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659
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 659화(649/655)
#659화
이안이 고삐를 당겼다. 내달리던 모로가 몸을 돌리며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쿠드드드…
시체들이 널브러진 일대 바로 앞이었다. 녀석이 앞에 떨어진 살점 조각 하나를 슬며시 잎에 넣는 가운데, 따라오던 셀림도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이안 님, 이거…?”
이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루시아가 이안을 돌아보았다. 얼굴에 쓴 가면을 머리 위로 밀어 올리는 채였다.
가라앉은 눈으로 일대를 돌아보며, 이안이 입술을 달싹였다.
“네 예상이 맞을 거야. 루시.”
“체액이 완전히 얼어붙었어. 시체들도.”
메브가 안면 가리개를 올리며 덧붙였다. 이 일대의 마물들이 죽은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리라.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 너머를 응시한 이안이, 모로의 머리 쪽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마물들만 죽은 것도 아닌 것 같고.”
그가 고삐를 흔들자, 모로가 입을 우물대며 가볍게 달려 나갔다.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메브도 셀림의 고삐를 당겨 이안의 뒤를 따랐다.
“……!”
루시아와 메브의 눈이 설핏 커진 건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좌측으로 즐비하게 이어진 마물들의 시체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거대한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서였다.
“마족도 죽인 건가요…?”
“아마도.”
루시아의 물음에, 이안이 고삐를 당기며 대답했다. 제삼의 눈을 뜬 그는 일대에 남은 혼돈의 잔흔을 볼 수 있지 않던가. 유독 크고 선명하게 일렁이는 빛을 발견하고는 쫓아온 것이다.
“토벌대가 이긴 거군요…!”
반색하며 탄성을 터뜨린 루시아가, 이내 눈을 끔뻑였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저런 흔적이 남는 거죠…?”
마족은 본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난도질 된 상태였지만. 그 와중에도 한복판에 뻥 뚫린 구멍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다. 뭔가가 관통하며 폭발한 듯한 몰골이었다.
“미구엘이야.”
대답한 건 메브였다. 루시아의 시선을 받은 그녀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덧붙였다.
“미구엘이 저렇게 만든 거야. 마무리는 야인 전사들이 했겠지만.”
“맙소사… 백금룡께서 새겨 주셨다는 주문이, 정말 마족도 저렇게 만들 만큼 강력한 거군요….”
루시아가 비로소 감탄을 터뜨렸다. 얼굴에 활짝 미소를 머금는 채였다.
“이놈이 죽었는데도, 아직 마경이 무너지지 않았군.”
이안이 내뱉은 건 그때였다. 그는 미소는커녕, 미간을 슬쩍 찌푸린 채 어둠 너머를 노려보고 있었다.
멈칫한 루시아와 메브가 돌아보는 가운데, 그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덧붙였다.
“근원은 저쪽인데, 마물들의 시체는 이쪽으로 이어지고.”
“…근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던 게 아닐까요.”
그제야 메브의 눈매도 가늘어지는 가운데, 루시아가 내뱉었다.
“모두가 이안 님이나 요그처럼 마경의 근원을 감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우리가 무너뜨린 마경에서 도망친, 외부의 마물들도 잔뜩 흘러들어 있을 테고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건가.”
나지막이 내뱉은 메브의 시선이, 이안이 응시하던 어둠 너머로 향했다.
“여긴 마경들이 이어져 있으니까… 만약 다른 마경의 경계로 향하고 있다면….”
“…쉴 틈도 없이 계속 싸우고 있을 거예요.”
루시아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졌다. 메브와 이안을 돌아보며, 그녀가 덧붙였다.
“아직 성화가 느껴지진 않지만… 느낌이 안 좋아요.”
“그럼 서둘러야겠군.”
내뱉은 이안이 그대로 고삐를 흔들었다. 모로가 기다렸다는 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뒤편에서 셀림의 발굽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안은 어둠에 잠긴 능선 너머를 올려다보았다.
토벌대의 기척은, 아직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화로 위로 치솟은 성화가 넘실대며 주위를 밝혔다. 루 엔테르의 축복을 받은 성수, 닐라가 화로를 실은 마차를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오십여 명쯤 되는 정예 야인 전사들은, 두 개 조로 나뉘어 마차 주위를 감싼 채 이동하고 있었다.
불티가 흩날리는 병장기를 움켜쥐고, 주위를 에워싼 것처럼 보이는 어둠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채였다. 물론, 그저 걸음만 옮기고 있는 건 아니었다.
키에엑-! 캬아악!
넘실대는 어둠을 뚫고, 사방에서 마물들이 속속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허의 괴물부터 변이된 마물과 마수. 망자까지.
키아아악-!
본래라면 하나의 무리를 이룰 리 없는 것들이 한데 뒤섞여 달려들고 있었다. 성화의 열기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흉포하게.
콰직-! 빠각!
포위된 상태였지만, 야인 전사들은 두려워하지도 물러나지도 않았다. 고함도 함성도 내지르지 않고, 그저 불티가 흩날리는 병장기를 휘둘러 놈들을 맞이할 뿐이었다.
물론 성화의 불빛이 내리쬐는 범위를 벗어나거나 진영을 무너뜨리지도 않는 채였다.
“시부럴….”
하지만 마부석에 선 미구엘은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의수에 고정된 연발 쇠뇌의 도르래를 움켜쥔 채 위를 훑어보는 중이었다.
쒸에에엑-
그들을 노리는 마물이 땅에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둠을 뚫고 히끗한 그림자가 가까워지자, 미구엘이 의수를 번쩍 치켜들었다.
화르르르-
하지만 그가 쇠뇌를 발사하는 것보다, 성화가 넘실대며 뿜어져 나가는 게 더 빨랐다. 화로 좌측에 선 불씨 사제가 손을 내뻗은 것이다. 쏜살같이 쇄도하던 회색 하피가 성화에 휩쓸렸다.
키에에에엑-!
불덩이처럼 변한 하피가 발작하듯 울부짖으며 멀어졌다. 아래쪽에 뒤덮인 어둠을 밝히는 채였다. 우글대며 끝없이 밀려드는 마물들의 물결이 설핏 드러났다 사라졌다.
“제기랄… 루 엔테르여….”
그 광경을 돌아본 미구엘이 또 한 번 나지막한 탄식을 흘렸다.
비단 수백 마리의 마물들에게 포위당한 채 나아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상하게 갈수록 마물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니….’
마경의 마물들은 보통, 본능적으로 근원을 지키게 마련이었다. 그건 우두머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달려드는 마물들을 거슬러 나아가고 뒤따라 모습을 드러낸 마족까지 죽였을 때, 그는 근원이 근처에 있으리라 확신했다.
키에에엑-! 키엑-
하지만 아무리 마물들을 뚫고 나아가도, 마경의 근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특유의 불길한 느낌조차, 여전히 어디에서도 전해지지 않았다.
‘역시 그 마족 새끼는 제 영역을 순찰이라도 돌고 있었던 건가? 대체 왜? 시벌….’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을 다시금 떠올리면서도, 미구엘은 내색하지 않고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선두의 전사들을 지휘하는 백인장, 아스켈과 눈이 마주쳐서였다.
고민한다 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서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천천히 선회하면서, 근원을 발견할 때까지 싸우며 전진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
마주 고개를 끄덕인 젊은 백인장, 아스켈이 다시금 전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지금쯤이면 저들도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으련만.
콰직-! 빠각!
동요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달려드는 마물들을 처리하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하나같이 경험 많은 전사들이었다. 성화의 가호가 함께한다면, 이대로 몇 날 며칠도 싸움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게다가 어차피, 이미 이놈들의 우두머리를 죽이지 않았던가.
‘다들 지쳐 쓰러지기 전에 근원만 찾아서 불태워 버리면…’
어둠 너머를 두리번대며 생각을 이어가던 미구엘이 문득 굳어진 건 그때였다. 넘실대는 어둠 저 너머에서 불현듯, 심상치 않은 자줏빛이 번져서였다.
‘…마족?!’
그 사이로 드러난 거대한 실루엣에, 미구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자신들이 또 다른 마경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심지어 이 일대의 우두머리 역시, 자신의 영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다들 조심해! 마족이-”
“——–!”
미구엘이 외침을 끝마치기도 전에, 어둠을 밀어내는 듯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여러 마리의 짐승들이 동시에 울부짖는 듯한, 혼돈의 파장이 담긴 포효.
“컥…!?”
“크윽…!”
성화가 휘청대고, 전투 중이던 야인 전사들의 움직임 역시 순간 굳어졌다.
콰지직-! 콰장창-!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몇 마리의 마물들이 전사들을 덮쳤다.
“죽여…!”
“움직여!”
화들짝 정신을 차린 전사들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삽시에 마물들을 난도질한 그들은, 뒤이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전우들을 후미로 끌고 나왔다.
“제기랄…! 쪽팔리게…!”
“싸울 수 있어. 이까짓 거, 별것 아니라고….”
질질 끌려 나오는 전사들이 투덜댔다. 말과 달리 목덜미의 살이 움푹 떨어져 나가거나, 갑옷째로 찢겨 나간 복부를 움켜쥔 자들도 있었다.
“맙소사…!”
마차와 나란히 걷던 사제들이 허겁지겁 전사들 쪽으로 달려갔다. 전사들의 환부에 저마다 손을 얹으며 기도문을 읊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치이이이…
사제들의 손아귀에서 열기가 번지고, 상처 부위가 불로 지지듯 타들어 가며 봉합되기 시작했다.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듯 전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기랄… 카르하여….”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부상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
미구엘의 시선은 여전히 어둠 저 너머에 고정되어 있었다.
크르르르르…
포효와 함께 번진 자줏빛 사이로 마족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곰과 순록, 그리핀의 머리가 한 몸에 달린 괴물이었다. 오거 같은 거대한 몸통 뒤에는 날개까지 돋아 있었다.
“이런… 시부럴….”
잦아드는 자줏빛 사이로 마족의 모습이 가려지자,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자신의 의수를 내려다보았다.
솨아아아…
그가 이를 악물며 정신을 집중하자, 의수의 손아귀에서 흐릿한 황금빛 마력이 번졌다. 진언 회로의 형태를 그리는 채였다.
“…역시 안 되나.”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일렁이던 빛이 뒤이어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사용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혀를 차며 고개를 든 것도 잠시.
“……!?”
미구엘이 또 한 번 굳어졌다. 어느새 마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놈이 날아올랐다는 것을 깨달은 건, 저만치 위의 어둠에서 자줏빛이 이글대며 번져나갔을 때였다.
“다들 조심해! 또 온다!”
이번에는 늦지 않게 소리치며, 미구엘이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허공에 솟구친 마족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였다. 저놈이 그대로 달려들지도 모를 노릇이었으니까.
“——–!”
하지만 마족은 이번에도 포효를 토해냈다. 자주색 혼돈의 파장이 어둠과 함께 밀려들었다.
미구엘이 눈을 부릅뜬 건 그 파장 때문이 아니었다.
화르르르…
성화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다. 이게 저 마족 놈의 진짜 목적이리라.
닐라가 당장이라도 멍에를 끊고 달려 나갈 듯 몸을 들썩이는 가운데, 미구엘이 홱 뒤를 돌아보았다.
덜그럭-! 덜컥-!
화로 좌우에 선 두 사제가 장작을 안에 던져 넣고 있었다. 표정이 밝지 않은 건, 그런데도 성화가 다시 치솟지 않아서일 터였다. 오른손을 망토 사이의 허리춤으로 가져가며, 미구엘이 입을 열었다.
“알렉. 몽거…!”
두 사제의 고개가 그에게로 돌아왔다. 성큼성큼 화로로 다가서며, 미구엘이 오른손에 쥔 단검을 들어 보였다.
“합시다…!”
“…….”
“…….”
입을 꾹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인 두 사제도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사이 단검의 자루를 의수에 고정한 미구엘이 화로 앞에 섰다. 뒤이어 다른 두 사제도, 뽑아 든 단검의 검날을 움켜쥐며 마주 보고 섰다.
“삿된 어둠을 불사르는-”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이여….”
“루 엔테르여, 제발…!”
저마다 나지막이 읊조리며, 그들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새빨간 핏물이 손아귀를 타고 흘러내렸다.
치이이이…
뚝뚝 떨어진 핏방울이 화로 속으로 사라졌다. 성화가 다시 이글대며 치솟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미구엘에게도 뜨겁게 느껴지는 건, 불길에 흰색이 섞이고 있어서일 터였다.
사아아아아-
어쨌건, 점점 위태롭게 좁아지던 빛이 다시 주위를 비췄다. 그 사이로 드러난 마물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나뒹굴거나 허둥지둥 물러났다.
콰직-! 빠가각!
야인 전사들은 놈들을 놓치지 않았다. 마물들을 후려칠 때마다 흩날리는 불티도 조금씩 하얗게 물들어 갔다.
“자리 지켜…! 흥분하지 마!”
“진영 유지해!”
앞뒤에 선 두 백인장, 아스켈과 볼베르가 소리쳤다. 병장기를 움켜쥔 채 나아가는 전사들의 얼굴에 번들대는 땀이 맺혔다. 비단 성화의 열기가 그들에게도 뜨겁게 느껴지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크르르르…
어둠 너머를 날아다니는 마족의 시선이 느껴져서였다. 저놈은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에 불과했다.
만약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다면, 기꺼이 감내하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 터였다.
“——-!”
어둠 너머에서 자줏빛이 끓어오르고, 또 한 번 쩌렁쩌렁한 일갈이 터져 나왔다. 어둠을 머금은 혼돈의 파장이 무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성화는 아까처럼 위태롭게 일렁이지 않았지만.
“제기랄….”
쥐어짜듯 주먹을 움켜쥔 미구엘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비단 손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 때문만이 아니었다. 성화가 계속해서 하얗게 물들고 있어서였다.
“그만…!”
이윽고 이를 악물며 내뱉은 그가 오른팔을 밖으로 빼냈다.
성화가 완전히 하얗게 변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사도가 함께한다면 모를까. 그들만으로는 광기의 성화를 제어할 수 없었으니까.
“하아… 하아….”
오른팔을 화로 밖으로 젖힌 두 사제가 헐떡댔다. 그들의 오른손은, 지금 미구엘이 그렇듯 벌겋게 익은 채 수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비틀대며 주저앉는 와중에도, 미구엘은 다시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지는 마족을 돌아보았다.
“차라리 그냥 와라… 새끼야…!”
나지막이 씹어뱉는 채였다. 당장은 괜찮지만, 포효가 두어 번만 더 이어져도 성화가 꺼지게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전에 저 마족 놈의 인내심이 다하길 바랄 뿐이었다. 차라리 그러는 쪽이 그들에게 더 승산이 있을 테니까.
키에에엑-! 콰직! 콰드득-!
전진과 전투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가운데, 어둠 너머를 두리번대던 미구엘의 눈매가 이윽고 일그러졌다.
“…망할.”
저 반대편의 땅에서 또 한 번 자줏빛이 이글대며 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빌어먹을 짐승 놈은, 생긴 것과 다르게 인내심이 아주 강한 놈이었다. 하긴. 인내는 포식자의 미덕이기도 했다. 포식자 셋이 하나로 뭉친 놈이니 인내심도 남다른 것일지도.
“——!”
하지만 다음 순간 메아리치듯 이어진 포효는, 마족의 그것이 아니었다. 미구엘을 순간 굳어지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묘하게 익숙한 전투 함성이어서만이 아니었다.
솨아아아아-
함성에 실린 열기가 그의 전신을 할퀴듯 훑고 지나가서였다.
야인 전사들 사이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번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