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656
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 656화(646/655)
#656화
세라스의 미소가 설핏 굳어졌다. 시종과 호위 기사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시몬에게로 돌아왔다.
그제야 자신의 실언을 직감한 시몬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사이.
“정말… 그러실 생각이셨습니까?”
그제야 미간을 찌푸린 파엘이 내뱉었다. 세라스를 돌아본 그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또다시 몰래 제도를 빠져나가시려는 겁니까? 그것도 이번에는 중앙이 아니라 북부. 심지어, 그 위험하다는 설원으로요?”
“…….”
세라스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파엘의 입에서 탄식이 번졌다. 곧 현기증이 나는 듯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쥔 그가 읊조렸다.
“그래서 제게 잠시 남아달라고 하신 거군요…. 저희가 제도를 떠날 때, 자연스럽게 섞여서 빠져나가시려던 거예요….”
침을 꿀꺽 삼킨 세라스가, 미안한 듯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래서 모르시는 편이 좋을 거라고 했던 거예요. 미리 알았다면 공모가 되지만, 몰랐다면 내 억지에 떠밀린 것으로 수습할 수 있을 테니까.”
“루 솔라 맙소사….”
파엘이 장탄식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된 건 손으로 입을 감싸 쥔 시몬도 마찬가지였다.
‘루 로지스여… 오늘만은….’
이놈의 경솔한 주둥이가 또 일을 그르친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평생 꿈꿔온 기회를 눈앞에 두고 황녀의 미움을 살 발언을 하다니.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그사이 술을 한 모금 마신 세라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전히 시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채였다.
“오라버니께 이야기를 전하고, 폐하를 알현한 뒤에 확실하게 결정 내릴 문제거든요.”
여전히 시몬을 바라보고 있는 건 냉정한 인상의 시녀와 호위 기사뿐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둘의 시선은 그다지 날카롭지 않았다.
“…….”
“…….”
어쩌면 손님들 앞에서 꾹꾹 눌러 참고 있던 말을 그가 대신해 준 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그런 생각은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시몬에게 중요한 것은 황녀의 속내인 데다, 둘의 생각 역시 그의 예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전하.”
그사이 파엘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 계획을 도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민감한 시기이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저뿐만이 아니라 식솔들 모두가 대역 죄인이 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알아요. 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
세라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왼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말을 이었다.
“단주와 상단은 물론. 연맹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겁니다. 황실의 눈 밖에 나는 일도 없을 거예요. 나와 오라버니가 책임질 테니까.”
“전하….”
한숨 쉬듯 읊조리며, 파엘이 왼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 와중에도 오른손으로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든 그가 덧붙였다.
“…성자 대행을 만나기 위해 직접 북부까지 가셔야 할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폐하께서 사실을 알게 되시면 전쟁을 준비하실 겁니다. 그러니 제도를 떠나시는 것이 아니라, 황도를 지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세라스가 문득 입을 앙다물었다.
시몬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파엘을 돌아보는 시종과 기사는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사이 목이 탄 듯 술을 한 모금 벌컥 들이켠 파엘이 세라스를 돌아보았다.
“뭔가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러시다면 차라리 폐하께 말씀을 올리고 허락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폐하께서 윤허해 주실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요.”
잠시 입맛을 다신 세라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손에 쥔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더는 성자 대행을 믿지 않으실지도 모르고요. 백금룡의 부름을 받아 사라지셨다고는 하나. 어쨌든 제도가 아니라 북부로 먼저 향하고 계셨잖아요.”
“…….”
“이토록 위중하고 시급한 문제를 앞두고 있는데도요. 변방에 새로운 성지를 만들어내기까지 하셨고요.”
이번에는 파엘이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달싹였다.
“성자 대행의 진위를 의심하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릴지도 모르시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쩌면….”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은 세라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파엘을 마주 보았다. 입가에 옅은 쓴웃음을 머금은 그녀가 덧붙였다.
“어쩌면, 아버님의 의심과 불안이 사실일지도 모르죠. 지금까지의 행보만을 보더라도 말이에요.”
시몬은 세라스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성자 대행께 누가 될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건만.
‘황도의 가장 총명한 별이라더니….’
이 짧은 사이에 거기까지 생각한 그녀의 영민함에 또 한 번 감탄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라버니는 폐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죠. 그래서도 안 되고요.”
파엘을 바라보며 호소하듯 말한 세라스가, 자신의 가슴에 얹은 왼손을 몇 차례 두드렸다.
“그러니 제가 가야만 해요. 직접 성자 대행을 만나 뵙고, 그분께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요. 황도에서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잠시 그녀를 마주 보던 파엘이 이윽고 읊조렸다. 세라스가 멈칫하는 가운데,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시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말입니다. 폐하의 심중도. 그리고 성자 대행의 결정과 그로 인한 결과도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보여서 말입니다.”
“그건….”
세라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시몬의 눈에는 말문이 막힌 게 아니라, 어떤 비밀을 두고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숨에 알아본 건, 그 역시 비슷한 갈등을 수없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배해 왔지만.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예요.”
아무래도 세라스는 그 유혹을 이겨낸 것 같았다. 조금은 자신 없는 투로 내뱉은 그녀가, 숨을 들이쉬며 파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걸 그냥 넘길 만큼 가벼운 사안도 아니고요. 전쟁이에요. 아무리 큰아버님… 아니… 친왕 전하의 세력이 제국에 비할 바 아니라고 해도요.”
파엘이 갈등하듯 낮은 침음을 흘렸다. 시몬이 입을 연 건 그때였다.
“저 역시 전하의 뜻에 동의합니다.”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라는 것을 직감해서였다. 황녀에게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이리라.
“물론 성자 대행께서 제국을 배반하시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황녀께서 직접 방문하신다면 그분께서 나서시는 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겁니다.”
눈매가 뾰족해진 시녀와 헛기침을 하는 기사. 그리고 파엘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몬은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무고한 목숨을 여럿 구하고, 제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제국을 위하고자 하는 전하의 고귀한 진심을, 황제 폐하께서도 분명 알아주실 겁니다.”
“…….”
미간을 찌푸린 파엘이 눈만 끔벅이는 가운데.
“게다가 이미 전하께서는 과거에도 남몰래 제도를 떠난 전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시몬이 양손으로 공손하게 세라스를 가리키며 좌중을 돌아보았다.
“그 결과 성자 대행께서는 폐하를 섬기며 제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셨습니다. 북부에서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드셨지요. 성자 대행께서는 진심을 외면하는 분이 아니시니, 이번에도 그리하시리라 확신합니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이어진 말이 끝나자, 장내에 잠시 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물론 시몬을 바라보는 시녀와 기사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을 한차례 돌아본 시몬이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성자 대행을 믿는 게 저뿐인 건 아니겠지요?”
아무도 반박할 수 없으리라 확신하며 꺼낸 회심의 무기였다.
이 자리의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 아닌가. 물론 억지가 상당히 섞여 있긴 했지만, 기세를 올린 이상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물론… 저 역시 성자 대행을 그 누구보다 믿긴 합니다만….”
역시나, 파엘이 낮은 침음을 흘리며 읊조렸다. 시몬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시녀와 기사도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 부탁드릴게요, 단주. 그리고 무카파 경. 나를 도와줘요.”
입술 끝만 당겨 살짝 미소 짓고 있던 세라스가, 파엘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번 무단 외유 이후로 관문의 검문검색이 강화되어서, 혼자서는 제도를 벗어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다른 황자들처럼 억지를 부린다면, 무고한 경비병들이 대가를 치르게 될 테고요.”
“…황금 휘장의 주인들께선, 매번 쉽지 않은 부탁만 하시는군요.”
이윽고 파엘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잔에 얼마 남지 않은 술을 단숨에 들이켠 그가, 식탁 중앙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
“다만 이것은 상단이나 연맹의 뜻과는 무관하며, 오로지 제 독단으로 계획되고 실행한 일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렇게라도 수습해 주십시오.”
“염려하지 말아요. 내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할 거니까.”
세라스가 고개를 굳게 끄덕이며 내뱉었다. 시녀가 눈을 질끈 감고, 기사도 손으로 안면 가리개를 부여잡았다.
‘살았다…!’
그들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시몬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그는 황녀가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성자 대행을 향한 연모의 마음이리라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분이 실종되었을 때 식음을 전폐하다 쓰러졌다거나, 매일 밤을 눈물로 보내셨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하지 않았던가.
이 황녀를 동정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진위 여부가 파악된 적은 없지만….’
시몬은 소문이 사실이리라 내심 확신했다. 오래전부터 황녀와 북부의 초인 사이 염문이 사교계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지 않았던가.
이 상황에도 성자 대행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건, 의리만이 아니라 황녀의 연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과연, 사교계에 이름이 높은 이유를 알 것 같군요. 공자.”
그리고 이번에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게 분명했다. 세라스가 미소 지으며 한 말에, 시몬이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실은 단주께서도 전하를 돕고 싶으셨을 테고요.”
“연회에서의 활약도 기대가 되는군요. 잘 부탁할게요.”
세라스가 술잔을 들며 말하자, 시몬이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뒤이어 세라스의 시선을 받은 파엘이 코로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들었다. 무카파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술잔을 들고, 샤힌까지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로 물잔을 들어 올렸다.
일행들을 차근히 돌아본 세라스가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러분들이야말로, 성자 대행께서 보내주신 진짜 선물인지도 모르겠군요.”
말을 마친 그녀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시몬도 냉큼 술을 들이켰다. 포도주의 진한 향이 비로소 또렷하게 느껴졌다.
“자, 그럼 일단 오늘은 이만 자리를 파하도록 하죠.”
말끔하게 비운 술잔을 내려놓은 세라스가, 일행들을 다시금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일부터는 다들 바빠지실 텐데. 개인 방을 준비해 두었으니, 오늘은 푹 쉬며 여독을 풀도록 하세요. 시종들이 필요한 건 무엇이라도 구해줄 겁니다. 저는….”
그녀의 시선이 뒤편에 선 기사와 시녀를 훑었다.
“애석하게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어서요.”
“…예. 알겠습니다.”
술잔을 내려놓은 파엘이 일어섰다. 시몬을 비롯한 일행들도 냉큼 뒤따라 일어섰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죠.”
마지막으로 일어선 세라스가 미소로 배웅했다. 시종과 기사가 무릎을 굽혀 인사하는 가운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일행들이 몸을 돌렸다. 서로 여러 의미가 담긴 눈빛을 교환하는 채였다.
“…….”
샤힌에게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은 시몬이 이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브레넌에게 역사적인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가 뒷목을 붙잡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도련님.”
파엘이 나지막이 속삭인 건, 그가 문고리를 쥔 순간이었다. 멈칫한 시몬의 시선을 받은 그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도련님께선 이제, 태풍의 눈에 발을 들이셨으니까요. 눈을 벗어난다면, 휩쓸려 버리실 겁니다.”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은 시몬이, 문을 열며 속삭였다.
“그렇다면 휩쓸려 날려가기 전에, 역사에 이름을 남겨야 하겠군요.”
“…….”
“사교계의 전설로 말입니다.”
문을 나서는 그를 말문이 막힌 듯 바라본 파엘이, 이윽고 헛웃음을 흘리며 덧붙였다.
“연회가 끝나면 은 휘장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보니 도련님께선, 자격이 충분하신 것 같군요.”
시몬의 미소를 더 선명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한 말이었다.
***
숲을 이루는 침엽수들이 어느새 성애를 머금었다. 그 아래의 땅도 새하얀 눈에 뒤덮였다.
다그닥- 다그닥-
그리고 그 한복판을, 마차를 끄는 백마들이 털가죽을 너풀대며 나아갔다.
고대에 만들어진 설원의 관도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물론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않을 뿐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마차는 그리 빠르게 달리고 있지 않은데도 연신 덜컹댔다.
“…….”
그러나 새로운 마부이자 길잡이인 칼렙의 표정이 심각한 건, 엉덩이가 욱신거려서가 아니었다.
그는 말들의 상태를 세밀하게 살피면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푸르르르- 후욱- 후욱-
화로의 축복을 받은 말들은, 과연 일반적인 말들을 한참 넘어서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된 일정이 끝난 뒤에도 하룻밤이면 멀쩡하게 기운을 되찾았다.
그러나 축복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었고, 말들의 체력도 무한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비슷비슷한 풍경만 이어지는 길은, 언제든 잘못된 길로 들어설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꽤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대전사가 그런 실수를 용납할 리 없었다.
다섯 살 때 맨손으로 곰을 찢어 죽인 초인이라지 않던가.
밤중에 때때로 마주친 설원의 마물 들을 단칼에 베어 죽이던 모습만 봐도, 그게 그저 허무맹랑한 전설 같지는 않았다.
‘카르하여… 부디 제게도 힘을…!’
어쨌건 지금까지 일행은 단 한 번도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았다. 점점 검게 물들어가는 하늘의 먹구름이 그 증거였다. 단번에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조금씩 땅으로 가까워지고 있기까지 했다.
이제 마경이라 불러야 할 흉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론,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건 그뿐이었다.
“술맛이 아주 좋아지는 풍경이네.”
마부석 뒤편의 상황은 앞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단, 은발을 나부끼며 마차 지붕에 걸터앉은 테사이아만 그런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