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이안이 간신히 백금 방벽을 치켜든 건 거의 동시였다.
카가가각- 쩌엉!
마력의 궤적이 훑고 지나간 방패 표면에, 해골의 전신이 그대로 틀어박혔다.
“……!”
뒤로 밀려난 이안의 몸이 붕 떠올랐다. 둔중한 충격이 방패를 넘어 전신으로 번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안은 방패 너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머리와 어깨로 방벽을 들이받은 해골의 전신은, 생명체라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물론 방패 표면에 달라붙은 해골의 두개골에선 여전히 혼돈력 섞인 청록색 마력이 스멀스멀 번졌다.
튕겨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어졌던 이안의 오른팔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놓치지 않고 움켜쥔 검의 자루 끝. 뾰족한 무게추가, 다시 튕겨 나가려는 두개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빠각-!
거미줄 같은 균열과 함께 두개골이 박살 났다. 그 사이로 청록색 섬광이 번쩍이고, 뼛조각들이 힘을 잃고 비산했다.
그리고 이안은 이미 이를 악물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의 집중력을 일순간 최대치로 끌어올린 섬뜩한 불길함은, 해골이 아니라 등 뒤에서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드드득-
몸을 아래로 돌린 이안이 백금 방벽의 방패 날을 땅에 박아넣듯 내리쳤다. 밭을 가는 듯한 흔적과 함께, 튕겨 나가던 이안의 속도가 삽시에 느려졌다.
그는 방패 날을 땅에 박은 채 납작 엎드리듯 자세를 낮췄다.
고- 오오오-
어느새 땅은 비탈길처럼 뒤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방패로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더 아래까지 굴러떨어졌을 터였다. 마력과 혼돈력이 뒤섞인 안개 역시, 더 거칠게 휘몰아치며 넘실대고 있었다.
덜걱 덜걱-
수많은 뼛조각이 그를 지나쳐 흩날리듯 날아갔다. 이안의 시선이 절로 뒤편으로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빨려들어 가는 거였군.
공간이 일그러지며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운 비탈. 휘몰아치는 잿빛 안개가 어둠을 머금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깊이 굴러갔다면….’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흑검을 아공간에 던져 넣으며 다시 비탈길 위를 올려본 이안이, 오른손을 뻗어 땅을 움켜쥐었다.
그는 포복하듯 팔을 당겨 앞으로 나아가고는 다시 한번 왼팔을 땅에 내리찍었다. 그리고, 반복.
기어가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이게 가장 안전했다. 일어서면 그대로 균형을 잃을 것 같지 않은가.
‘별 짓을 다… 시발.’
다행히 경사는 빠르게 완만해졌다.
이 와중에도 이안의 머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멋대로 떠올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공간과 그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 그리고 감각의 왜곡이 더해져 만들어진, 일종의 착시 현상.
다시 평지로 느껴지고서도 조금 더 기어간 이안이, 비로소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섰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친구.
요그가 재미있다는 듯 속삭였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여전히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큰일은 이미 진작부터 났어.”
사방에 자욱하게 넘실대는 잿빛 안개 어디에서도, 디아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녀의 행적을 놓친 건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하나뿐이었다. 이제부턴 혼자만의 힘으로 이 균열의 가장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렇게 바로 실전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백금 방벽을 거둬들인 이안이 그대로 눈을 감았다.
왜 디아나가 멈춰 서지 말라고 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심각한 표정이 되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방향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서 있는데도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은 시계 방향으로, 그리고 나는 그 반대로 도는 듯한. 만취했을 때와 비슷한 불쾌감.
마력 역시 뚜렷한 흐름 대신, 어지럽게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안은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그 모든 감각들을 관조했다.
높은 정신력과 지능. 그리고 극도로 예민하게 돋아난 육감과 집중력이, 반죽처럼 뒤엉킨 감각들을 한 올 한 올 빠르게 분류했다.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할 감각과 집중해야 할 감각들이 어느 정도 구별될 찰나.
저벅….
이안은 눈도 뜨지 않은 채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걸음을 옮겨야 비로소 모든 게 명확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어지럽게 몰아치던 마력의 결이 다시금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심부로 다시 가고 있었네.’
이안은 천천히 방향을 틀며 나아갔다. 마력의 흐름에만 온 정신을 집중한 채였다. 땅이 울렁이는 듯한 감각과 몸과 정신이 어긋나는 듯한 괴리감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그래… 감을 잡았구만.
이안이 다시 눈을 뜬 건 요그가 속삭인 직후였다.
시야에는 여전히 잿빛 안개만이 자욱하게 넘실대고 있었지만, 그의 걸음에는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심지어 요그의 거슬리는 속삭임 역시, 일단 죽을 위기는 넘겼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요정의 뒤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건진 알 수 없잖아? 루시아와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친구.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안도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디아나 역시, 가장자리를 걷다 보면 때때로 엉뚱한 곳으로 나가게 될 때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분명, 바깥으로 인도하는 마력의 흐름이 여러 가닥인 것이리라.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뭐, 어쨌건 요정을 따라 거점으로 가지 않겠어? 우리는 거기로 갈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요그가 조력자다운 발언을 덧붙였다.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는 듯한 말투이기도 했다.
루시아와 떨어지게 된다면 더 재미있겠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물론, 디아나가 루시아를 버리고 가거나 반대로 루시아가 그를 찾기 위해 디아나와 작별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전자라면 귀쟁이에게 응당한 대가를. 후자라면 루시아가 균열에 말려들기 전에 찾아내야 하리라.
‘…사실, 그냥 같은 곳으로 나가기만 하면 필요 없는 고민이지만.’
이렇게 나아가는 와중에도, 디아나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루시아의 존재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의 단말도 이 안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이안은 이 상황 역시 현실이 되면서 달라진 부분 중 하나이리라 내심 확신했다.
게임에서는 이보다 훨씬 단순하고 간결했으리라. 어쩌면 도착지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지 몰랐다.
방금 같은 습격이나 엉뚱한 곳에 도착하는 건, 낮은 확률로 발동되는 특수 이벤트 정도였을 터였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역시 개같은 건 어쩔 수…. ……?’
이안의 눈매가 순간 가늘어진 건 그때였다. 저 앞, 땅에 떨어진 무언가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에 묵직한 추가 달린 철퇴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이안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번진 건 거의 동시였다.
당연했다. 저건 루시아의 철퇴였으니까.
-일부러 떨어뜨린 것 같은데.
요그가 속삭였다. 이안은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철퇴 쪽으로 다가갔다. 루시아가 이정표로 남겨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한 것이리라.
‘내가 못 찾으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철퇴를 집어 들며 걸음을 옮겼다. 이걸 여기 떨어뜨린 이유는, 이미 다가오는 동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고… 오오오….
맞바람처럼 밀려들던 마력의 압력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동시에 흐릿한 또 다른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그 흐름에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옳은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스무 걸음쯤 더 나아갔을 때였다.
또 다른 무언가가 땅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손목까지 덮는 강철 장갑이었다. 허둥지둥 벗은 듯 손목의 이음매 연결 고리가 툭 삐져나와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이냐고….”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이안은 장갑을 주워들었다. 다가가는 동안 점점 더 선명해진 마력의 흐름이, 이제는 명확하게 그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재미없게 됐군.
김이 팍 샌 듯한 요그의 속삭임에, 이안의 입꼬리가 조금 더 말려 올라갔다. 그의 걸음에도 점점 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디아나는 어깨에 들쳐 멘 루시아를 내려놓고도 몇 걸음을 더 나아간 뒤에야 바닥에 주저앉았다.
간신히 균열의 권역을 빠져나온 것이다.
전신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지독한 현기증과 무력감이 뒤를 이었다.
‘그건 도대체…?’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잠시 미뤄 뒀던 온갖 의문과 충격이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웩… 콜록 콜록….”
루시아의 기침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디아나는 고개만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땅에 엎드린 루시아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서 거뭇한 연기가 스멀스멀 번졌다.
불순물을 토해낸다더니. 지금이 그런 모양이었다.
“……?”
그보다 디아나의 시선을 잡아끈 건, 땅을 디딘 루시아의 양팔이었다. 팔목 보호대나 장갑 따위가 전부 사라지고, 사슬을 덧댄 누비옷 소매를 훤히 드러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계속 버둥대던 게… 저걸 벗으려고?’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을 때는 아니었다. 디아나는 다시 안개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직 청록색 빛이 일렁이고 있진 않았지만, 언제 다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움직여야 돼. 루시페르.”
이윽고 루시아의 뒤편으로 기어간 디아나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루시아는 기침을 토해내는 와중에도 팔을 휘저어 그녀의 손아귀를 밀어냈다.
“아직… 아직 아니에요….”
숨을 헐떡이며 덧붙인 녀석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 얼굴로 디아나를 돌아보았다.
“아직 이안 님이… 나오지 않으셨잖아요.”
“이안 호프는 아마….”
디아나는 나오지 못하리란 뒷말을 삼켰다. 루시아를 설득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 안은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흐르지. 설사 빠져나온다 해도, 저 안을 꽤 오래 헤맨 후가 될 거야. 여기로 나오리란 보장도, 전혀 없고.”
디아나는 대신, 다른 합리적인 이유들을 대기 시작했다.
“아까 그 망자들은 사령술사 카르미엘이 이끄는, 유랑단이라 불리는 놈들이다. 놈들이 대체 어떻게 저 안에서 기다린 건진 모르겠지만, 본대가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적어도 당장은 자리를 떠나야 돼.”
“…그럼, 디아나라도 가세요.”
루시아가 팔로 입가를 닦으며 내뱉었다. 멈칫한 디아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절대 이안 님만 남겨두고 떠나지 않을 거예요. 혼자서라도 기다릴게요. 정 늦으시면, 외곽을 돌며 찾으러 다닐 거예요. 분명, 다른 곳으로 나오신 걸 테니까.”
“대체….”
디아나의 미간이 절로 좁아졌다.
물론 이안 호프가 여러모로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진 인간인 건 사실이지만. 너무 확률이 희박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루시아의 눈에는 그가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신앙심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루시아가 핏자국이 남은 입술을 달싹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디아나. 이안 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그래. 정 네 뜻이 그렇다면.”
이윽고 낮게 읊조린 디아나가 비틀대며 일어섰다. 제대로 된 무장이나 엄폐물도 없는 상태에서 유랑단을 마주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게다가 어쨌든 이안 호프의 부탁도 완수한 셈이 아니던가.
“균열의 권역으로 들어서지 않게 조심해라.”
덧붙인 디아나가 몸을 돌렸다. 하지만 성큼성큼 이어진 그녀의 발걸음은, 이내 다시 느려졌다.
결국 채 스무 걸음도 지나지 않아 멈춰선 디아나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하아….”
이안 호프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칼과 가면에 대한 미련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특히 가면은, 그녀가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아니던가.
루시아의 확신에 찬 눈빛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이안 호프가 멀쩡히 걸어 나온다면….
“…제기랄.”
이윽고 읊조린 디아나가 다시 몸을 돌렸다. 비틀대며 일어서고 있던 루시아가, 다가오는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안 가셨네요…?”
낮게 한숨 쉬며 멈춰선 디아나가 대답했다.
“미리 말하는데. 유랑단. 혹은 다른 마족의 기척이 느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튈 거야.”
눈을 깜빡인 루시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알았어요. 그러세요. 그런데….”
읊조리는 녀석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디아나의 시선도 루시아가 내려다보고 있는 손바닥으로 향했다.
손바닥을 길게 가로지르는 여러 가닥의 흉터들. 그리고 그 한복판, 피로 새긴 듯한 불길한 문양이 선명하게 번지고 있었다.
“제대로 찾아오신 것 같거든요.”
어리둥절 해하는 디아나를 올려다보며 싱긋 미소 지은 루시아가, 다시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아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이 커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설마…?”
자욱하게 넘실대는 안개 사이로, 흐릿한 실루엣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랑단의 하수인은 아닌 게 분명했다. 아무런 빛도 번지지 않았으니까.
“…말도 안 돼.”
이윽고 이안의 모습이 선명해지자, 디아나가 비로소 멍하니 읊조렸다. 정말 균열의 가장자리에서 혼자 빠져나오다니. 그것도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이안 님…!”
루시아가 이안을 향해 달려갔다. 권역 밖으로 걸어 나온 이안이, 그만 다가오라는 듯 손을 펼치며 미소 지었다.
“뭘 잔뜩 흘리고 다녔던데.”
“보셨군요. 다행이에요….”
“그래, 봤지. 도움도 됐고.”
둘의 대화에, 디아나는 비로소 루시아의 양팔이 휑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저 예쁜 계집애가 그 와중에도 꾀를 냈던 것이다.
“잘됐네요. 못 찾으셨으면 맨주먹으로 다녀야 할 뻔했어요.”
“…다음부턴 적어도, 철퇴는 제일 마지막에 떨어뜨리도록 해.”
루시아의 정수리에 손바닥을 툭 얹으며 대답한 이안의 시선이, 뒤편의 디아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녀가 멈칫한 건, 이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어서였다.
“루시아가 무사해서, 뒈질 고비를 한 번은 넘겼네.”
그가 디아나의 앞으로 다가서며 내뱉었다. 디아나의 눈매가 꿈틀댔다.
“한 번…?”
“두 번째도 무사히 넘기려면, 사실대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멈춰선 이안이 디아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덧붙였다.
“가장자리에서 습격당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