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35)
검은 머리 영국 의사-135화(135/505)
135화 드디어 수술 [1]
그날의 대화가 어떻게 끝났냐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리는 일단에 감옥에 갇혔다.
감히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제이미 경의 그…… 아주 소중한 것을 제거한 죄로 갇혔다.
의료사고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시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부러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닌데 죽은 걸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말이 통하는 시대이지 않나?
물론 사적 제재는 피할 길이 없어서 일부 의과 대학에서는 승마술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검술까지 가르치고 있다곤 하는데…….
“잘되어 가나?”
하여간, 귀족은 역시나 예외에 해당한다는 걸 그날 뼈저리게 알았다.
아, 휴는 어찌 되었냐고?
녀석은 되게 잘 풀렸다.
대미언 경이 용기 내어 증언해 주었다고 상까지 내렸거든.
그래 봐야 슬럼가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술과 도박에만 탕진하지 않는다면 몇 개월은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터였다.
“아, 형님. 오셨어요?”
“어, 그래. 걱정이 되어 가지고. 대미언 경이라니…… 이건 제이미 경보다도 더한 거물일세.”
또 나와 리스턴 박사님은 나름대로 사선을 넘은 경험 때문일까?
전보다 더 돈독해졌다.
하긴 뭐…….
귀족 나으리 집에 쳐들어가서 한바탕 난리를 치지 않았나.
결과가 좋게좋게 끝나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해부학 교본이 될 뻔했다.
대미언 경이 거물이네 뭐네 하는데, 제이미 경도 수틀리면 일반인 둘 정도는 쓱싹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
‘뭐…… 그때 보니 나나 리스턴 형님이나 나름 유명인이라 쓱싹까지는 아니었을 거 같긴 하지만……?’
하여간 나는 그날 후로 수술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떤 수술인고 하면, 당연히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수술이었다.
비단 대미언 경을 수술해야 해서는 아니었다.
해리는 감옥에 갇혔지만…….
다들 알다시피 여기가 런던이잖아?
각종 또라이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이건데, 이번에도 역시나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고환 제거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닌 데다가 실제로 동물을 상대로는 이미 성행하고 있던 기술이기도 하다 보니 오히려 그쪽에 종사하던 이들이 훨씬 더 잘하는 모양이었다.
기구도 있고…….
“잘해야죠. 망할 놈의 새끼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불알 따고 있잖아요. 큰일 났어요, 진짜.”
“그러니까 말이야. 다 잡아 죽여야 되는데……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고. 아니, 대미언 경이 신문으로도 기사를 냈는데 왜 자르는 거지?”
“뭐…….”
신문이라는 것도 다 돈이 있고 또 글도 읽을 수 있어야 접근이 가능한 법 아니겠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야 문해력이 부족할지언정 절대적인 문맹률은 거의 0이다 보니 글을 모른다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이곳 런던은 마굴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그냥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이 말이었다.
“모르니까요. 몰라서 자르는 거죠. 일단 불편한데 좋아진다고 하니까…….”
심지어 기이한 소문마저 돌고 있었다.
그렇게 잘라 낸 고환을 먹으면 정력이 좋아진다나 뭐라나…….
벌써 업자가 붙어서 그걸 고가에 귀족 나으리들께 팔아먹고 있다던데…….
그렇지 않아도 리스턴이 하나 잡아서 족쳤더니만 구매 의향자가 글쎄 제이미 경이었다.
“그걸 사 먹는 새끼들도 있고…… 배울 만큼 배웠다는 놈들도 그러고 있으니…….”
리스턴도 그때 생각을 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귀족이 껴 있는 바람에 거기서 추적이 딱 끊겼으니 아쉽지 않겠나.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내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는데,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이 기구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나는 이 귀물들을 영접할 수 있었다.
“자네까지 왜 그러나…… 묘한 눈으로 그런 거 보고 있지 말게.”
“제가 그랬습니까?”
“그랬네.”
“아무튼…… 이게 실험이 필요한데.”
실험이라고 해서 내가 무슨 전립선을 까 보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건 시신에 우선 해 봐야 했다.
이전에라도 비슷한 수술을 해 본 적이 있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이런 수술은 진짜 난생처음이거든.
그건 그렇고, 이 고무관이 문제였다.
이건 시신에 넣어 보는 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서 그랬다.
‘탄력이 있는 상황에서 들어가는지…… 그리고 실제로 안에 있는 소변이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해.’
나는 아저씨가 준 고무관 세 개를 들여다보았다.
셋 다 크기는 같았다.
그리고 꽤나 뻣뻣했는데…….
그냥 만져 보기만 해서는 내가 원래 쓰던 것만큼 뻣뻣한 건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실험이라.”
리스턴은 과연 똑똑한 사람이었다.
뭔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슬쩍 뒤로 빠졌다.
그에 반해 내 제자들이자 친우들인 세 명은 얼빠진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실 이런 수술을 평생 할 생각은 없을 테지만, 할 줄 아는 수술이 없는 녀석들로서는 뭐라도 배워 둬야 하기에 그랬다.
아니, 이번 사태로 인해 이쪽 시장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을는지도 몰랐다.
‘선배…… 선배는 아마도 이걸 하게 될 거야…….’
나는 그중에서 앨프리드를 유독 바라보면서 물었다.
“소변 다들 언제 봤지?”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게 대체 무슨 질문인가 싶을 만한 질문일 터였다.
셋은 그렇다 보니 거짓말도 못 했다.
그냥 솔직히 답하는 게 보였다.
아니, 그보다는 그냥 별생각이 없어 보인달까.
“나는 한 2시간?”
“저는 방금 누고 왔습니다.”
“난…… 아침에 보고 안 봤는데.”
운명일까.
앨프리드가 제일 오래됐다.
그 말은 쌓인 소변이 제일 많을 거라는 얘기였다.
“자, 그럼 여기 누워 볼까.”
“응……? 왜…… 왜왜?”
“이거 넣어 보게.”
“넣어? 뭘? 어디. 어디에? 윽.”
그제야 불안감을 느낀 앨프리드가 발작하듯 발버둥을 쳤지만, 이 자리엔 리스턴이 있지 않나.
조지프도 한 덩치 하는 편이다 보니 앨프리드는 속절없이 끌려가 자리에 누워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연구실이다 보니 침대가 깨끗하다는 점이었다.
“괜찮아. 괜찮다니까?”
“아니…… 이 개 같은…… 이걸 왜. 왜!”
나는 좀 미안해서 얼굴 대신 아랫도리만 보면서 말했다.
다들 그랬다.
리스턴은 아예 배로 앨프리드의 얼굴을 누르고 바지를 끌러 내리고 있었다.
“읍, 읍!”
그러다 보니 비명 대신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이게 훨씬 나았다.
자꾸 비명 지르니까 나쁜 짓이라도 하는 거 같지 않나.
그 뭐야, 콜린은 의학의 발전을 위해 생니도 뽑았잖아.
그에 비해 이건 뭐…….
‘일단 미끈해. 다행히…… 상처가 나진 않을걸.’
윤활제 대신 전에 유사 페니실린 배지로 썼던 우뭇가사리, 그러니까 한천을 묽게 만든 걸 발라 놨다.
불로 달궈서 흐물흐물해진 것을 완전히 굳기 전에 깨끗한 숟갈로 떠다 놓은 것이니만큼 염증이 생기거나 하진 않을 터였다.
‘안 생기겠지……?’
안 생겨야 할 텐데.
주여…….
나는 기도를 하고는 일단 제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고무관을 집어 들고는, 장갑 낀 손으로 앨프리드의 소중한 것을 잡아당겼다.
“자, 들어갑니다. 느낌이…….”
느낌이 어땠더라.
“X 같을 겁니다.”
“미친!”
나도 모르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읊고는 팍 집어넣었다.
‘오.’
다행히 쑥 들어갔다.
이거 인턴 때까지만 해 보고 나중엔 안 해서 솔직히 좀 걱정이 있었는데…….
인턴 때 배우는 기술은 자전거 타기 같아서 오래 지나도 잘 안 까먹는다더니 진짜 그랬다.
“오.”
“와.”
“안 아파?”
“으아.”
다들 놀라는 가운데, 조금 이상한 신음이 섞이긴 했지만 나는 별 막힘없이 쑥쑥 넣었다.
잠깐 저항감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긴 했는데 앨프리드는 아직 전립선이 문제가 될 만한 나이가 아니다 보니 금방 뚫고 지나 방광까지 넣을 수 있었다.
줄줄.
그러자 앨프리드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고무관을 통해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수치심도 같이 새어 나오는지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비명도 흘러나왔다.
“좋군.”
“이게 되네.”
“신기하네…….”
“그림으로 남겨야 되는 거 아닌가.”
“미친 새끼들이!”
의학도들은 흥미 가득한 얼굴로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콜린은 심지어 그림 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랬다.
‘의학의 역사상…… 소변줄 만들어 꽂은 건 이게 최초 아닌가?’
역사적 순간이다, 이 말인데…….
아쉬움이 치밀어 올랐다.
콜린은 그게 좀 지나쳤는지, 이따가 화가 부를 테니까 한 번만 더 누우면 안 되냐고 했다가 뺨을 얻어맞았다.
“선배.”
“뭐 이 개새꺄.”
“덕분에 인류의 지식이 진보했습니다.”
“나의 체면은 퇴보했어…….”
“우리끼리 일인데요, 뭐.”
“너…….”
“어어. 저 생명의 은인.”
“하아…….”
사실 나도 맞을 뻔했는데, 생명의 은인이라 넘어갈 수 있었다.
착한 사람이라 다행이다.
“이것도 실험해 볼 건가?”
리스턴은 내친김에 이것도 하자는 얼굴로 방금 대장장이가 보내 준, 따끈따끈한 전립선 절제기를 집어 들었다.
아무리 분노에 눈이 돌아간 모드의 앨프리드라 해도 리스턴을 상대로는 분노가 절로 조절이 되었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공포에 젖었다.
“아니, 안 됩니다. 그건…… 살, 살려 주세요.”
“네? 아뇨. 이건 손상을 줄 수 있잖아요.”
“아,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놈의 그런가! 칼 사면 다른 사람 팔다리 잘라 봅니까?”
“나는 보통 그랬네. 아, 환자 팔다리. 오해는 말고.”
시벌 깜짝 놀랐네.
난 또 무슨 일본 대장장이인 줄.
그놈들은 칼 만들고 잘 드는지 확인해 본답시고 사람 잘랐다잖아.
아무튼.
나는 곧 해부 실습실에 가서 시신에 대고 연습을 해 보았다.
이게 쉽지만은 않은 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
수술이야 안쪽으로 하겠지만 이게 정말 안전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밖에서도 봐야 하지 않겠나.
해서 나는 시신의 골반 부위를 거의 해체하다시피 해서 전립선을 외부로 노출시켜 놓고, 안쪽에서 절제기를 돌려 보았다.
“휴…….”
“이게 무슨 지랄인가.”
“성과가 있었어요.”
“무슨 성과.”
“안에서 제가 진짜 최선을 다해 돌려 깎았거든요?”
“근데?”
“밖에 상처 하나 없잖아요. 적어도…… 다른 기관에 상처를 낼 일은 없다, 이거죠.”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나…….”
이게 좀 끔찍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기도 하고, 뭐 하는지 모르면 저게 진짜 뭔 지랄인가 싶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기도 해서 리스턴은 물론이고 보조에 나섰던 제자들도 하나같이 개 같단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 설명을 듣고 나서는 다들 크게 감명받은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고무관, 확인.
절제기, 확인.
“이제 환자분들을 만나 보죠.”
“그래. 대미언 경이 책임지고 열 명 정도를 보내 주기로 했네.”
“네. 근데 진짜 환자는 맞겠죠? 연습하라고 보내는 거라 좀 불안한데.”
“생사람을 보낸다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세. 기사도 내주지 않았나.”
“하긴…….”
이제 남은 건 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