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8
#518화
에레노스의 숲은, 오늘도 비현실적으로 싱그럽고 고요했다.
“…….”
“…….”
그건 일곱 명의 요정들이 모여 선 정원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머리를 기르고 제국 식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요정들은, 원을 그리듯 간격을 맞춰 죽 둘러서 있었다. 생명수의 가지를 드리운 가주 석 쪽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기까지 했다.
의자 우측에 선 채 숲만큼이나 비현실적인 미남미녀들을 눈에 담던 이안이, 이윽고 입맛을 다셨다.
‘요정들은 정말,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네.’
분명 회의에 소집된 에레노스의 연장자들이건만.
저들은 아무리 봐도 많아야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세월의 흔적은 미간이나 입가의 옅은 주름 정도가 전부였다.
어쩌면 테사이아가 추방한 사비나도, 겉모습은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가문에 경사스러운 소식이 있어요.”
이안의 옆에서 고저 없이 냉랭한 목소리가 번진 건 그때였다.
생명수 의자에 기대앉은 가주, 테사이아였다.
“검은 벽 너머로 실정되었다 알려졌던 북부의 초인이자 저 위대한 백금룡의 대행자.”
팔걸이에 얹은 오른손을 살짝 들어 이안을 가리키며, 그녀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고개를 살짝 든 요정들의 시선이 이안에게로 집중됐다. 이안이 헛웃음을 삼키게 하기에도 충분한, 의미심장한 시선들이었다.
‘벌써 소문이 다 난 거군….’
테사이아가 그의 방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을 다는 아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하긴. 그건 테사이아의 복장이 어제와 같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애초에 테사이아가 의도한 부분이기도 했다.
“또한 에레노스의 은인이기도 한 이안 호프 경께서 무사히 돌아와 가문을 방문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런데도 저들의 눈빛에 불쾌함은커녕 묘한 기대감과 긴장감만이 감도는 건, 물론 이안의 화려한 명성 덕분일 터였다.
어쩌면 거들먹대며 요정 사회에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일종의 사교계이자 경쟁 관계인 것 같지 않던가.
‘백금룡이 독단적으로 벽을 무너뜨렸다는 걸 알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 지겠지만….’
그때쯤엔 에레노스가 그와 각별한 관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요정이 없을 터였다.
그때, 테사이아가 이번에는 왼팔을 살짝 들었다.
“과거, 성전에 참여하여 가문의 명예를 드높였던 디아나까지, 이렇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왔으니까요.”
요정들의 시선이 의자 좌측에 선 디아나에게로 돌아갔다.
이안을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들이었다. 안타까워하는 듯한 이들도 없진 않았지만, 대다수는 노골적으로 못마땅해하거나 냉막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이군….’
내심 읊조리며, 이안도 좌측을 슬쩍 돌아보았다.
디아나는 넝마가 된 갑옷 대신, 간소한 바지와 셔츠만 걸친 채였다. 평소와 같은 건 얼굴에 뒤집어쓴 가면뿐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마 지금쯤 가면 너머의 얼굴은, 앞에 선 요정들만큼이나 냉랭해져 있을 테니까.
“디아나는 오늘부터 가문의 파수대장으로, 파수꾼들을 이끌고 관리하게 될 겁니다.”
잠깐의 침묵 끝에, 테사이아가 덧붙였다. 요정들이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가주….”
요정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미간과 눈가에 옅은 주름이 멋스럽게 진 자였다. 아마 이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리라.
“디아나는 검은 벽 너머에서 귀환하지 않았습니까. 가문의 직책을 수행하는 건, 적어도 대교회나 원로회의 보증을 받은 뒤에나….”
“물론 다음 회의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칠 겁니다. 장로.”
테사이아 역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전까지는 디아나의 외부 출입을 금지하고, 귀환 소식도 알리지 않을 겁니다. 벽 너머에서 겪은 일들 역시, 당분간은 나만 알고 있을 거예요.”
말을 멈춘 테사이아가, 오른팔을 의자 옆으로 뻗어 살짝 까딱였다.
의자 뒤편에 서 있던 피비가 재빨리 달려와 그녀의 손아귀에 궐련 대를 쥐어 주웠다.
품에서 작은 부싯돌을 꺼낸 피비가 궐련 끝에 맞부딪치는 사이.
“그런데도 직책을 부여한 건, 디아나의 영혼이 타락하지 않았음을 성자 대행께서 보증하신 덕분이에요. 둘은 벽 너머에서 함께 사선을 넘은 전우라더군요.”
궐련을 입에 문 채 말을 이은 테사이아가, 이윽고 한 모금의 연기를 뿜고는 요정 장로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성자 대행의 고결함마저 의심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물론….”
그의 시선이 이안쪽으로 돌아왔다. 이안의 가라앉은 눈을 잠시 바라본 그가, 이윽고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말을 맺었다.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행이군요. 아니길 바랐거든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내뱉은 테사이아가, 다시 궐련 대를 입에 물었다.
피비가 다시 뒤로 물러나는 가운데, 장내의 요정들을 한차례 돌아본 테사이아가 말을 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미리 알리도록 할게요. 디아나는 장차, 내 공식적인 대리인으로 가문의 대소사를 총관하게 될 겁니다.”
“……!?”
“가주…!”
요정들이 눈을 치켜뜨며 테사이아를 바라보았다. 몇몇은 숨을 들이켜는 소리까지 냈다.
“허….”
그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정말 대리인으로 삼을 줄은. 심지어 이렇게 가문 회의에서 곧바로 공표해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가면 너머의 눈을 치켜뜬 채 테사이아를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너머에 선 이안에게로 돌아왔다.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이안이 한쪽 어깨를 으쓱이는 사이.
“하, 하지만, 가주…!”
입을 살짝 벌린 채 바라보고 있던 장로가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아, 아무리 성자 대행께서 보증하셨다고 해도…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디아나는 전 가주의 직계 후손-”
“그러니 더더욱 의미가 있겠죠.”
테사이아가 말을 잘랐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조금 싸늘해진 눈으로 장로를 내려다본 그녀가, 연기를 뿜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도 원로회의 일부는, 가문의 과거사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전 가주의 후손을 대리인으로 삼는다면, 의혹을 충분히 희석할 수 있을 겁니다. 악연의 고리를 끊겠다는 내 의도도, 충분히 전달될 테고요.”
장로가 부릅뜬 눈매를 꿈틀대는 사이, 테사이아가 다른 요정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덧붙였다.
“그러니 다시 묻죠. 아직도 내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손을 드세요.”
“…….”
미간을 살짝 찌푸렸던 장로가, 이윽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낮게 침음하거나 입을 앙다물 뿐, 다른 요정들 역시 손을 들지 않았다.
“모두가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궐련의 연기를 뻐끔대며 그들을 지켜보던 테사이아가, 이윽고 한쪽 다리를 꼬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의 그 어떤 이야기도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쓰도록 하세요.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는 특히.”
요정들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테사이아를 바라보았다.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더는 숨기지도 않는 채였다.
테사이아가 태연하게 덧붙였다.
“성자 대행을 모시고 깊은 숲으로 향할 겁니다.”
“……!”
“출입이 가능하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여러 귀찮은 절차들을 대신해 주실 거예요.”
눈을 치켜뜬 요정들이 다시 이안을 돌아보는 가운데, 테사이아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였다.
“그 전에, 인근의 다른 대도시들도 가볍게 유랑할 예정이에요. 성자 대행과 단둘이 간소하게 움직일 생각이니, 그렇게들 알아 두세요.”
“…….”
“…….”
이안과 테사이아를 오가는 요정들의 눈빛이 묘하게 일렁였다.
심지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경악과 함께 묘한 배신감마저 느끼는 듯한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너까지 속냐….’
무표정을 유지한 채, 이안이 내심 읊조렸다.
어쨌건, 요정들이 눈빛에 담긴 의미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이 애틋하고 뜨거운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게 분명했으니까.
생명수가 위치한 깊은 숲으로 향한다는 말은, 명분을 위한 핑계쯤으로 치부하고 있으리라.
“이의가 있는 게 아니라면,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요정들을 돌아보며 내뱉은 테사이아가, 발끝을 살짝 까딱대며 덧붙였다.
“다들 물러나도록 하세요. 물론 두 분은, 잠시 남으시고.”
요정들이 더 덧붙이는 말 없이 냉큼 몸을 돌렸다. 두셋씩 나뉘어 흩어지는 와중에도,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는 채였다.
빨리 숲 밖으로 나가 방금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밀담을 주고받고 싶은 것이리라.
몇몇은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건 그들도, 테사이아의 목적지가 마로 텔이리라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봐. 어떻게든 됐지?”
궐련 대를 입에 문 테사이아가 이안을 돌아보며 내뱉은 건, 정원이 텅 비고도 몇 분이 더 지나고 나서였다.
“확실히, 굉장히 급진적이시던데.”
이안이 의자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읊조렸다. 테사이아가 히죽 웃음 짓는 사이, 옆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이어졌다.
“아니… 대체 이게….”
멍하니 테사이아를 바라보던 디아나였다. 그녀의 가면 아래에서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주? 절 대리인으로 삼겠다고 공표하자마자… 바로 자리를 비우신다고요? 심지어 그것도….”
그녀의 가면 쓴 얼굴이 이안쪽으로 돌아왔다.
“성자 대행과 단둘이, 남부를 유람하기 위해서요…?”
그러니까, 넌 왜 속는 거냐고….
이안이 내심 읊조리며 헛웃음을 흘리는 사이, 테사이아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안 될 건 뭐야. 걱정마. 내일 떠날 거니까. 오늘은 내가 손수 네가 해야 할 것들을 알려줄게.”
디아나를 돌아보며 내뱉은 그녀가, 의자 뒤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마찬가지로 충격받은 얼굴인 피비가 선 쪽이었다.
“전부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피비가 도와줄 테니까.”
“아니… 제가 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잖습니까…?”
디아나가 더듬대는 사이, 이안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우린 밀회를 나누러 가는 게 아니야, 디아나.”
“……?”
“마로 텔로 가려는 거지.”
“…어디라고?”
멈칫한 디아나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 내 친구가 산다고 했잖아. 물론, 너희 가주의 친구이기도 하고. 그 녀석과 연락이 끊겼어. 게다가 듣자 하니 밀림 지역은….”
“마경 투성이가 됐다지.”
테사이아가 궐련의 재를 툭툭 털며 말을 받았다. 의자 뒤편에 선 피비의 얼굴도 덩달아 일그러지는 가운데, 이안이 덧붙였다.
“그러니까 집을 잘 지키고 있어. 루시 일행을 맞이할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허….”
“루시가 오거든, 다른 귀쟁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정확한 상황을 알려 줘. 물론….”
디아나의 눈을 잠시 빤히 응시한 이안의 목소리가, 문득 싸늘해졌다.
“지금 너처럼, 쓸데없는 오해를 하는 일은 없게.”
“……!”
“테사이아와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그럴 일도 없고. 어디까지나, 마로 텔로 가기 위해서 의도한 거지. 이해했어?”
“어… 그… 러니까….”
눈을 끔뻑이며 웅얼댄 디아나가, 테사이아를 슬쩍 일별하며 덧붙였다.
“두 분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확실히 아니라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움찔한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럴게. 정확하게.”
“그렇게까지 딱 잘라 말하는 건 좀 상처인 걸, 이안.”
테사이아가 넌지시 덧붙인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혹시 모르는 거잖아.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농담이야.”
이안의 시선에 혀를 날름대며 미소 지은 그녀가, 뒤이어 아무렇지도 않게 디아나를 돌아보았다.
“원로회는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다음 회의까지 반년은 남았으니까. 그 전에 난리가 날 거라며? 내해도 개판이고. 그럼 더 미뤄질 거야. 다시 회의가 열릴 때쯤엔….”
테사이아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짓궂어졌다.
“네 존재 같은 건, 아마 다들 신경도 안 쓰게 될 거고.”
“그렇… 겠군요….”
디아나가 선선히 읊조렸다.
물론, 기쁘긴커녕 안도한 목소리조차 아니었다. 가주의 대리인이 되는 것을 거절할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일 터였다.
“하….”
이윽고 한숨을 내쉰 그녀가 손바닥으로 가면의 눈구멍 위를 덮는 사이.
“너무 위험한 건 둘째치더라도… 지나치게 오래 걸리실 것 같은데요, 가주.”
성큼성큼 앞으로 나선 피비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표정 역시, 디아나 못지않게 난감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보름이 넘게 자리를 비우신다면 저희끼리 가문을 수습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다들 떠들어대기 바쁠걸? 게다가 말했잖아. 깊은 숲을 들를 거라고.”
느긋하게 대답한 테사이아가 이안을 돌아보았다.
“거길 가로지르는 게 마로 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거든. 왕복한다면 의심을 받겠지만, 돌아올 때 거치는 정도로는 괜찮을 거야. 물론 이안의 출입을 허락할 때의 얘기지만…. 어떻게든 우겨보지 뭐.”
…진짜 머리를 열심히 굴렸네.
피식 웃은 이안이 내뱉었다.
“왜, 가는 길에 들르지 않고?”
“그랬다가 괜히 깊은 숲의 원로에게 붙잡히기라도 하면, 거기서 며칠을 머물러야 할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돌아가는 길에 붙잡히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
“…그래. 그렇겠네. 확실히.”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깊은 숲의 원로에 대해 묻지 않은 건, 전혀 궁금하지 않아서였다. 퀘스트라도 하나 얻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싱긋 미소 지은 테사이아가 피비를 돌아보았다.
“그럼, 아무 문제도 없는 거지, 피비?”
“없을 리가…. …아니에요.”
입술을 달싹이던 피비가, 이윽고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테사이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푹 쉬어 둬. 이안. 피비를 붙여줄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걸음을 옮기며 내뱉은 그녀의 시선이, 디아나를 훑고 지나갔다.
“가자. 디아나. 시간이 없어. 떠날 준비도 해야 한다고.”
“…….”
코로 내쉰 게 분명한 긴 한숨과 함께, 테사이아가 터덜터덜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게, 그냥 같이 가자니까.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듯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읊조린 이안이, 이윽고 곁에 선 피비를 돌아보았다.
“우리도 갑시다. 나는, 목욕부터 한 번 더 해야겠소.”
“…모시겠습니다. 성자 대행.”
다음 날 아침. 백금룡의 대행자와 은발의 원로는 타헤나를 떠났다.
“생각해봤는데. 야옹이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고생하고 있으면 좋겠어, 이안.”
“왜.”
“그래야 우리한테 더 고마워할 거 아냐. 겸사겸사, 목숨 빚도 갚고.”
“거 참 귀쟁이다운 생각이네….”
두 마리의 전마에 나란히 탄 채, 시답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