭔가 늘어놨소. 시체 같군.”
충분히 수상한 상황.
메브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신을 묻으려는 거군. 그럼 저놈들이 범인인가?”
“그건 모르겠소만.”
어깨를 으쓱인 이안이 덧붙였다.
“일단 붙잡아서 적당히 주물러 주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낼 수 있을 거요.”
“…알았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메브가 철컥, 안면 가리개를 내렸다.
“심문은 네게 맡기지.”
그녀가 고삐를 후려치며 달려 나갔다.
“뭐, 그러겠소.”
이안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멀어지는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필립의 정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리는 항상 계획이 있으시군요. 제가 또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 덕분에 이 새끼와의 오붓한 시간도 만들어졌군.
이안은 다시 필립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처럼 서늘한 눈빛에 필립의 어깨가 굳어지는 가운데, 이안이 내뱉었다.
“내가 말할 때 자꾸 끼어들다간, 목 위도 짧아지게 될 거야. 필립.”
필립이 입술을 애써 말아 올렸다.
“하하, 또 그런 무서운 농담을….”
“혀부터 짧게 만들어 줄까?”
필립의 입이 단숨에 닫혔다.
이안이 말고삐를 고쳐 쥐었다.
“먼저 간다. 따라와라.”
“…바로 쫓아가시려고요?”
“내가 늦으면, 저것들 전부 리우렐 경에게 죽을 것 같거든.”
암흑시대의 머저리들은 대부분, 명줄을 재촉하는 능력만큼은 기가 막히게 타고났으니까.
“그럼 저도 함께 타고 가는 건-.”
이안은 더 듣지 않고 달려 나갔다.
***
세 남자는 역할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은 낡은 삽으로 땅을 팠고, 다른 한 명은 옆에서 단검으로 보조했다. 마지막 한 명은 옆에 있는 구덩이를 발로 밟아 다듬고 있었다.
역할은 달랐지만, 인상만큼은 하나같이 구긴 채였다.
“제대로 좀 해라, 새끼들아.”
그들의 의욕 없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지막 남자가 결국 내뱉었다.
무리의 대장이기도 한 그의 이름은 미구엘.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르고, 한쪽 얼굴에 곰이 후려친 듯한 흉터가 있는 자였다.
그는 어깨에 걸친 석궁을 까딱대며 구덩이 옆에 늘어놓은 시신을 돌아보았다.
“겨우 무덤 여섯 개 파는데 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빨리 좀 끝내라. 곧 해도 떨어지는데.”
“…….”
남자들의 얼굴이 더욱더 구겨졌지만, 아무도 반박하진 않았다.
구덩이 중 하나는 미구엘이 혼자서 판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빠른 속도로, 완벽하게.
“그렇다고 대충하진 마라. 말했지? 어제 꿈자리가 별로였다고.”
이어진 잔소리에 남자들이 한숨을 내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반 달라진 것 없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미구엘은 혀를 찼다.
부하들이 속으로 그깟 꿈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하고 투덜대는 게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실력도 경험도 없는 애송이들이라는 증거였다.
칼 밥을 오래 먹은 자들은 사소한 미신과 징조를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물론 그가 유독 더 그런 것들을 믿는 편인 건 사실이었지만.
“저런 팔푼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내 팔자도 참 더럽….”
읊조리던 미구엘의 목소리가 순간 잦아들었다.
그의 귀가 뒤이어 쫑긋댔다.
말발굽 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착각이 아니었다.
미구엘은 석궁을 움켜쥐면서, 소리가 들려온 마을 쪽을 돌아보았다.
먼 거리였지만 소리의 정체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
맹렬하게 내달리는 전마. 그 위에 탄 번쩍이는 전신 갑옷. 그리고 푸른 마력이 아른거리는 보검까지.
모든 게 눈에 띄었으니까.
“저런 미친….”
미구엘의 입에서 결국 탄식이 흘렀다.
“왜, 또. 제대로 하고 있잖수.”
“우리한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어…?”
땅을 파던 부하들도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저거, 저거, 설마?”
“기사라고…? 갑자기 왜?”
그들 역시 얼빠진 표정이 됐다.
손에 푸른 빛을 움켜쥔 기사가 노을을 등지고 달려오는 광경은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아무래도 좆된 것 같은데.”
그나마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건 미구엘이었다.
그는 곧바로 석궁을 앞으로 겨누며 소리쳤다.
“다들 활이든 뭐든 들어. 어서!”
“그,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대장? 튀어야지!”
“무슨 수로? 개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새끼들아!”
그제야 부하들도 엉거주춤 각자의 석궁과 활을 들었다.
“말을 겨눠! 그리고 절대 쏘지 마! 내가 쏘라고 하기 전까진 절대로!”
미구엘은 손을 벌벌 떠는 그들에게 윽박질렀다.
그들이 자세를 잡자마자, 기사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어라!”
여자 목소리라는 사실에 놀랄 틈도 없이, 미구엘은 기사 쪽을 돌아보며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이유라도 말씀해 주십쇼! 그러지 않으신다면 저희도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지금 기사의 성별 따위는 조금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칭 기사 나부랭이들이 워낙 많아 그렇지, 제대로 서임을 받은 진짜 기사는 건달이나 용병에겐 천재지변 같은 존재였다.
기사의 자비는 일반 백성들에게나 그나마 유효하지, 그들에겐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리고 미구엘이 봤을 때, 저자는 진짜 기사가 틀림없었다.
싸운다면 반드시 죽게 되리라.
그렇다고 무작정 튈 수도 없었다.
말을 따돌리는 건 둘째 치고, 도망친다면 뒤가 구리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게 잿더미가 된 마을의 시체 더미 옆에서라면 더더욱.
“멈춰 주십시오! 저희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된통 뒤집어쓰고 싶지 않다면, 일단 무조건 당당해 보여야 했다.
여기까진 의도대로 되고 있었지만.
“히, 히익…!”
문제는 다른 쪽에서 일어났다.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리기 시작하자,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부하가 생기고 만 것이다.
피잉-!
익숙한 소리가 이어졌다.
석궁이 발사되는 소리.
“……?!”
이런 미친?
미구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의 시선이 발사된 볼트를 쫓았다. 그 와중에도 어이없을 만큼 정확하게 말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더 어이없게도, 기사는 그 작고 빠른 볼트를 검으로 쳐냈다.
파직-!
그것도 아주 손쉽게.
“뭐, 뭐 저런 괴물이…!”
석궁을 쏜 놈이 경악하고는, 석궁을 내던지며 벌떡 일어섰다.
“난 튀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내달리는 발소리가 뒤를 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미구엘이 고개를 돌렸다.
“당장 멈춰, 이 멍청한 새-!”
그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
번쩍- 푸확-!
뒤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섬광이 도망치는 놈의 등을 휩쓸고 사라졌다.
남은 건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솟구치는 잘린 상체.
털썩.
그리고 그 와중에도 두어 걸음을 더 달리고서야 허물어진 하반신뿐이었다.
남은 두 부하가 하얗게 질린 채 얼어붙는 가운데.
“망했군, 시부럴….”
입을 뻐끔거리던 미구엘이 이윽고 나직이 읊조렸다.
죽은 놈을 애도할 마음 따윈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살려내서 직접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명령을 무시하고 공격한 것도 모자라, 동료를 버리고 튀려고까지 하다니.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어라!”
추상같은 일갈이 귀를 때렸다.
“제기랄.”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항복뿐이었다.
미구엘은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만약 이래도 안 멈춘다면….’
그가 티 나지 않게 발목을 어루만졌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그에게도 살기 위한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기사를 죽일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도망칠 수는 있으리라.
미구엘은 숨죽인 채 말발굽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사의 돌진이 조금씩 느려지더니 미구엘의 앞에서 완전히 멈춰 선 것이다.
한고비는 넘은 셈이건만.
“…….”
그는 여전히 안도의 한숨조차 내쉴 수 없었다.
여전히 기사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으니까.
머리 위에 푸른빛이 아른거렸다.
목을 간질이는 한기.
“추, 충분히 오해하실 만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나리.”
미구엘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희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전부 다 설명해 드릴 수 있습죠.”
“네 발언은 잠시 후에 듣겠다.”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듯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 너희를 심문할 전문가가 도착할 테니.”
미구엘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저, 전문가라고 하셨습니까?!”
새 머리 투구 너머에서 서늘한 살의가 내리꽂혔다.
“질문은 허락하지 않겠다.”
“넵…!”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이며, 미구엘은 질끈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말발굽 소리가 스치자 미구엘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문의 전문가는 고문의 전문가라는 뜻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없던 사실도 있게 만들어 낼 테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남은 평생을 불구로 살게 되리라.
‘확 질러? 지금이라도…?’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미구엘의 뇌리로 어젯밤의 꿈이 스쳤다.
뒤를 쫓아오던 사신. 도망친 끝에 마주한 망자의 강. 그리고 손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 떠 있던 배 한 척.
‘어떻게 해야 탈 수 있지? 질러? 참아? 제기랄, 루 로지스여.’
미구엘이 갈등하는 사이, 말발굽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미구엘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혈통 좋은 전마에 탄 저승사자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검회색 각반과 가죽 갑옷을 지나, 마침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이, 이안…?”
미구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안 호프?! 댁이오?”
“…….”
남자, 이안의 시선이 비로소 미구엘에게로 향했다.
시선을 교환했지만 그뿐. 가볍게 한쪽 눈썹만 씰룩댄 그가, 대답도 없이 메브의 곁에 말을 멈췄다.
“나, 나요! 미구엘! 사냥꾼 미구엘! 용병 말이오!”
미구엘이 허둥지둥 덧붙였다.
“발크시에서 자주 봤었잖소. 특히 주점에서 말이오!”
이쯤 되자 기사, 메브의 시선도 이안 쪽으로 돌아갔다.
“아는 자인가?”
그녀가 물었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얼굴 정도는.”
미적지근한 반응이었지만.
“아, 알아보셨다니 다행이오.”
미구엘은 개의치 않았다.
‘사신이 아니라, 배였구나!’
자신의 생사가 이안의 결정에 달렸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미구엘은 그를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게 시비를 걸거나 등쳐먹으려 잔머리를 굴리던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더더욱.
“기사 나리께서 말씀하신 전문가가 댁이 맞소?”
미구엘은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
이안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마도.”
“차라리 잘되었군.”
고개를 끄덕인 미구엘이 결연한 눈빛으로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무엇이든 묻는 대로 답하겠소. 진위는 댁이 판단해 주시오. 댁은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보잖소.”
“호오…?”
이안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실제로도 그는 감탄하고 있었다.
친한 척하며 비벼대면 손톱부터 하나씩 뽑을 생각이었는데.
알아서 납죽 엎드릴 줄이야.
하긴, 전에도 눈치가 없진 않았지.
입술 끝을 슬쩍 말아 올린 이안이 물었다.
“마을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