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거의 뭐, 인간 코카트리스잖아.”
내뱉음과 동시에, 이안이 힘껏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왼손을 따라 뻗어 나간 샛노란 궤적이, 뒤늦게 검을 뽑아들던 기사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콰직-!
얇은 방패 날이 늑대 머리를 닮은 안면 가리개의 사이로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뭔가 으깨지는 느낌이 손등을 타고 번졌지만, 이안은 검집을 쥔 왼손 손아귀에 더 힘을 주며 끝까지 팔을 내뻗었다.
우지직- 콰장창-!
계단 옆 목조 난간을 부수며 날아간 기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쓰러진 필립의 바로 발아래였다. 얕게 경련하던 팔다리가 이내 축 늘어졌다.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눈을 치켜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던 펠릭스가, 뒤늦게 멍하니 읊조렸다. 다리를 구부린 이안이 그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잘.”
동시에 그가 계단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옷만 걸치고 있어서인지 몸이 아주 가벼웠다. 펠릭스의 경악한 얼굴이 삽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집중력이 발휘된 덕분에, 이안은 이 와중에도 엄청난 속도로 번쩍이는 펠릭스의 눈동자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눈깔로 파장을 뿌리는 건가…?’
이안은 펠릭스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었다.
곧바로 대응하지 않은 건, 그에게는 그다지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 못해서였다. 한순간 몸의 감각이 조금 둔해졌고, 그마저도 곧 완전히 멀쩡해졌다.
놈이 뿌리는 파장은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대부분 고스란히 튕겨 나갔다.
이안에게 제대로 된 상태 이상을 유발하려면, 이제 적어도 공허의 마수 정도는 되어야 할 터였다.
그리고 그 뒤론 그저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승리를 확신한 펠릭스가 뭔가 쓸만한 정보를 토해낼지도 몰랐으니까.
‘뭐, 별로 대단한 건 없었지만.’
어쨌건, 말로만 듣던 황족의 능력 중 하나를 처음으로 직접 경험한 셈이었다.
펠릭스가 만들어낸 파장은 주문보다는 정신파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정신파라니. 그 이외의 활용법이 더 있을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초능력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마법과 초능력을 굳이 구분 짓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이안의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간 건 그때였다.
중년 시종이 펠릭스의 어깨를 옆으로 밀치며 앞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하- 피하십-”
늘어진 테이프처럼 소리치는 그의 모습을, 이안은 단숨에 눈에 담았다.
손아귀 한복판, 아스메의 그것과는 또 다르게 생긴 각진 보옥.
목덜미와 옷깃 사이로는, 피부에 감춰져 있던 주문 회로가 마력을 머금으며 드러나고 있었다.
‘이건 아스메랑 똑같네.’
생각과 동시에 이안이 몸을 비틀었다. 펠릭스에게로 쇄도하던 그의 궤적이 탄력적으로 꺾였다.
회전력을 고스란히 실은 채 뻗어 나간 오른손 손바닥이, 그대로 시종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콰지직-!
안면을 움켜쥔 순간, 이안은 그대로 놈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자세를 낮췄다. 마룻바닥을 부수며 박힌 시종의 뒤통수가, 그의 손아귀 아래 갈리듯 끌려왔다.
쿠드드드득-
네발짐승처럼 착지한 이안이 완전히 멈췄다. 그의 오른손 앞으로는 부서진 바닥과 붉은 선이 흥건하게 이어졌다.
안면을 움켜쥔 손등에 힘줄이 돋아난 건 거의 동시였다. 으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바들대던 시종의 몸이 축 늘어졌다. 피부 위로 일렁이던 주문 회로가 삽시에 빛을 잃었다.
이안이 비로소 손을 놓을 찰나.
“……!”
일어서려던 그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렬한 파장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일순간 몸이 살짝 밀려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정신파.
“당장…! 당장 거기 멈춰라…!”
펠릭스가 쥐어짜듯 일갈한 건 거의 동시였다. 치켜뜬 놈의 눈동자에는 핏발이 가득 돋고,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읏…?”
인상을 찌푸린 세라스가 머리를 움켜쥔 채 비틀대는 가운데, 미간을 살짝 좁힌 채 펠릭스를 바라보던 이안이 마저 몸을 일으켰다.
장내에 어지럽게 반사되며 밀려드는 파장의 폭풍은, 그저 그의 움직임을 조금 둔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안이 다시 걸음을 내딛자, 펠릭스가 조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읊조렸다.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거지? 대체 어떻…. …설마!”
그가 일순간 숨을 멈췄다. 툭툭, 눈의 실핏줄이 터져 나가면서 본래도 붉던 눈이 더 붉게 물들고 있었다.
“설마, 네놈, 황실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이냐? 네가 이룩했다던 그 모든 위업들이, 타고난 혈통 덕분-”
“그런 개소리나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황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덤덤하게 내뱉은 이안이 백금 방벽을 거둬들였다.
“……!”
그제야 펠릭스의 새빨간 눈동자에 놀람 대신 공포가 밀려들었다. 이안과의 거리가 손만 닿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 졌다는 걸 뒤늦게 자각한 것이리라.
그런데도 주춤대며 물러날 뿐인 그를 잠시 바라본 이안이, 슬며시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걱정 마라. 죽이진 않을 테니까. 그건 너무 자비롭잖아.”
“자, 잠깐-”
손을 뻗으려던 펠릭스의 안면으로, 이안의 주먹이 그대로 틀어박혔다.
꽈직-!
그다지 힘을 주지도 않았건만. 펠릭스의 고개가 뒤로 홱 튕겨 나갔다. 감각이 조금 둔해져서,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펠릭스가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갈 찰나.
터억-
뻗었던 손을 그대로 내린 이안이 놈의 멱살을 쥐어 끌어당겼다.
혹여라도 바닥이나 벽면에 뒤통수를 찧어 죽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 호상이었다.
펠릭스가 덜렁대며 힘없이 끌려 올 찰나, 장내를 채우던 정신파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와르르르-
거의 동시에, 선 채로 굳어 있던 모든 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숨조차 쉬지 못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기도 했지만, 그보단 막판에 밀려든 파장의 폭풍이 의식을 날려버린 것이리라.
이안은 자신의 손아귀 아래,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진 펠릭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후두두둑….
놈의 벌어진 입에서는 부러진 이와 피가 주르륵 쏟아지고, 눈꺼풀 사이와 코에서도 핏물이 줄줄 흘렀다.
…재수 없으면 질식하거나 과다 출혈로 먼저 골로 가겠는데.
심드렁하게 생각하며, 이안은 놈의 몸을 앞뒤로 탈탈 흔들었다.
이놈의 뇌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진작 사라졌다.
연다고 능력을 얻어낼 방법도 없겠지만, 약점이 너무 명확해 보였기 때문이다.
몸에 직접적인 무리가 가는 능력이라는 건 둘째치고, 사용하는 동안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는 것 같았으니까.
“아스메…! 경…!”
세라스의 헐떡대는 숨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안은 비로소 위를 바라보았다. 주저 앉았던 세라스가, 어느새 허둥지둥 아스메와 페이든을 살피고 있었다.
이안이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죽었소?”
“아, 아니에요…! 살아 있습니다. 숨은 쉬어요. 정신만. 정신만 잃은 것 같아요. 다행히도….”
횡설수설 대답한 세라스가, 비로소 다시 바닥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만 가득 담긴 안도의 한숨이었다.
“저도… 무사합니다….”
절그럭대는 소리와 더듬대는 목소리가 이어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리….”
어눌한 발음으로 내뱉으며, 필립이 간신히 일어서고 있었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듯 만취한 사람처럼 휘청댄 그가, 뒤쪽의 벽면에 간신히 등을 기댔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딱 봐도 멀쩡해 보이네.”
“숨도 안 쉬어지고… 막판엔 눈앞이 다 아찔해… 졌었지만요….”
필립이 다소 해탈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피식한 이안이 피를 거의 다 토한 펠릭스를 툭 놔버렸다. 그는 허물어진 놈의 몸을 발로 툭툭 차서 돌아 눕히며 덧붙였다.
“엘리는?”
“무사합니다…. 식당에 있습니다. 그대로요.”
벽에 기댄 필립이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이어져 있거든요…. 정신은 멀쩡해서, 대충 상황을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상황만?”
이안의 물음에, 필립이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절대 나오지 말라고 계속 강조도 했고… 그, 사실…. 혹시 몰라서 유언도 남기긴 했습니다.”
그냥 징징거린 줄만 알았더니.
짧게 웃음 지은 이안이 말을 이었다.
“어딘가에 시종들이 갇혀 있을 거다. 데리고 나오라고 해. 줄이나 끈으로 쓸 만한 것들도 전부 가져오고.”
그의 시선이 장내에 널브러진 병사들을 훑었다.
“일단, 이것들 전부 묶어야 할 것 같으니까.”
***
양팔이 결박된 채 벽면을 따라 널브러져 있던 병사들은, 삼십 분쯤 지나자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우리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빌어먹을….”
“전하, 살려… 살려만 주십시오…! 기회를 주신다면… 충성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그들은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어진 채로 읍소했다. 그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몇몇은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으니까.
“저희도… 배신당했습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다들 입 닥치거라.”
계단을 내려오며 내뱉은 건 페이든이었다. 실핏줄이 터져 충혈된 눈으로 병사들을 돌아본 그가, 서늘하게 씹어 뱉었다.
“네놈들의 처분은 전하께서 결정하실 것이니, 조용히 기다리고 겸허히 받아들여라. 이 순간부터 헛소리를 내뱉는 놈이 있다면, 그놈의 목부터 날릴 것이다. 내가 직접.”
“…….”
“…….”
…이제야 좀 조용하네.
식당에서 고기를 우물대던 이안이 비로소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펠릭스와 사병들을 결박하느라, 좀 전부터 겨우 식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대각선 옆, 맥주를 홀짝이는 엘리야를 돌아본 그가 그녀의 앞에 놓인 그릇들을 턱짓했다.
“안 먹냐? 많이 남았는데.”
“입맛이 뚝 떨어져서요.”
술잔을 내려놓은 엘리야가 짧은 팔로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바깥세상은 너무 위험해요.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어요.”
내 주위가 유독 그런 거긴 한데.
속으로만 읊조리며,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엘리아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아마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죠. 침식이 시작될 테니까요. 검은 벽이 존재하는 한, 안전한 곳이란 존재할 수 없을 거예요.”
다시 손을 뻗어 술잔을 집어든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이안을 돌아보았다.
“설사 제도라고 할지라도요.”
입을 우물대면서, 이안은 엘리야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색의 눈동자에 사명감이 또렷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본래도 없진 않았겠지만. 이안과 함께하며 더 커진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평화로운 여정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엘리야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녀는 평생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백금룡의 둥지에서 보내지 않았던가.
난쟁이의 강인한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안이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던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해. 제도에서.”
이안이 다시 돼지고기를 썰기 시작하며 덧붙인 말에, 엘리야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진 건 그때였다. 뒤이어 필립과 세라스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필립은 그대로였지만, 세라스는 아까보다 훨씬 더 단정해진 상태였다. 옷도 고급스러운 원단의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얼굴에 옅게 분칠까지 했다.
“어디 가시오?”
이안이 고기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필립이 엘리야와 마주 보고 앉는 가운데, 식탁 앞에 멈춰 선 세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와 긴밀한 관계인 도시 귀족이 있어서요. 지금 바로 찾아가, 오라버니께 서신을 보낼 겁니다. 펠릭스를 어디에 가둬 줄지 결정해야 하거든요. 나머지들의 처우도.”
“그놈은 잘 격리해 두셨고?”
“물론이죠. 그냥 둬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할 것 같지만. 확실히 한번 더 결박해서 가둬 뒀습니다. 2층 제일 끝방에 넣어 뒀으니, 알아 두세요.”
대답한 세라스가, 뒤이어 정중하게 무릎을 굽혔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경.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 주셨어요. 또다시.”
고기를 씹으며, 이안은 덤덤한 눈으로 세라스를 바라보았다.
세라스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이었다.
“황자를 양도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물론, 감사 인사 역시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거고요.”
정적의 수족 하나를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아주 살뜰하게 써먹을 터였다. 그녀의 성격상, 펠릭스가 어떤 몰골이 되더라도 눈도 깜빡하지 않으리라.
다시 일어선 세라스가 미소 지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국-”
“금화는 됐소.”
이안이 말을 잘랐다. 그는 맥주를 홀짝대는 엘리야와 맨 빵을 씹고 있는 필립을 번갈아 일별하고는 말을 이었다.
“대신 이 둘의 뒤를 잘 봐주시오. 적어도 이들이 제도에 머무는 동안에는. 확실한 조력자이자 뒷배가 되어 주시란 말이오.”
“……!”
엘리야와 필립이 조금 놀란듯 바라보는 가운데, 세라스가 묘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그런 거라면, 몇 년이라도 하겠습니다. 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챙길게요. 그런데….”
세라스가 문득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 어떻게 하신 거예요? 혹시, 아까 황자가 말했듯이, 황실의 혈통이 섞여 있으신 겁니까? 숨겨진 사생아시라거나….”
“사생아는 무슨….”
헛웃음을 흘린 이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괴물들과 싸우다 보면, 육체도 정신도 남들보다 강해질 수밖에 없소. 그뿐이오. 불필요한 오해는 사양하겠소.”
“…정말, 그저 초인이실 뿐이시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세라스는, 오히려 그게 더 대단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빵을 우물대던 필립이 그녀를 돌아본 건 그때였다.
“병사들은 어쩌실 겁니까? 페이든 경은 단호하시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서요.”
“고민 중입니다. 배신당한 건 사실이지만, 또 완전히 믿고 휘두를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오라버니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실지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군요….”
필립이 씁쓸하게 읊조리는 가운데, 세라스가 다시 이안을 돌아보았다.
“내일, 출발 일정에는 지정이 없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만약 뒷처리가 조금 늦어진다면, 몇 시간 정도 출발이 지연될지도 몰라요. 그것만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아서 하시오. 내가 귀찮아질 일만 없으면, 뭐.”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세 분은 아무런 염려도 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남은 뒷정리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호언장담한 세라스가 곧이어 눈을 깜빡였다.
“아, 그리고 이안 경께서 처단한 기사와 시종의 물건은, 전부 분리해서 방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경의 전리품이니까요. 혹 돈으로 처분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한번 보고, 내일 말씀드리겠소.”
이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에 집중했다. 그 무덤덤한 모습을 바라보던 세라스가, 새삼스럽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경.”
“……?”
“경께선 정말, 일 황자가 암살자들의 배후라고 보시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