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
오른손의 송곳니 검까지 땅에 박아 넣은 이나스 커글이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신성의 편린을 느낀 것일 터였다.
뒤이어 놈이 땅에 박아 넣었던 송곳니 검을 뽑으며 그대로 휘둘렀다.
콰아아- 퍼버버벙-
날아들던 불꽃들이, 송곳니 검이 만들어낸 잿빛 궤적에 맞부딪쳐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혼돈이 가득 섞인 마력이 허공에서 지글지글 타들어 갔다.
이나스 커글의 주위로 매캐한 연기가 자욱해질 찰나.
쒸하악-!
검푸른 어둠에 휩싸인 히케드가 그 사이를 뚫고 달려들었다.
루시아가 시간을 번 사이에 이나스 커글을 따라잡은 것이다.
“—-!”
짐승 같은 포효와 굉음이 이어졌다. 터져 나온 충격파가 성화의 잔재와 연기를 단박에 흩어 버렸다.
내달리던 모로가 속도를 줄이며 방향을 튼 건 거의 동시였다.
루시아는 왜 그러는 거냐고 묻지 않았다. 이미 충격파를 대비해 팔로 얼굴 앞을 가려야 할 정도의 거리였기 때문이다.
쩌엉-! 쿠화악-!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충돌음이 연달아 이어졌다.
히케드는 물론 이나스 커글도 맹렬하게 양손의 검을 휘둘러 대고 있었다.
대검을 휘두를 때보다 일격 일격의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대신 움직임이 더 빠르고 사나워진 채였다.
그리고 그게 더 히케드를 고전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쩌저저저정-!
히케드는 이나스 커글이 연달아 휘두르는 검을 막아내며 점점 더 뒤로 밀려났다.
이나스 커글의 주위로, 휩쓸고 지나간 송곳니 검이 남긴 잿빛 궤적의 잔재가 어지럽게 일렁였다.
카드드득-!
이윽고 히케드가 옆으로 몸을 날리며 검을 피했다. 땅에 박힌 송곳니 검이 할퀸 듯한 흔적을 남기며 되돌아갔다.
히케드의 전신에는 여전히 어둠이 맹렬하게 이글대고 있었지만, 수인 출신인 대마족만큼 빠르고 유연할 수는 없었다.
콰아앙-!
송곳니 검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칼날이 또 한 번 땅을 찍은 순간, 이나스 커글이 뒤로 휙 몸을 휘돌리며 왼팔을 내뻗었다.
옆으로 몸을 날린 히케드가 막 튕겨 오르듯 일어선 참이었다.
“……!”
루시아가 눈을 치켜뜨는 사이, 히케드가 다급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쩌엉-!
길게 뻗어 나온 송곳니 검이 그 위로 틀어박혔다. 히케드의 등 뒤로 어둠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카가가가각-
송곳니 검이 어둠이 넘실대는 칼날 위를 할퀴듯 미끄러졌다.
푸르스름한 불티가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검날 끝에 송곳니처럼 튀어나온 칼날이 히케드의 검면에 걸렸다.
마저 몸을 휘돌린 이나스 커글이, 그 위로 오른손의 송곳니 검까지 휘두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쩌엉-!
교차하듯 뿜어져 나간 검날이 왼손의 검날 위를 후려쳤다.
충격파가 터져 나와, 그 너머 히케드의 전신을 감싼 어둠을 한순간 흩어 버렸다.
히케드는 튕겨 나가지도 못했다.
교차한 검날에 짓눌리듯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르륵 밀려 나갈 뿐이었다.
쿠드드득-
이나스 커글이 그런 히케드를 짓누르듯 몸을 일으켰다. 어둠이 다시 넘실대며 번지는 와중에도, 히케드의 몸이 점점 더 아래로 짓눌렸다.
화르륵-
루시아가 펼친 오른손 위에 다시 성화가 피어올랐다. 좀 전과 달리 커다란 주황색 화염구였다.
곧바로 손을 내뻗으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히케드가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와서는 아니었다.
“……!”
이나스 커글의 뒤로 빠르게 가까워지는 형체를 발견해서였다.
진은 강철 검을 늘어뜨린 이안이었다. 그는 바닥에 깔리듯이 낮게 몸을 숙인 채 빠른 속도로 이나스 커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쿠구구구국…!
하지만 이나스 커글은 물론, 놈에게 짓눌리고 있는 히케드 조차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모로에 타고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마침 훤히 보이는 방향이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이안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테니까.
심지어 저들은 서로가 내뿜는 혼돈으로 감각이 교란되고 있을 터였다.
솨아아아-
이안이 늘어뜨린 검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번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칼날 형태로 치솟는 용의 마력을 눈에 담은 루시아가, 비로소 손아귀에 이글대던 성화를 내던졌다.
“……!”
이제야 비로소 기척을 느낀 듯, 눈을 부릅뜬 이나스 커글이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르르르- 퍼어엉-!
주황색 꼬리를 남기며 날아간 불덩이가, 그대로 이나스 커글의 얼굴에 틀어박히며 폭발했다.
이나스 커글의 고개가 순간 휘청 기울어졌다.
머리를 날려버리기엔 역부족이었지만, 놈의 신경을 분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크르르…!”
주황색 불길이 털을 태우는 가운데, 인상을 구긴 놈의 시선이 루시아 쪽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루시아는 이미 놈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사이 이나스 커글의 바로 뒤까지 도달한 이안이 솟구치듯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양손으로 움켜쥔 광검을 올려 치듯 휘두르는 채였다.
샛노란 궤적이, 잿빛 마력에 휩싸인 이나스 커글의 꼬리 하단으로 틀어박혔다.
카가가가가각-
갑주조차 걸치고 있지 않건만.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꼬리 중앙에 박힌 광검이 황금빛 불티를 수없이 토해냈다.
물론, 잘려 나가는 시간이 아주 조금 늦어진 것에 불과했다.
서걱-!
이안이 팔을 끝까지 치켜들자, 찰흙을 가르듯 솟구친 광검이 꼬리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왔다.
이나스 커글의 거체가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경직됐다.
놈의 쌍검에 짓눌려 있던 히케드의 전신에 검푸른 어둠이 타오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쩌엉-!
히케드가 떨쳐내듯 팔을 휘두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검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에, 송곳니 검을 움켜쥔 이나스 커글의 양팔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사이, 이안은 옆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디며 치켜들었던 양팔을 내리치고 있었다.
광검이 만들어낸 샛노란 궤적이, 이나스 커글의 두 번째 꼬리로 떨어져 내렸다.
카가가가가각- 서걱-!
첫 번째 꼬리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두 번째 꼬리마저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단면에서는 피도 솟구치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올라 익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나스 커글의 안광이 발작하듯 타오른 건,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 흐른 직후였다.
“—-!”
고개를 뒤로 젖히듯 치켜든 이나스 커글이 울부짖었다.
동시에 놈의 전신에서, 폭발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잿빛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충격파는 검을 고쳐 쥐던 히케드는 물론, 곧바로 다시 옆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안까지 단숨에 휩쓸어 날려버렸다.
‘하나만 더 자르면 되는데…!’
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과 함께 날아가면서도, 이안은 절로 이를 악물었다. 광검의 마력이 빛을 잃고 흩어졌다.
“—–!”
하지만 어쨌건, 꼬리 두 개를 잘라낸 효과는 분명히 있어 보였다.
잘린 꼬리와 함께 나뒹굴며, 이안은 울부짖는 이나스 커글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포효였다. 절규라 표현해도 될 만큼 처절해 보였으니까.
카가가각-
백금 방벽을 펼친 그가 방패 날로 땅을 긁으며 멈춰 섰다.
아직 절규에 가까운 포효는 물론 충격파도 이어지고 있었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래. 명령대로 잘하고 있네.’
이를 악물면서도 저 옆, 충격파의 영향권 밖으로 달려 나가는 모로의 뒷모습을 확인한 이안이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그는 루시아가 내던진 불꽃 덕분에 마지막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 번에 다 잘라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사실, 그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루시아가 아니었다면 하나를 겨우 잘라내는 선에서 그쳤을 터였다.
두 개를 잘라낸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이안은 잿빛 충격파를 끝없이 토해내고 있는 이나스 커글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텅 빈 검집 아래 나란히 돋아 있던 꼬리는, 이제 가장 오른쪽의 하나만이 남아 치솟아 있었다.
반도 채 남지 않은 나머지 둘은 힘을 잃고 맥없이 너풀댔다.
마력이 번지지 않는 것은 물론, 다시 재생되려는 기미조차 없었다.
‘역시… 단순히 균형을 잡는 용도만이 아니라니까.’
샬롯 때도 느꼈지만. 수인족의 꼬리에는 어떤 마법적인. 혹은 영혼과 직접 이어지는 주술적인 무언가가 깃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본래의 세상이었다면 모를까. 이 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콰아아아….
마침내 절규와 충격파가 잦아들었다. 그르렁대는 듯한 숨소리를 토해내면서, 이나스 커글이 툭 고개를 떨궜다.
짐승의 그것처럼 구부러져 있어, 거대한 상체에 비해 다소 짧아 보이는 두 다리로는 힘없이 무릎을 꿇은 채였다.
놈의 갈기와 어깨를 타고 잿빛 마력이 위태롭게 흘러내렸다.
놈의 어깨가 불규칙적으로 들썩이는 사이.
타탓-
이안은 이미 다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놈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하나 남은 꼬리까지 마저 잘라 버리기 위해서였다.
솨아아-
진은 강철 검의 검면에 황금빛 진언이 번지고, 뒤이어 황금빛 마력의 칼날이 솟구쳤다.
이나스 커글의 머리와 등줄기까지 이어진 갈기에서 잿빛 마력이 솟구친 것과, 이안의 육감이 오싹한 경고를 보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쿠확-!
이나스 커글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발작적으로 몸을 휘돌렸다.
축 늘어진 왼팔을 치켜든 채였다. 송곳니 검이 허공에 기다란 잿빛의 선을 그려냈다.
콰과과과과-!
선이 마구잡이로 뭉개지며 후폭풍 같은 충격파를 토해냈다.
그 아래의 땅이 터져나가는 가운데, 간발의 차로 옆으로 몸을 날린 이안이 바닥을 굴렀다.
완전히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본 이나스 커글의 붉은 안광은, 이미 그를 좇고 있었다.
쿠확-!
이나스 커글은 휘두른 왼팔을 추스르지도 않은 채 몸을 날렸다. 바닥을 구르던 이안이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찼다.
쒸에엑- 콰앙-!
이나스 커글이 내리친 오른손의 송곳니 검이 땅에 박혔다. 잿빛 궤적이 쏟아져 내리고, 칼날 좌우의 땅이 폭발하듯 치솟았다.
‘더럽게 빠르네…!’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바람 칼날을 시전하며, 이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간신히 다시 땅을 박차고 일어선 그가 뒤로 몸을 돌렸다.
“크르르….”
내리친 칼날 너머, 이나스 커글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놈의 새카만 얼굴은 음영이 진 것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십자 형태의 동공을 고스란히 드러낸 붉은 안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갈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잿빛 마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성이 사라지긴커녕, 더 짙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 이거지.’
하지만 이안은 놈이 야성이 아니라 광기에 잡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겉보기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분명 걸맞은 변화가 일어날 터였다.
카드득- 쿠확-!
이나스 커글이 내리친 오른팔을 끌어당기며 몸을 날린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충격파가 몸을 할퀴고 지나갔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런 모습부터가 놈이 광기의 노예가 되었다는 증거인지도 몰랐다.
쿠과과과과-
마구잡이식으로 휘두르는 왼팔 끝의 송곳니 검이, 이안을 노리고 비스듬하게 떨어져 내렸다. 어쨌건, 피하기엔 너무 빠른 속도였다.
지잉….
반사적으로 백금 방벽을 펼친 이안이, 두 다리를 땅에 박아 넣듯이 내리찍었다. 흙먼지와 함께 몸이 뒤로 밀려 나가고, 백금 방벽이 드리운 왼팔을 치켜든 오른팔 위에 교차하듯 얹은 채였다.
쩌어엉-! 콰드드드득-
그 위로 기다란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 육각형의 금빛 방패 위로 후폭풍 같은 충격파가 터져 나오고, 이안의 한쪽 무릎이 휘청 꺾이며 밀려났다.
“……!”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은 압력에, 이안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새삼스럽게 투쟁의 축복이 그리워졌다. 카르하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축복을 내렸을 만한 전투가 아니던가. 그랬다면 이 압력도 충분히 견딜만하게 느껴졌으리라.
물론 그랬다면 기척을 숨긴 채 조용히 뒤를 노리는 선택 따위는 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랬다면 카르하가 그의 온몸을 불태워 버릴 듯이 화를 냈을 테니까.
게다가 지금은 이런 현실 도피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카가가가각-
왼손의 진언 회로에 담긴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이안은 온 힘을 다해 이를 악물었다.
입안에 쇠 맛이 번지고, 금이 가 있던 어금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방패를 짓누르는 압력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지만, 이안의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크르르…!”
검을 내리친 이나스 커글이, 여전히 그의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잿빛 마력을 가득 머금은 붉은 눈의 야수는, 오롯이 그를 죽이고자 하는 본능만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런 듯, 뒤로 꺾이듯 젖혀져 있던 놈의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안의 허리를 반으로 토막 내버리려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안의 육감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수준의 경고만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이유를 깨달은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퍼억-!
이나스 커글의 한쪽 눈가로 투척용 단검이 날아든 것이다. 칼날은 놈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지만, 그 하나가 전부가 아니었다.
“이 땅딸보 설사 같은 새끼야-!”
뒤편에서 다소 느릿느릿하게 느껴지는 외침과 함께, 투척용 날붙이들이 연달아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마침 디아나의 근처로 밀려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이나스 커글은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이안에게는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콰직-!
단검 한 자루가 이나스 커글의 한쪽 눈에 박혔기 때문이다. 가죽과 달리, 눈알은 단검을 튕겨 내지 못했다.
이나스 커글의 오른팔이 흠칫 멈춰 섰다.
“—-!”
고개를 치켜든 이나스 커글이 고통이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확실히, 꼬리를 잘리기 전에는 보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놈의 포효에 담긴 마력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쩌엉-!
이안이 간신히 백금 방벽을 짓누르던 칼날을 떨쳐냈다. 구부리고 있던 무릎을 펴며 튕겨 오르듯 일어선 그의 인상이, 곧이어 다시 일그러졌다.
쒸에엑-
비명을 내지르는 와중에도, 이나스 커글이 발작하듯 오른팔을 마저 휘둘렀기 때문이다.
쩌어엉-!
반사적으로 치켜든 백금 방벽 위를, 채찍처럼 날아든 칼날이 후려쳤다.
이안의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가듯 밀려났다. 얼굴 바로 옆까지 붙은 왼팔에서 저릿한 감각이 번졌다.
뼈에 금이 간 게 분명했지만, 사실 금만 간 게 오히려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크르르…!”
이나스 커글이 고개를 홱 숙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그의 한쪽 눈은 완전히 빛을 잃은 상태였다. 재생하려는 듯 부글대며 칼날을 밀어냈지만, 눈동자가 본래의 형태로 재생되지는 않았다.
눈에 박혔던 단검에 독이 발려 있었던 게 분명했다. 대마족에게도 통할 만큼의 극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