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ark Fantasy Villain RAW novel - Chapter 661
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 661화(651/655)
#661화
마족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놈은 사지를 부자연스럽게 허우적대며, 이안을 뱉어내려는 듯 머리를 마구 휘둘러 대고 있었다.
꾸드드드득-
그러나 이안은 튕겨 나가지 않았다. 그는 손아귀에 움켜쥔 이빨들을 으스러뜨리며 계속해서 몸을 일으켜, 마족의 아가리를 가죽과 근육째로 찢어버리고 있었다.
마족의 비명이 점점 더 처절해질 찰나.
꽈지지직-!
놈의 아래턱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 미구엘은 마지막 순간, 이안이 발을 구르듯이 힘차게 내뻗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안은 움켜쥔 이빨을 놔버리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저 마족이 고개를 치켜들기 전에 몸 위로 착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터억-!
찢겨 나가 덜렁대는 아래턱의 이빨을 움켜쥐며 함께 떨어져 내린 것이다. 미구엘의 눈에는 체액을 흩뿌리는 아래턱이 이안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권능이라도 부리시는 건가…?’
저도 모르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미구엘은 마족의 목덜미에 착지하는 이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가 마족의 아래턱에 돋아난 이빨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자세를 낮췄기 때문이다. 그의 망토 위로 번지는 붉은 신성이 더 진하게 이글댔다.
“——!”
자줏빛 섞인 피를 콸콸 쏟아내면서도, 마족은 이안에게 딸려가듯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면 아래턱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게 되기 때문이리라. 이안이 끌려갈 리는 없다는 것을 저 괴물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쿠웅- 쿠구구구-
이 와중에도 놈은 몸을 들썩이기만 할 뿐. 자세를 바꾸거나 팔을 휘둘러 이안을 후려치지 못했다.
‘대가리가 하나밖에 안 남아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건가…?’
머리가 각기 다른 부분을 통제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머리 여럿 달린 괴물들은 대부분 그런 식이라지 않던가. 물론 확인할 수도, 중요하지도 않은 의문이었다.
꽈지지직-
중요한 건 이안이 걸음을 옮기며 움켜쥔 아래턱을 마저 뜯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찢긴 단면에는 다시 이어 붙기라도 하려는 듯 근섬유들이 꿈틀대고 있었지만, 이안을 멈춰 서게 할 수는 없었다.
꽈지지직-!
목덜미로 이어진 가죽까지 함께 찢어발긴 이안이 이윽고 턱을 완전히 뽑아버렸다.
딸려 오던 마족의 머리가 튕겨 나가듯 땅에 처박혔다. 자줏빛 섞인 체액의 궤적을 남기는 채였다.
“——!”
가래 섞인 숨소리 같은 비명이 전장의 소음에 뒤섞였다.
성화가 폭발하며 만들어진 빛과 열기 가운데, 마족의 전신에 자줏빛이 혈관처럼 아른거렸다.
놈이 혼돈의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까진, 미구엘도 알지 못했다.
“저런 미친….”
그는 그저, 뜯어낸 아래턱을 휙 던져 버리며 몸을 돌리는 이안은 바라볼 뿐이었다. 들썩대는 마족의 몸을 짓밟으며 걸음을 옮긴 이안은, 이내 비스듬하게 솟아 있는 대검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순록의 머리를 세로로 쪼개버린 그의 대검은, 놈의 목덜미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쩌엉-!
다음 순간 칼날에서 소리 없이 터져 나온 폭발에 쪼개진 놈의 머리와 목덜미가 터져 나갔다. 육편이 사방으로 자욱하게 튀었다.
흩어지는 피 보라 한복판, 이안의 전신에 맺힌 붉은 신성이 한순간 불길처럼 타올랐다.
솨아아아-
붉은 신성과 빛무리가, 잘린 목덜미 위에 드리운 기다란 칼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대로 몸을 돌린 이안이 자루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
여전히 고통에 찬 숨소리를 토해내는 마족의 마지막 머리를 향해서였다. 땅을 긁듯이 그의 뒤를 따르던 대검이, 다음 순간 앞으로 치솟았다.
콰지지지직-!
빛무리 섞인 커다란 붉은 호선이 마족의 목덜미를 휩쓸고 솟구쳤다.
대검을 비스듬하게 치켜든 이안이 멈춰 서고, 마족의 잘린 머리가 튕겨 나가듯 나뒹굴었다.
팔다리를 허우적대던 마족의 몸이 한순간 크게 들썩였다.
푸화아악-!
머리가 잘려 나간 단면들에서 체액과 자주색 연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건 바로 그 직후였다. 마족의 전신에 일렁이는 자줏빛이 빠른 속도로 잦아들었다.
쿠웅…
이윽고 허우적대던 거대한 팔다리가 툭 떨어졌다. 마족의 숨이 끊어진 것이다.
‘저렇게 일방적으로….’
대검을 늘어뜨리는 이안을 바라보며, 미구엘은 새삼스러운 경탄을 토해냈다. 그가 기억하는 이안은 물론 초인적인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마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찢어발길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말 그대로 카르하의 현신처럼 보이지 않는가.
“오오오오오-!”
“대전사! 대전사께서 마족을 찢어 죽이셨다-!”
야인 전사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함성이 뜨겁게 터져 나온 건 그때였다. 그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던 게 아닌 것이다. 반대로 퍼뜩 정신을 차린 미구엘이 눈을 깜빡였다.
푸르릉…!
닐라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앞발을 들썩인 덕분이기도 했다.
화들짝 끌채 앞으로 몸을 숙인 미구엘이 손을 뻗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애원하듯 내뱉는 채였다. 새살이 완전히 돋아난 덕분에, 매듭을 푸는 손길이 한층 능숙했다.
멈추지 않고 손을 움직이며, 미구엘이 뒤편을 슬쩍 돌아보았다. 폭음과 함께 주위가 밝아져서였다.
콰르르르르…
불바다가 된 후미의 전장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눈이 전부 녹아버려서, 거무스름한 흙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태였다.
“모조리 죽여-!”
“카르하여!”
곳곳에 성화에 뒤덮인 시체들이 횃불처럼 타들어 가고, 붉은 신성을 머금은 전사들이 사이를 누비며 남은 마물들을 죽이고 있었다. 횃불을 치켜든 채 철퇴를 내리치는 사제의 뒷모습도 보였다.
“……!”
그리고 저 너머, 백마 탄 성기사가 불의 검을 연신 휘두르며 그들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후미로 크게 선회하며 전사들을 지원한 것이리라. 눈을 부릅뜨는 와중에도, 미구엘은 끌채에 이어진 밧줄의 매듭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푸히잉-!
닐라가 기다렸다는 듯 앞발을 치켜들며 멍에를 떨쳐 버렸다. 마차가 뒤로 기울어지면서, 순간 중심을 잃은 미구엘이 허우적댔다.
“으, 으헉!?”
반사적으로 펄쩍 뛰어오른 그가 엉겁결에 닐라의 등에 올라탔다. 갈기가 넘실대는 목덜미를 와락 끌어안았던 미구엘이, 이내 머쓱하게 헛기침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차, 차라리 잘됐네. 가자, 이 성질 급한 녀석아.”
푸르릉, 불티 섞인 콧김을 뿜은 닐라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리는 채였다. 미구엘 역시 다시 마족의 시체 쪽을 돌아보았다.
“……?”
뜻밖에도 이안은 대검을 늘어뜨린 채 여전히 그 위에 서 있었다. 전공을 과시하거나 전사들의 환호를 받기 위해서는 아닐 터였다.
이쪽이 아니라 옆을 돌아보고 있었으니까.
콰드드득- 콰직-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미구엘은, 마물들을 떨쳐내며 달려가는 흑마를 볼 수 있었다.
목숨을 잃긴커녕, 이안이 마족을 때려잡는 동안에도 홀로 마물들과 싸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갑 사이로 불길한 보랏빛을 머금은 녀석이 마족의 시체 옆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푸히힝?!
닐라가 덜컥 걸음을 멈춘 건, 이안이 대검을 장대 삼아 훌쩍 흑마의 안장에 올라탄 순간이었다.
“억-!”
반사적으로 녀석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면서도, 미구엘은 대검을 움켜쥔 채 고삐를 흔드는 이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뒤이어 다시금 보라색 섞인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한 흑마가 시체 주위를 선회하며 달려갔다.
“…설마?”
삽시에 멀어지는 붉은 궤적을 바라보던 미구엘이, 비로소 눈을 끔뻑이며 읊조렸다. 이안이 이 마경의 근원으로 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서였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위대한 대전사를- 위하여-!”
어쨌건, 야인 전사들은 이안의 뒤를 따라가려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마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전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하긴. 대전사가 마족을 때려잡는 것을 목격한 직후가 아닌가. 잔당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몫이라 여기는 것이리라.
“얼마 안 남았어. 우리도 도와주러 가자, 닐라. …닐라?”
목덜미를 토닥이며 내뱉던 미구엘이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닐라가 미동도 하지 않아서였다.
“닐라…?”
고개를 옆으로 내민 미구엘이 녀석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주황빛이 아른거리는 녀석의 시선은, 이안이 사라진 어둠 너머에 못 박힌 것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말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형씨가 다른 말을 타고 가버린 게 그렇게 충격적이냐? 응?”
녀석의 속내를 짐작한 미구엘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며 내뱉었다. 평소라면 머리를 휙 휘둘러 그의 팔뚝을 후려쳤으련만.
“…….”
닐라는 투레질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망연자실하게 어둠 너머를 바라볼 뿐이었다. 비로소 미구엘의 미소가 머쓱해졌다.
“아니… 떨어져 지낸 게 몇 년인데… 그럴 수도 있지….”
묘한 죄책감을 느끼며 읊조린 그가, 이내 입맛을 다시고는 옆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애초에 그는 닐라가 멋대로 구는 것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마차 근처에서 마음 추스르고 있어. 괜히 정신 빼고 있다가 봉변당하지 말고.”
위로하듯 녀석의 옆구리를 토닥이며 덧붙인 미구엘이 몸을 돌렸다. 허리 뒤편에서 손도끼를 꺼내 드는 채였다.
푸스스…
그가 입술만 달싹여 기도문을 읊조리자, 날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르며 불티를 머금었다.
“도망치게 놔두지 마라-!”
“모조리 죽여!”
전장의 소음이 가까워졌다. 이미 주위에는 찢겨 나가고 타들어 간 마물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키아아악-! 키에에에-
남은 놈들도 구심점을 잃고 뿔뿔이 도망치고 있었다. 전사들은 넓게 흩어진 채 잔당들을 처단하는 중이었다. 물론, 널브러진 모든 마물이 죽은 건 아니었다.
퍼석-!
상반신만 남은 채 기어 오던 이 망자처럼.
미구엘이 도끼를 내려치자, 놈의 두개골이 불티와 함께 터져 나갔다. 남은 몸이 와르르 허물어졌다.
“…….”
하지만 도끼를 툭툭 털며 걸음을 옮기는 미구엘은, 이미 놈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이 난장판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백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화르르르-
저 옆에서 치솟은 성화 덕분이었다. 이글대는 불길 앞으로, 셀림이 분명한 백마와 그 위에 탄 기수들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추적하지 마세요! 대전사께서는 이곳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열기 섞인 외침이 이어졌다.
익숙한. 동시에 미구엘이 더없이 그리워하던 목소리이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미구엘은 셀림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더는 주변에 눈길도 주지 않는 채였다.
다각- 다각-
다행히 셀림도 더는 달리지 않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메브는 검을 늘어뜨린 채 전사들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아마도 야인 전사들의 상태를 살피려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건 성화가 일렁이는 두건 망토를 뒤집어쓴 성녀도 마찬가지였다.
두건 아래, 가면을 눌러 쓴 얼굴이 미구엘 쪽으로 돌아온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뒤이어 가면 너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신성이 아른거리는 눈동자를 응시하며, 미구엘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미구엘…!”
내뱉은 루시아가 굴러떨어지듯 안장 아래로 뛰어내린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번지는 가운데, 바닥을 구른 녀석이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아주 다급한 움직임이었다. 두건과 망토에 일렁이던 성화는 이미 사그라들고 없었다.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미구엘이 내뱉었다.
“천천히 와, 이 녀석아. 그러다 또 넘어질라.”
닐라가 늘 그러하듯, 루시아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긴커녕 오히려 더 허겁지겁 달려오다가, 그대로 몸을 날리듯 달려들어 그를 부둥켜안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