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599
#599화
데엥-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성문이 활짝 열린 도시 구석구석까지 번져 나갈 터였다.
교회 앞의 광장에 예복을 입고 모여 선 귀족들이, 저마다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데엥-
이 종소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이 모두 모이고 나면, 의식이 시작될 터였다.
“흠….”
갈색 예복을 걸친 마틴은,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귀족들을 등지고 선 병사들이 광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뒤편으로 이어진 대로변에도 좌우로 마차가 이동할 길을 따라 죽 늘어선 채였다.
그 너머로 주민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표정들이 밝은 건, 의식 이후의 연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물론 지난 며칠간의 고생이 끝나서이기도 할 터였다.
거의 모든 주민이 도시 정비에 동원되지 않았던가.
“…쯧.”
하지만 그들을 돌아보는 마틴은 나지막이 혀를 찼다. 그가 한숨을 참듯 입을 꾹 앙다문 그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봅니다?”
반대편 옆에서, 다소 경박한 속삭임이 번졌다. 슬쩍 미간을 좁힌 마틴이 고개를 돌렸다. 야윈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남자가 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잠시 마주 본 마틴이 입을 열었다.
“거리가 다시 지저분해지게 생겼잖소. 위즐 경.”
“아하… 그래서였군요.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
낮게 키득댄 남자, 위즐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마틴의 시선이 손가락이 세 개밖에 남지 않은 그의 손에 잠시 머무는 사이, 위즐이 덧붙였다.
“저는 또, 대관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건가 했거든요.”
마틴의 눈매가 설핏 꿈틀댔다.
오른델의 귀족들과 무뢰배 출신인 신흥 귀족들은, 꽤 오랜 시간 서로를 견제하고 대립했다.
도시의 관료였던 마틴과, 육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용병 출신인 위즐의 관계도 그랬다.
“그럴 리가 있겠소. 다만, 걱정될 뿐이지.”
물론,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일 뿐이었다.
전쟁과 혼란. 그리고 반란.
누군가가 목숨을 잃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물이 채워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화됐다. 생존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앞둔 덕분이기도 했다.
“뭐,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다소 경박한 웃음을 흘리며, 위즐이 시선을 돌렸다.
귀족들이 모여선 광장 한복판에는 붉은 융단이 길게 깔려 있었다.
대로에서부터 교회의 정문 앞, 새롭게 만든 높고 기다란 단상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서자 왕이 왕관을 머리에 얹기 위해 걸어야 할, 운명의 길이기도 했다.
“시기가 시기이니 말이지요.”
단상 너머, 교회의 굳게 닫힌 정문을 응시하며 위즐이 덧붙였다.
슬며시 눈매를 가늘게 뜨는 채였다. 고개를 살짝 끄덕여 동의한 마틴이, 같은 방향을 돌아보며 읊조렸다.
“지나치게 서두르시기도 했고 말이오.”
대다수가 대관식은 처음이었지만, 지금 그의 의견에는 망설임 없이 동의할 터였다.
준비 기간이 고작 닷새에 불과했으니까. 다른 도시의 귀족들은,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온 이들만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토록 아끼던 붉은 기사조차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가 아니던가.
“뭐… 그자들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위즐이 입맛을 다시며 내뱉었다.
굳게 닫힌 교회의 정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마틴이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소.”
지금 저 안에는 제국에서 온 귀족과 은발의 원로 요정이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도시를 휘젓고 다닌 덕분에,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저들이 떠나기 전에 대관식을 참관하게 하고, 황실과 대교회에 알리려는 것이리라.
위즐의 입술이 달싹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셨지만, 사실 제국과 대교회의 인정을 받고 싶으셨던 거겠지요.”
“그래서 더 걱정이란 것이오. 의식을 치른다 해서, 반드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정통성을 입증해야만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려면 합당한 자격을 가진 자가 의례를 주체하고, 왕관을 수여해야 했다.
혹은, 신들이 축복을 내리거나.
“이곳엔 대교회에 소속된 사제조차 없잖소.”
주교는 전쟁 통에 도망친 지 오래였다. 교회는 텅 비워둔 채 관리만 겨우 하는 상태였다.
위즐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자들이라면 충분하다고 여기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시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것 같아서 말이오. 만약 대관식을 치렀음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면….”
마틴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침음했다.
오른델이 여기까지 온 건, 왕의 능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자왕은 한 번도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렇기에 태생적인 흠결에도 불구하고 왕이라 불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하께서 이룩하신 많은 것들이 무너지게 되겠지요.”
위즐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읊조렸다.
국가의 존속이 걸린 문제라는 사실을 그 역시 알고 있을 터였다.
변방의 다른 신흥 왕국들이 대관식을 거행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가 아니던가.
“보아하니… 나만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군.”
귀족들의 면면을 돌아보며, 마틴이 덧붙였다. 심지어 대다수가, 판단력을 잃은 왕이 나라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경험한 자들이 아니던가. 동시에 자의건 타의건 반란에 동참한 자들이기도 했다.
왕이 정통성과 신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들 역시 그저 반역자에 불과하게 될 터였다.
혹은, 또 다른 반역을 꿈꾸게 되거나.
“…믿어 보시죠. 전하의 결정에는 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내뱉은 위즐이, 마틴을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어쩌면 신들께서, 축복이라도 내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왕국은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책을 자주 읽으신다더니.”
그의 눈을 잠시 마주 본 마틴의 입가에, 이윽고 옅은 실소가 스쳤다.
“날이 갈수록 언변이 좋아지시는 것 같군.”
“손가락이 부족하니 혀라도 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킥킥대던 위즐이 이내 웃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본 그가, 옅은 긴장이 묻어나는 눈으로 속삭였다.
“오시는군요.”
마틴도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골목과 대로변에 주민들이 가득했다.
데엥…
그리고 패튼 경을 비롯한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 이두 마차가, 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창문이 닫힌 상태일 텐데도, 마차가 지나칠 때마다 주민들이 차례로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천상이여… 부디….”
검은 마차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마틴이 입술만 달싹여 읊조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남은 건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여신들이 부디 그들의 왕에게 미소 지어 주시기를 바라면서.
다그닥- 다그닥-
느리고 규칙적으로 번지는 종소리 사이로,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광장으로 들어선 마차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선회해, 붉은 융단의 길 끝에서 멈춰 섰다.
뒤이어 말에서 내린 패튼이 그 옆으로 다가갔다.
“…….”
“…….”
융단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귀족들이 긴장이 감도는 눈으로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패튼이 닫힌 마차 문을 열었다.
데엥….
푸른 정복을 걸친 서자 왕, 데클란이 뒤이어 밖으로 나왔다.
융단을 밟고 선 그가 경건한 얼굴로 자세를 바로 했다. 비로소 종소리가 멈추자, 그가 입을 열었다.
“하찮은 필멸자가, 천상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섰나이다.”
일대에 긴장감 섞인 적막이 내려앉는 가운데, 굳게 닫혀 있던 교회의 대문이 열렸다.
저벅- 저벅-
뒤이어 여럿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린 마틴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단상 너머로 불쑥 솟은 회색 피부의 괴물이었다.
‘저자가 그 오크로군.’
이야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반백의 머리를 땋아 묶고 단정한 흰 예복을 걸치고 있음에도,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적막 속에서 단상에 올라선 그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
“……!”
뒤이어 귀족들이 낮은 숨소리를 흘렸다. 오크에게 가려져 있던 은발의 요정이 드러난 것이다.
새하얀 예복을 걸친 고고하고 기품 넘치는 자태는 오크 못지않게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녀는 오크의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뒤이어 검은 피부의 소년과 금발의 청년이 차례로 단상 위로 올라섰다.
‘저자가 그 제국 귀족인가.’
마틴의 시선이 좌우로 갈라지는 둘을 오간 건 아주 잠깐이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어려 보였지만 사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
마틴의 눈매가 꿈틀댄 건, 그녀가 양손으로 붉은 천을 받쳐 들고 있어서였다. 황금 왕관과 향유가 담긴 쟁반이 그 위에 얹어진 채였다.
사제복을 걸치고 있으나 왕관의 운반자일 뿐. 그녀가 의식을 주관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
마틴이 의문과 동시에, 사제가 묘하게 낯이 익다고 생각할 찰나.
“아, 아니…?”
“허…?!”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번졌다.
그제야 마틴의 시선이, 사제의 옆으로 올라서는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로 돌아갔다.
냉막해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에, 다른 이들과 달리 새카만 제국식 정복을 걸친 자였다.
마틴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아닌 자들도 있는 게 분명했다.
“루… 솔라… 맙소사….”
눈을 부릅뜬 채 탄식하는 위즐도 그중 하나였다. 미간을 설핏 좁히며 그를 돌아본 마틴이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한 것처럼, 위즐이 눈을 부릅뜬 채 단상 위만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윈 얼굴에 경악을 비롯한 감정들이 물감처럼 번져 나갔다.
“오른델의 백성들은 들으라.”
여인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건 그때였다. 그리 크지 않건만, 기묘한 온기와 함께 울리듯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엄정한 여신의 성전사. 풍요로운 여신과 타오르는 여신의 은총 받은 자. 또한, 계시를 거부한 선택 받은 자.”
이어진 목소리에 멈칫한 마틴이, 비로소 단상 쪽을 돌아보았다.
왕관을 받쳐 든 사제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주황색의 신성이 불꽃처럼 아른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을 터였다. 물론, 그녀와의 거리 때문은 아니었다.
“거인 왕국 최후의 징벌자이자 악룡의 심장을 찌른 용살자. 부패와 역병을 정화한 서부의 집행자. 일만 야인을 다스리는 설원의 지배자이며-”
그녀가 이어가고 있는 말의 내용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으니까.
위즐과 마찬가지로 멍하니 입을 벌리는 마틴의 시선이, 단상 한복판에 우뚝 선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북부와 남부 밀림의 진정한 대전사. 강림한 혼돈의 화신을 참한 신살자. 검은 땅 마경의 귀환자이자-”
지금 붉은 머리의 사제는, 그가 북부의 초인이라 모두에게 선언하고 있었으니까.
마틴은 비로소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마도 위즐 역시 그와 비슷한 상태였던 것이리라. 왕이 그렇듯, 그 역시 북부의 초인을 직접 만났다고 알려진 자들 중 하나가 아니던가.
“밀림과 사막. 심해의 대마족을 토벌한 문명의 수호자. 또한, 저 위대한 백금룡의 유일하며 공식적인 대행자이자 성혈의 계승자. 초인, 이안 호프 경께서 천상의 뜻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으니.”
마틴은 참고 있던 숨을 간신히 내쉬었다.
걱정과 의문은 이미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경악과 감격, 그리고 희열이 그 자리를 대신해 흘러넘쳤다.
“한쪽 무릎을 꿇어, 합당한 예를 다하라.”
여사제가 말을 맺은 건 그때였다. 동시에 광장에 선 귀족들 몇이 허물어지듯 무릎을 굽혔다.
“차, 찬란한 천상에 무궁한 영광 있으라…!”
위즐이 그렇듯 대다수가 용병 출신인 자들이었다. 물론, 북부의 초인을 만났다고 알려진 자들이기도 했다.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마틴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무궁한 영광 있으라…!”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으며, 그가 고개를 숙였다. 곳곳에서 무릎 꿇은 귀족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물결은 광장을 벗어나 대로와 골목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모여든 주민들.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던 병사들마저도 한쪽 무릎을 꿇으며 천상을 찬양했다.
“…….”
도시가 고요해진 건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여전히 두 발로 선 건 단상에 선 참관자들. 그리고 서자 왕 데클란 버차드 뿐이었다.
“백성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라.”
고저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 건 그때였다. 사제의 목소리가 그랬듯, 대기를 울리며 넓게 번져 나가는 목소리였다.
마력이 실려서였지만, 마틴은 그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모두가 그럴 터였다. 백금룡의 대행자이자 북부의 초인, 이안 호프의 목소리였으니까.
“…….”
숨을 고른 마틴이 일어섰다.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린 건 아닐 터였다. 일어서는 귀족들 역시 비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들의 왕이 운명을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라.”
이안 호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뒤이어 데클란이 붉은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때때로 실없는 웃음을. 때때로 불같은 격정을 머금던 얼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하고 경건했다.
귀족들의 시선을 받으며 지나친 그가, 이윽고 단상의 계단 아래에 멈춰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데클란 버차드. 일곱 여신의 인도 아래 이 자리에 다다랐나이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이안 호프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왕관의 운반자를 곁에 대동한 채였다. 이윽고 그가 데클란의 앞에서 멈춰 섰다.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왕을 내려다본 이안 호프가 입을 열었다.
“천상을 섬기고 따를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데클란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안 호프가 덧붙였다.
“일곱 여신의 가르침을 수호하고 이명을 경계하며, 백성들을 바른길로 이끌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고개를 들라.”
이안 호프가 데클란의 정수리에 기름을 부었다. 뒤이어 접시를 붉은 천 위에 되돌린 그가, 양손으로 왕관을 집어 들었다.
“…천상이여. 새로운 왕을 인도하소서.”
내뱉으며, 이안 호프가 데클란의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 한줄기 서광이 그들을 내리쬔 건 그때였다. 머리에 얹은 왕관이 반짝이는 가운데, 빛이 서서히 광장 전체로 번져 나갔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밀려나고 있었다.
“…….”
하지만 이안이 슬쩍 미간을 좁힌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 오오….”
“찬란한 빛이여….”
단상 위에 선 참관인들을 비롯한 모두가 가슴 앞에 손을 모아 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기적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솨아아…
데클란의 머리를 타고 흘러내린 향유가, 어느새 증발하듯 수증기로 화하고 있었다. 무지개처럼 일렁이며 번진 수증기는, 뒤이어 그의 몸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천상의 축복이 깃드는 것이리라.
그 모습을 감격과 격정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바라보던 마틴이, 이윽고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우리의 왕이여… 영원하소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