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3
443화
“—-!”
이나스 커글이 포효하며 폭발을 뚫고 솟구쳐 오른 건 그때였다.
전신에 새겨진 크고 작은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공에서 쥐어짜듯 몸을 휘돌리는 채였다.
갈기에서 뿜어져 나온 잿빛 마력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놈이 치켜든 대검이 떨어져 내렸다.
콰득- 쿠콰과과과-
대검이 땅을 내리친 순간 잿빛 폭발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뻗어나갔다.
다시 놈에게 달려들려던 히케드가 다급하게 검을 치켜들었다. 전신의 검푸른 어둠이 먹물처럼 번지더니, 넘실대는 장막이 되어 그를 감쌌다.
콰과과과과-
밀려든 폭발이 그 위를 휩쓸었다.
그 모습을 관찰하듯 지켜보는 이안의 귓가로, 루시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말 다가가면 안 되겠어요. 저는 원거리에서 지원만 할게요.”
“잘 생각했네.”
고저 없이 내뱉은 이안이, 문득 모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녀석이 선선히 옆으로 다가서자, 그가 목덜미로 검을 쥔 손을 가져다 댔다.
눈동자 한복판에 보랏빛이 아른거리는 채였다.
솨아아….
모로의 전신에 혼돈력이 번졌다. 녀석의 안광과 갈기에 맺힌 보랏빛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안이 읊조렸다.
“루시가 가자고 해도 저놈 가까이로는 절대 다가가지 마. 저놈이 다가오면 무조건 도망치고. 알았지?”
모로가 대답 대신 그르렁대는 콧소리를 냈다.
이안을 내려다보는 루시아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서운해할 수는 없었다. 이미 이안이 말리는 일을 그냥 저질러 버린 전적이 몇 번이나 있지 않던가.
“…그래서, 디아나는 왜 달려간 건데요? 좀 전에 하신 말씀은 이해를 못 해서요.”
짧게 입맛을 다신 루시아가 반박 대신 물었다. 모로의 목덜미에서 손을 떼며, 이안이 대답했다.
“미끼가 되러 가는 거야.”
“미끼요…? 하지만 저긴 이나스 커글이 있는 쪽이-”
루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앞에서 섬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톱날로 나무 둥치를 베는 듯한 소리였다.
“……!”
고개를 홱 돌린 루시아의 눈이 뒤이어 커졌다. 모로에 타고 있는 덕분에, 그녀는 저 먼 전장의 상황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새카만 궤적을 내리치는 흑사자의 뒷모습. 그리고 그 어둠의 궤적에 휩쓸린 이나스 커글의 왼팔 팔꿈치가 새카만 체액을 흩뿌리며 잘려 나가고 있었다.
쇠사슬이 감기지 않은 부분을 정확하게 노린 모양이었다.
검을 내리치는 흑사자의 왼팔에는 커다란 방패가 들려 있었다. 그웰로드가 분명했다.
히케드가 폭발에 휩쓸리는 사이, 그를 지나쳐 이나스 커글에게로 달려든 모양이었다.
“—-!”
왼팔이 잘려 나간 이나스 커글이 포효를 토해냈다. 동시에 오른손에 쥔 대검을 횡으로 힘차게 휘두르는 채였다.
쒸아아악- 콰앙-!
대검이 만들어낸 잿빛 궤적이 그웰로드의 방패 표면을 그대로 후려쳤다.
곧바로 반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제대로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못한 그웰로드가 대포알처럼 옆으로 튕겨 나갔다.
콰장창창창-
그가 땅에 처박혔다 튀어 오르며 나뒹굴었다.
이윽고 흙먼지와 함께 널브러졌던 그가 비틀대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안면 가리개 사이로 왈칵 피를 토하고, 왼팔이 부러진 듯 축 늘어진 채였다.
“…빠, 빨리 합류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러다 다 죽겠어요.”
루시아가 다급하게 내뱉었다.
물론 대마족의 공격을 두 번이나 정면에서 받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당장은 전투를 이어 나갈 수 없을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아직이야.”
“……?”
이어진 이안의 대답에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달려가는 히케드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 한 켠에 들어온 건 그때였다. 전신에 맺힌 어둠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웰로드를 노려보던 이나스 커글도 홱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로 마주 달려갔다.
쩌어엉-!
곧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검과 잿빛 궤적을 뿜어내는 대검이 맞부딪쳤다.
검을 쥔 팔이 뒤로 튕겨 나갔지만, 히케드는 밀려나지 않고 버텨냈다. 그건 이나스 커글도 마찬가지였다.
안개와 흙먼지를 단숨에 밀어내는 충격파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쿠화악-
힘으로 우뚝 대검을 멈춰 세운 이나스 커글이 그대로 다시 휘둘렀다. 히케드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쩌엉-! 쩌정-!
세 번의 충돌이 이어졌다. 연달아 터져 나오는 충격파 속에서도, 히케드는 끝끝내 밀려나지 않고 버텨냈다.
콰르르르-
오히려 근처에 솟은 나무들은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가 사방으로 허물어졌다. 심지어 이나스 커글의 대검에도 크고 작은 균열이 번지고 있었다.
“세상에… 전하께선 정말로… 이안 님 만큼이나….”
루시아가 나지막이 탄성을 터뜨렸다. 전장을 바라보던 이안이 고개를 까딱였다.
“전하 말고, 저 마족 놈을 봐.”
“이나스 커글이, 왜요?”
“저놈의 왼팔.”
“……!”
그제야 눈을 깜빡인 루시아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공격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이나스 커글의 왼팔이 다시 붉게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손목에 이어 손까지 다시 자라나고, 구부리고 있던 손가락이 꽃이 피듯 펼쳐졌다.
붉은 속살이 새카맣게 물들고 그 위로 털까지 돋아나기 시작한 순간.
“—-!”
이나스 커글이 수증기 같은 잿빛 마력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포효했다. 놈이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치켜들었다.
히케드는 그런 놈의 품으로 몸을 날리듯 내달렸다.
“여, 여기다! 이 멍청한 짐승 놈아-!”
마력 실린 외침이 터져 나온 건 그때였다. 디아나였다.
“……!”
대검을 내리치는 와중에도, 이나스 커글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똥이나 처먹어!”
놈과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선 디아나가, 오른 주먹을 손등이 보이게 치켜든 채 빙빙 돌려대고 있었다.
행동과 달리 외치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어쨌건, 이나스 커글의 콧잔등이 일그러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쉬하악-
덕분에 놈은, 히케드가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대검을 펄쩍 도약하며 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콰아앙-!
대검이 처박힌 땅에서 흙먼지가 치솟았다.
히케드는 뒤에서 터져 나온 폭발을 오히려 추진력 삼아, 단숨에 이나스 커글의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머리 위로 어둠이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검을 치켜든 채였다.
콰과과과과과-
이글대는 검은 궤적이 이나스 커글의 목덜미와 쇄골, 그 아래의 가슴팍까지 깊숙하게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궤적을 따라 새카만 핏물이 치솟는 가운데,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린 이나스 커글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주위로 넘실대던 잿빛 마력이 놈의 몸속으로 빨려들듯 스며든 건 거의 동시였다.
“—–!”
분노가 가득 담긴 포효와 함께, 이나스 커글의 전신에서 회색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검을 내리치며 착지하던 히케드가 단숨에 휩쓸려 날아갔다.
충격파가 흩어지기도 전에, 이나스 커글이 몸을 옆으로 홱 젖혔다.
“……!”
득달같이 몸을 돌린 디아나가 내달린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이나스 커글의 손을 떠난 대검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오기 시작해서일 터였다.
콰과과과과-
디아나가 곡선을 그리며 멀어지는 가운데,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는 대검이 사방으로 잿빛 궤적을 흩뿌리며 멀어졌다.
“크르르…!”
하지만 이나스 커글은 대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멀어지는 디아나의 뒷모습을 눈에 담을 뿐이었다.
상반신을 가르는 상처는 이미 출혈이 멈춘 상태였다. 부글대며 살이 차오르는 게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이나스 커글이 새로 돋아난 왼팔을 슬쩍 옆으로 치켜든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떨어져 있던 잘린 팔뚝이 꿈틀댔다.
촤르르륵-
팔뚝에서 그대로 풀려나온 사슬이, 살아있는 것처럼 놈의 왼팔로 빨려 들어가 감겼다. 불그스름한 사슬 표면에 잿빛의 혼돈이 아른거리다가 스며들었다.
쿠- 확-!
왼 주먹을 꾹 움켜쥔 이나스 커글이 뿜어져 나가듯 몸을 날렸다. 디아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한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제법인데. 친구….
입을 살짝 벌린 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시아의 뇌리로, 나른한 속삭임이 이어졌다.
-단편적인 기억만 남은 상태일 테니, 그만큼 더 집착하겠지.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디아나가 죽지 않고 계속 도망 다닐 수만 있다면요. 게다가 이나스 커글은….”
내뱉은 루시아가, 이안을 돌아보며 말을 맺었다.
“…불사신인 것 같고요. 그렇죠?”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아마도.”
이안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놀라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하네, 루시…. 저놈은 실패작이지만, 어쨌건 필멸의 굴레는 벗어던진 놈이라고… 게다가 여긴 저놈의 권역 한복판이고. 쉽게 죽을 리가 없잖아…?
요그가 키득대며 속삭이는 가운데, 루시아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역시… 그래서 지켜보고 계시는 거였군요.”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이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 새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냐? 요그.”
-글쎄…. 확실한 건, 저 녀석이 아주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뿐이야. 더 위대한 존재가 되지는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낮게 키득댄 요그가 덧붙였다.
-저놈은 야성으로 광기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어. 그 균형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광기에 완전히 잡아먹히게 되겠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눈을 가늘게 뜬 루시아가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이나스 커글을 따라 달려가는 히케드. 그리고 비틀대는 그웰로드와, 그에게로 달려가는 세렌을 차례로 훑고 있었다.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어쨌건 뭐… 저놈에게 좋은 일은 아니겠지.
요그의 무책임한 대답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안은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로를 부탁한다, 루시. …전하도, 잘 지켜보고.”
“……!”
루시아가 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돌릴 찰나, 이안이 그대로 달려 나갔다.
멀어지는 이나스 커글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루시아는 멀어지는 이안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가 남긴 말의 속뜻을 곧바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안 님은… 언젠가 정말 전하와….’
루시아의 눈빛이 새삼스럽게 복잡해질 찰나, 저 멀리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화들짝 눈을 깜빡인 루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나무가 죄다 쓰러져 공터처럼 변한 일대 너머. 치솟았던 흙먼지와 안개가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 전신에 잿빛 안개를 두른 듯한 이나스 커글의 뒷모습이 선명해졌다. 굵고 길게 치솟은 세 개의 꼬리도.
“디아나…?”
눈을 치켜뜬 채 읊조리던 루시아가 이내 안도 섞인 숨을 내쉬었다.
흩어지는 먼지를 뚫고 내달리는 디아나의 옆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었다.
“우리도 가자. 모로.”
루시아가 고삐를 흔들었다.
모로가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다지 빠르지는 않은 속도였다. 이안의 명령을 이행하려는 것이리라.
-이번엔 이안의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거야, 루시….
요그의 맥 빠진 듯한 속삭임이 이어졌다.
-이젠 나도 널 도와줄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졸음을 이길 수가 없어.
루시아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걱정 마요, 요그. 자다가 죽게 만들지는 않을 테니까.”
-눈치 빠른 녀석….
킥킥대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요그가 왼손 중지에 감기며 굳어버리는 것을 느끼며, 루시아는 이나스 커글을 눈에 담았다.
카가가각-
놈은 왼손에 움켜쥔 칼을 땅에 박으며 몸을 돌리고 있었다. 오른손에 쥔 칼도 위로 치켜드는 채였다.
허리 뒤편에 교차해 둔 쌍검을 뽑아 든 것이리라.
‘저 검은….’
녹이 슨 것처럼 불그스름한 칼날을 확인한 루시아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곧게 뻗은 칼날의 끝부분이 송곳니처럼 앞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녀의 목숨을 노렸던 수인 전사, 샬롯이 쓰던 검.
실제로는 그녀가 쓰던 것보다 넓고 긴 것 같았지만, 덩치 탓인지 이나스 커글의 손에는 다소 작게 느껴졌다. 두 자루의 소검을 움켜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내 이나스 커글이 오른손에 쥔 송곳니 검도 땅에 박아 넣었다.
쿠확-!
놈은 곧바로 양팔을 확 끌어당기며 몸을 날렸다. 두 다리뿐만 아니라 양팔까지 추진력을 더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실제로도 놈은 화살처럼 뿜어져 나가고 있었다.
“세상에….”
나지막이 탄식하며, 루시아는 고삐를 살짝 흔들어 모로의 방향을 틀었다.
이안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이번에 다가가지 않겠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은 저 대마족에게 접근한다고 해도 도움이 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흔에 남은 신성이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성혈의 신성이 이 순간에도 스며들고 있긴 했지만, 성흔을 가득 채우려면 며칠은 걸릴 터였다.
그렇다고 마력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마력 탈진 상태에 빠지는 것은 특히 주의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딱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보태야 했다.
“디아나 경-! 멈추지 마시게!”
일갈을 내지르는 히케드가 루시아의 저만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전신에는 어느새 다시 검푸른 어둠이 이글대고 있었다.
‘…정말 다른 사람 같으시네.’
눈으로 자연스럽게 그를 좇으며, 루시아가 내심 읊조렸다.
저토록 많은 혼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지금의 히케드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군주로서도 기사로서도 존중받아 마땅한 모습이긴 했지만. 위태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그 혼자 돌격 중이지 않던가.
세렌은 그웰로드를 부축한 채 저 뒤편에 있었다. 전장에 다시 합류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전하께서 명령하신 거겠지….’
루시아가 뒤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그때, 또 한 번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충격파가 루시아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콰아아….
이나스 커글이 또다시 오른팔을 내리찍고 있었다. 디아나는 간신히 피한 듯, 충격파에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카가가가각-
왼손의 송곳니 검을 땅에 박은 이나스 커글이, 밭을 가는 듯한 흔적을 앞에 남기며 몸을 틀었다.
“모로. 더 빨리.”
루시아가 다급하게 내뱉었다. 다음번에는 디아나를 확실히 따라잡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로가 갈기를 넘실대며 달리는 가운데, 루시아의 눈동자에 주황빛이 아른거렸다.
화르륵-
그녀의 주위로 손바닥만 한 성화가 연달아 피어올랐다. 이나스 커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루시아가 앞으로 손을 내뻗었다.
이글대는 불꽃들이 사위를 떠난 화살처럼 일제히 이나스 커글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