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76
#576화
쉬하악-!
바람이 이안의 몸을 떠밀었다.
온기가 씻은 듯 사라지고 시야가 삽시에 어두워지는 건, 화로의 영향권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터였다.
키아- 아아아아-
귓가로 괴성과 폭음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이안의 시선은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해수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그 아래,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커다란 자줏빛 형체에.
‘고래. 아니, 상어인가?’
일렁이는 네 개의 안광. 유선형으로 기다란 몸통에는 자줏빛이 균열이 번진 것처럼 일렁였다. 가죽이 아주 단단하리라 유추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형체를 가늠할 수 있는 건 그리 깊이 헤엄치고 있지 않아서이리라. 저 앞에 파도를 가르는 자줏빛 등지느러미가 솟아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다 드러나면 나보다 클지도.’
상념은 거기까지였다. 실제로는 오른손을 치켜드는 찰나의 순간 동안 이어진 생각이었다.
손아귀에서 번진 빛무리가 샛노란 칼날을 타고 번져 나가고.
쉬하악-!
이안이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몸을 구부리며 검을 내리쳤다. 휘몰아친 바람이 검날을 타고 날카롭게 뿜어져 나갔다.
신성을 머금은 궤적이 자줏빛이 넘실대는 해수면을 갈랐다.
쿠화아아-
물살 한복판이 밭을 갈듯 깊숙이 파였다. 좌우로 물살이 치솟는 가운데, 그 아래로 자줏빛이 일렁이는 몸통이 드러났다. 신성을 머금은 궤적이 그 한복판에 비스듬한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콰드드드득-!
불쑥 솟은 등지느러미에도 샛노란 사선이 깊숙하게 새겨졌다.
이안의 몸이 한순간 급속도로 느려진 건 검을 끝까지 내리친 것과 거의 동시였다. 가랑이와 허리를 고정하고 뒤로 이어진 밧줄이, 어느새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진짜, 허리만 감쌌으면 큰일 날 뻔했네.’
욱신거리는 감각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안은 앞으로 구부러진 몸을 뒤로 확 젖혔다. 오른손을 활짝 펼치며, 의념의 손아귀로 광검의 칼날을 손날 방향으로 휘돌려 고쳐 쥐는 채였다.
푸화악-!
쩍 갈라진 해수의 등판에서 자줏빛 섞인 피가 치솟고, 좌우에서 밀려든 물살에 자욱하게 뒤섞였다.
이안이 뒤로 젖혔던 몸을 힘차게 앞으로 구부린 건 거의 동시였다.
쒸아악-!
고무줄을 당긴 것처럼 뒤로 끌려가던 이안의 몸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치솟은 두건 망토가 위로 기다란 붉은 궤적을 남겼다.
검붉게 넘실대는 파도를 꿰뚫듯 떨어져 내리는 궤적이었다.
쿠확-!
얼얼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하는 와중에도, 이안은 손아귀에 움켜쥔 광검을 내리눌렀다.
진흙을 가르는 듯한 느낌이 자루를 타고 이어진 건, 머리끝까지 물속에 잠긴 직후였다. 바닷물이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건 해수의 피 때문이리라.
쿠구… 쿠구…!
혼돈의 파편이 울림을 토해내는 것도 그래서일 터였다. 왼손으로도 자루 끝을 붙잡고 검날을 끝까지 밀어 넣으며, 이안이 눈을 떴다.
물속에서도 형태를 잃지 않은 백금 방벽 너머, 그의 눈동자는 이미 잿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꾸웅-
그의 발과 무릎에 닿은 해수의 몸통 너머, 억눌린 진동과 폭음이 번졌다. 진은 강철 검의 검날을 타고 번진 진공 폭발. 비린내 섞인 뜨거운 핏물이 치솟은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숨을 멈추고 있는데도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
이안의 미간이 슬쩍 일그러질 찰나, 발아래에서 시작된 압력이 삽시에 전신을 짓눌렀다.
푸화악-!
뒤이어 이안의 몸이 수면 위로 솟구쳤다. 해수가 발작하듯 수면 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
찢어지는 비명이 이어졌다. 해수의 아가리는 이중으로 튀어나와 더 크게 벌어졌다. 그 안쪽에는 하나하나가 팔뚝만 한 날카로운 이빨들이 몇 겹으로 돋아 있었다.
놈의 머리 뒤편에 올라탄 이안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그는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맙네.’
밖으로 나올 수고를 덜었으니까.
내심 읊조리며, 그는 광검을 뽑아 들며 힘껏 해수의 등을 박찼다.
놈이 치명상을 입었으며, 솟구치는 와중에도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서이기도 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백금의 발톱은 놈의 단단한 가죽과 지방층을 단번에 가르며 깊숙이 박히지 않았던가.
검날을 타고 뿜어져 나간 진공 폭발은 그 안을 갈기갈기 찢어 놨을 테고, 빛의 축복으로 머금은 신성 역시 골고루 흩뿌렸을 터였다.
쉬하아악-!
이안이 붉은 궤적을 남기며 솟구치는 가운데, 발아래로 치솟던 상어 괴수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등판의 상처에서 자줏빛이 섞인 피를 마구 흩뿌리는 채였다.
검은 파도 호를 비스듬하게 지나쳐 떨어지는 궤적이기도 했다.
물론, 솟구치는 이안은 이미 놈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저놈이야말로 고래인가.’
그는 추락하는 해수 뒤편, 제멋대로 늘어선 자주색 궤적들을 훑고 있었다.
좌측 저 너머, 파도를 꿰뚫듯 가까워지고 있는 놈이 가장 빨랐다.
두꺼운 갑피라도 두른 것처럼 변이된 범고래의 흉악한 면상이, 파도 사이로 설핏 드러났다. 저렇게 생긴 놈들이 가장 빠른 건지도 몰랐다.
쿠화아아-
기울어진 해수와 충돌한 수면에서 물보라가 치솟았다. 이안의 몸이 급정거하듯 꺾이며 멈춰선 건 거의 동시였다. 또다시 망토 아래로 뻗어 나온 밧줄이 팽팽하게 그의 몸을 붙잡고 있었다.
쿠구구국…!
이미 충격에 대비하고 있던 이안은 숨결조차 토해내지 않았다. 물론, 시전과 동시에 완성한 주문 역시 전혀 깨지지 않은 채였다.
‘…조금만 더.’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에 다시 끌려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도, 이안의 시선은 파도를 가르며 다가오는 고래 해수에 고정되어 있었다.
백금 방벽을 거둬들인 그가 왼팔을 치솟아 나부끼는 망토 쪽으로 내뻗은 건, 체감상 몇 초 지나지 않아서였다.
푸화악-!
뿜어져 나온 돌풍이 뒤로 밀려나던 그의 몸을 다시 앞으로 떠밀었다. 구불구불하게 느슨해지던 밧줄이 다시 뻗어 나가고, 이안의 몸이 쏟아지는 물보라를 꿰뚫었다.
손날 방향으로 쥔 광검이 그리는 샛노란 궤적에, 다시 한번 일렁이는 빛무리가 더해졌다.
“—–!”
화살처럼 뻗어 나오는 그를 발견한 듯, 해수가 고막을 터뜨릴 듯한 괴성을 토해내며 마주 솟구쳤다.
자줏빛이 일렁이는 흉악한 면상. 이글대는 안광 아래, 톱날 같은 이빨이 수없이 돋아난 아가리가 이안을 한입에 집어삼킬 것처럼 벌어졌다. 입천장까지 가득 뒤덮인 이빨들을 응시하던 이안이, 옆으로 내뻗은 오른손을 횡으로 휘둘렀다.
카가가각- 가가각-!
루 솔라의 신성이 서린 샛노란 궤적이 벌어진 아가리를 가로로 길게 훑으며 지나쳤다.
해수의 아가리가 찢어지듯 더 크게 벌어졌다. 잘린 단면이 신성에 타들어 가며 계속해서 찢어졌다.
“……!”
이안의 상체와 하체가 살짝 앞으로 구부러진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허리와 가랑이의 조임과 함께,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에서 비명 같은 둔중한 소리가 번졌다.
뿌드득… 쒸아악-!
이안의 몸이 빨려들듯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해수의 찢어지고 있는 아가리가 허공을 갈랐다. 이안을 집어삼키는 대신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내는 채였다.
‘귀청 터지겠네, 진짜.’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또 한 번 돌풍 주문을 시전했다. 이번에는 뒤가 아니라 앞으로 왼팔을 내뻗는 채였다.
푸화악-!
수면으로 추락하는 해수가 삽시에 멀어졌다. 비스듬하게 어긋난 아래턱이 해수면과 충돌한 순간 완전히 찢겨나갔다.
‘…저 꼴로 계속 따라오진 못하겠지.’
치솟는 물보라까지 눈에 담은 이안이, 다리를 차올리며 몸을 휘돌렸다. 어느새 선체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쿠우웅-!
이안이 두 발이 판자를 두툼하게 덧댄 선체 후미에 닿았다. 용수철처럼 온몸을 구부리고 망토가 밧줄을 품은 채 펄럭이는 가운데.
터억-
왼팔을 위로 뻗은 이안이 난간 아래쪽을 움켜쥐었다. 그가 팔을 당기며 난간 위로 솟구쳐 오른 건 착지한 충격이 거의 다 사라진 직후였다.
-대단한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 친구.
난간을 밟으며 착지한 그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사이, 요그가 웃음을 흘리며 속삭였다.
그래. 넌 재미있겠지.
내심 씹어 뱉으며, 이안은 오른손의 광검을 다시 앞으로 고쳐 쥐었다. 방금만 해도 실수로 선체에 칼날을 박아 넣을 뻔하지 않았던가.
구멍 하나 난다고 배가 부서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대체 게임에선 이걸 어떻게 클리어한 거지.’
가랑이 사이로 늘어진 밧줄을 뒤편으로 툭 쳐내는 와중에도, 이안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눈에 담았다.
저 앞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자줏빛 물결은,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가 하나의 군집을 이룬 채 펄떡대고 있었다.
그 뒤편으로는 방금 죽인 놈들과 비슷한 또 다른 해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둔 채 따라왔다.
이안이 상대할 순서와 동선을 머릿속에 그리는 사이.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자면… 신경 써야 할 건 그쪽만이 아니야.
요그의 태연한 속삭임이 이어졌다. 짧게 키득댄 녀석이 덧붙였다.
-저놈들,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거든.
미간을 좁힌 이안의 시선이 좌전방으로 돌아갔다.
거칠게 넘실대는 파도 너머, 비스듬하게 가까워지는 푸른 함선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아직 꽤 멀었지만,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쒸악- 퍼엉-!
뒤편으로 푸른 섬광과 주문들을 쏴대는 채였다. 구멍이 뻥뻥 뚫린 채 활짝 펼쳐진 돛들을 응시한 이안의 눈이, 절로 우묵하게 가라앉았다.
‘들이받으려는 건가.’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이 와중에도 원한을 잊지 않았거나, 마지막 순간 방향을 틀어 이 배를 희생양으로 던져줄 생각일 터였다.
어느 쪽이건, 당장 어쩔 수는 없었다.
타탓-!
그보다 먼저 상대해야 할 놈들이 남아있었으니까.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린 이안이, 뒤이어 난간을 힘차게 박차며 몸을 날렸다. 바람 칼날을 다시금 전신에 두르는 채였다.
콰과과과-
정어리 떼처럼 연달아 튀어 오르는 해수들이 가까워졌다. 물론 한 마리 한 마리가 성인 남자만큼 크고, 끝이 뾰족한 아가리에 날카로운 이빨들이 가득했다.
멀리서 봤다면 거대한 해수 한 마리라고 여겼을 듯한 광경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런 의도겠지.’
반쯤 본능적으로 생각하며 백금 방벽을 피워 올린 이안이, 그대로 광검을 쥔 오른손을 휘둘렀다.
서걱-! 스걱!
샛노란 궤적이 튀어 오르며 가까워지는 식인 생선들을 꿰뚫고 지나갔다. 앞선 해수들과 달리, 단칼에 반으로 토막 내 버릴 수 있었다.
‘이건 오히려 익숙한 방식이네.’
두부를 가르는 듯한 감촉을 느끼며, 이안은 거침없이 광검을 휘둘러댔다. 검 한 자루만으로 썰어버리기엔 지나치게 많았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콰직-!
백금 방벽의 방패 날 역시, 웬만한 칼날 못지않게 날카로웠으니까.
몸쪽으로 당겼던 광검을 떨치듯 휘두르면서, 이안은 왼팔의 백금 방벽도 내뻗었다. 측면에서 달려들던 놈의 아가리 한복판에 깊숙이 박혀 드는 채였다.
푸화악-! 서걱!
방패 날에 박힌 채 꿈틀대던 놈이 의념의 손아귀에 떠밀려 튕겨 나갔다. 그 와중에도 광검을 휘둘러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토막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때때로, 발아래로 솟구치는 놈들을 짓밟으며 다시금 도약하고 있기까지 했다.
콰직-! 서걱- 쿠화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고도의 집중 상태 속에서도, 이안은 반쯤 무아지경으로 그 모든 움직임을 막힘없이 수행했다.
머릿속이 뜨끈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닐 터였다. 물론 그의 지능과 정신력은, 이 정도는 거뜬히 버틸 만큼 높았다.
서걱-!
몇 번째인지 모를 놈을 토막 낸 직후, 이안은 자신이 저 식인 물고기 떼를 뚫고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피비린내가 자욱한 와중에도, 그의 고개가 뒤편으로 돌아갔다.
토막과 핏물이 뒤섞인 물살 너머로, 그가 밟았거나 수면 아래로 지나친 것들이 멀어지고 있었다.
휘리릭- 터억-!
의념의 손아귀로 끌어당긴 밧줄이 그의 왼손에 붙잡힌 건 거의 동시였다. 이안이 왼팔을 힘껏 끌어당겼다.
쿠드드득- 쒸하악-!
팽팽하게 당겨졌던 밧줄이, 다음 순간 그의 몸을 끌어당겼다.
시계추처럼 되돌아가는 와중에도, 이안은 가까워지는 해수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서걱-! 콰지직!
이제는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리의 뒤편으로 따라붙으며, 이안이 광검을 비스듬하게 아래로 휘둘러댔다. 광검의 궤적이 물살을 가를 때마다 핏물이 치솟았다.
이안이 멈칫한 건, 무릎 위까지 물속에 잠겼을 때였다. 곧 같은 방향으로 도망치듯 뻗어 나가는 해수의 몸통이 발에 닿았다.
촤악-!
이안은 힘껏 해수를 밟고 도약했다. 밟힌 놈이 꺼지듯 푹 가라앉긴 했지만, 어쨌건 그를 다시 위로 튀어 오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의념의 손아귀로 밧줄을 더 당겨 팽팽하게 쥔 이안이, 광검을 수면 아래로 휘둘러댔다.
서걱-! 콰득!
연달아 몇 마리가 더 토막 나고 나자, 수면 아래로 넘실대던 놈들이 불현듯 좌우로 쏜살같이 흩어졌다. 더는 군집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도주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광기에 물든 와중에도 남아있던 본능이리라. 비로소 밧줄을 놔 버린 이안이, 뒤이어 왼손을 아래로 펼쳤다.
푸화악-!
터져 나온 돌풍이 배로 빨려 들어가는 그의 몸을 살짝 띄웠다. 평평한 선체 후미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어쩔 수 없나.’
내심 혀를 차며, 이안은 백금 방벽을 머리 위를 덮듯이 들었다.
콰지직-!
측면 방패 날이 두껍게 덧댄 판자를 가르고 깊숙이 박혔다. 뒤이어 이안의 몸이 선체에 충돌했다.
저릿한 충격이 번지는 사이, 이안은 오른손에 쥔 자루를 놔 버렸다.
그의 손을 떠난 광검이 허공에 우뚝 멈췄다가 스르륵 떠올랐다.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이안은 백금 방벽도 거둬들였다. 곧바로 왼팔을 내뻗어, 방벽이 만들어 낸 균열 틈에 밀어 넣는 채였다.
매달린 몸이 튕겨 나갈 것처럼 들썩인 것도 잠시.
으지직-!
이안이 왼팔을 힘껏 당기며 위로 솟구쳤다. 판자 하나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 뒤이어 난간을 넘은 그가 갑판 위로 구르듯 착지했다.
“하아… 후우….”
이안이 참고 있던 숨을 골랐다. 사실상 핏물이나 다름없는 바닷물이 전신에서 뚝뚝 떨어졌다.
‘…어쨌든, 이딴 정신 나간 공략법은 없었겠지.’
아까 떠올린 의문에 자답하며, 그가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을 위로 슬쩍 치켜드는 채였다. 허공에 둥둥 뜬 채 따라오던 광검의 자루가, 손아귀로 매끄럽게 빨려들었다.
이안의 시선은 이미 난간 너머를 훑고 있었다. 치솟는 파도 아래로 자줏빛이 아른거리고 있었으니까.
다시 난간 위로 올라서려던 그가, 문득 멈칫했다.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는걸.
날듯이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인기척을 느껴서였다. 요그의 속삭임과 함께, 이안이 뒤를 돌아보았다.
-귀쟁이 친구.
갑판으로 올라선 테사이아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푸른 마력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이안을 마주 보며, 그녀가 미소 지었다.
“잠깐 사이에 꼴이 말이 아니게 됐네, 이안.”
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
577화
24.03.13
대여
2일 23시간 남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