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모로가 삽시에 속도를 높였다.
디아나는 뒤늦게 내심 긴장했지만, 녀석은 혼돈의 융합체를 향해 정면으로 내달리지 않았다.
커다란 원, 혹은 소용돌이를 그리며 주위를 맴돌려는 것 같았다.
다그닥- 다그닥-
한 손으로 루시아의 허리를 감싸 안은 디아나의 몸이 절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일대가 융합체를 중심으로 움푹 함몰된 것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놈이 주위의 공간을 짓누르며 동시에 밀어내고 있었다.
“제기랄….”
거대한 개미지옥에 발을 들인 것 같은 기분에, 디아나가 절로 탄식을 흘렸다. 실제로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터였다.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 특히.
“성혈에 기도라도 해 봐야겠어요.”
루시아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진 건 그때였다. 디아나의 고개가 홱 그녀의 뒤통수로 돌아갔다.
“뭐…? 이 판국에?”
“이 판국이니 해야죠. 잠깐이면 돼요. 지켜줘요. 디아나.”
덧붙이며 오른손을 흉갑에 얹은 루시아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왼손으로는 여전히 모로의 고삐를 쥔 채였다.
“아니… 지켜달라고 해 봐야….”
디아나가 멍하니 읊조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루시아를 안고 몸을 날리는 정도밖에는 없을 테니까.
…애초에 그걸 기대한 건가?
이어진 생각에 입맛을 다신 그녀가, 오른손의 진은 강철검을 고쳐 쥐며 시선을 돌렸다.
콰지지직-!
마침 저 너머, 살점의 언덕을 오르는 보랏빛 궤적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안이었다.
그는 점점 더 높게 부풀어 오르는 언덕 중턱에서, 달려드는 마수를 향해 마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콰지지직-
톱날처럼 일렁이는 보랏빛 궤적이 마수의 아가리를 가로로 찢어버리며 그 아래의 몸통까지 깊숙이 박혀 들었다.
“……!”
하지만 마수는 머리통이 가로로 죽 갈라진 와중에도 죽지 않았다.
수인의 팔처럼 길쭉하게 변이된 앞발을 이안을 향해 내뻗었다.
놈의 몸통에 박혀 있던 마검의 검날이 붉게 달아오른 건 거의 동시였다.
콰앙-!
검날에서 터져 나온 폭발이 마수의 상반신을 산산조각냈다.
굵고 기다란 내장처럼 보이는 마수의 하반신이 휘청 튕겨 나가며 체액을 흩뿌렸다.
마수들은 죄다 어설픈 수인 형태로 변이된 데다, 저런 식으로 살점의 언덕에 이어져 있었다.
머리가 갈리고도 죽지 않은 건 그래서일 터였다. 저것들은 융합체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이다.
촉수가 부글대며 재생되기 시작하는 게 디아나의 눈에도 보였지만, 이안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폭발의 잔재 너머로 몸을 날렸다.
콰직-!
옆에서 새카만 촉수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찍처럼 땅을 찍은 촉수가 이안을 쫓아 옆으로 휙 방향을 틀었다.
튕겨 오르듯 벌떡 일어선 이안이 뒤로 몸을 비튼 건 거의 동시였다.
콰드드득-!
떨어져 내린 보랏빛 궤적이 통나무처럼 밀려드는 촉수를 단숨에 썰어버렸다. 잘린 단면에서 뿜어져 나온 체액이 이안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꼬리…?’
끝이 말린 채 널브러지는 촉수를 보며, 디아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털이 듬성듬성 돋아난 데다 훨씬 굵고 길었지만, 저런 유연한 움직임은 수인들이 꼬리를 다루는 방식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카가가가각-!
이안이 금빛 불티와 보랏빛 궤적을 흩뿌리며 옆으로 주르륵 밀려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검을 회수하기도 전에 옆에서 또 다른 마수가 달려든 것이다.
금빛 불티는 마수의 기다란 앞발에 닿은 백금 방벽의 표면에서 번지고 있었다.
크르렁…!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안의 모습이 살점의 언덕에 가려졌다.
언덕 주위를 선회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갈라지듯 좌우로 밀려가는 마수들과 꿈틀대며 새로 솟아오르는 촉수들을 바라보던 디아나의 시선이, 문득 앞으로 돌아갔다.
솨아아….
어느새 루시아에게서 은은한 온기가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로가 불쾌한 듯 으르렁대며 고개를 털어대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정말 해내다니….’
녀석의 흉갑 틈에서 번지는 빛무리를 눈에 담으며, 디아나가 헛웃음을 삼켰다.
제아무리 신의 사도라 해도, 성혈의 근원과 감응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쿠화악-! 콰직! 콰지직!
또 다른 소음이 가까워진 건 그때였다. 디아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언덕 반대편이었다. 살점의 언덕을 오르는 검푸른 어둠들.
선두의 히케드와 좌우에서 그를 따르는 두 흑사자였다.
빠각-! 카드득-!
그들 역시 악전고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검과 방패만 휘둘러 대는 것이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거나 투구로 마수의 머리를 들이받기까지 했다.
“멈추지 마라-! 고지가 보인다!”
하지만 어쨌건, 적어도 이안보다는 더 높은 곳까지 오른 상태였다.
이대로면 저들이 먼저 혼돈의 본체에 다다를 것 같았다.
디아나의 눈에 조심스럽게 희망의 빛이 번지는 사이.
“……!”
히케드가 불현듯 언덕 위로 손을 내뻗었다. 그의 전신에서 먹물처럼 터져 나온 어둠이 그와 흑사자들을 뒤덮는 가운데.
쿠화악-
회색 마력 광선이 그들을 휩쓸었다. 언덕을 지나쳐, 그 너머의 비탈길까지 일직선으로 훑어버리는 채였다. 불과 몇 초 전에 모로가 통과한 지점이기도 했다.
콰과과과과-
수증기 같은 잿빛의 마력이 장벽처럼 자욱하게 치솟았다.
충격파에 모로가 휘청댔다.
루시아의 허리를 더 콱 끌어안은 디아나의 시선이 절로 언덕 꼭대기로 향했다.
‘미친….’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잿빛 마력 너머로, 불쑥 솟은 커다란 실루엣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복판, 십자로 찢어진 붉은 안광도.
솨아아아….
뒤이어 실루엣의 형태가 선명해졌다. 거대한 머리처럼 보이는, 검은 털이 듬성듬성 돋아난 덩어리.
수인보다는 마수의 그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하지만 윤곽만 본뜬 듯 아가리조차 없었다. 그저 동공이 십자로 찢어진 거대한 눈알만 한복판에 박혀 있을 뿐이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갈비뼈들이 눈꺼풀처럼 여전히 주위를 감싼 채였다.
꾸득… 꾸드득…!
심지어 그 아래로 척추처럼 보이는 목까지 완성되어 있었다.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중이었다.
‘말도 안 돼….’
디아나는 살점의 언덕뿐만 아니라 저 혼돈의 본체도 변이를 이어가고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을 담을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내려는 게 분명했다. 본래 그릇이었던 이나스 커글의 육체를 기초 삼아서.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녀의 시선이 융합체의 머리 위, 마력을 끝없이 빨아들이며 휘몰아치는 잿빛의 고리로 향했다.
쩍… 쩌적…!
일대가 왜곡되고, 알 수 없는 불길한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다.
파멸이 찾아오는 것보다 먼저 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디아나가 조금이라도 현상을 이해해보려 애쓰는 사이.
푸스스-
흩어지는 잿빛 마력 사이로 검푸른 어둠이 번졌다.
히케드와 흑사자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력 광선을 견뎌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다.
그들을 감싼 어둠이 휘청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잿빛 마력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었으니까.
솨아아아-
살점의 언덕에서 튀어나온 촉수들과 마수들이었다. 혼돈의 본체가 뿜어낸 광선이 저것들에게는 오히려 힘이 된 모양이었다.
“가자-! 죽음이 우리를 기다릴지라도-!”
“기꺼이 따르겠나이다!”
“태자 전하를 위하여-!”
고함을 내지르며 돌진하는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모습이 또다시 가려졌다.
‘미치겠네….’
디아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히케드가 걱정되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에라도 말에서 뛰어내려 도망쳐야 하는 게 아닌지를 고민하는 중이었다.
“고마워요, 디아나.”
루시아의 목소리가 번진 건, 그녀가 결론을 내리기 직전이었다.
녀석이 멈칫하는 디아나를 돌아보았다. 눈동자에 가득 맺힌 매끄러운 주황빛이 선명해졌다.
“도망치지 않고 버텨 줘서.”
루시아가 덧붙인 말에 디아나의 귀가 움찔댔다. 물론 잠깐이었다.
“…그런 말이나 할 때가 아니야. 다 뒈지게 생겼다고.”
시선을 돌리며 내뱉은 디아나가 살점의 언덕 꼭대기를 가리켰다.
루시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융합체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놈의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었다.
“가자. 모로. 조금만 더 가까이.”
루시아가 곧바로 내뱉었다. 반들대는 주황색 한복판에 불그스름한 마력이 물감처럼 번지는 채였다.
크르렁…!
모로가 짜증스럽게 울부짖으며 속도를 높였다. 융합체와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는 채였다. 루시아가 머리 위로 양손을 치켜든 건 거의 동시였다.
“……!”
디아나가 녀석의 허리를 감싼 팔에 다급하게 힘을 주는 가운데.
화르르르르-
양손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온 신성과 마력이 커다란 주황색 불덩이를 연달아 만들어냈다.
불덩이들은 뒤처지지 않고 그녀의 양손 사이에 머물렀다. 루시아가 양팔을 휘두른 건, 융합체의 고개가 언덕 아래쪽으로 기울어질 찰나였다.
화르르르르-
불덩이들이 연달아 뿜어져 나갔다. 허공에 눈부신 주황색의 궤적들을 연달아 아로새기는 채였다.
멈칫한 융합체가 머리를 돌린 건 거의 동시였다. 십자를 그리는 붉은 동공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장막처럼 출렁이는 마력이 파장이 방사됐다.
콰과과과광-!
성화로 만들어진 화염구들이 허공에서 휩쓸려 터져나갔다. 불꽃놀이 같은 잔재가 사방으로 번졌다.
“……!”
좀 전보다 더 높이 올라간 이안의 모습이 드러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디아나가 눈을 부릅뜨는 사이.
“계속 가세요! 이안 님!”
루시아가 힘껏 소리치며 또다시 양손을 치켜들었다.
신성과 마력이 동시에 뜨겁게 치솟아 뒤엉키면서, 허공에 새로운 화염구들을 만들어냈다.
이안은 대답하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콰지지직-!
그저 더 힘껏 달려드는 마수를 베어버리면서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뒤이어 루시아가 양팔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
새로 만들어진 몇 개의 커다란 불덩이들이 화살처럼 뿜어져 나갔다. 융합체의 머리가 아니라 언덕 위를 노리는 궤적이었다. 이안에게 길을 터 주려는 것이리라.
“……?”
그 너머를 올려다보던 디아나의 미간이 설핏 좁아졌다.
융합체의 머리 주위로, 어느새 목책을 방불케 하는 높고 뾰족한 가시들이 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콰과과광-!
화염구들이 언덕 위쪽에 떨어져 폭발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융합체는 앞선 폭발에 잠시 눈이 멀기라도 한 듯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성화에 휩싸인 촉수와 마수들이 지글지글 타들어 갔다.
“산산조각 내고 싶었는데….”
언덕을 오르는 이안의 모습이 가려지는 가운데, 루시아가 혀를 차며 읊조렸다.
뒤이어 다시 양팔을 치켜들던 그녀가 문득 휘청댔다.
“루시?”
허리를 두른 팔에 힘을 준 디아나가 내뱉었다. 고개를 턴 루시아가 내뱉었다.
“괜찮아요. 잠깐 어지러웠어요. 아무래도 마력은 그만 써야 할 것 같아요.”
“…….”
디아나가 침음을 삼켰다.
신성과 마력을 동시에 다루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지만.
반동이 훨씬 더 크리라 예상하는 것만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도 만류하지 않는 건,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살아 돌아간다면….”
다시 오른손을 치켜드는 루시아를 잠시 바라본 디아나가, 이윽고 웅얼댔다.
“…이 빚은 반드시 갚을게.”
“알았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한 루시아가, 허공에 성화를 피워올리며 덧붙였다.
“요정의 약속은 믿는 게 아니라고 배웠지만… 이번엔 믿을게요.”
모로가 황급히 방향을 튼 건 그때였다. 주위에 넘실대던 촉수들이 채찍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과과과-
촉수들이 연달아 땅을 후려쳤다. 루시아와 디아나의 몸이 다시 기울어졌다. 아까보다 일대의 경사가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공간의 왜곡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대의 파멸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다그닥- 다그닥-
어쨌든 모로는 균형을 잃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내달렸다.
루시아에게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언덕 위를 겨냥하기도 쉬워졌으니까.
화르르르-
루시아가 앞으로 손을 내뻗자, 선명한 주황색으로 빛나던 성화가 도깨비불처럼 뿜어져 나갔다.
힘겹게 전진하고 있는 히케드와 흑사자들의 위쪽이었다.
퍼버벙-
성화가 다소 소박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주황색 불길을 토해냈다.
물론 결과까지 소박하지는 않았다. 불길에 닿은 마수들이 끈적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니까.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 던진 건, 흑사자들에게 옮겨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 터였다.
“고맙소! 돌격하라-! 길이 열린다!”
루시아를 돌아보며 검을 치켜든 히케드가 소리쳤다. 갑옷 곳곳이 찌그러진 흑사자들이 포효로 화답하며 달려 나갔다.
쿠르르르르-
일대가 뒤흔들리는 듯한 지진이 번진 건 거의 동시였다.
뒤이어 언덕 반대편에서 촉수와 마수들. 그리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뼈들이 잿빛 궤적을 그리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저건 또 뭔…?”
고개를 치켜든 디아나의 입이 벌어졌다.
쿠아아아-
마력을 휘감은 검고 기다란 팔이 허공을 가르며 솟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르가 눌어붙은 것 같은 표면에는 날카로운 뼈와 촉수. 변이된 마수들이 넘실대고 있었다.
칼날 같은 손톱이 돋아난 기다란 손은, 아직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처럼 살점이 뚝뚝 녹아내렸다.
“세상에….”
융합체가 살점의 언덕에 파묻혀 있던 팔을 치켜든 것이다. 왜 그런 건지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쉬에에엑-!
휘몰아친 잿빛 마력에 휩쓸린 황금빛 궤적이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으니까.
퍼석-
보랏빛을 머금은 황금빛 궤적이 깨지듯 빛무리로 화하며 흩어졌다.
왼팔을 얼굴 앞에 치켜든 이안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그의 왼손에 새겨진 진언 회로가 빛을 잃고 있었다. 중첩된 마력이 바닥난 것이리라.
“이안 님…!”
루시아가 경악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모로가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높였다.
“…….”
디아나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향한 건, 이안의 몸이 상승을 멈춘 직후였다. 그에게 이게 필요한 순간이 지금이리라는 직감이 뇌리를 스쳐서였다.
“루시. 잡아줘.”
내뱉은 그녀가, 달리는 모로의 등 뒤에서 벌떡 일어섰다. 요정 특유의 균형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디아나…?!”
홱 고개를 돌린 루시아가,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팔을 어깨 뒤로 치켜든 디아나를 올려다보았다. 추락하는 이안을 가늠하듯 응시한 것도 잠시.
쒸아악-!
그녀가 오른팔을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그녀의 손을 떠난 진은 강철 검이 새하얀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안-!”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와중에도, 디아나가 소리쳤다. 목소리에 마력까지 실려 있었다.
다급하게 손을 뻗은 루시아가 그녀의 허리띠 뒤편을 움켜잡는 사이.
“……!”
추락하던 이안이 고개를 돌렸다.
곧 눈을 치켜뜬 그가, 왼팔을 반사적으로 내뻗으며 몸을 비틀었다.
터억-!
그의 왼손이 날아드는 새하얀 궤적을 낚아챘다. 검의 자루를 정확하게 움켜쥐는 채였다.
허공을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이안의 입꼬리가 설핏 말려 올라갔다.
‘…진짜 잘 던지네.’
다음 순간, 황금빛 진언이 검날을 따라 눈부시게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