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뭔가 나오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머진 제게 맡기시고, 두 분은 쉬십시오.”
내뱉은 필립이 매의 눈으로 집 안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돈은 최소한만 챙기거라, 필립. 나머지는 백성들에게 나눠 주도록 해.”
한쪽의 테이블에 앉으며, 메브가 씁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필립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염려 마십시오, 하고 대충 대답했다. 입가에 도적 같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였다.
‘천직을 찾았군.’
고개를 저으며, 이안은 옆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포도주였다. 주석 잔 두 개를 테이블에 놓은 그가 술을 따랐다.
“목이 말랐는데. 고맙구나.”
안면 가리개를 올린 메브가 잔을 들었다. 긴장이 탁 풀린 듯, 눈빛과 손짓에 피로가 묻어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육중한 전신 판금 갑옷을 걸치고 신성력까지 휘둘러대는 인간 전차라도, 이만한 산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사실 그녀에게도 무모한 선택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강행한 건, 타락자를 상대로 몰래 숨어들거나 뒤를 노리는 식의 전략을 택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터였다.
‘아무리 복수의 사도라도… 적당히란 게 없으시군.’
하긴. 적당히는 그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건너편에 앉아 포도주를 한 모금 들이킨 이안이,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보고할 게 남아 있었군.”
“보고…?”
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다 마신 메브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안은 그녀의 잔을 다시 채워 주면서 미소 지었다.
“이미 아시겠지만, 의뢰는 완수되었소. 루시는 무사히 화로의 사원에 들어갔소. 환대를 받으면서.”
메브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잔에 찰랑대는 술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확신했지. 너희들의 뒤를 따라간 추적자들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여러모로 난처하셨겠소.”
“그렇지는 않았다. 네 덕분에 나는 피해자가 되었으니까. 오히려 폐하께선 나를 끝까지 곁에 두려 하셨지.”
“들은 바로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왕국을 떠나신 것 같던데.”
메브는 부정하지 않았다. 가라앉은 눈으로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켠 그녀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총사령관의 자리 같은 건 더더욱. 대신 다른 의문에 몰두하고 있었지.”
“다른 의문?”
“그래. 버논이 레지스에 의해 타락했듯, 레지스를 어둠에 물들인 배후가 있지 않을까 하는.”
할 법한 생각이군. 속으로 중얼대며, 이안은 술을 입에 가져갔다.
타락자의 손에 거의 모든 가족을 잃은 그녀였다. 또 다른 원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리라.
“그래서, 조사를 해 보셨소?”
“그래. 그리고 아주 작은 단서를 찾았었지. 하지만 그걸 조사하려면 메네르로 떠나야 했다. 해서 한동안 망설였어.”
메브의 시선이, 수색에 열중하고 있는 필립 쪽으로 향했다.
“내 등을 떠밀어 준 건 필립이었다. 내가 한 건 그저, 못 이긴 척 따라나선 것뿐이야.”
“흐음….”
저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필립을 바라보았다. 그는 벌써 돈주머니를 두 개나 찾아 침상 위에 던져 놓고, 서랍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고 있었다. 둘의 시선을 느낀 듯, 그가 입을 열었다.
“폐하는 갈수록 이성을 잃고 계셨습니다.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셨죠. 전 나리가 왕국을 떠나면, 폐하께서도 전쟁을 포기하시리라 여겼습니다. 병사들을 이끌 구심점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단검을 침상 위에 던진 그가 짧게 한숨 쉬었다.
“하지만 폐하는 끝내 전쟁을 일으키시더군요. 그것도 직접 전군을 지휘하시면서. 그야말로 정신 나간 짓거…. 아닙니다. 제가 말이 심했군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그가, 다시 방의 반대편 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메브가 씁쓸한 얼굴로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하긴, 그녀가 지금 아겔 란의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일부라도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괜히 물어봤네. 분위기 잡치게.
짧게 입맛을 다신 이안이 술잔을 들었다.
“그럼 루시의 근황은 전혀 모르시겠군.”
“……!”
메브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왔다. 이안이 어깨를 까딱였다.
“이것도 좀 된 소식이긴 하오만. 루시가 서신을 보냈었소. 내게 남긴 건 아니고, 누군가를 통해서 전달받았지.”
이안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루시가 끝내 자신의 재능을 개화했음을. 이름도 바꿨고, 대사제의 후계자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
물론 미구엘의 소식도 짧게 덧붙였다.
“사제라고 하셨습니까…? 그 미구엘이, 사제요?”
침상 아래에 숨겨져 있던 궤짝을 찾아낸 필립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이안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
“사실이다. 자격도 충분하지. 그놈은 실제로 자신을 희생해서 루시를 지키려고 했었으니까.”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야겠구나. 은혜도 갚고. 미구엘 사제님이 계속 곁을 지켜 주신다니… 안심이 되는군.”
“사제님이라니….”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같은 생각을 한 듯, 이안과 필립이 거의 동시에 헛웃음을 흘렸다.
메브의 미소에 다시 온기가 서렸다. 가슴에 맺혀 있던 걱정 하나가 말끔히 씻겨 내려간 얼굴이었다.
이안이 턱을 까딱였다.
“이대로 북부로 올라가셔도 되겠소.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니까.”
“…나중에. 루시는 늘 그곳에 있을 테니.”
대답한 메브가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벌써 두 잔이 말끔하게 비워졌다.
못 본 사이 술고래가 다 되셨군.
이안이 세 번째 잔을 따라 주는 사이, 필립의 탄성이 이어졌다.
“이것 좀 보십시오, 나리.”
이안과 메브의 고개가 돌아갔다. 궤짝에서 꺼낸 장검을 든 필립이, 날을 검집에서 반쯤 뽑으며 미소 지었다.
“쓸만해 보이는 검입니다. 한 번 쥐어 보시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메브가 고개를 저었다.
“되었다. 네가 쓰거라, 필립.”
“그러시다면….”
사양하지 않고 챙기려던 필립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이안이 손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립과 눈이 마주친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가져와 봐.”
“…예.”
검날을 힘없이 밀어 넣으며, 필립이 다가왔다. 자루를 쥔 이안의 눈매가 슬며시 가늘어졌다.
정보 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적의 장검. 고급 등급이었다. 일반 장검보다야 쓸 만했지만, 그가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너 해라. 나한테도 전리품의 배분권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예, 염려 마십시오. 제가 설마 나리를 속이겠습니까.”
필립이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미소 지으며 몸을 돌렸다.
조만간 눈탱이도 치려 들겠는데.
코웃음 치는 이안을, 메브가 다시 마주 보았다.
“지금은 의뢰의 보수를 지불하는 게 순서 같구나, 이안. 언제 받아 갈 생각이냐?”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아직도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건 아니겠지. 생각하며 술을 한 모금 마신 이안이, 이윽고 내뱉었다.
“아직은 아니오. 때가 되면 받겠소.”
“그때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 아니겠느냐?”
“걱정 마시오. 내가 어떻게든 경을 찾아낼 거니까.”
“흐음… 그래, 너라면 뭔가 방법이….”
그때,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
모두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밖은 거의 정리가 끝났다.”
내뱉으며 들어온 건 샬롯이었다. 그녀를 눈에 담은 이안의 한쪽 입꼬리가 설핏 말려 올라갔다.
“왜 이렇게 늦나 했더니.”
그녀의 한 손에는 여러 냄비가 담긴 쟁반이,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술병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 발로 능숙하게 문을 닫은 샬롯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종자가 음식을 가져다 달라 했다더군. 무슨 술이 좋겠냐 묻기에, 직접 창고로 가서 들고 왔다. 온갖 술이 다 있더군. 그중에서 냄새가 가장 괜찮은 술이야.”
술병을 옆에 내려놓은 샬롯이, 냄비를 테이블 위에 깔았다. 온갖 것들을 넣고 끓인 스튜와 딱딱한 빵. 놀랍게도 구운 고기도 있었다.
“훌륭한 종자를 두셨군요, 나리.”
필립의 말에 샬롯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분을 삭이듯 낮게 가르릉댄 그녀가, 의자를 가지러 휙 몸을 돌렸다.
…이것들 조만간 한 판 붙겠는데.
이안의 시선을 받은 필립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얼굴로 덧붙였다.
“전 마저 끝내고 먹겠습니다. 먼저들 드십시오.”
이안이 어깨를 으쓱이며 샬롯의 주석 잔을 챙기는 가운데, 메브가 비로소 투구를 벗었다.
붉은 머리칼이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이안이, 앞에 놓인 음식을 턱짓했다.
“우선, 먹읍시다.”
샬롯이 사이에 앉고, 이안이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식사가 이어졌다. 서로 초면인 이들이 섞여 있었지만, 거리낌 없이 음식이 줄어들었다.
다들 몹시 굶주려 있었다. 이안만 해도 반나절만의 식사였다.
“왜 자꾸 그렇게 보지?”
어느 정도 배가 찬 듯, 비로소 메브가 입을 열었다. 샬롯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포도주로 입을 헹구면서, 샬롯이 턱짓했다.
“그 갑옷, 천칭 상단의 물건이군.”
“…어떻게 알았지?”
“내가 거기서 일했었으니까. 고급품에는 구석에 상단의 인장이 찍혀 있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통 비싼 물건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 가문의 땅과 교환했다.”
“그 저택을 파셨소?”
이안이 되물었다. 메브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고 있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었겠느냐. 네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산을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한동안 레지스의 저택에 머물렀었지.”
겸사겸사 조사도 하면서 말이지. 이안이 생각하는 사이, 마침내 필립이 테이블 옆으로 다가왔다.
“찾은 물건은 전부 침상 위에 뒀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시다면 알아서들 챙겨 가십시오. 저처럼.”
녀석이 허리춤의 새 검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잔에 술을 가득 채운 샬롯이 벌떡 일어섰다. 잠시 필립을 가만히 내려다본 그녀가 몸을 돌려 창가로 향했다.
왜 노려보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 필립이 그 자리에 앉았다.
빵을 집으면서, 녀석이 말했다.
“아쉽게도 불온한 물건이나 기록물 같은 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별로 아는 게 없는 놈이었던 것 같군요. 더 찾아본들, 뭔가 새로운 단서가 있을 것 같진 않아요.”
“단서?”
이안이 의자 뒤에 기대앉으며 물었다.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눈빛을 마주 본 이안의 입가에, 이윽고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냥 타락자의 주머니나 털려고 여길 뒤지던 게 아니었군.”
“당연하죠. 설마 제가 돈에 눈이 멀어 이랬겠습니까?”
뻔뻔하게 말하며, 필립이 빵을 입에 가져갔다. 대신 내뱉은 건 메브였다.
“네게 배웠다더구나, 이안. 타락자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체를 은연중에라도 드러내고 싶어 해서, 어떤 식으로든 단서를 남긴다고 말이야.”
필립이 어깨를 까딱였다.
새끼, 배운 건 정말 잘 써먹네.
피식댄 이안이 물었다.
“그럼, 여기서 단서가 끊긴 거냐?”
“그건 아닙니다. 여긴 일종의… 예상치 못한 경로였거든요. 타락자의 하수인이 뭔가 대단한 정보를 쥐고 있으리란 기대는, 처음부터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단 건가. 어쨌든, 뭔가 더 있긴 한 모양이었다. 필립이 말을 이었다.
“메네르의 타락자를 처단하고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제국의 누군가를 만나고 난 후로 어둠에 발을 들이게 되었더군요. 하지만 그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이름은 물론이고 호칭조차 모호하게 기록해 뒀더군요.”
“대신 다른 타락자의 존재를 알게 됐지.”
메브가 말을 받았다. 그렇게 둘의 목소리가 번갈아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시작됐지만, 그들은 계속 여정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메브가 유명세를 떨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타락자가 존재하는 지역에는 필연적으로 끔찍한 실험과 음모, 폭정과 약탈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진짜 타락자라 할 만한 자들은 저마다 연락을 주고받는 제국인이 하나씩은 있더군요. 놀랍게도 다 다른 자들 같았죠. 물론….”
“정체를 밝혀낼 수는 없었겠고.”
이안이 놀랍지도 않다는 듯 말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인 필립이 덧붙였다.
“그랬습니다. 얼마 전까지는요.”
메브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플린트 자작은 과거, 제국에서 잠시 머물렀더군. 제국의 서부인 테센에서. 그곳의 한 사제와 각별한 친분이 있어 보였다. 지금까지 서신을 주고받을 정도로.”
“그자가 연락책이군.”
“그래. 겉보기엔 찬란한 여신을 섬기라는 내용 같지만, 앞선 타락자들의 서신과 비슷한 문구가 섞여 있었지. 빛을 위한 어둠이라든가, 새로운 질서 같은.”
이안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그건 아주 잠깐이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 필립이 덧붙였다.
“주르도 사제라는 자였습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누군가의 배후를 정확하게 특정해 낸 거죠.”
“자작은 제국에 유학하던 시절, 그자가 써 준 기도문을 일기장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알 수 없었겠지.”
“필체가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둘을 번갈아 바라본 이안의 입가에, 비로소 옅은 미소가 스쳤다.
거의 탐정이 다 되셨군.
필립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직 전체적인 그림조차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만, 나리. 뭔가 거대한 음모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전쟁조차 누군가의 의도대로 일어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
이안의 시선에, 그가 머쓱하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 억측일 뿐입니다. 확신할 만큼 많은 타락자를 처단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암약 중인 자들이 훨씬 많겠죠. 저도 제가 망상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만…. 잠시 말이 옆길로 샜군요.”
낮게 헛기침한 필립이 이안을 돌아보았다. 메브가 미간을 좁혔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다만. 그러지 말거라, 필립.”
“하지만 나리… 나리께서도 이번 만남이 여신의 안배라고 느끼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
메브가 짧은 침음을 흘렸다. 다시 이안을 돌아본 필립이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벨 론데를 거쳐 제국령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나리. 국경 지역의 경계가 삼엄하다 하나, 빈틈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안이 술잔을 들며 되물었다.
필립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테센으로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물론… 부탁이 아니라 의뢰입니다.”
“……!”
창가에서 심드렁하게 술을 홀짝이던 샬롯이, 인상을 찌푸리며 홱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시던 술을 마저 마신 이안이 입을 열었다.
“영양가 있는 얘기였다. 제안도 매력적이고.”
그는 미안한 표정의 메브와 긴장한 눈빛의 필립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덧붙였다.
“하지만 당장 제국으로 갈 순 없을 것 같군.”
“……!”
“먼저 끝내야 할 일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