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나도 같은 생각이야.’
내심 읊조리며, 이안은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감각이 허물을 벗은 것처럼 예민했다.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졌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한계치가 명확하게 그려졌다.
북부의 수많은 전투. 특히 벨리움 요새에서의 목숨 건 사투 이후로, 이안은 자신의 전투 수행 능력이 한 단계 더 진일보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능력치 자체는 버프를 몇 겹으로 둘렀던 그때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이건 수치상으로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성장이었다.
‘갈수록 몸 쓰는 것만 능숙해지는군.’
쓴웃음을 삼키며, 이안은 안장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충돌한 순간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무모한 움직임.
꽈직-!
하지만 어깨로 강도를 들이받는 이안에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순간 주저하거나 겁을 먹는 게 더 큰 부상으로 돌아오는 법이었다. 게다가 그는 몸에 걸친 방어구들이 충격을 어느 정도 분산시켜 주며, 자신의 몸이 이 정도의 충격에도 버틸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딘가 부러진다면, 그러는 대로 육체의 회복 능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되리라.
물론 그와 부딪힌 상대는 그렇지 못했다.
“커… 헉…!”
바닥에 처박힌 강도가 피를 토했다. 나무 바닥이 부서지면서 몸이 반쯤 박힌 듯한 형태였다. 이안은 놈의 몸을 짓누른 채로 검을 들었다.
푸욱, 검이 놈의 가슴을 두부처럼 가르며 박혔다. 고통에 헐떡이던 도적의 숨이 이내 끊어졌다.
좀 더 고통스럽게 죽였어야 했나.
생각하며 일어선 이안의 눈매가, 이내 슬쩍 가늘어졌다.
언덕 반대편의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약탈당한 짐 마차는 한 대가 아니었다.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 몇 대의 마차. 피를 흘리며 널브러진 시신들과 한쪽 길가에 엎드려 처분만 기다리는 자들.
그리고 동료의 부름에도 미적대던 강도들은, 이안이 등장하자 그제야 고삐를 바짝 당기거나 말에 올라타고 있었다.
“시발…! 저 새끼 뭐야!”
“기사, 기사인가…?”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숨이 끊어진 아이의 시신을 가만히 응시하던 이안의 귓가로, 놈들의 속삭임이 파고들었다.
이안은 비로소 놈들을 돌아보았다.
남은 여덟 놈은 앞선 셋과 달리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짐 마차 위에 피범벅이 된 채 우두커니 선 그를, 긴장과 두려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쑥덕댈 뿐.
그 사이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놈도 하나 있었다.
“어디서 오신 기사님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시나, 놈이 차분한 목소리로 내뱉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믿는 구석이 있는 여유로군….’
이안이 생각하는 사이, 놈이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것들은 징집을 거부한 것으로도 모자라,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던 죄인들입니다. 귀환 명령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저희에게 칼을 들이밀기까지 했죠. 해서, 즉결 처분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 그래. 하지만 너희는 정규군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이안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에 튄 피를 슥 닦았는데, 닦이긴커녕 번져서 오히려 더 섬뜩해졌다.
하지만 대화가 통한다고 여긴 듯, 남자가 미소 지었다.
“저희는 용병입니다. 이 땅의 정당한 주인이신 벨라드 백작께 고용되었고, 지금은 엘린더 경의 지휘를 받고 있습니다.”
“엘린더 경이라….”
이안이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용병들이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남자가 말했다.
“원하신다면 직접 확인하셔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하루 정도면 도착할 거리에 머물고 계시니까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군. 하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말씀하십시오.”
“네가 이놈들의 대장이냐?”
“그렇습니다만.”
“너희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너희가 나와 내 부하를 보자마자 쇠뇌를 쏘고 칼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이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지.”
대장의 미소가 굳어졌다.
칼을 들이민 것들은 죽음으로 책임을 진 게 아니냐는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그건 당연한 결과고,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른 대가는 따로 계산하란 말이었으니까.
전형적인 기사식 논리였다.
‘위로금이라도 내놓으란 거겠지, 하찮고 쓰레기 같은 새끼.’
생각하면서도, 그는 애써 다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죠. 엘린더 경께서 직접 합당한 사과와 위로를 전하실 겁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들의 본거지에 발을 들인 순간, 저 기사 놈은 죽은 목숨이었다. 엘린더 경이 저자를 용서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안의 대답은, 이번에도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그냥 부하 관리를 못한 놈이 책임지길 원할 뿐이다.”
이안이 턱을 까딱였다.
“네 목을 내놔라. 그럼 엘린더 경에게도 오늘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지.”
“…….”
대장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그제야 이 미친 기사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캐내고 싶었을 뿐일지도 몰랐다.
눈빛이 서늘해진 것도 잠시.
그는 부하들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인상을 구겼다.
“뭘 그렇게 봐? 이 병신들아! 듣고도 몰라? 저건 그냥 우리랑 싸우겠다는 거잖아!”
챙, 그가 검을 뽑아 들며 덧붙였다.
“무기 들어!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가도 너흰 다 죽은 목숨-”
퍼억-!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머리가 옆으로 튕겨 나갔다. 광대뼈 아래에 단검이 박힌 놈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움찔댔다.
용병들이 숨을 들이켰다.
“미친… 대장…?!”
“또 나에게 무기를 들이미는군.”
어느새 짐 마차 옆, 강도의 말에 훌쩍 올라탄 이안이 말 머리를 그들 쪽으로 돌리며 내뱉었다.
언덕 꼭대기로 올라오는 마차의 발굽 소리를 들으며, 얼어붙은 용병들을 응시한 것도 잠시.
이안은 예고 없이 고삐를 후려쳐, 그대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이, 이런, 시발-!”
“어차피 하나야! 죽여!”
그제야 용병들이 허둥지둥 쇠뇌를 들었다.
“쏴!”
일제히 발사된 볼트들이 달려오는 이안을 향해 쏟아졌다.
푸확, 돌개바람이 휘몰아친 건 그 직후였다.
“방금 그건 뭔-”
그들의 의문은 끝을 맺지 못했다.
검을 옆으로 내뻗은 미친 기사가, 어느새 그들의 코앞으로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흐, 흩어져! 포위해!”
용병들이 다급하게 고삐를 후려치는 사이, 이안과 가장 가까운 놈이 말 머리를 돌리며 원형 방패를 들었다.
콰앙-!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직 닿을 거리도 아니건만. 이안의 검이 호선을 그린 순간 뻗어 나온 바람이 그대로 방패를 부숴 버린 것이다. 안장 위에서 휘청대는 놈의 머리 옆으로, 기다란 검날이 드리웠다.
콰직-!
놈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이안이 지나가고 나서야 잘린 단면에서 피가 솟구쳤다.
납죽 엎드려 있던 자유민들 사이에 억눌린 비명이 터졌다. 그들이 엉금엉금 소란의 반대편으로 기어가는 사이, 흩어진 용병들이 저마다 무기를 뽑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안은 놈들의 말을 듣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다음 놈을 향해 달려가면서, 고삐를 놔 버린 왼손으로 투척용 단검을 뽑아 들었다.
퍼억! 키히이잉-!
“으억?!”
단검은 사람이 아닌 말에 날아가 박혔다. 깜짝 놀란 말이 몸을 치켜들었다가 나뒹굴고, 타고 있던 놈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그사이 안장 위로 올라선 이안이, 가까워진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우와악?!”
콰직-!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용병이 비명을 지르며 검을 내뻗었다. 몸을 비틀어 어깨로 놈의 검을 그냥 맞아 준 이안이,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용병의 검은 그의 견갑을 부수지 못했다. 오히려 미끄러지던 검날이 부러졌다. 하지만 이안의 검은 용병의 어깻죽지에 깊이 박혔다.
“커… 커헉….”
검을 뽑던 이안은, 용병의 몸을 밀어 버리는 대신 슬쩍 몸을 숙였다.
퍽, 용병의 등에 볼트 한 발이 박혔다. 하여간 의리 넘치는 새끼들.
생각과 동시에 투척용 단검을 뽑아 든 이안이, 축 늘어진 시신을 옆으로 밀어 버리며 내던졌다.
“컥…!”
가슴 한복판에 단검이 박힌 놈이 말에서 떨어졌다. 이안은 피범벅인 안장에 앉아, 곧바로 다음 놈에게로 달려갔다.
“시발…! 뭐 저런…!”
“분명해… 분명히 그자야. 붉은 기사라고…!”
남은 용병들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 찼다. 동료들이 순식간에 죄다 죽어 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피범벅인 저 미친 기사에겐 그들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전신 판금 갑옷을 걸친 것도, 하물며 투구조차 쓰지 않았건만.
콰직-!
그사이 하나가 더 죽었다. 썰려 나간 동료의 몸에서 피가 치솟는 것을 본 두 놈이, 문득 눈을 치켜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남은 건 둘뿐이었다.
다각다각-
이안이 말 머리를 선회하고 있었다. 두 용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삐를 후려쳤다. 일단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
“사, 살았다…!”
이안이 동료 쪽으로 말머리를 트는 것을 확인한 용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느새 무기조차 집어 던진 상태였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서 도망치면, 아무리 괴물 같은 기사라도 따라오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는, 저 미친 기사가 사실은 기사가 아니라는 사실까진 알지 못했다.
콰아아-
뒤에서 빠르게 가까워지는 열기.
“……?!”
고개를 돌린 용병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네다섯 개의 불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퍼버벙-!
그의 주위로 폭발이 이어졌다. 폭발 하나에 휩쓸린 말이 그대로 균형을 잃고 고꾸라졌다. 그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안장에서 튕겨 나갔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 너머, 검 끝을 자신 쪽으로 내민 기사의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검신을 타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법…?’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거꾸로 땅에 처박힌 그의 목이 부러졌다.
콰직!
도망치던 마지막 용병의 머리가 쩍 갈라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놈이 탄 말이 멈추지 않고 달렸지만, 이안은 신경 쓰지 않고 고삐를 당겼다. 시체를 태운 말이 멀어지는 가운데, 말 머리를 돌린 그가 약탈당하던 한복판으로 다가갔다.
“…….”
“사, 살려… 살려 주….”
낙마하면서 다리가 부러진 듯 바닥을 기어가던 용병이, 발소리를 듣고 웅얼댔다. 이안은 대답도 하지 않고 다가가, 놈의 등판에 검을 내리찍었다.
“후….”
그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들었다.
검을 회수하지는 않은 채였다.
싸움이 끝난 건 아니었으니까. 가장 강한 한 놈이 남아 있었다.
“이안! 뒤!”
저 멀리서 샬롯의 외침이 울려 퍼진 건 그 직후였다. 이안은 태연하게 몸을 돌리며, 손을 펼쳐 거기 멈춰 있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꾸물대며 일어서는 덩어리가 보였다. 변이 중인 용병 대장이었다.
이안이 짧게 혀를 찼다.
‘아직도 변이가 다 안 끝나다니… 허접한 놈이군.’
이안은 용병들을 처리하는 동안 이미, 놈에게서 번지는 오염된 마력을 느꼈다. 일단 놔둔 건, 느껴지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였다.
놀랍지도 않은 일이었다. 저놈은 타락자의 제대로 된 하수인이 아니라, 그 하수인의 끄나풀 정도에 불과한 놈이니까.
거기다 전투에 접어든 이안의 시간은, 실제보다 더 길고 세밀하게 흘렀다.
‘여유로운 태도 하며, 엘린더라는 이름이 나올 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어쨌든 역시는 역시군….’
생각하며, 그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용병 대장이 비칠대며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단검이 박힌 그대로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 갑옷은 부풀어 오르는 근육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고, 대신 보랏빛 핏줄이 울룩불룩 돋아난 비대칭의 근육이 훤히 드러났다.
게임 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놈들이었다.
보스는 물론 네임드도 아니, 그저 정예 마물 정도로 분류되는 놈들.
심지어 변이되는 속도도 느려서, 그때도 변이 중에 두들겨 패서 피를 다 빼놓곤 했었다.
‘지금은 그냥 죽일거지만.’
이미 완성된 춤추는 불꽃이 그의 주위로 이글거렸다. 한 줌의 혼돈력까지 더했으니, 저 되다만 타락자에게는 더 치명적일 터였다.
콰과과광-
연달아 뿜어져 나간 불꽃이, 거의 변이를 끝내가던 용병 대장에게 부딪혀 폭발했다. 피부 표면이 터져 나가면서 선홍색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에엑-!”
놈이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불꽃의 뒤를 따라 내달린 이안이 솟구쳤다.
콰드드득-
그가 내리친 검이 뒤틀린 머리를 반으로 가르고 목 아래에서 멈췄다. 상관없었다. 처음부터 이놈을 양단할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붉은 마력이 일렁이는 눈으로, 이안이 읊조렸다.
“확실히, 더 빨라지긴 했네.”
콰아아-!
치솟아 오른 불길이, 그대로 용병 대장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일점 폭발. 불길 사이로 발을 밀어 넣어 놈을 박찬 이안이 멀찌감치 착지했다.
“기-아아아악-”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 용병 대장이 타들어 갔다.
이안은 놈이 더는 꿈틀대지 않고, 경험치가 개미 눈물만큼 오르는 것까지 확인하고서야 걸음을 옮겼다.
그는 품에서 천을 꺼내 검날에 눌어붙은 피와 기름을 닦았다.
그런 그를 마부석에 앉아 지켜보던 샬롯이, 이윽고 내뱉었다.
“방금 그건, 흑마법의 산물 같던데….”
고작 강도 중에 그런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한 말투.
순간 의아해한 이안은, 그녀가 타락자나 변이된 것들을 접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떠올렸다.
아마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랬으리라. 그처럼 찾아다니는 게 아닌 이상, 타락자들의 본모습을 볼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별 것 아닌 놈이었다. 진짜 타락자나 놈들의 하수인은, 이것보다 훨씬 강하지.”
덤덤하게 대꾸한 이안이 검을 회수했다. 저만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생존자들의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그와 눈이 마주친 자들이 움찔대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나리….”
그 사이의 노인 하나가 내뱉었다.
그뿐이었다. 다들 감사보다 두려움이 더 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허탕인가…?’
게임에선 이런 상황에 퀘스트를 줬었는데.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딱히 실망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변방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을 일들이었다. 또 기회가 있으리라.
“잠시… 잠시만요…! 나리! 나리…!”
“……?”
마차에 타려던 이안이 멈칫했다.
언덕길을 구르듯 달려 내려오는 여자가 보였다. 처음 나타난 짐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있던 그녀였다.
기절했다 정신을 차린 모양.
“감사… 감사드립니다, 나리…!”
헐떡대며 주저앉은 그녀가 말했다. 얻어 맞아 엉망이 된 얼굴을 내려다보며, 이안이 툭 내뱉었다.
“감사 인사는 됐소.”
“나리가 바로… 소문의 그분이시죠?”
여자가 덧붙였다. 이안이 대답 없이 바라보자, 그녀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역시…! 뵌 순간 알았습니다…! 나리께서 바로 그 붉은 기사… 복수의 대행자 이시라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