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콰장창창창-
한쪽 팔로 디아나의 목덜미를 감싼 이안이, 물수제비 뜨듯 연달아 땅에 튕기며 밀려났다. 그가 더 무거워서인지 거의 매번 그의 등이 땅에 충돌했다.
‘시발….’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감각 속에서도, 이안은 마력과 뒤섞여 치솟는 흙먼지. 그리고 내리친 대검의 자루를 움켜쥔 이나스 커글의 모습을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심지어 평정심을 잃지도 않았다. 그의 특성에 히케드가 선보인 초능력의 영향까지 더해진 덕분이리라.
어쨌든, 이나스 커글은 돌진한 그대로 냅다 대검을 내리친 게 분명했다.
콰르르-
대검 날이 땅에 박히고도 관성을 전부 상쇄하지는 못한 듯, 놈의 거체가 위로 붕 떠오르고 있었다.
이안은 놈의 뒤편으로 가까워지는 세 줄기의 검푸른 궤적을 흘깃 눈에 담았다. 전마에 올라탄 히케드와 그를 따르는 흑사자들이었다.
‘아까처럼 맥없이 당하진 않겠지.’
시간도 잔뜩 끌어주면 더 좋고.
흙바닥을 나뒹굴며 이안이 내심 덧붙였다. 그런 바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카가가각-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공중제비 돌듯 날렵하게 몸을 돌려 착지하는 이나스 커글. 기다란 붉은 선을 그리는 놈의 안광은, 히케드가 아닌 이안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지금 그의 품에 안긴 디아나를 노려보는 것이리라.
‘이거… 잘하면?’
나무 둥치에 또다시 충돌해 멈추는 와중에도, 이안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디아나를 향한 이나스 커글의 집념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의 본능만 남은 상태에서도 잊지 않을 만큼, 요정에 대한 원한이 깊은 것이다.
콰앙-!
저 멀리서 또 한 번 폭음이 터져 나온 건 그때였다. 새카만 어둠에 휩싸여 돌진한 히케드가, 그대로 땅을 박차며 유성처럼 이나스 커글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안 쪽을 돌아보던 놈의 몸이 옆으로 크게 휘청댔다.
콰과과과-
놈의 오른쪽 쇄골 아래에 틀어박힌 전마의 주위로 검푸른 어둠의 궤적이 불길처럼 뿜어져 나왔다. 아마 이마에 돋은 뿔을 깊숙이 박아넣고 있으리라.
콰아아아-
거의 동시에 안장 위. 비스듬하게 몸을 튼 채 오른팔로 투구 앞을 가리고 있던 히케드가, 암흑이 넘실대는 검을 휘둘렀다.
휘청대며 드러난 이나스 커글의 목덜미를 노리는 궤적이었다.
일그러진 이나스 커글의 눈매에 안광이 이글댄 건 거의 동시였다. 그대로 대검을 놔버린 이나스 커글이 그 궤적 앞으로 팔뚝을 가져다 댔다.
카가가가각-!
떨어져 내린 궤적이 놈의 팔뚝에 칭칭 감긴 사슬 위로 떨어졌다.
이글대는 어둠과 사슬이 맞부딪치면서 불티가 뒤섞인 충격파가 눈부시게 터져 나왔다. 휘청대던 이나스 커글의 몸이 아래로 짓눌렸다. 하지만 어둠이 불길처럼 이글대는 칼날도, 놈의 팔뚝에 감긴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두두두두-
히케드의 뒤를 따르던 세렌과 그웰로드가 이나스 커글의 앞뒤를 스쳐 지나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놈을 향해 각자의 날붙이를 횡으로 휘두르는 채였다.
쿠화아아아- 콰지지지직-
두 줄기 검은 궤적이 이나스 커글의 가슴팍과 등을 깊숙이 할퀴며 지나쳤다.
놈은 다리를 굽힌 채로도 전마에 탄 흑사자들보다 덩치가 커서, 목을 노리지는 못한 것이리라.
물론 목을 노렸다 해도 이나스 커글의 숨통을 끊을 수는 없었을 터였다.
두 줄기의 검은 궤적은 놈의 흉갑과 가죽띠를 갈라버렸지만. 그 너머의 털가죽에는 표면을 찢어내는 정도의 상처밖에는 만들어 내지 못했으니까.
“크르르…!”
이나스 커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보다 분노가 더 짙게 느껴지는 얼굴. 놈의 갈기에서 잿빛 마력이 자욱하게 치솟았다.
하지만 이안은 이미 놈을 보고 있지 않았다.
‘진짜 잘도 싸우네….’
그의 시선은 넘실대는 안개의 물결 저편을 훑고 있었다.
모로에 탄 루시아가 그림자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화가 이글대는 철퇴를 치켜들고, 달려드는 마수들에게 불덩이를 집어 던지는 채였다.
화르르르-
폭발과 불길이 넘실대는 가운데. 모로 역시 마구 날뛰면서 마수들을 걷어차거나 칼날 같은 뿔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옆이다, 루시. 다시 해 봐.
녀석들의 상태를 곧바로 알게 된 건, 물론 뇌리를 파고드는 요그의 속삭임 덕분이었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듯 나른하게 속삭여 대면서도, 녀석은 모로와 루시아의 전투를 만끽하고 있었다.
…저쪽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내심 읊조리며, 이안은 비로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으….”
그의 품에 안긴 디아나는 낮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충격이 오히려 정신을 들게 한 듯, 가면 너머의 눈동자에 초점이 되돌아왔다.
백금 방벽을 거둬들이며, 이안이 내뱉었다.
“정신이 좀 들어?”
“그래… 조금은….”
“그럼 최대한 빨리 마저 정신 차리도록 해.”
이안이 옆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아무래도 네가 미끼가 되어 줘야 할 것 같으니까.”
“뭐…?”
디아나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는 가운데, 이안이 저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아앙-!
또 한 번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나스 커글이 휘두른 왼 주먹이 전마의 옆구리에 깊숙이 틀어박혀 있었다. 히케드의 전마였다.
놈의 팔뚝 주위로 잿빛 궤적이 휘몰아치고, 전마의 몸이 옆으로 짚단처럼 꺾였다. 반대쪽 몸통이 마갑 째로 터져 버리며 내장을 흩뿌리고 있었다.
“—-!”
히케드는 격분한 듯 울부짖으며 이나스 커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등자를 박차고 뛰어오른 모양이었다. 이나스 커글을 노려보는 그의 안광은 안면 가리개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격렬하게 이글댔다.
콰아아아-
히케드가 치켜든 검이 이글대는 새카만 궤적을 뿜어내며 이나스 커글의 머리로 가까워졌다.
주먹으로 전마를 꿰뚫어 버린 이나스 커글은, 그냥 머리로 받아버리려는 듯 이마를 들이밀고 있었다.
놈의 머리에 돋은 갈기에서 잿빛 마력이 일제히 뿜어져 나왔다.
콰지지지직-
어둠의 궤적이 잿빛 마력을 가르고 그 아래의 갈기와 이나스 커글의 이마를 갈랐다.
콰아앙-!
이나스 커글의 머리가 갈라지는 것보다, 맞부딪친 혼돈이 폭발하는 게 더 빨랐다. 이나스 커글의 고개가 뒤로 확 당긴 것처럼 튕겨 나가고, 어둠에 휩싸인 히케드도 마찬가지로 뒤로 날아갔다.
“나보고… 뭘 하라고…?”
이안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디아나가 내뱉은 건 그때였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자세를 다잡는 이나스 커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이안이 입술을 달싹였다.
“미끼.”
“아니… 미친….”
디아나의 눈매가 일그러지는 가운데, 이나스 커글은 대검을 집어 들며 몸을 돌렸다. 선회해 달려오는 세렌에게 왼손에 쥔 전마 시체를 집어 던지는 채였다.
세렌이 황급하게 방향을 트는 모습까지 눈에 담은 이안이, 비로소 그녀를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차라리 그러는 편이 더 속 편할 거야.”
“그게 뭔-”
그때, 광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소리가 번졌다.
이나스 커글이 달려오는 그웰로드를 향해 양손으로 움켜쥔 대검을 힘껏 휘두른 것이다.
대검의 뒤로 먹구름 같은 궤적이 뿜어져 나오고, 그웰로드가 방패를 들었다.
꽈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웰로드의 주위로 어둠이 먹물처럼 번졌다.
하지만 대검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방패를 치켜든 채, 그웰로드가 대포알처럼 튕겨 나가 멀어졌다.
콰지지지직-
대검의 잿빛 궤적이 전마를 난도질하듯 휩쓸고 지나갔다. 끔찍한 몰골이 된 전마가 허물어졌다. 아무리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있다 해도 모든 부분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속이… 편할 거라고…?”
전마를 발로 짓밟아 버리는 이나스 커글을 바라보던 디아나가, 더듬대며 다시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저 괴물들의 싸움에 끼어드는 게…?”
“그래. 넌, 아직도 저 놈한테 찍혀 있으니까.”
“그게 무슨….”
멍하니 읊조리던 디아나가 홱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
이내 가면 너머 그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대검을 늘어뜨린 이나스 커글의 붉은 안광이 그녀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돌려, 얼어붙은 디아나의 오금에 왼팔을 밀어 넣은 이안이 오른팔로 그녀의 등을 감싸며 덧붙였다.
“어차피 저놈의 추적을 피할 수는 없어.”
“…….”
디아나가 침음하는 사이, 그녀를 안아 벌떡 일어선 이안이 냅다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쿠- 확-!
몸을 웅크렸던 이나스 커글이 폭발적으로 도약하며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한 박자 늦게 돌진한 세렌의 궤적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쳤다.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내달리며, 이안이 내뱉었다.
“그러니까 차라리, 도움 되는 족으로 상황을 이용하는 게 맞지 않겠어?”
디아나가 협조만 잘해준다면, 이나스 커글의 관심을 계속해서 돌릴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공격 역시,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타격을 주고 있지 않던가.
전마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히케드나 흑사자들의 전투 수행 능력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저 멀리까지 튕겨 나간 그웰로드 조차 멀쩡하게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이안은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신 차려.”
달려오는 이나스 커글에게 거의 직각을 그리며 멀어지면서, 이안이 안아 든 디아나의 눈을 내려다 보았다.
“이대로 도망만 다니다가 하나씩 뒈져 나가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아니… 하, 하지만… 나는….”
디아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댔다. 가면 너머의 늪색 눈동자가 애처로울 정도로 휘청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내려다 보는 이안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다.
“왜 안 어울리는 짓을 하지, 디아나 에레노스? 저놈을 마주치니 옛 기억이 되살아 나기라도 한 거냐?”
“…….”
디아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과거의 이나스 커글은 지금처럼 마수 같지도 거대하지도 않았지만.
동공이 십자로 찢어진 붉은 눈을 마주 본 순간, 놈이 동료들을 찢어발기며 학살하던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그때 느낀 공포까지, 생생하게.
카가가가각-
질주하던 이나스 커글이 대검 날을 땅에 끌며 몸을 돌렸다. 놈의 붉은 안광이 이안의 뒤를 집요하게 좇았다.
이안은 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방향을 꺾어 내달렸다.
“네 두려움을 극복하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건 불가능할 테니까. 그냥 계속 두려워해. 삶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만.”
떨리는 디아나의 눈을 잠시 내려다 본 그가 덧붙였다.
“네 생존 본능을 일깨우는 동력으로 삼으란 말이야. 도망치는 건 너희 에레노스의 특기잖아?”
그때, 이안의 옆으로 전마에 탄 세렌이 새카만 궤적을 그리며 스쳐 지나갔다.
디아나가 멍하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렌은 대검을 움켜쥔 채 달려오는 대마족을 향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하고 있었다.
콰과과과과-
그녀와 전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이, 그녀의 모습을 가릴 정도로 짙어졌다.
“디아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십시오, 성자 대행-!”
검을 늘어뜨린 히케드도 자신의 두 다리로 내달리며 곁을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이안이 내뱉었다.
“네 특기를 살리면서 복수도 할 수 있는 기회야. 그러니까 대답해. 할 수 있어, 없어?”
“……!”
디아나가 눈을 치켜뜨며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안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덧붙였다.
“못 하겠다고 하면, 그냥 이대로 두고 갈 거야. 너 하나 때문에 나머지가 다 죽게 둘 수는 없으니까.”
“…내가.”
눈빛이 떨린 것도 잠시. 이윽고 내뱉은 그녀가, 숨을 고르듯 낮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우선 네 발로 뛰는 것부터 해야지.”
“……!”
그제야 디아나의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흔들렸다. 이안에게 어린 아이처럼 안겨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자각한 것이다.
“영광스러운- 승리를 위하여-!”
목이 터질 듯 부르짖는 그웰로드가 뒤늦게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이안이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콰아앙-!
디아나를 내려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나스 커글이 멈춰 서며 대검을 비스듬하게 내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돌진하는 세렌을 노린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전마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펄쩍 도약해 대검을 피하며 쇄도하고 있었다.
훤히 드러난, 피범벅이 된 이나스 커글의 머리를 향해서.
콰드드득- 쩌어엉-!
칼날 같은 뿔을 앞세운 전마가 이나스 커글의 한쪽 얼굴에 틀어박혔다.
이나스 커글의 머리가 밀려나는 가운데, 세렌이 놈의 머리를 향해 치켜들고 있던 양손을 힘껏 내리쳤다.
쿠와아아아- 콰지지지직-!
새카만 궤적이 자욱한 잿빛 마력을 가르고, 그 아래의 갈기로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이나스 커글이 내리친 대검에서 터져 나온 폭발이, 그들의 모습을 가렸다.
“세- 렌-!”
뒤따르던 히케드의 일갈이 폭음 사이로 이어지는 가운데, 디아나가 땅에 두 발을 디뎠다.
“제기랄….”
흙먼지가 자욱하게 치솟는 전장을 눈에 담으며 잠시 비틀댄 그녀가, 이내 주먹을 꾹 움켜쥐며 균형을 잡았다.
이안이 문득 옆을 돌아보는 사이, 숨을 고르며 자세를 다잡은 디아나가 이내 내뱉었다.
“부탁이 있어, 이안 호프.”
“뭔데.”
이안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안개 저 너머를 훑고 있었다.
좀 전만 해도 불빛과 폭발이 일렁이던 저 너머가 고요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두텁게 깔리 안개 위로, 이쪽으로 되돌아오는 전마의 실루엣이 아른거렸다.
디아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날 죽게 만들지 마. 제발… 살려 줘.”
순간 멈칫한 이안이,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요정들은 나한테 그 부탁을 자주 하더군.”
“…다른 요정들은, 어떻게 됐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이안의 시선이 디아나의 뒤통수로 돌아왔다.
“에레노스의 경우엔, 무사히 살아서 가문으로 돌아갔지.”
“…….”
잠시 침묵한 디아나가, 뭔가 결심한 듯 자세를 낮췄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 줘.”
내뱉은 그녀가 그대로 달려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안의 시선이 그 너머로 향했다.
폭발이 잦아들면서 그 너머의 광경이 드러나고 있었다.
“—-!”
대검을 내리 찍은 자세 그대로 선 이나스 커글이, 분노한 포효를 토해내고 있었다.
앞으로 내민 왼손에는 머리가 붙잡힌 전마가 버둥대고 있었다.
얼굴에 박힌 전마를 손으로 붙잡아 뽑아낸 모양이었다.
피범벅이 된 이나스 커글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우드드득-
놈이 왼손을 움켜쥐자, 버둥대던 전마가 축 늘어졌다.
녀석의 안장 위에 세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어디에 나뒹굴고 있을지 추측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쒸엑- 콰장창창창-
옆을 돌아본 이나스 커글이, 움켜쥔 시체를 내팽개치듯 집어 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놈에게 달려가던 히케드가 다급하게 검을 내리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콰과과과과-
그가 내리친 검은 궤적 앞으로 새카만 폭발이 연달아 치솟았다.
뒤이어 대검을 뽑아들던 이나스 커글이, 놀랍게도 검면을 앞으로 향하게 늘어뜨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놈이 암흑 폭발에 휩쓸리는 사이.
다그닥- 다그닥-
전마의 발굽 소리가 이안의 곁으로 가까워졌다. 전신이 마수의 체액으로 번들대는 모로.
“어떻게 된 거예요, 이안 님? 디아나가 왜 저기로 다시 달려가는 거죠?”
그리고 그 위에 탄 루시아였다.
이안이 입술만 달싹여 대답했다.
“저 녀석이 어그로를 끌어주기고 했거든.”
“어그로…? 그건 또 뭐예요…?”
루시아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이안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저쪽은 다 정리된 거냐?”
“…네. 그놈들은 어차피 이쪽으로 다가올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제 발로 달려 와준 덕분에 오히려 편했어요.”
루시아가 눈을 깜빡이면서도 대답했다. 아주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한 여상한 말투였다.
“그래… 고생했다.”
풀썩 낮게 웃음 지은 이안의 시선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
“그럼 이제부턴 거리 조절 잘해. 절대 저 짐승 새끼 근처로는 다가가지 마.”
스르릉. 허리춤에서 진은 강철 검을 뽑아들며, 이안이 덧붙였다.
“저 새끼도, 말을 죽이는 데는 도가 튼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