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에게는 아직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불길하게 고여 있는 안개와 숲의 그림자. 그리고 옅은 악취뿐.
루시아가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돌아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이안은 네 생각이 맞을 거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도끼 창을 고정해둔 안장 옆으로 왼손을 가져갔다.
“……!”
그때, 가면 앞에 모아쥔 양손을 댄 디아나가 짧은 소리를 냈다.
부엉이나 올빼미가 우는 듯한 소리였다. 한 번에 불과했지만 이안을 멈칫하게 하기에도, 히케드를 비롯한 흑사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뒤이어 재빨리 손을 푼 디아나가 검지를 세워 가면 앞에 댔다.
그대로 죽 일행을 돌아본 그녀가 앞쪽으로 고개를 몇 번 까딱였다.
‘조용히 가보잔 거지?’
이안이 옅게 웃음을 흘렸다.
인근에 마수들의 기척이 느껴지긴 하지만, 아직 이쪽의 존재를 들킨 것 같지는 않다는 뜻이리라.
디아나는 아마 이대로 쭉 들키지 않고 들어가길 바라고 있을 터였다.
물론, 이안은 그렇게까지 운이 좋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
“…….”
그리고 그건 히케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흑사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자, 왼 주먹을 자신의 투구 옆으로 들어 보이고는 오른손으로 안장 옆의 도끼 창을 툭툭 두드린 것이다.
흑사자들이 곧바로 안장 옆에 고정해 둔 도끼 창으로 손을 가져갔다.
철컥… 스스스….
전마들이 주인들의 생각을 읽은 듯이 조용해진 가운데, 고정 고리가 풀리고 창대를 꺼내 쥐는 소리가 낮게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도끼 창을 뽑아 든 이안도 양손으로 자루를 고쳐 쥐었다.
…나무에 걸리지 않게 휘두르려면 찌르기만 해야 하나.
그가 내심 읊조리는 사이, 루시아가 그의 가슴팍으로 등을 기대며 속삭였다.
“저는 뒤로 갈게요.”
녀석을 내려다본 이안이 입술만 달싹여 대답했다.
“뒤를 맡아야 할 수도 있는데.”
“그걸 제가 하면 되잖아요.”
루시아가 양손을 살짝 내밀어 쥐락펴락했다. 낮게 피식한 이안이 내뱉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만 해. 요그도 네가 쓰고.”
이안이 오른손을 슬쩍 녀석 앞으로 내밀었다. 요그의 긴장감 없는 속삭임이 이어졌다.
-싸울 땐 너보다 루시랑 더 많이 붙어 있게 되는 것 같은데….
손가락에 따끔한 감각이 이어졌다. 곧이어 한줌의 연기로 변해 장갑 사이로 흘러나온 요그가, 그대로 악령처럼 루시아의 갑옷 틈으로 스며들었다.
-역시, 기분 나빠졌구나. 루시.
대답 대신 몸을 돌린 루시아가, 다람쥐처럼 이안의 옆을 지나쳐 기어갔다.
키가 컸어도 여전히 날렵한 체구인 덕분에 가능한 묘기였다.
물론 모로의 몸통이 황소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두터운 덕분이기도 했다.
안장 뒤에 앉은 루시아가 이안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더 꽉 안아. 모로처럼.”
이안이 녀석의 팔목을 살짝 잡아끌며 속삭였다.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가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껴안았다. 비로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도끼 창을 오른손으로 고쳐 쥐었다.
침묵의 전진이 이어졌다.
이안은 굳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지 않았다. 굳이 미리부터 체력을 빼거나 전투의 주력이 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이나스 커글을 상대할 때도 먼저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언제 적이 될지 알 수 없으니, 전력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사사삿… 사삿….
이안의 귓가로 희미한 소리가 파고든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갈대밭에 바람이 스치는 듯한 소리였다. 이안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나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안개 너머가 슬며시 넘실대고 있었다.
사사삿… 사삿…
하나가 전부가 아니었다. 곳곳에서 바람 소리가 번지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흑사자들이 하나둘씩 창대를 고쳐 쥐었다. 이안의 앞에서 나아가는 그웰로드도 마찬가지였다.
사아아… 사사삿…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묵묵히 앉아있던 히케드가 등자를 밟고 일어선 건 그때였다.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흑사자들이 일제히 등자를 밟고 일어서며 한 손의 고삐를 고쳐 쥐었다.
여전히 안장에 걸터앉아 있긴 했지만, 이안 역시 고삐를 팔뚝에 한 바퀴 둘러 감았다. 양손으로 창을 휘두를 때를 대비해서였다.
다그닥- 다그닥-
뒤이어 히케드의 전마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흑사자들이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이안이 왼팔을 살짝 흔들자, 모로도 가볍게 달려나갔다.
달리기 시작한 흑사자들은 히케드를 중심으로 적당히 간격을 벌렸다. 도끼 창을 휘둘러도 서로에게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였다. 이안도 자연스럽게 우익 끝에 자리를 잡았다
다그닥- 다그닥-
이안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진 건, 달리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아서였다.
돌파하려는 것보단, 오히려 인근의 마수들에게 이쪽의 위치를 알려주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어차피 피해가긴 글렀으니, 이대로 그냥 죄다 쳐죽이면서 갈 생각인 건가.’
전부 죽일 자신만 있다면,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식이긴 했다.
마냥 속도만 높여 지나쳐 버리면, 이나스 커글을 마주쳤을 때 완전히 포위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긴. 여기까지 들키지 않고 들어온 것만으로도 기척을 죽이고 이동한 보람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탑을 포위한 마수들이 따라온 것도 아니지 않던가.
파사사사사-
이쪽의 존재를 확실히 깨달은 듯, 사방에서 갈대가 거세게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선두를 달리는 히케드의 전신에서 검푸른 어둠이 넘실대며 번져나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솨아아아아-
뿜어져 나온 어둠은, 뒤따르는 흑사자들에게로 빨려 들어가듯 흘러들었다.
늑대들과 달리, 그들은 히케드가 뿜어내는 어둠을 거의 남김없이 받아들였다.
조금씩 칙칙한 색으로 되돌아오던 그들의 전신이 다시 칠흑처럼 검게 물들었다. 갑옷 틈새로 번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도 순식간에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건 그들이 탄 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안광이 더 짙게 타오르고, 넘실대는 갈기와 마갑 틈에서 검푸른 빛이 불티처럼 번졌다.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뒤로 검푸른 궤적이 잔영처럼 아른거렸다.
솨아아아….
모로에게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점은 그의 안광과 갈기는 보랏빛을 머금고 넘실대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안이 밀어 넣은 혼돈력이었다.
‘정말 되네.’
녀석의 전신으로 번지는 힘을 느끼며, 이안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비가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지금은 모로만으로도 마수 한둘 쯤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푸확-!
멀지 않은 앞의 좌우에서 두 마리의 그림자 마수가 연달아 솟아오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사냥감을 기습하듯 달려드는 두 놈은, 송곳니가 위아래로 마구 돋아나고 잿빛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콰지직-!
놈들을 맞이한 건 새카만 궤적을 흘리며 날아드는 창날이었다.
히케드의 좌우를 달리는 폴린과 그웰로드가 내뻗은 도끼 창이었다.
허공에서 목과 몸통이 꿰뚫린 마수들이 그대로 휘청대며 늘어졌다.
둘 다 들소만 한 크기였지만, 질주를 느리게 만들지도 흑사자들을 휘청거리게 만들지도 못했다.
창대를 조금 더 앞으로 내뻗었던 두 흑사자가, 대열 바깥쪽으로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콰드드득- 철퍽-!
그대로 가죽이 찢겨나가며 딸려간 마수들이, 새카만 체액과 내장을 흩뿌리며 튕겨 나갔다.
안개 위로 튀어 오르며 이안의 곁을 스쳐 지나간 시체가 인근의 나무 둥치에 처박히고는 사라졌다.
사사사삿-
넘실대는 물결 몇 가닥이 나무 둥치 쪽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돌아보는 이안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약해지거나 죽으면 자기들끼리도 먹고 먹힌단 거지.’
하긴. 이 숲에는 야성의 광기가 가득하지 않던가. 이나스 커글의 권속이라 해서, 야성까지 완벽하게 통제되는 건 아닐 터였다.
이안이 홱 다시 앞을 돌아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푸악-! 쉬아악-!
안개를 뚫고 연달아 달려든 마수들 중 한 마리가 그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돋아난 이빨로 가득한 커다란 아가리를 눈에 담은 순간, 집중력과 육감이 단숨에 최고조로 치달았다.
반대로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시야가 한꺼풀 벗은 것처럼 또렷해졌다. 달려드는 마수의 형태가 이안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늑대가 변이된 놈인가?’
생각하는 와중에도, 그의 육체는 해야 할 일을 실행하고 있었다.
창대에 한 줌의 혼돈력을 밀어 넣으며 힘껏 내뻗은 것이다.
콰지직-
흐릿한 보랏빛 궤적과 함께, 창날이 그대로 놈의 아가리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마수의 입천장이 깊숙이 꿰뚫렸다. 창날 아래로 튀어나온 도끼날 끝이 놈의 아래턱을 가르며 박혀들 정도였다.
마수의 잿빛 안광이 탁하게 풀어지고, 놈의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
손아귀를 타고 전해지는 무게감에 이안의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힘이 부족했다면 이대로 함께 밀려나 낙마했을 터였다.
물론, 지금 이안의 근력과 균형 감각으로는 어렵지 않게 버텨낼 수 있었다. 이를 악문 이안이 그대로 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꽈직- 철퍽-!
그가 팽개친 시체가 땅에 처박혔다가 튀어 오르며 멀어졌다. 뒤를 따라오던 안개의 물결 몇 가닥이 그쪽으로 갈라지듯 방향을 틀었다.
콰지직-! 꽈득-!
앞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흑사자들이 손에 든 도끼 창을 내뻗거나 휘두르며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그들의 뒤로 창이 만들어낸 검푸른 궤적이 잔상처럼 아른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나무에 창이 걸리거나 충돌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마상 전투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감각 역시 초인적인 수준이라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콰지직-!
그리고 그건 선두의 히케드도 마찬가지였다.
등자를 밟고 선 그의 창대에는 목이 꿰뚫린 마수 한 마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히케드는 놈을 매단 채로 창을 한 번 더 휘둘러, 그 옆으로 튀어 오르는 마수를 후려쳤다. 축 늘어진 시신이 철퇴처럼 마수에게 틀어박혔다.
콰지지직-!
뒤엉킨 두 마리가 나뒹굴었다. 뒤따르던 폴린의 전마가 놈들과 부딪쳤지만, 넘어지지도 균형을 잃지도 않았다.
오히려 마수들이 가까워지는 순간 콧잔등에 칼날처럼 돋은 뿔로 들이받아 버렸다.
콰지직-
가죽이 찢겨나간 마수들이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놈들이 뿜어낸 체액을 뒤집어쓴 전마가 흥분한 듯 입김을 뿜어냈다.
콰지직-!
그 위에 탄 폴린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도끼 창을 내리찍고 있었다. 새카만 궤적이 전마의 측면으로 다가서던 마수의 정수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빠각-! 꽈직!
삽시에 십여 마리의 마수들이 꿰뚫리고 찢겨나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네 마리째를 후려친 이안의 고개가, 불현듯 뒤로 돌아갔다.
-따라잡힌 것 같은데.
요그의 남 일처럼 느긋한 속삭임이 뇌리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어느새 후미에는 안개의 물결이 부자연스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푸화악-!
두 마리의 마수가 연달아 솟구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한 마리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한 마리는 모로에 충분히 닿을 거리였다.
이안이 창대를 쥔 손을 고쳐 쥘 찰나.
화르르르-
예고도 없이 뿜어져 나온 주황색 불길이, 마수가 내뻗은 앞발과 그 너머의 커다란 대가리까지 뒤덮으며 타올랐다.
내뻗었던 발이 반사적으로 구부러지고, 불길에 휩싸인 마수가 발작하듯 안개 속으로 추락했다.
불길은 안개 속에 가라앉은 후에도 꺼지지 않고 오히려 안개를 불태우며 이글댔다.
퍼억-
그 옆의 또 다른 마수도 추락하고 있었다. 몸을 비트는 녀석의 한쪽 눈에는 화살이 깊숙이 박힌 채였다.
-잘못하면 나까지 타버리겠군.
요그가 투덜거리는 가운데, 이안이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뒤로 내뻗었던 오른손을 늘어뜨리며, 루시아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의 눈동자에 주황빛이 매끄럽게 일렁였다.
“뒤는 제가 맡는다니까요.”
“…그래. 잘하고 있네.”
머쓱하게 읊조리며, 이안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쒸악-!
디아나는 벌써 다음 화살을 발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수가 채 튀어 오르기도 전이었다.
안개 속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노려보면서, 디아나가 허벅지의 화살통에서 다음 화살을 꺼내 들었다.
‘막상 하면 은근히 잘한다니까.’
생각하며, 이안이 다시 앞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손에 쥔 장창을 고쳐 쥐며 달려드는 마수를 향해 힘껏 내뻗었다.
콰직-! 콰득! 퍼억-!
이나스 커글의 권역 한복판인데도, 그림자 마수들은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저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가 체액을 흩뿌리며 안개 너머로 나뒹굴어 사라졌다.
습격이 눈에 띄게 잦아든 건, 이안이 주위의 나무가 듬성듬성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예상대로 숲에 남은 마수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길을 잃거나 숲의 가장자리로 다시 빠져나온 것도 아니었다.
“……!”
안개가 넘실대는 저 너머에, 인공적인 형태의 비죽비죽한 윤곽들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안이 본 환영 속. 이나스 커글이 도사리고 있던 도시 유적의 형태 그대로였다.
히케드가 창대를 위로 치켜들며 속도를 줄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정말 한 번에 찾아올 줄이야….’
내심 감탄하는 와중에도, 이안은 흑사자들과 발맞춰 속도를 줄였다.
이나스 커글의 소굴로 진입하기 전에 잠깐이나마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리라.
사사사사사-
아직 곳곳에서 접근 중인 마수 잔당들을 마저 처리하고 들어가려는 의도이기도 할 터였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터였다.
전마들이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긴 했지만, 막상 이안은 그다지 지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체력 제대로 아꼈네.
생각하며, 이안이 도끼 창에 흥건한 체액을 털어낼 찰나.
-뭔가 기분이 더러운데. 친구.
요그의 속삭임이 문득 뇌리를 간지럽혔다. 루시아에게 느긋하게 훈수를 둘 때와는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미간을 좁힌 이안이 조금씩 간격을 좁히고 있는 일행 쪽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도끼 창을 늘어뜨린 채, 저마다 넘실대며 다가오는 안개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쉭-
귓가로 흐릿한 파공음이 스친 건 그때였다. 동시에 육감이 뒷목이 오싹해지는 경고를 보냈다.
그제야 불현듯 위를 올려다 본 이안의 눈이, 이내 커졌다.
“다들 피해-!”
그가 반사적으로 백금 방벽을 펼쳐 들며 소리쳤다. 디아나만이 반사적으로 펄쩍 몸을 날리는 가운데, 흑사자들의 한복판에 커다란 그림자가 불현듯 선명해졌다.
쉬에엑-
억눌린 듯한 바람 소리와 함께, 잿빛 궤적에 휩싸인 거대한 무언가가 그 위로 떨어졌다.
콰아앙-!
동시에 폭발하듯 터져 나온 잿빛 충격파에, 전마와 기수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