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네…?”
메브가 홱 고개를 돌리는 가운데, 눈을 치켜떴던 필립이 덧붙였다.
“여기서 갑자기 그 이름이 왜 나온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아침이거든. 내가 시간을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해도….”
여전히 하늘을 응시하며 내뱉은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적어도 이것보단 밝아야 하고.”
“해가 뜨지 않는… 거라고요…?”
“그보단, 해를 가린 쪽에 가까워 보이지만.”
멍하니 입을 벌린 필립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듣고 있던 메브가 입을 열었다.
“백작이 벌이기엔, 규모가 너무 큰 일이라는 거구나.”
“그렇소.”
“그 뱀파이어의 죽음으로 알게 된 것인가….”
“글쎄. 여제도 일족을 속속들이 감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소만.”
이안이 짧게 입맛을 다시고는 덧붙였다.
“영지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 곧바로 보고하라는 명령 정도는, 내려놨어도 이상하지 않잖소. 그럼. 백작이 따라오지 않는 이유도 대충 설명이 되고.”
백작은 당연히 아들의 복수를 원할 터였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습격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여제의 입김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자살 행위라 여기고 불허한 것이리라.
비슷한 생각인 듯, 메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빠진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던 필립이 덧붙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인 거지요?”
“그래.”
“그럼 그저 오늘이 유독 더 날이 흐린 거고, 백작도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느라 늦는 것일 뿐일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요?”
행복 회로가 상당히 구체적이네.
코로 웃은 이안이 대답했다.
“그래.”
그의 대답이 필립에게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한 건 분명했다.
필립 역시, 자신의 말이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 루 솔라시여….”
마부석으로 기어나온 필립이 탄식하듯 중얼댔다.
그에게 고삐를 건네면서,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지켜보면 확실해지겠지. 희망을 버리지 마라.”
***
물론, 몇 시간이 더 지나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날은 여전히 침침했다. 주위는 여전히 침침했다. 밤과 아침 사이의 그 어디쯤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필립이 날씨만큼이나 어두운 얼굴로 읊조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 인근에만 일어난 변화가 아닙니다. 아마 루 사드 전역이 이 지경이 된 거겠죠. 이렇게까지 거대한 마경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마차 지붕 위에 누워있던 샬롯이 낮게 웃음 지었다.
“왜 안 되지? 검은 벽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아.”
필립이 허를 찔린 얼굴로 굳어졌다.
“정말 마경이 열린 건지, 확인해 보면 되잖아.”
의자 걸터앉아 손가락 사이에 끼운 빈 술병을 의미 없이 빙빙 돌리고 있던 이안이 내뱉었다.
필립이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이안이 턱을 까딱였다.
“너한텐 성물이 있고 경에게는 성흔이 있으니까.”
“아하…!”
“나는 이제 그 부분에선 쓸모가 없다. 내 성흔은, 오직 복수의 맹세에만 공명해.”
메브가 말했다. 그녀를 홱 돌아본 필립이 양손을 모아 쥐며 내뱉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곧 고개를 숙인 필립이 기도문을 읊었다. 어둠을 밝히며 세상 만물을 찬란하게 비추는 어쩌고 하는, 가장 흔한 기도문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필립의 손아귀에서 흐릿한 빛이 번졌다.
…저러다 정말 성기사라도 되는 거 아닌가.
이안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느껴집니다…!”
기도를 끝낸 필립이, 방금까지의 경건한 모습이 거짓말처럼 눈을 치켜떴다.
“평소보다 훨씬 더 희미하긴 합니다만, 여신의 손길이 닿고 있어요. 성물에도 신성이 고이고 있고요.”
“그럼 마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이게 일종의 결계일지도 모른다는 거군.”
타후므리트가 몰고 다니던 어둠을 떠올리며, 이안이 읊조렸다.
필립이 눈을 깜빡였다.
“결계는 마법 아닙니까? 그걸 이렇게 넓은 지역에 펼치는 게 가능할까요?”
“모르지. 하지만 상대는 마족이야. 여긴 놈들의 영역이고. 이 안에서 무슨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는, 아마 여제 본인만 확실히 알고 있을 거다.”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메브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 해도 놀랍구나. 이런 일을 벌이면 교단의 귀에 들어가게 될 텐데. …하긴. 용살자를 맞이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겠지.”
그놈의 용살자는.
혀를 찬 이안이 덧붙였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일을 벌인 걸지도 모르지.”
“믿는 구석…?”
“놈들의 뒤를 봐주는 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었잖소.”
메브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게 교단을 막아줄… 그래, 교단 내부에 조력자가 있으리란 얘기로구나.”
“사제인 척하는 타락자가 한둘이 아니잖소.”
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메브는 물론 필립도 부정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들이 타락자의 배후로 상정하고 추적 중인 인물도 사제였다.
이윽고 메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뱀파이어의 배후가 누구인지 추측은 하고 있다 했었지. 이제는, 알려주지 않겠느냐?”
“굳이 지금 말이오?”
메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도 불안을 잊으려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샬롯의 가르릉 대는 숨소리도 뒤를 이었다.
하긴, 이 부분에 대해선 샬롯에게도 자세히 알려준 적이 없었다.
입맛을 다신 이안이 말했다.
“배후의 존재는 여제가 직접 암시했었소. 물론 내가 미끼를 던지긴 했소만, 어쨌든. 그리고 그 배후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을 내게 알려준 건, 백금룡이오.”
“루 솔라 맙소사….”
탄식한 필립이,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여기서 갑자기 그분이 언급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해서요. 다물고 있겠습니다. 계속해 주십시오.”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아예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는 게 순리라 여기는 자들이 있다더군.”
메브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다만. 혹시, 그들이 그걸 새로운 질서라고 부른다고 하지는 않으셨느냐?”
“그런 얘기까진 듣지 못했소만. 뭐, 비슷한 구석이 있는 건 사실이오.”
메브와 필립이 시선을 교환했다.
둘 다 무의식적인 행동 같아 보였다. 이내 다시 이안을 돌아본 메브가, 갈증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원탁 의회라 부른다고 했소. 결코 외부에 정체를 드러내는 법이 없으나, 그들의 손길이 세상 곳곳에 닿아 있다더군.”
사실은 내가 먼저 언급했지만.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맺었다.
그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보다, 그냥 아르케아스에게 덮어씌우는 게 훨씬 더 손쉬웠다.
“원탁 의회라….”
곱씹듯 중얼거린 메브가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럼 네가 대행 중이라는 사명도, 그들과 관계가 있겠구나.”
“그렇소.”
어깨를 으쓱인 이안이 덧붙였다.
“말했듯, 흡혈 일족의 뒤를 봐주는 것도 그들의 일원이나 끄나풀이리라 추측하고 있소. 물론 증거는 없소만. 여제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찾아볼 수는 있겠지.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얼마 전에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죠. 의회의 하수인이 이곳에 있으리라 보시는 겁니까?”
필립이 더듬더듬 물었다. 이안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모르지. 여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만약 정말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직접 놈들에 대해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보통 위험한 인물이 아니겠지만요.”
“당연한 소릴.”
“…….”
필립이 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메브가 덧붙였다.
“그들의 규모나 구성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느냐?”
“없소. 전혀.”
“그런가…. 그래… 어쩌면, 우리가 같은 것을 쫓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나와 필립이 거슬러 올라가는 연결 고리의 끝에, 그들이나 그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누군가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나도 비슷한 생각이오.”
이안의 덤덤한 대답에, 메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구나. 어쩌면 타락자들의 배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다시 말하지만, 추측일 뿐이오. 사실 전혀 다른 별개의 세력인 걸 수도 있소.”
“그렇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내 근원적인 복수와는 관련이 없을지라도, 성기사로서 외면할 수는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시다면야.”
적어도 동기 부여는 확실히 됐군.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이, 이윽고 필립도 묘한 웃음을 흘렸다.
“감히 저 같은 게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넋이나 빼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그가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겠습니다. 글루미르까지 가는 경로부터 재점검해야겠군요.”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알고?”
“그 뱀파이어가 달리홀이라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단서는 충분합니다. 글루미르까지 무사히 도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필립이 지도를 펼치며 시선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잠시 응시하던 이안이, 이윽고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서 마석등을 꺼냈다.
마석등에서 번진 흐릿한 빛이, 필립의 지도를 비췄다.
***
일행의 이동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시간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말이 지쳐서 쉬는 시간까지를 대충 하루로 치기로 했다.
그렇게 이틀이 거의 다 지나갔다.
“오늘도 이대로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군요.”
필립이 마차에서 분리한 말을 나무에 묶으며 말했다. 냇가가 멀지 않은 숲 가장자리가, 오늘 일행의 야영지였다.
이안은 대답 대신 장작더미에 작은 불꽃을 던졌다.
빛과 함께 은은한 온기가 번졌다.
일행은 다시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흡혈 여제가 그들의 침입을 눈치챘을 확률이 높은 이상, 굳이 모닥불을 피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을 찾아내려 마음먹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너무 아무 일도 없으니, 오히려 더 불안하기도 하지만요.”
필립이 모닥불 옆에 앉으며 덧붙였다. 날을 다시 벼린 검에 기름을 먹이던 메브가 고개를 까딱였다.
“닥치지 않은 일에 심력 쏟지 말거라. 지금은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는 것에 집중하도록 해.”
“예. 아, 오늘도 두 분이 먼저 주무시려고요?”
“그러는 편이….”
대답하던 메브가 입을 다물었다. 샬롯이 불현듯 자신의 입 앞에 검지를 가져다 댔기 때문이었다. 개울 하류 쪽을 빤히 응시하던 그녀가, 이내 읊조렸다.
“오늘은 밤손님이 있군.”
육포를 씹던 필립이 그대로 굳어졌다. 마차 내부를 정리하던 이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놈들이냐?”
먹구름에 섞인 오염된 마력은 이안의 육감을 교란하고 있었다.
지금은 샬롯의 감지 능력이 일행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숨소리로 봐선 짐승 같은데. 많지 않다.”
“굶주린 들짐승들인가….”
메브가 읊조렸다. 머지않아 이안의 귀에도 희미한 발소리와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그의 고개가 슬쩍 기울어졌다.
아무리 굶주렸다 해도, 모닥불까지 피운 야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은, 냇가의 풀숲 너머로 세 쌍의 붉은 안광이 드러난 순간 해소되었다.
“그냥 들짐승이 아니군.”
이안이 내뱉었다. 풀숲을 헤치고 달려오는 세 마리의 늑대를 눈에 담은 필립이, 재빨리 방패를 팔에 끼웠다.
검을 뽑아 든 샬롯이 튕겨 오르듯 일어선 건 그때였다.
“쉬고들 있어라. 내가 처리하지.”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날렸다. 달려오던 늑대들은, 야영지에 도달하기 전에 샬롯의 검에 썰려 고꾸라졌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검에 묻은 피를 털며 돌아온 샬롯이 읊조렸다.
“날 거들떠보지도 않더군.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어.”
필립이 육포를 씹으며 대꾸했다.
“우리 위치를 파악하려고 보낸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보단 애초에 우리 손에 죽으라고 보낸 놈들 같은데.”
대답한 건, 마차 옆에 걸터앉아 있던 이안이었다.
일어선 그가 모닥불을 지나치며 덧붙였다.
“나한테 할 말이 있나 보군.”
“그게 무슨….”
고개를 갸웃하던 필립의 시선이, 이안이 향하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불빛이 간신히 닿는 어둠의 경계선. 끈적한 소리를 흘리며 꿈틀대는 것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미간을 찌푸린 것도 잠시.
“……!?”
그것들의 정체를 깨달은 필립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샬롯이 죽인 늑대들의 내장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모여들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한데 뭉치기 시작한 내장을 바라보던 메브가 미간을 좁힌 채 읊조렸다. 이안이 그 앞으로 다가가고 있으니 지켜볼 뿐. 그렇지 않았다면 곧바로 달려가 짓밟아 버렸을 터였다.
“여제다.”
대답한 건 샬롯이었다. 메브가 돌아보는 가운데, 멍하니 굳어져 있던 필립이 비로소 탄식했다.
“여제… 라고요…?”
“예전에도 저런 식으로 이안과 대화를 나눴었지. 보아하니 지금도, 뭔가 할 말이 있나 보군.”
“할 말이라니….”
중얼댄 메브가, 질척대는 소리가 번지는 어둠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내장들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주 끔찍하게 빚어낸 얼굴 같은 형태였다.
얼굴 전체가 계속해서 꿈틀댔고, 그럴 때마다 표면의 끈적한 광택이 반짝였다.
창자로 만들어진 입술이 달싹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기어코 여기까지 오셨군요, 이안.”
“루 솔라여….”
고막을 긁는 듯한 목소리에, 필립이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반면 이어진 이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했다.
“어차피 며칠 뒤면 얼굴을 마주 보게 될 텐데. 굳이 또 귀찮은 짓을 하는군.”
“그래서예요. 며칠 뒤면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잠시 말을 멈춘 머리가 미소 지었다.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저 역겹기만 했다.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군요, 이안. 처음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내 시선을 피해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시다니. 게다가 내 위치는,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가요?”
“몰랐어. 심증만 있었지. 보아하니 정답이었나 보군.”
“확신 없이 움직인 거라고요…?”
머리에서 기포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번졌다. 메브는 그게 웃음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찾아낼 때까지 돌아다닐 생각이셨던 거군요. 여전히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하긴, 그러니 고작 넷이서 이곳에 발을 들인 거겠죠. 내가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으리란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네 목소리가 얼마나 역겨운지 전혀 모르나 보군. 본론이나 말해. 이대로 또 대가리가 터지고 싶지 않으면.”
“…그러진 말아 줬으면 좋겠군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 주문은 준비 과정이 꽤 길거든요. 어쨌든, 좋아요.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또 한 번 징그러운 미소를 지은 머리가, 이윽고 덧붙였다.
“우리 이쯤에서 휴전하지 않을래요, 이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