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607
#607화
동시에 이안의 눈앞으로 퀘스트 완료 창이 떠올랐다. 소환에 실패했을 때 받은, 대행자의 기다림 퀘스트가 비로소 완료된 것이다.
치미는 욕지기에, 간신히 창을 닫은 그가 다시 고개를 숙이는 사이.
“너를 이리로 불러들인 것을 이해해 주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다. 내가 지상으로 올라가면, 천상이 바로 알게 되었을 테니.”
조곤조곤 덧붙이며 다가선 아르케아스가 그의 곁에 주저앉았다.
뒤이어 이안은 등을 토닥이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후유증은 용도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것이리라. 안쓰러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천벌이 내릴 거란다. 티르 엔이나 카르하의 화신체가 강림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지.”
그냥 형벌 수준이 아니란 거군.
이안은 속을 게워 내고 기침을 토하는 와중에도 내심 읊조렸다.
신들이 분노했으리란 건 그도 당연히 짐작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보아하니, 그가 예상한 것 이상의 선고가 내려진 모양이었다.
하긴. 백금룡은 본래도 신들에게 눈엣가시 취급을 당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나는 어떻게든 피할 수 있을 거란다. 너와 네 친우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쩌면 한 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등을 토닥이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아르케아스가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주위가 쑥대밭이 되고, 목숨을 잃는 이들이 나오게 되었을 거란다. 그런 상황을 초래할 수는, 없지 않겠니?”
“절대… 없지….”
간신히 구역질을 멈춘 이안이, 숨을 헐떡대며 대꾸했다. 잔기침까지 멈추지는 못한 채였다.
손바닥으로 그의 등을 살살 쓸어내리며, 아르케아스가 덧붙였다.
“네가 전투 중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만. 아주 편하게 쉬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대교회나 황실의 추격을 받고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전투 중이 아니란 건… 어떻게 아셨소…?”
이안이 잔기침을 억누르며 물었다. 전신의 맥이 탁 풀어지긴 했지만, 어쨌건 현기증은 어느새 거의 다 잦아들고 있었다.
“네 몸에는 내 주문 회로가 새겨져 있잖니? 착하게도, 부적 역시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고 말이야. 주문을 공명해 그런 단편적인 정보 정도는 알 수 있단다.”
아르케아스의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안은 바닥에 걸쭉한 침을 탁 뱉었다.
입안과 콧속이 찝찝하기 짝이 없었다. 포도주를 전부 토해낸 탓이리라. 대리석 같은 매끈한 돌바닥에도 토사물이 흥건했다.
“주문을 느리게 발현해 내 뜻을 예고하긴 했다만, 그렇다고 해도 당황스러웠겠지. 다시 한번 사과하마, 이안. 이토록 괴롭게 만든 것도.”
“그 사과는… 나중에 내 친구들에게나 해주시오.”
나지막이 내뱉으며, 이안이 상반신을 일으켰다. 순간 휘청댄 건, 아직 팔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였다.
“…나보단 그 녀석들이 더 놀랐을 테니까.”
간신히 균형을 잡은 그가, 풍성한 백금발 아래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네가 대신 전해주면 되겠구나.”
빙긋 미소 지으며 아르케아스가 손에 쥔 새하얀 천을 내밀었다.
직접 입가를 닦아줄 기세여서, 이안은 힘없는 손길로 천을 움켜쥐었다. 선선히 놓아주며 아르케아스가 속삭였다.
“네 부름에 곧바로 응답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때는 너를 불러들이기도 힘든 상태였단다.”
“괜찮소. 짐작하고 있었으니.”
입가를 문질러 닦으며 대답한 이안이, 다시 그를 눈에 담았다.
“어쨌든… 무사하셔서 다행이오. 내가 상상한 것만큼 최악의 상태는 아니셨나 보군.”
“어떤 최악을 상상했니?”
아르케아스가 설핏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끈적한 손을 닦기 시작하며, 이안이 대답했다.
“몇 년, 혹은 그 이상을 꼼짝없이 잠들어 계셔야 하거나… 이미 천상의 형벌을 받고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아하, 그래….”
아르케아스의 미소가 의미심장해졌다.
“합리적인 추측들이구나.”
“예상 못 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계실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소. 제대로 준비를 끝마치지 못하셨잖소. 나 때문에.”
이안이 덧붙인 말에, 아르케아스가 어깨를 슬쩍 으쓱였다.
“의식을 서둘렀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으마. 그토록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너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야. 나이를 먹으면 걱정과 겁이 많아지는 법이거든.”
“서운해서 꺼낸 말이 아니오. 그 반대지.”
아르케아스를 바라보며 내뱉은 이안이, 뒤이어 고개를 숙였다.
“사과드리겠소. 귀하의 계획을 망치고, 이런 처지에 놓이게 만들어서 미안하오.”
“…….”
아르케아스가 대답 대신 눈을 깜빡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은 듯한 얼굴이었다. 이안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덧붙였다.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소.”
“내 대행자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이윽고 탄식하듯 낮은 숨소리를 토해낸 아르케아스가 슬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애를 쓴 보람이 있구나.”
“…이렇게 바로 놀리실 줄도 몰랐소.”
이안이 머쓱하게 말했다. 다시 천으로 손가락 사이 사이를 닦기 시작하는 채였다. 아르케아스의 눈매가 옅은 호선을 그렸다.
“놀린 게 아니란다. 그리고, 그렇게 자책할 필요도 없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하더라도, 그다지 달라질 건 없었을 테니까.”
그의 말투가 한층 담담해졌다.
“그저, 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아주 조금 줄어들 뿐이었을 거야. 직접 경험해 보니 확실히 알겠더구나.”
소박한 흰 예복 위로 흘러내린 백금발을 쓸어 넘기며,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게다가 천상의 분노 역시, 결국은 사게 되었을 거란다. 그저 시기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말투로도 표정으로도 위로인지 진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입맛을 다시는 이안을 바라보는 아르케아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리 말해주어 기쁘구나. 고맙다. 이안.”
“…그래서, 대체 어떻게 벽을 무너뜨리신 거요?”
이안이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내뱉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슬슬 목덜미가 근질대고 있었으니까.
백금룡의 미소가 의미심장해졌다.
“글쎄… 알려주고 싶지 않구나. 너무 길고 어려운 건 둘째 치고, 알게 되어 좋을 게 없는 지식도 포함되어 있으니.”
“아하….”
역시, 금기에도 손을 대신 건가.
내심 읊조리며,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백금룡이 검은 벽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보다 당장은, 네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게 순서일 것 같구나.”
덧붙인 아르케아스가 목소리를 낮췄다.
“네가 벽 너머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몹시 궁금하거든.”
“그것도 만만치 않게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소만….”
이안이 침음과 함께 읊조리자, 아르케아스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라는 게 바로 그거란다. 남김없이 들려주렴. 아주 자세하게. 혹 피곤하다면….”
그가 오른팔을 들어 옆을 가리켰다.
“눈부터 붙이겠니? 기다려 줄 수 있단다.”
이안의 고개가 그제야 옆으로 돌아갔다. 천장과 벽면이 모두 매끈한 판석으로 덮인 널찍한 방의 전경이 드러났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5미터는 될 것 같았고, 벽면에 커다란 창문들이 이어졌다.
물론 진짜 창문은 아니었다. 형태만 고풍스럽게 따라 만든 조각에 가까웠다.
“네가 당연히 정신을 잃으리라 여겨서, 사랑방에서 소환했단다.”
그리고 벽면 앞에, 마찬가지로 대리석으로 만든 듯한 크고 화려한 침대가 솟아 있었다. 옆면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진 데다, 각 모서리의 기둥도 뾰족하게 높았다.
두꺼운 이불이 깔려 있지 않았다면 제단이라 여겼을 터였다. 슬쩍 미간을 좁힌 이안이 읊조렸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귀하의 둥지인가 보군.”
“…옛 둥지란다. 세상에 알려진 내 둥지는, 의식의 여파로 반쯤 무너져 버렸지. 게다가 천상의 시선도 피할 수 없지. 그래서 부랴부랴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어.”
담담하게 대꾸한 아르케아스가 장내를 차근히 돌아보았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든 둥지란다. 이제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이지. 물론, 신들의 시선도 닿지 않는단다. 얼마나 깊은 지하인지 알면, 깜짝 놀랄 거야.”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소. 이렇게 화려한 걸 좋아하실 줄은 몰랐거든.”
이안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대꾸했다. 천장에는 금빛 마력이 일렁이는 주문 회로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빛이 들어올 공간이 전혀 없는데도 장내가 밝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였다.
“…어릴 적에는 누구나, 실용적인 것보다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법이잖니.”
그의 대답에 멈칫했던 아르케아스가, 이윽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여길 떠난 것도 그래서란다. 지나치게 크고 화려해서, 오히려 지내기 불편했거든.”
이안이 고개를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아르케아스는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안과 눈이 마주친 그가 덧붙였다.
“지금의 취향과는 전혀 다르니 오해하지 말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 둥지를 한 번 보여줄 걸 그랬구나.”
이안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정 원하신다면, 나중에 엘리에게 듣도록 하겠소.”
“그래주면 정말 고맙겠구나. …그럼 이제 침대로 가자. 도와주마.”
“아니오. 괜찮소. 그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으니.”
재빨리 고개를 저은 이안이, 낮게 침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기운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일어설 수 있었다.
짧게 숨을 내쉰 그가 덧붙였다.
“바로 이야기 나눕시다. 저… 크고 화려한 식탁에 앉으면 되겠소?”
이안이 반대쪽에 놓인 식탁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깎은 건지 모를, 침실에 놓기엔 지나치게 호화로운 대리석 식탁이었다. 마찬가지로 돌로 만든, 등받이가 높이 솟은 의자도 여섯 개나 마주 놓여 있었다.
“여전히 짓궂구나, 이안. 급한 성질머리도 그렇고.”
일어선 아르케아스가 이안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하지만 그래서 안심이 되는구나. 내 대행자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야. 그래. 가자꾸나. 널 위한 선물도 준비해 둔 참이니.”
“선물…?”
빙긋 미소 지은 아르케아스가 몸을 돌렸다.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뒤를 따랐다.
“…….”
이내 그의 시선이 아르케아스의 뒷모습을 훑었다. 꼿꼿한 자세와 발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기품있게 걷는 모습은 그가 기억하던 그대로였지만. 등으로 흘러내린 풍성한 머리칼은 전보다 더 하얗게 새어버린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
이안의 눈매가 슬쩍 가늘어질 찰나, 식탁 앞으로 다가간 아르케아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동시에 흐릿한 마력의 파장과 함께, 가장 오른쪽의 의자가 스르륵 뒤로 물러났다.
“앉으렴. 나는 네 곁에 앉으마.”
덧붙인 아르케아스가 또 한 번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맞은편의 의자가 스르륵 식탁 측면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상석이 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안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설마 저거….”
등받이 사이로 드러난 식탁 한복판.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주석잔들 사이에 놓인, 낯익은 형태의 유리병.
“…신의 물방울이오?”
“그래. 기억하고 있구나.”
몸을 기울여 술병과 술잔 두 개를 집어 들면서, 아르케아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둥지를 떠나며 가지고 나온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지. 꼭 너와 다시 마시고 싶었단다.”
“…마신 걸 전부 토한 보람이 있군.”
이안이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맛있는 술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일정 시간 동안 정신력괴 회복력을 높여주는 부가 효과까지 있었다.
아르케아스가 그의 앞을 지나치며 말을 이었다.
“곁들일 음식이 없는 건 양해해 주렴. 이곳에 먹을 거라곤 술과 지하수뿐이란다.”
“안주 같은 건 필요하지도 않소.”
이안의 대답에, 식탁에 술잔을 나란히 내려놓은 아르케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앉으렴.”
이안은 냉큼 의자에 착석했다. 묵직한 팔걸이를 당겨 의자를 식탁 앞으로 끌어당기는 채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웃음 지은 아르케아스가 밀봉된 마개를 열었다.
나무 냄새와 꽃 내음이 뒤섞인 상쾌하고 달콤한 향이 번졌다. 이안이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이렇게… 마지막 한 병을 마시게 되는구나….”
나지막이 읊조리며 차례로 잔을 채운 아르케아스가, 술잔 하나를 이안의 앞에 밀어 놓았다.
이안은 잔에 담긴 반투명한 갈색 액체를 내려다보았다. 전과 달리 전혀 꺼림칙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 친구들이 알면 아주 아쉬워할 것이오.”
“그래…? 그럼 남은 걸 챙겨가도록 하렴. 공간 주문이 있잖니?”
술병을 내려놓은 아르케아스가 대각선 옆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는데.”
술잔을 집어 든 이안이 그를 마주 보았다.
“말씀드렸다시피, 긴 이야기가 될 거라서 말이오.”
“실은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자 그럼, 건배부터 하자꾸나.”
아르케아스가 상반신을 기울이며 술잔을 내밀었다. 이안이 그 앞으로 술잔을 가져가자, 그가 덧붙였다.
“무사히 돌아와 주어 고맙다, 이안.”
“무사하셔서 다행이오.”
빙긋 미소 지으며 술잔을 부딪친 아르케아스가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술맛은 여전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대단했다. 입과 콧속의 찝찝함이 단숨에 씻겨나갔을 뿐만 아니라, 몸속이 상쾌하고 달콤한 향으로 가득 차는 것 같았다.
“다시는 마실 수 없기에, 더더욱 각별한 맛이로군….”
이안보다 먼저 술잔을 비운 아르케아스가, 술병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그럼 이제 이야기해 주렴. 벽 너머에서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입에 댄 술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이안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뇌리를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요그 같은.
갈등은 길지 않았다.
“이제는 알고 계시겠지만, 예상대로 벽 너머는 거대한 마경이었소.”
이윽고 술잔을 내려놓은 이안이 입을 열었다. 술병을 내뻗어 잔을 채워주는 아르케아스를 바라보며, 그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하지만 그 전에, 벽을 넘는 과정에서 본 환영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소.”
“환영…?”
아르케아스가 되물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안에서 누군가를 만났소.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공허의 고대 신 중 하나일 것이오.”
아르케아스의 눈매가 꿈틀댔다. 술병을 내려놓은 그가 자세를 바로 하며 내뱉었다.
“그 이야기도, 조금 더 자세히 들어 봐야 할 것 같구나.”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술잔을 집어 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존재를 만난 건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소. 그 전부터 종종, 꿈을 매개로 나를 찾아왔지. 아마도 내가 품은 혼돈 때문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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