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68
#568화
청색 마탑 소속이리라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남부 어딘가에 있다지 않았던가.
‘연합 작전이어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출진한 거였나?’
이안의 입꼬리가 조금 더 비틀렸다. 마탑의 주문쟁이들에게 검은 함대가 타락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을 터였다. 피차 본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더 편했으리라. 물론, 그저 선의로 합류했을 리도 없었다.
‘합당한 보답을 약속받았겠지.’
이를테면 대마족의 유해 일부나 해수의 정수 같은.
어쨌건 저 꼴이 된 걸 보면, 부키키아가 광기에 잡아먹힌 뒤에 일어나게 될 일까지는 마탑도 예상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아니…?”
테사이아가 낮은 탄성을 터뜨린 건 그때였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이안의 눈매 역시 설핏 좁아졌다.
“……!”
안개 사이에서 뻗어 나온 푸른 궤적이, 도망치는 밀항선의 후미에 틀어박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도의 함선이 대형 쇠뇌를 발사한 것이리라. 푸른 폭발이 번쩍이고 밀항선의 선체가 크게 휘청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가만히 둬도 머잖아 따라잡힐 텐데… 왜지? 거슬렸나…?”
테사이아가 눈을 끔뻑이며 읊조렸다. 낮게 혀를 찬 이안이 입을 열었다.
“미끼로 쓰려는 걸지도 모르지.”
침몰은 피했지만, 밀항선의 궤적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건 물론이었다. 테사이아가 싸늘하게 씹어 뱉었다.
“그런 거면 귀쟁이 못지않게 악랄하네. 하긴, 타락자들이니 당연한가.”
배가 파도를 넘은 건 그때였다. 이전보다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해서, 삽시에 전장이 넘실대는 물살에 가려졌다.
-너희는 적응이 참 빠르다니까.
요그가 못마땅하게 속삭인 건, 선미가 출렁이며 수면에 틀어박힌 직후였다.
이번에도 역시 깃발처럼 나부끼긴 했지만, 이안과 테사이아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버텨냈다.
“크하하하-!”
배 주위로 치솟은 물보라 사이로, 샌퍼드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상황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쁜 것이리라.
“다들 괜찮냐? 대답해!”
이어진 외침에, 갑판 아래에서 거의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긴 했지만, 욕설은 거의 없었다.
이 미친 해상 질주에 적응한 건 이안과 테사이아만이 아닌 것이다.
샌퍼드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좋아! 그럼 마저 정신 차리고 노부터 챙겨! 일할 시간이다! 새끼들아!”
“이젠 우리가 좀 쉴 수 있겠는데?”
갑판에 훌쩍 착지한 테사이아가 말했다. 갑판은 기울어져 출렁이는 데다 젖어있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그러게.”
여전히 도르래에 매달린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올려다보던 테사이아가 이윽고 덧붙였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살아서 도망치지 못하겠지?”
“…아마도.”
이안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래, 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테사이아가 뒤이어 몸을 풀듯 기지개를 켰다. 슬퍼하거나 애도하는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그건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밀항선에 탄 자들은 물론 안타까웠지만. 그 이상의 충격이나 비통함을 느끼기엔, 지금까지 겪은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높은 정신력 때문이기도 하리라.
“다들 노 내밀고 대기해! 앞사람 대가리 깨거나 팔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내밀기만 해!”
물보라가 잦아들자, 샌퍼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안은 비로소 도르래를 반대로 돌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뻑뻑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안의 힘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일행은?”
그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읊조리자, 요그가 웃음 지었다.
-여전히 무사해. 듣고 있겠지, 루시. 추스를 시간은 충분할 것 같으니까, 대신 확인 좀 해 달라고.
이젠 척하면 척이네.
낮게 코웃음 치며 손을 놓은 이안이 갑판에 훌쩍 착지했다. 손아귀와 팔이 조금 뻐근했다.
“이 정신 나간 계획이 이렇게까지 잘 먹힐 줄은 몰랐는데. 안 그래?”
그사이 부적이 고정된 마개를 분리한 테사이아가 미소 지었다.
샌퍼드의 목소리가 번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원로! 나리! 무사하십니까?”
“그래! 멀쩡해!”
테사이아가 목소리를 높여 화답했다. 이안도 몸을 돌려 갑판 아래쪽을 돌아보았다.
중앙 돛대에 등을 대고 선 샌퍼드와 하심이, 몸을 둘둘 감고 있던 밧줄을 풀고 있었다.
“다행이군요! 이제 한동안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줄을 털어버리며 소리친 샌퍼드가, 하심과 눈빛을 교환하며 몸을 돌렸다.
“박자 맞춰서 제대로 저어! 준비!”
이어 하심이 구령을 붙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배 좌우에 지느러미처럼 튀어나와 있던 노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수면을 박찼다.
가속보다는 배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 저런 식이면 훨씬 힘을 덜 들이고 움직일 수 있겠는걸. 어깨는 좀 아프겠지만.”
갑판에 털썩 주저앉은 테사이아가 덧붙였다. 고개만 주억거리는 이안의 시선이, 뒤이어 계단 쪽으로 돌아갔다.
“이안 님…!”
가면을 눌러쓰고 망토를 걸친 루시아가 달려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한데 뭐하러 굳이.”
설핏 미간을 좁힌 이안이 머리에 덮여 있던 두건을 벗으며 내뱉었다.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옮기는 루시아의 눈매가 슬며시 휘어졌다.
“두 분이 괜찮으신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요. 이것도 가져다드리고요.”
그녀가 등 뒤에 감추고 있던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에 들린 술병을 확인한 이안과 테사이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내 동생이야. 이러니 안 예뻐할 수가 있겠냐구.”
테사이아가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내뱉는 가운데, 이안이 술병을 받아들었다. 그가 곧바로 밀랍 마개를 움켜쥐는 사이, 멈춰 선 루시아가 덧붙였다.
“슬픈 소식도 있지만요.”
“슬픈 소식…?”
멈칫한 이안이 되물었다. 루시아가 가면을 이마로 밀어 올려 얼굴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술병이 거의 다 박살 났어요. 멀쩡한 건 두 병뿐이에요. 그것까지 포함해서요.”
“…정말 슬픈 소식이었네.”
입맛을 다신 이안이 마저 밀랍을 뜯어내며 읊조렸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샤힌이 정리 중일 거예요. 그냥 죄다 밖에다 버려 버리는 거긴 하지만요.”
“우리 새싹은 안 다쳤고?”
간절한 눈빛으로 술병을 바라보며, 테사이아가 물었다. 루시아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멍이 들거나 긁히긴 했는데… 크게 다치진 않았어요.”
“다행이네. 다른 피해는?”
“선원들 쪽은 상태가 조금 더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어요. 아. 말들이 몇 마리 다리를 삐었어요. 공자 쪽 말들은, 특히 세 마리 나요.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에요.”
“아하…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테사이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벌컥벌컥 목을 축인 이안이, 비로소 술병을 입에서 떼며 말했다.
“너도 꽤 고생한 것 같은데.”
루시아는 바다에 한 번 빠졌다가 나온 것 같은 몰골이었다.
오히려 이안이 더 멀쩡했다. 불사자의 두건 망토가 튀어 오른 물보라를 거의 다 막아준 덕분이었다. 물론, 그를 껴안은 테사이아가 대신 맞아줘서이기도 했다. 루시아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였다.
“뭐, 두 분 만큼은 아니겠지만요.”
테사이아가 스르륵 허공을 가로질러 가까워지는 술병을 냉큼 낚아채 입으로 가져가는 사이,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처음엔 특히 난리였어요. 죄다 천장 붙어서 굴러다니고 그랬거든요. 온갖 물건들이 사방에 날아다니고, 바닷물이 비처럼 들이치고요. 그나마 방금은 다들 노를 잘 고정해서 버티긴 했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 저은 그녀가 덧붙였다.
“가뜩이나 멀미 중이던 무카파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었을 거예요.”
“하여간, 덩칫값을 못 한다니까.”
술병을 입에서 뗀 테사이아가 비웃었다. 이안도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만취한 것처럼 비틀대던 오크 전사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서였다. 루시아가 손바닥을 마주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아 참. 브레넌 경도 선실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고 계셔요.”
“그래? 의외네. 그 애송이 곁에 딱 붙어있을 줄 알았더니.”
“챙길 것도 없을 거예요. 공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 같거든요. 지금도 객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거예요. 시종과 함께요.”
“위아래로 질질 짜고 있겠지. 뭐.”
코웃음 치며 술병을 입으로 가져간 테사이아가, 뒤이어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술병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휙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손아귀로 빨려든 술병을 붙잡으며 이안이 입을 열었다.
“어쨌건 방심하지 마. 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물론이죠. 말씀드렸듯이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선선히 대답하며, 루시아가 파도와 안개가 휘몰아치는 바다를 돌아보았다. 그 너머로 불길하게 아른거리는 푸른색과 자주색을 응시하던 그녀가, 이윽고 다시 이안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에요.”
“……?”
“당장은 불필요하지만, 만약 지금보다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원로! 나리!”
이어진 루시아의 말을, 샌퍼드의 외침이 가로막았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이안의 고개가 중앙 갑판 쪽으로 돌아갔다.
“슬슬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안과 눈이 마주친 샌퍼드가 공손하게 덧붙였다. 그의 곁에 선 하심은 이 와중에도 구령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루시아의 손에 술병을 건네줬다.
“그 얘기는 다음번에 다시 듣자. 얼른 아래로 내려가. 조심하고.”
“…네. 두 분도 조심하세요.”
이안과 테사이아를 돌아보며 대답한 루시아가 몸을 돌렸다.
술이 못내 아쉬운 듯 멀어지는 루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테사이아가, 이윽고 입맛을 다시며 일어섰다.
“그럼, 다시 준비해 볼까, 이안?”
짧게 한숨 쉰 이안이 펄쩍 뛰어올랐다. 그가 능숙하게 도르래의 손잡이를 붙잡아 매달리는 사이, 샌퍼드의 외침이 이어졌다.
“그만! 노 집어넣어! 충격에 대비해!”
갑판 아래쪽이 삽시에 부산스러워졌다. 샌퍼드와 하심도 중앙 돛대에 등을 대고 서서 몸에 밧줄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솨아아…
도르래에 매달린 채 그 모습을 일별한 이안이, 부적에 마력을 밀어 넣는 테사이아를 돌아보았다.
-호오…?
요그가 묘한 탄성을 흘리는 가운데, 테사이아가 홱 몸을 돌렸다. 갑판 아래의 소란이 잦아든 지 몇 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안이 기다렸다는 듯 도르래를 돌렸다.
콰아-아아아-!
달려온 테사이아가 이안의 몸을 와락 껴안자, 배가 또 한 번 힘차게 앞으로 뿜어져 나갔다.
삽시에 몇 개의 물살을 타 넘은 배가 높다랗게 이어진 파도를 거슬러 올랐다.
조금 더 멀어진 전장이 어렴풋이 드러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더 얇고 들쭉날쭉하게 길어진 전선은, 쫓고 쫓기는 자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서로 다른 색의 안광을 내뿜는 해수들이 뒤엉켜 안개 사이로 사라지고, 함선들이 발사한 쇠뇌의 푸른 궤적이 곳곳에서 번쩍였다.
-그래도, 너무 늦진 않았네.
하지만 요그가 키득대는 건 비단 그래서만은 아닐 터였다. 흩어져 도망치던 밀항선들도 전선에 완전히 휩쓸리고 있었으니까.
“와아….”
테사이아가 나지막한 탄성을 흘린 건 그때였다. 이안과 같은 것을 본 게 분명했다.
그의 눈에는 초롱아귀 비슷한 것처럼 보이는 해수가, 안개 사이로 드러난 밀항선 한 척을 몸으로 짓뭉개고 있었다.
으깨지듯 산산조각난 배의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해수의 몸통으로 푸른 궤적들이 틀어박혀 폭발했다. 발작하듯 꿈틀대며, 부키키아의 권속이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아직 남은 밀항선들의 운명도, 방금 그 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였다.
“어쨌든….”
눈을 가늘게 뜬 채 주위를 돌아본 테사이아의 시선이, 이윽고 다시 이안에게로 되돌아왔다.
“…저것들끼리도 계속 서로 죽고 죽이고 있네.”
이안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밀항선들만 사라진 건 아니었다. 우글거리는 해수들과 함선들의 숫자도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어쩌면 흑해로 빠져나가기 전에 전멸할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함선들이 줄어드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 보였다. 심지어 언제부터인가 부키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도 그랬다.
이안이 나지막이 덧붙인 말에, 테사이아가 코웃음을 흘렸다.
“그것참 쌤통이네.”
이안은 짧게 입맛을 다셨다. 물론 함대가 전멸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다.
너무 일찍 전멸해 버린다면, 부키키아와 권속들의 관심이 유일하게 남은 그들의 배에 집중될 테니까.
쿠확-!
배가 파도를 넘으며 솟구쳐 오른 건 그때였다. 이안의 눈매가 꿈틀댄 건, 지금까지보다 배가 더 불안정하고 거칠게 치솟아서였다.
‘배의 중심이 어긋났나…?’
이안의 미간이 좁아질 찰나, 갑판 아래를 비롯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들 추락하는 배의 갑판이 괴상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눈치챈 것이리라.
푸화아악-!
선체가 삐딱하게 수면에 떨어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물보라가 어지럽게 치솟고, 이안과 테사이아의 몸이 마구 뒤흔들렸다.
‘이런, 시발…!’
내심 씹어 뱉으며, 이안은 가까워지는 수면을 의념의 손아귀로 마구 후려쳤다.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반쯤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콰과- 과-
그대로 뒤집힐 것 같던 선체가, 앞으로 뿜어져 나가며 아슬아슬하게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의념의 손아귀 덕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라면 말 그대로 운이 따라준 것이리라.
“으, 으하…! 으하하-! 루 로지스여! 감사합니다!”
방금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샌퍼드가 목이 터질 듯 웃음 지으며 소리쳤다.
갑판 아래에서도 여신들의 이름을 부르짖는 외침들이 어지럽게 메아리쳤다.
‘다들 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겠네.’
생각하면서도, 이안 역시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에게도 뒤집힌 배를 바로 세울 방법은 없지 않던가. 선미에서 솟구치던 물보라가 푸스스 잦아드는 가운데.
“…방금, 또 죽을 뻔했던 거 맞지?”
테사이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안이 고개를 까딱였다.
“아마도.”
“진짜 더럽게 위험하네. 슬슬 질릴 정도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읊조린 테사이아가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직 멀었는데 무슨.
내심 읊조리면서도, 이안은 곧바로 도르래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도 더 뻑뻑해져서 이를 악물어야 했다. 역시, 부적을 사용할수록 나무 틀이나 고정대가 점점 뒤틀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선체 자체가 그렇게 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무리가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노 내밀어! 준비해!”
어쨌건 나무틀은 이번에도 결국 난간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샌퍼드의 외침을 한 귀로 흘리며, 이안이 갑판에 착지했다.
“어…?”
마개를 분리한 테사이아가 탄성을 흘린 건 바로 그때였다.
“아, 아니… 이게… 왜 이렇게…?”
그녀의 뒤통수를 돌아본 이안이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이안. 아무래도….”
당혹을 감추지 못한 채 뒤를 돌아본 테사이아가, 손에 든 마개를 이안 쪽으로 들어 보였다.
“부적이… 깨진 것 같은데…?”
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
569화
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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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