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5
055화
일행은 거미 여왕의 동굴 앞에서 밤을 보냈다.
이안은 물론 미구엘도, 마물을 퇴치한 후엔 놈의 보금자리가 오히려 가장 안전한 쉼터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미구엘이 채비를 하는 사이, 이안은 다시 거미 동굴로 향했다.
여유가 있으니 전리품을 찾아보겠다는 이유였다.
루시가 냉큼 그의 뒤를 따랐다.
이안이 안 보는 게 좋을 거라고 만류했으나, 이 작고 무표정한 예비 마법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동굴에 들어간 둘은, 미구엘이 움직일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쯤 돌아왔다.
“뭐 좀 건지셨소?”
이안은 대충, 하고 성의 없이 대답하며 육포를 씹었다.
안색이 하얗게 되어 나온 루시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지만, 식사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미구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땠길래 못 먹겠다는 거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맨정신으론 못 버틸 광경이었어요.”
그제야 미구엘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
계곡 반대편에는 냇물도 있었다.
아주 깨끗하고 차가운 물.
덕분에 일행은 몸까지 씻고 여정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다들 거지꼴이나 다름없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최소 이틀은 벌었소.”
고삐를 쥔 미구엘이 덧붙였다.
“거기다 한나절 정도만 더 가면 다른 영주의 땅이오. 어쩌면 우리 소문이 아직 거기까진 안 닿았을 수도 있겠지.”
“운이 좋다면 말이지.”
이안이 젖은 머리를 털며 중얼댔다.
다행히 계곡을 빠져나온 후에도 추적자가 따라붙는 일은 없었다.
사방을 주시하던 일행의 분위기가 이윽고 느슨해졌다.
“화로의 사원에서도, 마법을 가르쳐 줄까요?”
문득 루시가 입을 열었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아마 당장은 아니겠지.”
사제들은 보편적으로 마법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예비 타락자라는 편견 때문만이 아니라, 마법을 신의 기적을 모방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의 세력이 거대하지 않았다면 마력의 황혼기와 함께 숙청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특히 루 솔라의 광신도들은, 세상의 기적은 신의 권능만으로 충분하다 여기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정서.
특정 교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마탑이나, 그 이상의 교류를 이어가는 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올 거다. 너에겐 그만한 재능이 있으니까.”
루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의 능력은 익힌 주문의 숫자로 알 수 있단 말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여러 가지 주문을 배울 수 있겠죠.”
“…그런 얘긴 어디서 봤냐?”
“책에서요.”
“그 책, 엉터리야.”
이안이 단언했다.
주문의 숫자로 마법사의 능력이 결정된다면, 그는 이미 대마법사라 불리고 있으리라.
“중요한 건 얼마나 수준 높은 주문을, 어떤 경지까지 익혔느냐다.”
“아하….”
“나는 그런 의미에서 특히 형편없지.”
이안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쳤다.
한 분야에 통달한 대마법사는, 그에겐 이미 불가능한 미래였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는데요.”
“네가 마법사로 조금만 성장해도 알게 될 거다.”
그러고 보니, 슬슬 스킬 포인트를 몇 개쯤 쓸 때가 됐는데.
생각하는 사이, 루시가 덧붙였다.
“그럼 저도 스승님을 모시게 되는 건가요? 주문은 엄격한 규율 아래 전수된다고 들었거든요.”
“그것도 그 책에서 읽은 거냐?”
“…네.”
“그건 제대로 썼군. 그러니까, 혹시라도 주문을 가르쳐 달란 말은 하지 마라. 난 제자를 들일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어차피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이안은 스킬 창을 열었다.
거대한 스킬 트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네가 가진 재능은, 굳이 고정된 관념에 국한될 필요가 없을 만큼 뛰어나. 공부하다 보면 너만의 주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다.”
“…그럼, 주문이 아니라 마법에 대해서라도 알려 주실 순 없나요?”
“나도 별로 아는 게 없는데.”
“기초적인 지식이라도요.”
…칼질 가르쳐 달라고 보채는 것보단 이게 낫긴 하다만.
적색 마법의 스킬 트리를 눈에 담으며, 이안이 입을 열었다.
“적색 마법은 알다시피, 직관적이고 파괴적이지. 하지만 그런 만큼 위험하고, 통제하기 어려워.”
고위 마법에 이를수록 장점과 단점이 모두 극대화됐다.
초월의 경지에 오르면 비로소 단점이 상쇄된다고 하지만.
이안은 그 수준에는 결코 닿을 수 없었다.
그게, 그가 다양한 속성의 마법을 필요한 수준까지 골고루 익혀야겠다고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어떤 속성에 올인한들, 대마법사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섞어 사용하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마법들을 최대한 익히고 활용해 돌파구를 찾는 게 현실적이었다.
자칫하면 더 엄청난 망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청색은요?”
“적색 말곤 굳이 네가 당장 알 필요는 없을 텐데.”
“재미있어요. 궁금하고. …안 될까요?”
“…청색은 단단하고 날카롭지. 다채로운 변화가 가능하고. 하지만 그만큼 섬세함이 필요해. 숙달되기 전까진 별로 강하지 않기도 하고.”
질문과 대답이 두런두런 이어졌다.
회색 마법은 빠르거나 치명적이지만 둘이 공존하지는 않는다거나.
갈색 마법은 변칙적이고 동시에 파괴적이지만 제약이 많아서 별로라던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루시는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이안도 자신에게 내심 놀랐다.
이렇게까지 막힘없이 술술 설명할 수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공략집의 정보와 직접 사용하며 체득한 지식들이 내면에서 융합된 것일지도 몰랐다.
…이런 걸 게임일 때 알았어야 했는데.
“듣고 보니 확실히 알겠어요.”
루시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권이 있었더라도, 전 적색 마법을 배웠을 거예요.”
피식한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게 일치하는 건 축복이지.”
“하지만 다른 마법들을 배우기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럴 순 없겠지만. 그 옛날 백마법사처럼요.”
“백마법사…?”
“모르세요? 먼 옛날, 마법이 처음 태동하던 시기엔 마법사들이 지금처럼 나뉘어 있지 않았대요.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여러 속성의 마법을 익히고 연구했다고요.”
루시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모든 마법에 통달한 대마법사가 나타났다는 거예요. 다들 그를 경외를 담아 백색 마법사, 그러니까 백마법사라고 불렀고요. 모든 빛이 섞이면, 하얗게 변하거든요.”
말문이 트였군.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이안을 바라보며, 루시가 덧붙였다.
“백마법사는 본인이 익힌 마법을 다른 마법사들에게 가르쳤대요. 하지만 제자들은 그가 승천하자 여러 색으로 나뉘어 분열했죠. 당연히 백마법사의 유산도 쪼개지고 유실되어서, 이젠 어디에도 온전하게 남지 않았다고 하고요.”
“…그것도 책에서 읽었냐?”
“역사서에서요.”
“아, 그래.”
“그게 그냥 전설이 아니었다고?”
미구엘이 불쑥 끼어들었다.
조용해서 딴생각 중인 줄 알았더니.
이안과 루시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너도 아는 얘기냐?”
“나름 유명한 전설이오. 형씨는 마법사인데도 모르셨소?”
공략엔 그런 거 안 나오거든.
이안은 어깨만 으쓱였다.
역사나 전설 따위의 설정은, 굳이 책을 찾아 읽거나 NPC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퍼즐을 맞추듯 알아나가야 했다.
고인물이면 모를까. 주요 시나리오를 따라가기에도 바빴던 이안이 관심을 둘 분야는 아니었다.
“지금 마법사들의 지식과 주문은, 모두 한 명의 고대 대마법사로부터 전승된 것이라는 전설이오. 멋지잖소. 마법사들의 시조이자 신에게 가장 가까이 도달한 인간이 있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역사서에도 기록이 있다는 걸 보면, 아예 없던 얘긴 아닌 모양이오.”
“백마법사라….”
읊조리며, 이안은 눈앞의 스킬 트리를 바라보았다.
문득, 그의 머리 뚜껑을 열려던 노인이 떠올랐다.
그가 이안의 지식을 원한 건 그 전설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이걸 실제로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이안이 볼때, 이 많은 스킬을 다 마스터 하는 건 불가능했다.
미구엘이 넌지시 물은 건 그때였다.
“그, 아직 말씀하실 게 남지 않았소?”
“뭐가 남았는데.”
“전에 그러셨잖소. 흑마법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번갈아 귀찮게 하네, 진짜.
혀를 찬 이안이 말했다.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서 말이오. 형씨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걸 묻겠소?”
“마법사도 아닌 놈이….”
“뭐든 알아야 오래 사는 거 아니겠소. 지금만 해도 주문쟁, 아니, 마법사를 만나면 어떻게 튀어야 할지 감이 딱 잡혔단 말이오.”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지가 감이 온 거겠지.”
“아니, 뭐, 그 생각도 안 한 건 아니긴 한데….”
미구엘이 머쓱하게 중얼댔다.
이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중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 알겠소. 형씨가 기분 좋으신 날을 노려야겠군.”
“그래. 지금은 닥치고.”
미구엘이 냉큼 입을 다물었다.
비로소 조용히 집중할 수 있게 된 이안은, 차근하게 스킬들을 눈에 담았다.
그가 몇 개의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 건,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나서였다.
‘이만하면, 보급형 백마법사 정돈 된 것 같은데….’
피식한 이안은 미련 없이 스킬 창을 닫고 눈을 감았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터였다.
***
“후…….”
긴 날숨과 함께, 이안은 명상에서 깨어났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완만하고 삭막한 오르막길.
언덕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했다.
북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어나셨소?”
미구엘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든 루시를 확인한 이안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왔지?”
“오늘 말이오, 아니면 전체적으로 말이오?”
“둘 다.”
“일단 이 언덕을 넘으면 곧 갈림길이 나올 거요. 거기서 북쪽으로 꺾으면 새 영주가 다스리는 땅이지. 거기까지만 가도, 오늘 목표한 지점까진 간 거요. 전체적으론….”
수염난 턱을 긁적인 그가 이윽고 덧붙였다.
“반은 넘은 것 같소. 계속 지금처럼만 가면, 아마도 예상보단 빨리 도착할 것 같고.”
이렇게 오래 움직였는데도, 반이라니.
이안은 등받이에 기대며 입맛을 다셨다.
더럽게 긴 여정이었다.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 빌어먹을 세상엔 그런 것도 없었다.
마차가 언덕 정상을 올랐다.
“엥…? 형씨, 좀 보셔야겠소.”
미구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차 앞을 돌아본 이안의 눈매가, 이내 가늘어졌다.
완만한 내리막길 너머.
관도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 두 명의 기수가 서 있었던 것이다.
검은 마갑을 씌운 전마.
“정말 이쪽으로 가는 거였군.”
“것 봐라. 내 말이 맞지?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라, 앞질러 갔던 거라니까.”
그리고 말에 기대 선 채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검은 갑옷의 남자들까지 확인한 순간, 이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올 게 왔군.’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소?”
미구엘이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이안이 내뱉었다.
“내가 내리면 마차를 뒤로 물려. 내가 안 보이는 거리까지 충분히. 알아 들어?”
미구엘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어쨌든 이번 내기는 내가 이긴 거다. 뒤로 물러나 있어.”
옆의 갈색 머리에게 말 고삐를 던진 금발이, 앞으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손에 든 투구를 눌러쓴 그가 마차를 향해 양팔을 흔들었다.
“반가워! 드디어 만나는군!”
“이런 시벌….”
미구엘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호의적일 리 없는 자가 호의적으로 군다는 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일 터였다.
금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너희 둘 중에 누가 검의 달인이지? 내가 그 친구한테 먼저 볼 일이 있거든.”
“…….”
이안의 미간이 구겨졌다.
여기서 또 저 얘길 들을 줄이야.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나다. 검의 달인은 아니지만.”
장단을 맞춰주면서, 필요한 정보도 캐낼 수 있을 테니까.
저놈의 거만한 태도로 봐선, 알아서 술술 불어댈 게 틀림 없었다.
로브를 벗어 어느새 깨어나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에게 덮어준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섰다.
“오오… 당당하시군.”
금발이 과장된 탄성을 터뜨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내가 상상한 거랑은 좀 다른데. 난 좀 더 우락부락할 줄 알았거든. 네가 볼 땐 어때, 케네스?”
“뭐, 사람은 겉모습만으론 판단할 수 없는 법이니까.”
말고삐를 쥔 채 우두커니 선 케네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주 여유만만이군.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린 이안이 금발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대답했으니 나도 하나 묻지.”
“얼마든지.”
“어떻게 우릴 앞지른 거지?”
“의외인데? 난 우리 정체부터 물을 줄 알았거든.”
“그건 이미 알아. 천칭 상단의 조무래기들이지.”
“오…….”
탄성과 달리, 금발의 눈빛이 순간 번들거렸다.
역시, 자존심이 센 놈이군.
이안이 생각하는 사이, 금발이 어깨를 으쓱였다.
“암표범 말이 사실이었군. 우릴 눈여겨 봤던 거야. 애석하게도, 조무래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대답은?”
“간단해. 우린 다른 놈들이 사흘은 걸릴 거리를 하루면 달릴 수 있거든. 그것도 매일.”
뒤의 전마 쪽을 가리킨 금발이, 선회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짐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도망쳐 봤자 소용없다는 뜻이지.”
지금 이들이 보이는 여유도, 마주친 이상 절대 놓칠 리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안이 보기에도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제국에서 온 놈들이니까.
게임에선 3챕터에나 마주쳤을 자들.
상단에 고용된 놈들인 만큼, 제국 최고의 실력자까진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상대해온 촌놈들과는 격이 다를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게, 질 것 같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야. 마차가 상하지 않게 물러나는 거지.”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선 이안이 내뱉었다.
“마차가 상하면, 앞으로의 여정이 피곤해지거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네 여정은 여기가 끝이니까.”
미소 지은 금발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비늘을 이어 붙인 것처럼 생긴 검이었다.
이안이 덧붙였다.
“이름이 뭐지?”
“카일.”
“그래, 카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면, 저기 선 네 친구와 함께 덤비는 게 좋을 거야.”
“……?”
“지금부터 싸울 텐데. 너 혼자서는 내 상대가 안 될 것 같거든.”
“…하!”
순간 굳어졌던 카일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케네스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검이 아니라 아가리의 달인인 것-”
콰직-!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고개가 옆으로 튕겨 나가듯 젖혀졌다.
충격으로 투구가 벗겨지고, 날아들었던 단검이 핑글핑글 회전하며 땅에 박혔다.
카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개… 자식이……?”
충혈되는 그의 눈을 마주 보면서, 이안이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함께 덤벼라. 이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