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길가를 따라 마차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가운데, 야영지 곳곳에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낮게 깔린 안개도, 기름 부은 장작에 불이 붙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고기 아끼지 말라고. 피를 본 날엔 특히 잘 먹어야 하니까.”
“술도 더 가져다주시오. 설마, 죽다 살아났는데도 수전노처럼 굴려는 건 아니겠지, 단주?”
짐꾼들이 식량과 술을 비롯한 각종 보급품이 담긴 상자를 부지런히 옮겼다. 모닥불 주위에 걸터앉은 경호병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며 상처를 수습하고 병장기를 재정비했다. 기대앉자마자 기절하듯 잠든 자들도 적지 않았다.
“많이들 드시게.”
“해가 뜰 때까지 이대로 쭉 쉴 테니, 걱정들 말라고.”
상인들은 그들 사이를 오가며 연신 노고를 위로하고 상황을 지휘했다. 그 와중에도 때때로 저 뒤편의 마차 쪽을 묘한 눈빛으로 힐끔대는 것도 잊지 않은 채였다.
“오, 오신다…!”
보초를 서던 짐꾼 중 하나가 소리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시끌벅적하던 일대를 단숨에 조용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하던 일을 멈춘 이들의 고개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방향으로 돌아갔다.
다각- 다각-
모닥불이 만들어 낸 음영 너머에서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조금씩 옅어지고 있던 안개 사이로 마갑을 두른 흑마. 그리고 그 위에 탄 기수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두건 망토를 깊이 눌러쓰고, 끝이 앞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대검을 늘어뜨린 채였다.
“…….”
모닥불의 빛이 번지는데도, 두건 아래의 얼굴은 코 아래까지만 겨우 보였다.
안장 앞에 웬 잿빛 나뭇가지 같은 것을 싣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드디어… 돌아오셨군….”
“대체 어딜 다녀오신 거지…?”
다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서느라 분주해졌기 때문이었다.
웃고 떠들던 자들조차 어느새 엄숙한 얼굴이 된 채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 기수는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었으니까. 물론, 신의 사도이기도 했다.
다각- 다각-
기수가 가까워지자, 가슴 앞에 손을 모아 쥐고 있던 이들이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찬란한 빛에 영광 있으라….”
“신의 사도께 무한한 은총이…”
“빛이여… 감사합니다.”
…성기사 아니라니까.
속으로만 읊조리며, 이안은 대충 고개를 까딱였다.
어쨌건, 여전히 아무도 그의 진짜 신분과 이름은 알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레긴이 그의 명령을 잘 수행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등대 상단주와 일행들도.
-저쪽이야. 사도님.
뇌리를 간지럽히는 속삭임에 이안의 눈매가 슬쩍 꿈틀댔다. 놀리려는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그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건지는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죽 늘어선 마차들의 가장 후미. 벽면에 지붕까지 달린 고급스러운 마차 옆에, 낯익은 오크 전사가 보초를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행의 말들은 따로 마차 뒤에 모여 쉬고 있었다.
푸르르….
콧김을 뿜은 모로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안의 뇌리로 요그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아쉽네. 불어 터진 시체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너나 그 냄새 나는 시체 더미 옆에서 쉬고 싶겠지.
이안은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
야영지는 전장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뒷수습을 끝내고 적당히 이동한 뒤에 다시 자리를 잡은 게 분명했다. 안개 덕분인지 이안의 코에도 거의 악취가 느껴지지 않았다.
“…은인.”
누군가 모로의 옆으로 따라붙은 건 그때였다. 중년의 제국인이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상인이 분명했다. 물론, 이안이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저희 모두의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인사는 받겠소만, 거기까지만 하시오. 어차피 길을 지나려면 상대해야 할 놈들이었소.”
이안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제국 상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과연… 고결하시군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이안이 내심 혀를 찰 찰나, 상인이 품에 오른손을 넣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생각해낸 보답이 세속적인 것뿐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허나 약소할지라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으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말을 이어가며 품에서 주먹만 한 가죽 주머니를 꺼낸 상인이, 양손으로 공손하게 받쳐 머리 위로 치켜 들었다. 이안의 입꼬리가 옅은 호선을 그렸다.
“진심을 어떻게 거절하겠소.”
저만치의 마차 문이 벌컥 열린 건, 이안이 주머니를 받아 든 직후였다.
뒤이어 뛰쳐나온 레긴이, 이쪽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마도 요그의 속삭임을 들은 루시아가 알려준 것이리라. 달려오는 그가 물러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상인의 표정이 대번에 떨떠름해졌다. 하지만 어쨌건, 그 무언의 압박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존함조차 알지 못해 아쉽군요. 그럼, 부디 또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은인.”
무릎을 굽혀 인사한 상인이 몸을 돌렸다. 이안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손에 들린 주머니가 꽤 묵직했다.
안에 금화가 가득 들어 있으리란 건, 손아귀의 감촉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비단 감사의 인사만이 아니라 제대로 안면을 트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터였다.
그때, 달려온 레긴이 미끄러지듯 모로 옆에 멈춰섰다.
“고생하셨습니다. …대전사.”
이안은 목소리를 낮춰 덧붙이는 그를 돌아보았다. 레긴의 눈빛은 여전히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얼굴 뚫리겠네. 생각하며, 이안이 입을 열었다.
“일 처리를 아주 잘 해 놨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시죠. 일행 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레긴이 손바닥을 들어 마차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린 이안이, 이윽고 문득 내뱉었다.
“고용주가 바뀌었던데.”
“…아.”
멈칫한 레긴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됐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옅은 수치심에, 그를 내려다본 이안이 물었다.
“풍차 상단주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아닙니다. 그저….”
잠시 머뭇거린 레긴이 덧붙였다.
“갈라섰을 뿐입니다. 대전사.”
“아하….”
그냥 고용주를 바꾼 거군. 불화라도 있었던 것이리라. 낮게 콧방귀를 뀐 이안이 덧붙였다.
“계약은 계약일 뿐이지. 고용주가 바뀌었다고 낯뜨거워 할 필요 없어.”
“…예. 감사합니다.”
정곡을 찔린 듯 한 박자 늦게 대답한 레긴이, 이윽고 다시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소식이 북부에 전해진다면 많은 이들이 기뻐할 겁니다.”
이안이 코로 웃음 지었다.
“그렇더군. 넌 모르겠지만, 내가 돌아온 걸 가장 먼저 알게 된 게 야인들이야.”
“그렇습니까…? 카르하께서 뭔가 계시를 내리신 거군요.”
고개를 갸웃하던 레긴이 이내 상황을 눈치챈 듯 덧붙였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선선히 대답하며, 이안이 고삐를 당겼다. 어느새 마차 옆이었다.
등자를 밟고 일어선 이안이, 다시 조용히 분주해진 야영지 쪽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출출한데. 내가 먹을 것도 준비해 줄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모셔다드린 뒤에 바로 준비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 녀석에게도 고기를 한 덩이 가져다줘. 가능하면 생고기로.”
안장에서 내리며 덧붙인 이안이 고삐를 내밀었다.
“과연… 식성조차 남다른 말을 타시는군요. 알겠습니다.”
레긴이 탄성을 흘리며 고삐를 받아 들었다. 모로가 콧김을 뿜는 사이, 안장 앞쪽에 걸쳐 두었던 잿빛 나뭇가지를 집어 든 이안이 몸을 돌렸다.
“고생하셨습니다. 귀빈.”
이미 진작 그를 바라보고 있던 무카파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 같이 들어가시겠소?”
“아닙니다. 저는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원로께서, 아무도 대화를 엿듣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나만 빼고 다들 이 자를 잘 써먹는군. 내심 읊조린 이안이 송곳니 대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칼날이 땅과 수평을 이루도록 든 채였다.
“그럼 내 대검이나 잠시 맡아 주시겠소? 들고 타기엔 거추장스러워서.”
곧바로 양손으로 검면과 자루를 받쳐 든 무카파가 물었다.
“제가 닦아놔도 되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나야 고맙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이안이 마차에 올랐다. 마주 앉게 좌석이 놓인 제법 널찍한 장내가 드러났다.
“오셨군요…!”
안쪽 자리에 앉은 등대 상단주가 좌석에서 엉덩이를 떼며 내뱉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은 장내를 눈에 담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장내였다.
직선을 그리는 얇은 홈이 줄지어 파인 천장 한복판에는 마석 등까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군요. 성자 대행.”
상단주의 맞은 편, 한쪽 다리를 꼬고 앉은 테사이아가 느긋하게 덧붙였다. 한 손에는 포도주가 담긴 주석 술잔까지 든 채였다.
…융숭하게도 대접받고 있었군.
“강 하류까지 다녀 왔소.”
무카파가 마차 문을 닫는 가운데, 이안이 바로 앞의 빈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주 시시했지.
요그의 첨언이 이어졌다. 맞은편에 앉은 루시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안과 마주쳤다. 녀석은 가면을 벗어 정수리에 얹고, 왼손에 술잔을 쥔 채였다.
“……?”
이안의 상태를 관찰하던 녀석의 시선은, 이제 그가 왼손에 든 잿빛 가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제 틈만 나면 술이군.
생각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린 이안이, 잿빛 가지를 좌석 아래에 비스듬하게 기대 놓는 사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성자 대행.”
옆에서 울림이 좋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전히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등대 상단주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엉거주춤한 자세인 건, 천장이 낮기 때문이리라.
이안의 시선을 받은 그가 비로소 제국 식으로 무릎을 굽혔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등대 상단의 자말입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오랜만이오. 단주.”
이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비로소 다시 의자에 앉으며, 자말이 다소 느끼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금 휘장의 주인을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돌아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내심 다시 만나 뵐 수 있길 바랐습니다만.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요. 보아하니….”
자말을 잠시 빤히 바라본 이안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동안 사업이 꽤 번창하신 모양이군.”
자말의 복장이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고급스럽고 화려해졌기 때문이다. 전에도 수수한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온통 금실로 수를 놓고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있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레긴까지 고용하지 않았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의 몸값이 저렴하지는 않을 터였다.
자말의 두툼한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성자 대행 덕분입니다.”
“내가 해 준 건, 사라진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성자 대행의 명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지요. 오히려 그렇게 검은 벽 너머로 사라지신 뒤에 더 이름이 드높아지셨습니다. 선대 태자 전하께서 그러하셨듯, 성자 대행께서 살아 계시리라 믿는 자들도 많았지요. 물론….”
자말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저희도 그랬고 말입니다.”
“믿음에 보답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군.”
나만 보답한 건 아니지만.
이안이 내심 덧붙이는 사이, 자말이 목소리를 낮췄다.
“게다가, 황녀 전하께서도 연맹의 회원이 되어 주셨고 말입니다.”
“세라스 전하 말씀이시군.”
이안이 읊조리자, 자말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성자 대행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맹주가 정기 회담에서 언급했었지요. 전하께서 황금 휘장을 발급받게 되신 건, 성자 대행 덕분이라고 말입니다.”
그걸 또 떠들고 다녔군.
죽을 자리만 찾아다니던 제국인 상인을 떠올린 이안이, 살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덧붙였다.
“방주 상단주는 잘 지내고 있소?”
“그럴 겁니다. 북부 설원과 변방을 계절마다 오가는 것 같더군요.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의 이문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긴 했습니다만….”
“변방이라….”
읊조리는 이안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아무래도 파엘이 필립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심지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성자 대행께선, 어떻게 지내셨던 겁니까? …벽 너머에서 말입니다.”
자말이 덧붙인 건 그때였다.
죄다 눈만 마주치면 이런다니까.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를 또 한 번 마주한 이안이, 내심 코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군.”
“옳은 말씀이세요. 지금 해야 할 이야기는 따로 있죠.”
넌지시 끼어든 건 테사이아였다.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루시아를 일별한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건 채 이안을 마주 보았다.
“옆에 내려놓으신 그 전리품은 대체 뭔가요, 성자 대행? 보기엔, 지팡이 같은데요.”
“그렇게도 쓸 수 있는 물건이긴 하지.”
선선히 대답하며, 이안이 옆에 놓인 잿빛 가지를 집어 앞으로 들어 보였다.
“이건 내가 처리한 놈의 파편이오. 보다시피, 산호고.”
앞서 말했듯, 정보창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이기도 했다.
심연의 식인 산호 가지. 희귀 등급의 마법봉이었다. 사실상 타락자, 그중에서도 흑마법사 전용 장비이기도 했다. 혼돈을 불어넣어 귀속시키지 않으면 이렇게 형태를 유지할 수도 없었으니까.
“…바닷속에 자라는 그 산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말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강가에 뿌리를 내리고 땅 위로 자라더군.”
불길한 자줏빛을 머금고 짠 내 나는 안개를 뿜어내던 거대한 잿빛 산호가 이안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혼돈의 파장을 토해내던 근원이기도 했다.
“그 뿌리는 물론 인간이었소. 여러 명이 뒤엉켜 있더군. 바닷속에서 자란 뒤에, 익사체들과 함께 기어 올라와서 자리를 잡은 거겠지.”
“…….”
자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시체들을 뿌리 삼아 자라난 거대한 산호가 물속에서 기어 나오는 장면을 떠올린 것이리라. 전신에 따개비가 주렁주렁 돋아난 익사체들과 함께.
-말했지만, 시시한 놈이었어. 이안이 썰어 버리는 동안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더라니까.
요그의 심드렁한 첨언은 루시아에게만 들렸을 터였다.
자말이 이안이 내민 산호에게서 멀리 떨어지려는 듯 슬며시 벽면으로 몸을 붙이는 가운데.
“역시 그랬군요….”
루시아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테사이아를 일별하며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다시 이안을 마주 보았다.
“아까 그 망자들은 대부분, 내해를 건너려던 사람들인 거예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