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05)
검은 머리 영국 의사-105화(105/505)
105화 자전거라는 물건 [2]
세로로 절개.
그러고 나서는 그냥 쇠막대를 넣었다.
플라스틱은커녕 고무도 이렇게 구멍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가 없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시행한 건데…….
‘숨 쉬어라…….’
목 뒤로 넘어온 핏덩이 중에 기도를 틀어막고 있던 건 다 제거했다.
세로로 째고 그냥 손으로 치웠어.
석션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조지프한테 입으로 빨대 꽂고 빨라고 하면…….’
그런 짓은…….
사람이 사람한테 시켜서는 안 될 일이지 않을까?
소문에 의하면 그런 짓을 막 시키는 의사가 하나 있었다고는 하던데…….
아휴.
“큽.”
주님은 계시나 보다.
일단 환자는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앰부(Ambu Bag, 수동식 인공호흡기)고 나발이고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잠시 숨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자발 호흡이 돌아오다니.
장하다, 이름 모를 환자분.
자전거를 안 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큽!”
아.
이게 자발 호흡이 돌아온 이유가 있었다.
“자네, 이게 뭔가…….”
리스턴과 나는 환자가 내가 세로로 뚫어 놓은 목구멍을 통해 내뱉은 피 섞인 가래를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보통 이 정도 했으면 미안해서라도 그만해야 할 텐데…….
“크악!”
환자는 지속적으로 기침을 해 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잘된 일이긴 했다.
쇳덩이를 기도에 넣어서 그런가 자극이 되어서 저러는 건데, 사실 그래서 깬 거거든.
안 그랬으면 지금쯤 삼도천 아니…… 기독교인일 테니까 천국 가는 문 앞에서 베드로 정도를 만나고 있지 않을까?
“뭐라도 좀 하게!”
“네네!”
하여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침하다가 죽겠어.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한 건 숨길 뚫어 놓은 것이지…….
딱히 다친 곳을 치료한 건 아니란 말이지.
끼리릭.
해서 일단 가스통을 열었다.
하아…….
이…….
묘한 냄새.
암만 내 쪽으로 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 봐도 이걸 완전히 틀어막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가스통에서 가스가 나오는 구멍에 환자가 물고 있거나 할 관을 제대로 꽂는 것도 안 되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그랬다가는 죽을 수도 있을 터였다.
왜냐.
산소는 안 들어가잖아……?
“흐아.”
“후우우우.”
그래서 나와 리스턴 박사는 일단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심호흡을 여러 번 해야만 했다.
실제로 리스턴에게 배우고 나가 한 사람의 도살자…… 팔다리 자르는 명인이 되셨던 분도 수술 앞두고 같이 마취가 되어서 혼난 적이 있다 보니 나름대로 타개책을 마련했더랬다.
“큽.”
물론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취제가 말이 마취제일 뿐, 그리 강력하지는 못하다 보니 가스를 그렇게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깊이 잠든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침까지는 안 하고 신음만 흘리고 있다는 점이랄까?
“이거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자극이 강한 모양입니다.”
“팔다리 자를 때도 거의 가만히 있는 게 이 가스인데?”
“네, 그…….”
목구멍에 쇳덩이 처넣는 고통이…… 팔다리 자르는 것보단 아무래도 더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
제일 급한 기도를 확보했으니, 이제라도 환자 상태를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봤더니만…… 하이고…….
혀가 진짜 과장 조금 보태서 거의 너덜거렸다.
나는 못 하겠지만 리스턴 정도면 저거 세게 잡아당기면 바로 찢을 수 있을 거야.
‘혀는…… 너무 중요한 곳인데…….’
일단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야 뭐 핏덩어리 그 자체 아니던가.
허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혀의 앞쪽이 이렇게까지 손상이 되면, 모양이 제대로 지탱이 안 돼서 뒤로 말려들어 간다는 데 있었다.
지금도 봐.
피 때문에도 막히긴 했지만 사실상 기도를 완전히 틀어막은 건 혀였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혀가 완전히 찢겨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 채 앞으로 쭉 잡아당겼다.
“자네는…… 겁이 많은 거 같다가도 이럴 때가 있구만…….”
목소리가 살짝 떨리길래 옆을 봤더니, 천하의 리스턴이 수술 장면을 제대로 못 보고 있었다.
거참.
혀 좀 잡아 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런 얼굴로 나는 일단 혀에 박힌 이 조각을 빼내기 시작했다.
‘크.’
마스크 끼길 잘했다.
어지간하면 피비린내로 다 지워질 텐데…….
역시나 우리 19세기 분들이라 그런가 입 냄새가…….
이건 이가 아니라 거의 균 배지라고 봐야 할 거 같았다.
모르긴 해도 갖고 가서 배양하면 균이 한 사발씩 자랄 거 같어.
툭.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어느새 냄새도 좀 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핀셋으로 이 조각을 섬세하게 빼다 보니 아주 잠시뿐이지만 옛 수술방에 돌아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후후.”
웃음이 절로 나왔다.
툭.
이봐, 이거.
내가 핀셋 하나만 제대로 된 게 있어도 이 정도라구.
벌써 혀에 박혀 있던 건 다 사라졌잖아.
“웁.”
이런 경사스러운 순간에 웁이라니.
이 얼마나 불경한…….
“잉.”
돌아보니 이미 리스턴은 자리를 비웠다.
방금 웁 한 놈은 인두 들고 설치던 놈이었다.
미친놈이야?
지가 하는 짓이 얼마나 역겨운 짓인데.
나는 인마 진짜 치료 중이라고.
“바늘. 아…… 조지프!”
하여간, 혼자서는 이 치료를 완료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일단 불이 없어서 봉합 같은 복잡한 짓은 할 수가 없다고.
“아…… 나 너무 무서워.”
해서 불렀더니 리스턴의 거대한 몸 뒤에 숨어 있던 조지프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
시신 해부도 하는 놈이 이게 뭐가 무서워?
내가 인마 이래 봬도 다 숨 쉬는 거 확인하면서 하고 있다고.
이분 아직 안 돌아가셨어.
근데 이렇게 두면 반드시 돌아가신다?
“뭐가 무서워 빨리 와.”
“하아…….”
하여간, 조지프는 떨떠름한 기색이 완연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긴 왔다.
그렇지.
그래야 내 제자…… 아니, 친구지.
“앨프리드 선배. 선배도 와요.”
“나는…….”
“아, 의사 안 할 거예요?”
“그런 의료가 세상에 어디 있나.”
“아, 있어요.”
솔직히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상에는 코만도 수술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술도 있다구…….
코만도랑 전혀 관계가 없는 수술임에도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환자도 의사도 코만도만큼 용감해야 할 수 있어서 그랬다.
그에 비하면 이건 딱히 뭐…….
“일로 와서 그럼 불이나 비춰요. 보이게는 해 줘야 될 거 아냐.”
“그…… 그래. 그럼 나 딴 데 보고 있어도 되지?”
하.
레지던트였으면 지금 한 대 때렸다.
하지만 선배는…….
돈줄이지 않나.
아마 나중에도 딱히 의사 하지 않고 나한테 투자나 하면서 설렁설렁 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불이나 비추는 일이 막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야! 나는! 나도 이거 보기 힘들어!”
“어, 너는 안 돼.”
넌…….
넌 의사해야지.
수술이라는 게 보통 둘이나 셋이 해야 되는 거거든.
게다가 넌 손이 좋잖아.
콜린도 그렇긴 한데…….
“바늘.”
“어…… 하.”
우여곡절 끝에, 그러니까 선배가 등불로 입안을 비춰 주는 가운데 나는 조지프가 건네준 바늘로 환자의 혀를 꿰매 주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훌륭한 외과 의사인 동시에 중증외상센터 당직의 경험도 있는 만큼 봉합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머지 상황을 살폈다.
엉망이었다.
빈말로도 괜찮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
‘앞니는…… 아마 회복이 어렵겠지?’
임플란트라는 것이 언젠가 개발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게 대체 언제 되냐고.
오르긴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어야 나오지 않을까?
그 말은 곧 이 사람은 앞으로 내내 앞니가…… 그것도 윗니가 없이 살아야 된다는 얘기였다.
‘사람이 앞니가 없으면 참 모자라 보이는데…….’
예전에 같이 군의관 복무하던 형이 술 먹다가 취했나 양꼬치를 쇠 꼬치째로 씹었다가 앞니 하나가 털렸는데 그 꼴을 본 부대장은 도저히 임무 수행이 불가하겠단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병가를 내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1주일 내에 이를 달든지 아니면 껌이라도 붙이고 오라고 했다.
‘오. 나중에 껌이나 달까.’
뭘 씹지는 못하겠지만 여하간에 발음이 새거나 하는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오…….”
내 복잡한 속내와는 별개로 옆에 있던 조지프의 입에서는 감탄이 새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혀가 붙어 가고 있거든.
이게 앞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을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 어느 정도 발음에 장애가 생기긴 할 거 같았다.
하지만 근육은 우리 몸에 있는 장기 중에 그나마 그래도 제 기능을 잘 회복하는 놈이니까 어느 정도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어때. 아까보단 훨씬 보기 낫지.”
“어. 와…… 다 나은 거 아냐?”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상식적으로 다 낫겠냐?
일단…… 겉으로 보이는 건 어느 정도 괜찮아지기는 할 터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피가…… 뒤로 넘어와.’
등불이 그지 같아서 그런가, 목구멍 안쪽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애초에 불 들고 있는 놈이 반대편을 보고 있다 보니 그럴 수밖…….
“어, 어! 선배! 방금 등불이 내 머리 쪽으로!”
“어, 미안.”
“그냥 좀 보면서 하면 안 돼?”
“어…… 아직은 좀.”
“하.”
잘 보이게 해 주기는커녕 머리통이나 안 태우면 다행이야, 지금.
하여간 드문드문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넘어오는 피가 있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이냐!
코안에도 상처가 있을 거다, 이건데…….
상식적으로 콧구멍을 누가 와서 쑤셨을 리는 없으니, 직접적인 상처는 아니지 않겠나?
‘제기랄.’
딱 봐도 이 환자…… 얼굴로 땅에 들이받았다.
그중에서도 턱 방향으로 먼저 떨어진 거 같은데…….
‘뇌진탕으로 끝났으면 다행인데, 어쩌면 뇌바닥 뼈가 나갔을 수도 있어.’
일단 지금 봐서는 눈 밑으로 거무죽죽한 멍이 퍼지지 않고 있긴 한데.
이런 걸로 다 알면 세상에 왜 X-ray나 CT가 왜 나왔겠어.
미세 골절은 알 수가 없었다.
“자자. 슬슬 끝났으면 환자 옮기지!”
혀 잘린 거 볼 때는 오그라들어 있더니만 봉합하고 나서는 용기가 돌연 충천(衝天)하는지 리스턴이 다가와 환자를 집어 들려고 했다.
미세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건 안 될 일이었다.
안 돼.
우리가 죽이는 꼴이라고, 이건.
“잠시…… 잠시만요. 환자가 너무 많이 다쳐서요. 일단 천천히 옮기는 건 어떨까요.”
“응? 뭔 소리야. 혀 다친 게 다 아니었나? 숨도 쉬는데.”
“그…….”
보이지 않는 곳의 부상을 의심하는 건, 이들에게 너무 고차원적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조선에는 투시술이라는 게 있다고 할 수도 없고.
“혀 봉합한 건 저니까 제 마음대로 좀 하면 안 될까요?”
해서 우겨 봤다.
여전히 바늘을 들고서였다.
“음.”
그랬더니 리스턴의 눈알이 조금 흔들렸다.
아무래도 환자의 잘린 혀가 떠오른 모양인데, 그래서일까?
살짝 뒤로 물러났다.
“좋아요.”
덕분에 나는 환자를 그나마…….
들것에 싣고 옮길 수 있었다.
“저 봐. 저 미친놈…….”
“아까 혀 부수다가 웃는 거 봤어?”
“잘못 걸리면 뒤진다니까…….”
“저 리스턴조차 뒤로 물러서…….”
“조선에서 주먹꾼으로 유명했다더만.”
“조선?”
“어, 그. 의학의 나라라던데.”
“허어. 그런 나라도 있나.”
뒤이어 들려오기 시작한 말은 역시나 무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