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31)
검은 머리 영국 의사-131화(131/505)
131화 개선 [2]
“아니…… 아저씨도 뭐 문제 있어요?”
“문제야 많지. 밤에 몇 번을 깨는지 모른다네.”
“하…… 그렇다고 불알을 잘라요?”
“뭐…… 난 이미 애도 있고 하니 별 상관없지 않겠나?”
이게 제일 커다란 문제였다.
호르몬이니 뭐니 하는 것들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다 보니, 여전히 고환의 기능이 단지 생식에만 있는 줄 알았다.
실제로 고환이 잘리거나 상실된 이들이 어찌 되는지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는 건 아닐 터였다.
가령 수염이 빠진다든지 근위축이 더 빨리 찾아온다든지 하는 것들.
‘통계…… 통계학 무시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통계학이라는 개념이 부재한 것이 문제였다.
대개의 지식들은 개인의 경험으로 남거나 또는 아주 단편적인 인상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정말 중요한 지식들, 즉 농사나 전법 또는 경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쌓여 가는 느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의학은 인류에게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그 교수님 말입니다.”
“해리 말인가.”
“아니, 그 인간은 잘렸고요. 원래 우리 교수님. 이름이…….”
“아, 그분. 훌륭하신 분이지. 이런 수술도 고안해 내시고. 아까운 사람이 돌아가셨네.”
“문제가 있단 말입니다. 그분들이 딱 네? 소변 불편감만 없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어떤데?”
“음.”
생각해 보니까 가서 만날 생각을 안 했네.
그거 일단 알아내서 배포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당연하지만 나 혼자 가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리스턴과 함께 움직일 궁리를 하면서 지금은 대강 지어냈다.
“일단 수염이 빠져요.”
“아. 그건 뭐…… 소변 잘 보고 수염 빠지는 건 하하. 뭐 붙이면 되지 않겠나?”
“힘도 약해집니다.”
“뭐…… 다른 사람 시키면 되지 않겠나.”
이쯤 되면 뭔가 좀 먹혀야 될 거 같은데, 안 되었다.
이 양반이 돈깨나 벌어서 그럴 터였다.
이 시대 사람들 특유의 무심함도 한몫하고 있었다.
하여간에 씨알도 안 먹히는 아저씨를 보다가, 나는 드디어 먹힐 만한 것을 찾아냈다.
“잘 안 설걸요, 그리고.”
“으응?”
애초에…… 이 아저씨가 잘 설 것 같지 않았다.
체형도 그렇고 평소 먹는 것도 그렇고…….
건강이 좋을 수가 없어.
“안 선다고.”
“아니, 왜?”
이봐.
갑자기 화를 내잖어.
‘이것 봐라……? 이걸로 어필하면 확실히 이 개 같은 수술 시도를 줄일 수 있을 거 같은데?’
영감을 얻었다.
그래, 이거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게 짱이었다.
정력에 좋다고 하면 달려드는 게 비단 대한민국만의 일은 아니지 않나.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외국 애들도, 심지어 진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도 정력 얘기 나오면 별 희한한 짓거리를 다 했다.
“그거야 모르죠. 근데 안 서요.”
“하아…… 그럼 안 되는데…….”
“그러니까 일단 기다려 봐요. 이거나 좀 만져 봅시다. 될 만한 게 있을지 누가 압니까. 내가 이거 확인하면 확인하는 대로 해 줄게요.”
“아니, 바로는 말고…….”
“바로는 말고? 지금 힘든 거 아니에요?”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학자 아저씨도 나를 이 새끼 뭔 소리 하는 거냐는 얼굴로 마주 바라보았다.
“연습은 해야 하지 않겠나?”
“할 건데요? 일단 시신 입고…… 아니, 들어오면요.”
해부학 쇼…….
하, 쇼라고 하면 좀 참담한데.
아무튼, 그때 하도 한꺼번에 사형을 했다 보니 지금은 좀 사형수가 없는 편이었다.
아무리 사형을 일종의 쇼로 여기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마구잡이로 죽이는 건 좀 그런 모양이었다.
‘그렇게 들어오면 만들어 둔 포르말린으로 부패를 늦춰 봐야지.’
놀랍게도 메탄올 자체는 만들기가 쉽다 보니 여러 농도의 포르말린 용액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보니까 그것도 손봐야 되는데…….’
해부 실습 시절 냄새를 많이 맡았고, 그게 한번 맡으면 잊히기 어려운 종류의 악취다 보니 바로 적절한 농도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냥 가까이 가서 맡으면 희석을 했건 말건 다 독해.
물론 원액은 바로 이거 더 맡았다가는 암 걸리겠구나 싶을 정도이긴 한데…….
하여간, 괜히 1급 발암 물질이 아니란 건 그날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해부 실습실에 그 후로 안 가고 있었다.
분명 뚜껑을 닫았는데, 이게 밀폐가 잘 안되는 시절이다 보니까…….
“허, 이 친구. 큰일 날 소리! 모름지기 수술 연습은 산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법일세.”
참 미개한 시절이다 하면서 속으로 한탄하고 있으려니, 바로 옆에서 면전에 대고 진짜 미개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미친놈인가?
대체 뭔 수술 연습을 산 사람 대상으로 해?
해서 눈으로 욕했더니, 참으로 뻔뻔하게도 화학자 아저씨는 그저 말을 이었다.
“루이 14세의 예를 보게나. 치질 치료하기 전에 무려 70명도 넘는 사람이 죽어 나가지 않았나. 그 덕에 루이 14세는 천수를 누렸고. 그러니…… 수술 실력이 궤도에 오르고 나면 그때 부르게. 아, 그리고 정말 어? 그, 자르면 안 서는 게 맞는지 알려 주고.”
하.
뭔 소리 하려나 했더니 루이 14세 얘기가 나왔다.
그게 벌써 17세기 얘기니까 200년이나 더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 타령이란 말인가.
그런 업보가 쌓이고 쌓여서 한 30년 전에 루이 14세 손자 16세랑 그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 목이 뎅겅 잘렸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기엔 정말 미개한 시절이고 또 나도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보니 입을 다물었다.
대신 이 양반이 그래도 용케 구비해 둔 여러 실패작들, 그러니까 여러 경도를 가진 고무를 만져 보기로 했다.
최대한 내가 원래 쓰던 소변줄, 그러니까 폴리 카데타랑 비슷한 경도를 가진 놈을 찾기 위해 눈까지 감고 더듬거렸다.
‘이건…… 너무 흐물거리고…… 이건 너무 딱딱해. 음. 으음?’
그러자 얻어걸리는 게 세 개나 있었다.
수십 개가 넘는 실패작이 있었으니, 세 개라 해도 지나치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여간, 나는 그 세 개만 따로 놓고 계속 만졌다.
“기분 좋나?”
“네?”
“아니, 눈 감고 음미하는 거 같길래.”
“그럴 리가요. 세 개가 분명 차이가 있긴 한데 명확하지가 않아서요.”
“그럼 뭘 그리 고민하고 있나. 그냥 세 개 다 만들어 보고 꽂으면 될 일이지.”
“네?”
아까부터 자꾸 ‘네?’를 반복하는 거 같아서 그런데…….
진짜 이 소리가 안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그냥 꽂자니…….
꽂히는 사람 심정은…….
“어쩌겠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라네. 장갑 만드는 데 내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듣고 보니 또 맞는 말이긴 했다.
지금은 뭔가…….
그 섬세한 뭔가가 가능한 시절이 아니잖아?
그나마 콘돔 만들면서 내 입지가 상승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막말로 철 기둥 꽂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신기하게 죄책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철 기둥보다는 뭐가 되었건 낫지.’
해서 나는 일단 그렇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이미 있는 용법으로 만드는 건데 뭐. 게다가 이거 사실 생긴 게 콘돔이랑 비슷하지 않나?”
“네?”
“길쭉하고 안에 통로 있고. 똑같지, 뭐.”
“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그렇네요.”
“내일? 아니면 모레쯤이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오…….”
조만간 소변줄이 생긴다 이 말인가…….
‘흐음…….’
이게 비단 소변 못 보는 사람한테만 쓰이는 게 아니지 않나.
중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인 물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수술할 때도 그랬다.
지금이야 아직 근이완제는커녕 사실상 30분 이상 안정적으로 마취할 수 있는 물질도 없지만…….
더 길어지게 되면, 소변줄을 꽂아야 되거든.
안 그러면 방광에서 소변이 역류하면서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구.
그 외에도 우리가 수액으로 주는 물의 양과 소변줄을 통해 나오는 양을 계산하는 데에도 쓰이고 뭐 한도 끝도 없었다.
‘좋아. 아직은 제한이 있어도…… 이건 무조건 좋은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감사 인사를 해 두고 학교로 향했다.
“아, 교수님…….”
그러자 얼마 전까지 동기였던 녀석 하나가 쭈뼛대면서 찾아왔다.
딱 봐도 내 피부색 가지고 뭐라 했던 놈이니만큼 내가 어렵긴 할 터였다.
새끼…….
그러니까 응?
누울 자리 보고 덤볐어야지.
어딜 감히 21세기 천재에게 덤볐냐.
“응, 왜.”
물론 나는 대인배였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다.
그러자 원장이 이제 슬슬 내게도 강의 준비를 하라 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하긴, 교수가 되면 가르치는 것도 해야 하지 않겠나?
애초에 이 시대 놈들에게는 가르칠 게 하나 가득이니만큼 망설일 것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급한 일이 있으니 좀 미뤄 둬야겠지만…….
“그래, 그건 그렇고 리스턴 교수님은 어디 계시지?”
“아…… 수술방에 계십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르시는구나. 알았어. 수고했어, 가 봐.”
“네, 교수님…….”
수술방, 그러니까 작은 소극장을 보아하니 아직 수술이 무려 6개가 남아 있었다.
어제 못한 것까지 하다 보니 그런 모양인데, 아무리 빨리빨리 자른다 해도 저 지경이면 오전은 훌렁 날아간다고 봐야 했다.
시간이 났다 이 말인데…….
괜찮았다.
할 일이 많거든.
“환자 보러 가자. 그리고…….”
나는 내 제자들과 함께 회진을 돌기에 앞서, 리스턴 박사님의 마부에게 전임 교수가 취재했던 이들, 그러니까 고환 잃은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와 리스턴의 사이를 잘 알고 있는 데다가 그 또한 인간의 불알을 절제한다는 이 천인공노할 치료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이따 오후에 리스턴 박사님과 만나러 갈 거라…… 다 찾을 필요는 없고요. 가까운 사람들만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을 해결한 나는 비로소 회진을 돌 수 있었다.
그간 해부 쇼도 하고 하느라 병원 밖으로 나돌았기 때문에 환자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상처가 좀 곪았네요?”
“곪아요? 아…… 다행이지 않습니까?”
“네?”
“이게 나아 가는 과정이라고 다들 그러던데요?”
환자가 많지 않다고 해서, 또 내가 수술을 잘해 놨다고 해서 문제가 안 생기는 건 아니었다.
이 환자는…….
절단 수술 안 해 보려고 내가 진짜 열과 성을 다해서 상처 긁고 해서 겨우 새살 돋는 거까지 봤던 환자였는데…… 딱 이틀 못 본 새에 염증이 진행되어 있었다.
“누가…… 다들 누가요?”
“지나가는 의사, 간호사 다요.”
“하.”
시발.
이 미개한 새끼들.
썩는 게 치료의 일환이라고 믿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양반이 이미 상처가 거의 나은 상황에서 고름에 문댔기 때문에 그리 깊숙이 진행하진 않았단 점이었다.
“으아아!”
나는 경각심도 좀 심어 줄 겸 그 자리에서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는 다시 잘 감아 주었다.
“이상한 짓 하지 마세요.”
“네, 네네.”
“그럼 또 잘라요?”
“네…….”
하다 보니 좀 미친놈처럼 됐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은 이게 최선이니까.
“하하, 역시 우리 평. 내 의형제답군그래.”
마침 수술 끝내고 온 리스턴이 동질감을 느끼며 씩 웃지만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 네.”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