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
047화
회의는 대회관에서 열렸다.
이안과 메브는 아직 피 냄새가 다 가시지 않은 회관 한복판에 나란히 앉았다.
입회인들의 시선은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국왕 역시, 언제 메브를 광인 취급 했었냐는 듯 정중했다.
국왕의 공치사에도 메브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딱 해야 할 말만 했다.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버차드 후작과 메이슨의 목을 비롯한 오른델에서 가져온 증거품과, 데클란이 쓴 서한을 제출했다.
국왕은 서한의 내용에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오른델의 새 영주는 아주 신실하고 충성심이 깊군.”
곧바로 데클란의 정통성을 인정한 그가, 이어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 서한에는 그대의 공이 아주 크다고 적혀 있군. 믿을 수 있으며 능력 또한 출중하다고 말이야. 버차드 후작의 목을 직접 베었다지?”
“그렇습니다.”
이안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공손하지 않은 태도에도, 아무도 비난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그가 구국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브에 필적하는 검의 달인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국왕이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보다시피, 아겔 란에는 그대와 같은 유능한 인재가 필요해. 비극이 휩쓸고 간 지금은 더더욱. 어떤가, 아겔 란의 귀족으로 살아가는 건.”
코웃음도 안 나오는 제안이었지만.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쨌건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아겔 란에 있어야 하니,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까진 없었다.
화제를 돌릴 적당한 주제도 남아 있었다.
버차드 후작의 서책을 꺼낸 이안이 덧붙였다.
“지금은, 남은 타락자들을 색출하는 게 우선일 것 같군요.”
“아직도 타락자가 남아 있단 말인가?”
이안은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이미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타락자들을 눈여겨봐 둔 그였다.
회의가 재판으로 바뀌었다.
설마 이제 와 정체가 드러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타락자들이 줄줄이 포박됐다.
“아, 아니야! 이건 누명이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폐하!”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병사들이 타락자들을 사형장으로 끌고 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검을 뽑아 든 친위 기사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또 한 번 피바람이 불었지만, 국왕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타락자 대부분이 평화를 주장하던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레지스가 그랬듯. 하수인들도 왕의 반발심을 자극하기 위해 전쟁을 반대했었으니까.
덕분에 남은 회의는 일사천리로 끝이 났다.
“우리는 크나큰 비극을 겪었다. 그러나 끝내 시련을 이겨 내고 왕국의 어둠을 뿌리 뽑았으니. 찬란한 여신과 엄정한 여신께서 왕국을 보살피심이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으리라.”
메브와 함께 성벽에 오른 국왕은, 모여든 백성들 앞에서 선언했다.
“이 순간부터, 아겔 란은 더 강대하고 신실한 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왕국의 앞날에 승리와 영광만이 가득하리라!”
병사들이 술과 밀, 고기가 실린 수레를 끌고 나왔다.
국왕과 왕국을 연호하는 백성들의 함성이 커졌다.
아겔 란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승리와 영광이라니. 나 참.”
미구엘이 고기를 씹으며 중얼댔다.
먹고 마시는 가신들의 목소리가 떠들썩했다.
아겔 란의 시민들이 그렇듯, 왕성에서도 연회가 열렸다.
이안과 필립, 미구엘은 연회장 가장 구석 자리에 모여 있었다.
“폐하에겐 이번 사건이 계시처럼 느껴지셨을 겁니다. 생각보다 피해도 크지 않고, 전쟁을 반대하던 자들도 죄다 타락자였으니까요.”
씁쓸하게 내뱉은 필립이 맥주를 들이켰다.
상석의 국왕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국왕이 오늘 한 애도라고는 형식적인 몇 마디가 전부였으니까. 그 외에는 죄다 전쟁과 관련된 얘기뿐이었다.
이안과 함께한 그는, 지금은 전쟁 따위를 벌일 때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혀를 찬 필립의 시선이, 국왕의 옆자리에 앉은 메브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텅 빈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씹고 있었다.
“…나리가 걱정입니다.”
필립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이안은 앞에 놓인 고기를 씹어 삼키는 것에만 열중했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려면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했다.
“이안 경.”
그때, 기사 하나가 앞에 앉았다.
필립과 미구엘이 시선을 교환하는 가운데, 이안이 눈만 굴려 그를 바라보았다.
친위 기사단의 젊은 놈, 조나단.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드릴 말씀도 있고요.”
“뭔데?”
이안이 다시 접시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조나단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안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존경과 경외가 가득했다.
메브는 회의에서, 레지스를 처단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이안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귀족은 물론, 국왕도 그것이 그녀가 겸양의 미덕을 발휘한 것이라 여겼지만.
몇몇은 그게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나단도 그중 하나였다.
“건강이 조금 더 호전되시면, 다시 성을 찾아 주십시오. 아까 폐하께서도 언급하셨듯, 경께 합당한 포상이 있을 겁니다. 그때 이왕이면 제가 모시고 싶습니다만.”
“돈?”
“예. 그리고 왕성의 병기고도 열게 될 겁니다. 경께 어울리는 무구를 하사하시겠다고요. 필요한 걸 고르시면 될 겁니다.”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지스와의 전투에서 거의 모든 장비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남은 건 단죄의 검뿐이었다.
“경과 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김칫국 잘 마시네.
생각하며 어깨를 까딱이는 이안에게, 조나단이 덧붙였다.
“아겔 란의 두 영웅께서 함께하신다면, 다가올 전쟁에서도 분명 승리만이-”
탕, 필립이 맥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은 건 그때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조나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필립이 이안을 돌아보았다.
“전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리.”
“엥? 벌써 가시게?”
미구엘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필립이 일어섰다.
“아가씨께서 혼자 계신 게 마음에 걸려서요. 입맛도 없어졌고. 집은 제가 지킬 테니, 편히들 즐기고 오십쇼.”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졌다. 미구엘이 쯧쯧 혀를 찼다.
“못 본 사이에 성격이 많이 까칠해졌다니까. 거,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될걸.”
물론 그도 조나단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는 않았다.
새끼들, 성깔 있어서 좋네.
피식한 이안이 턱짓했다.
“알겠으니, 할 말 끝났으면 가 봐. 편하게 식사 좀 하게.”
“아. 제가 방해가 됐군요. 알겠습니다.”
“또 찾아오려는 자들이 있다면, 못 하게 하고.”
“그것도 전달하겠습니다.”
깍듯하게 인사한 조나단이 몸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슬쩍 돌아보며 미구엘이 실실댔다.
“벌써 훌륭한 심복이 생기셨소. 필립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니오?”
짧게 코웃음 친 이안이 말했다.
“그럼 네가 하든가.”
“하고 싶다고 하나. 시켜 줘야 하지.”
“하고 싶긴 하단 거군.”
“뭐… 왕국에 애정이 있는 건 아니오. 다만….”
턱을 긁적인 미구엘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나리가 마음에 걸려서 말이오. 루시 아가씨도 그렇고.”
“그래서, 눌러살겠다고?”
“나리께서 허락만 하신다면야.”
“하긴, 그래. 네놈 실력이면 그게 더 오래 살길일지도.”
미구엘이 메브를 슬쩍 돌아보았다.
“형씨는 걱정되지 않소? 아예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시잖소.”
“이제 지켜야 할 게 없으니까. 복수도 끝마쳤고. 남은 삶의 목표는, 경 스스로 찾아야겠지.”
“…말씀하시는 걸 보니, 형씨는 떠나시려는 거군. 예상은 했소만.”
“같이 가잔 말 안 하니 걱정 마.”
“걱정이 아니라, 서운해서 그러는 거요. 서운해서. 참나.”
콧방귀를 뀐 미구엘이 문득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보다, 전에 말하려다 만 얘기가 있는데 말이오.”
“또, 뭐.”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잖소. 왜, 그날 밤에 말이오.”
미구엘이 목소리를 낮췄다.
“외성 주변에, 그 사냥개들이랑 싸우는 괴인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소. 주민을 여럿 구한 모양이오.”
“괴인…?”
“좀 허무맹랑한 얘기긴 한데. 내가 들은 바로는 사냥개들의 목을 비틀어서 피를 빨았다더군.”
이안의 턱짓이 멈췄다.
포크를 놓은 그가 미구엘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말해 봐.”
“역시, 흥미를 보이실 줄 알았소. 누군 회색 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미녀였다고 하고, 누군 송곳니가 돋은 괴물이었다던데. 아무튼, 사람들한테 맛대가리 없는 것들은 처박혀 있으라고 소리쳤다더군.”
미구엘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기다려 보면, 폐하께서 수배령을 내리실지도 모르겠소.”
“글쎄. 피를 그 정도로 먹었으면, 당분간 코빼기도 안 보일걸.”
“엥…? 그게 뭔지 짐작이 가시오?”
“어느 정도는.”
언젠가 서로 죽고 죽일 사이거든.
생각하며,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테사이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흡혈 요정이 아겔 란에 있다니.
‘설마, 날 따라왔나?’
억측이긴 했지만,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긴 아니었다.
‘…혹시 모르니까, 당분간은 집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겠군.’
이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닌, 뱀파이어의 유구한 설정을 떠올린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말 그를 따라온 거라면, 아겔 란을 나서고부터는 조심해야 할 터였다.
“표정이 너무 심각하신데. 그렇게 위험한 자요? 마물?”
“…아니. 그냥 오늘부턴, 잘 때 창문만 닫고 자라.”
다시 포크를 들면서, 이안이 덧붙였다.
“창밖에서 누가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도 절대 대답하지 말고.”
어리둥절해하던 미구엘의 얼굴이, 이윽고 구겨졌다.
“엄청 위험한 거 맞잖소! 뭐요? 대체 뭔데?”
넌 알 필요 없다니까.
이안은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고기를 입에 가져갔다.
***
“후….”
이안은 명상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맑고 몸이 한결 가벼웠다.
명상은 마력뿐 아니라, 부상을 회복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 그가, 이윽고 자신의 팔을 내려다 보았다.
작은 방심의 결과가 팔과 다리 곳곳에 지워지지 않을 흉터로 남아 있었다.
물론 불과 일주일 남짓 만에 이렇게까지 회복된 것만으로도, 초인적인 회복력이라 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달을 족히 요양해야 했을 테고.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이었으니까.
“…어쩌면 다음엔 정말 그럴지도.”
이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전에도 비슷한 반성을 한 적이 있건만.
일이 생각대로 풀리는 횟수가 늘고 변수에 훌륭하게 대응한 경우가 누적되면서, 오만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전에.
물론 가능한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는 그 정도까지 똑똑하지는 못했다.
‘어설프게 똑똑한 놈의 딜레마란 거지.’
이안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몸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했다.
슬슬 국왕의 제안을 빙자한 압박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까진 요양 중이라는 핑계로 잘 버티고 있지만.
그가 남을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채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어윈 2세. 그 속 좁고 멍청한 자라면, 본인이 하사한 포상을 도로 빼앗으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난 어쩔 수 없이 반항할 거고. 또 도시가 개판이 되겠지….’
아름다운 이별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상황이 귀찮고 지저분해지는 건 사양이었다.
그냥 한밤중에 홀가분하게 떠나버리는 게, 여러모로 깔끔하리라.
이안은 자연스럽게 벨 론데를 떠올렸다.
아겔 란과 전쟁을 벌이게 될 이웃 왕국.
또 다른 촌 동네였지만, 북부든 동부든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아직은 국경 간의 검문도 심하지 않을 테니, 느긋하게 이동할 수 있으리라.
‘남은 볼일만 깔끔하게 끝내고 나면-’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 건 그때였다.
“이안, 잠시 괜찮겠느냐?”
메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늦은 시각에 웬일이지.
문을 연 이안이 말했다.
“오늘치 대련이, 부족하셨소?”
이안은 재활을 핑계로 메브와 거의 매일 대련 시간을 가졌다.
그녀가 신경 쓰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
메브를 따라 하면서 검술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 것을 느꼈으니까.
헤어지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 더 배워 두려 한 것이다.
물론 메브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녀의 회복력은 이안보다도 대단했다.
분명 더 큰 부상을 입었건만.
이안은 그녀와의 대련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기술은 물론, 힘으로도 상대가 안 됐다.
신의 축복을 받은 그녀의 신체는, 보통의 인간과는 아예 구성 요소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
어쨌건 메브도 그와의 대련을 즐기는 게 분명했다.
하루 중에 유일하게 웃음을 보이는 시간이었으니까.
대놓고 이안의 빈틈을 지적하거나, 위로를 빙자한 농담도 종종 던질 정도였다.
“당연히… 대련을 위해서 온 건 아니다.”
이안의 벗은 상반신을 본 메브가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같이 목욕도 한 사이에 갑자기 웬 내외람.
피식한 이안이 비켜섰다.
“일단 들어오시오.”
이내 윗옷을 걸친 이안이, 구석의 의자에 앉은 메브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시오?”
“그게 말이다. 으음….”
침음한 메브가 몇 번 입술만 달싹였다.
망설임과 미안함이 뒤섞인 눈빛.
이안은 그녀가 뭔가 또 부탁할 게 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그동안 그녀의 일을 많이 도왔음에도, 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지간히 미안한 모양이었다.
‘가만히 두면 날 새겠군.’
피식대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안이, 이윽고 내뱉었다.
“그냥 말씀하시오. 의뢰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
메브의 시선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걸 수락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거요. 남은 이들을 부탁한다는 것같이 불가능한 의뢰는 거절할 거니까, 그냥 말씀하시오.”
“…그래. 그거야 그렇겠지.”
머쓱하게 헛기침한 메브가, 조심스러운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 혹시 이미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였느냐?”
그들에게는 굳이 묻거나 언급하지 않는 주제가 여럿 있었다.
이안이 어떻게 청색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던 건지 같은.
작별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녀는 이안이 언제, 어디로 떠날지 물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말을 꺼내 봐야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리라.
방금까지 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고민 중이오.”
“다행이군. 그렇다면… 화로의 사원에 대해 알고 있느냐?”
“북부의?”
“그래.”
“들어는 봤소. 루 엔테르를 섬기는 사제들과 정신 나간 대장장이들이 사는 곳이라던데.”
게임에서는 가 본 적도 있었지만.
굳이 그 말까진 하지 않았다.
충분한 대답이 된 듯 고개를 끄덕인 메브가, 이윽고 다시 이안을 마주 보았다.
“루시아를… 그곳까지 데려다 줄 수 있겠느냐?”
“……?”
이안의 미간이 설핏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