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36)
검은 머리 영국 의사-136화(136/505)
136화 드디어 수술 [2]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대미언 경은 굉장히 지체 높은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해부학 쇼를 할 때 그 오페라 하우스 2층에서 총리 거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봤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가…….
“이게 다 대미언 경이 보내온 사람들이란 말이죠?”
“그렇네. 엄청 많구만, 흐음.”
“이거 다 환자겠죠?”
“그럴 거야. 아마……?”
“아마라뇨…… 전에 봤잖아요.”
나는 해부 실습실 쪽을 가리켰다.
내가 바득바득 우긴 덕에, 수술방과 해부 실습실을 꽤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에 정작 내가 지금 가리키고 있는 곳은 해부 실습실이 아니라 병원의 어떤 부분일 뿐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리킬 만한 곳은 딱 하나지 않겠나.
리스턴도 지식이 딸리는 거지 지능이 딸리는 건 아니다 보니 바로 알아챘다.
아무튼, 우리 둘은 잠시 내가 해부 실습실에서 했던 수술의 참상을 떠올렸다.
“으.”
내가 아니라 리스턴마저도 잠시 질색할 만큼이나 끔찍했던 몰골이었다.
“그걸 환자도 아닌 사람에게 할 수는 없어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환자가 아니면…… 전립선이 작잖아. 그럼…….’
전립선이 크면 당연히 환자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었다.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게 암은 아니지 않나?
주변을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눌러서 증상을 일으킨다는 얘긴데…….
당연하게도 크면 클수록 증상을 일으킬 공산이 컸다.
물론 의학이라는 건 통계고 또 인체는 워낙에 각각 다르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얘기할 수야 없겠지만…….
‘그럼 내 기구가 전립선이 아니라 그 밖을 갉아 먹을 수도 있단 말이지…….’
밖이라면 나머지 복강 내에 있는 장기를 의미했다.
그걸 갉아 먹는다는 것은 곧 사람이 내 눈앞에서 죽는다는 걸 뜻했고…….
심지어 내 손으로 죽인다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문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라는 건데.’
21세기였다면야 전립선 초음파로 보면 되겠지만, 여기서 그런 게 되겠나?
항문에 장갑 낀 손가락 넣고 직장을 통해 눌러봐야만 했다.
‘내가 아직 완전히 숙달이 안 되어 가지고…….’
나는 찝찝한 얼굴이 되어 내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있으려니 뭔가 좋지 못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보니 내 제자들이 있었다.
‘와…… 사람 죽일 기세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눈앞에 칼이나 도끼라도 있었으면 당장에 내 대가리를 향해 후려칠 것 같은 기세였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뭐라고?
내 말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되묻던 조지프의 얼굴이 떠올랐다.
녀석은 진짜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건가 하는 얼굴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심지어 내가 교수 발령받고 나서는 꼬박꼬박 깍듯이 대하던 콜린마저 도끼눈을 떴다.
하긴 뭐…… 뭘 모르는 상황이라면야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아니, 알고 들어도 화가 안 나지는 않더라고.
나도 실습 학생일 때가 있었거든.
물론 21세기에는 초음파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긴 하지만, 냅다 그 커다란 놈을 집어넣을 수는 없으니 사실상 직장수지검사가 스크리닝 검사이기에 수련할 때는 그걸 위주로 했다.
그때도 그랬는데 여기는 초음파가 없으니 필수가 되지 않겠나?
해서 궁둥이 까고 벽 짚고 서라고 했더니 저 지랄들이었다.
-박사님.
-음. 반드시 해야 한다는군그래.
-아무리 박사님이라도…… 어어, 그 칼은. 그건 내려…… 아니, 주먹을 들라는 얘기는 아니…….
물론 사소한 반란 따위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일단 리스턴이 나서게 되면 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녀석이 없지 않던가.
흉악범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는데 일개 의대생 따위가 뭘 어쩌겠나.
-그래, 이 새끼들아. 난 고추도 깠는데 궁둥이 까는 게 뭐 대수라고?
게다가 이 자리에는 앨프리드도 있었다.
몸소 고추 까고 인류 최초로 소변줄을 낑겨 넣은…….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럼 이제 간다…….
-으, 으으윽.
-으악.
해서 나는 녀석들의 전립선을 만져 볼 수 있었다.
증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어린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작은 전립선은 이렇구나 하고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면 중간쯤 될 것 같은 리스턴 박사를 만져 보고 싶었지만…….
-왜 나를 보나.
더 봤다가는 진짜 뒤질 것 같아서, 대신 블런델 교수를 바라보았다.
블런델도 나를 노려보긴 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옛날이었으면 블런델 정도의 얼굴만 해도 무서웠겠지만…….
지금의 나는 강해진 지 오래이기에 블런델 정도로는 미동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 자네가 해 보지.
-아…… 이런 개새끼들이.
아무튼, 나는 리스턴의 도움을 받아 블런델의 것도 만져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런 느낌이었지.’
블런델도 증상은 하나도 없지 않나.
혹시 몰라서 이렇게 저렇게 자세히 물어봤는데, 확실히 괜찮아 보였다.
그럼에도 애들보다는 컸는데 나이를 감안해서 판단한 게 아니라, 진짜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대략…… 그 두 배로 기준을 잡을까.’
잡아 놓고…….
효과를 보고 나면 홍보를 하기도 쉬울 터였다.
‘안전하게 가자, 안전하게…….’
욕심부리다가 어디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일단 그 환자 개인에게도 불행이 되겠지만, 내 멘탈 또한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가장 큰 건…….
‘다들 불알 따인다…….’
도살자 해리가 낳은 거대한 똥…….
누군가의 위대한 희생으로 인해 상류층 사이에서는 그거 하면 두 번 다시 못 하게 된다는 정보가 풀리고 있었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 버린 제이미 경이 필사적으로 정보를 통제해 버린 탓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알 따는 수술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었다.
다행한 건 리스턴 형님이 몇몇 저명한 수의사들을 붙잡아 둔 덕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진 않다는 점인데…….
그래도 내가 여기서 한 방 날려 주는 것이 좋았다.
“안녕하십니까. 닥터 피영. 오늘 대단한 수술을 보여 주실 거라고 하던데요.”
“그…… 네, 안녕하십니다. 닥터 평입니다. 리스턴 박사님과 함께 개발한 수술을 오늘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것 참 기대가 됩니다?”
날려도 아주 크게 날릴 작정이었다.
원장님한테 뻐꾸기를 날리려다가 아예 신문 기자들까지 몇 명 불렀을 정도였다.
아무리 원장님 백을 쓴다고 한들, 이전 같았으면 오란다고 올 만한 사람이 없었을 텐데 이젠 내 위치가 좀 달라지긴 한 모양이었다.
일단 교수잖아.
거기에 더해 해부학 쇼에 저명인사들도 불렀던 사람이고…….
“저 사람이 리스턴 박사와 더불어 마취 가스를 발견한 사람인가?”
“그렇다던데…… 닥터 피영? 매독도 치료했다는 평이 있던데.”
“매독을? 그게 말이 되나. 차라리 말라리아를 치료했다고 하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리고 아주 없는 말은 아닐 거야. 실제로 경찰 측에서는 아는 환자가 있으면 저리로 보낸다던데.”
“그래? 흐음.”
“왜? 아, 자네 머리 빠지는 거 보니 혹시.”
“아니, 아닐세!”
나는 매독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한 탈모를 숨기기 위해 실내라 잠시 벗어 두었던 모자를 쓰고 있는 기자들을 돌아보았다.
저치들이 하는 말마따나 내가 이룩한 업적이 꽤 많지 않은가.
저것 외에도 응?
버드나무 우린 물에다가, 콘돔에다가, 환상통까지…….
사실상 19세기 런던은 내게 빚진 것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우선 수술을 무턱대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단 환자들 들어오시라고…… 근데 계속 이 안에 계실 작정입니까들?”
물론 나는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낼 수 있는 강심장이 아직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소리를 꺼냈다.
일단 환자를 봐야 할 것 아닌가.
문제가 있다면 이곳이 일반적인 진료실이 아니라 강의실이라는 점이었다.
아니, 이거야 뭐 19세기 기준으로는 일반적인 일이니까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진료의 형태가 문제였다.
환자 궁둥이 까고 손가락을 넣어야 되는데…….
“물론이죠.”
“저널리스트는 언제나 정확한 사실을 봐야 합니다.”
그걸 일반인들에게 보여 주기가 좀 그래서 물었더니만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한 번에 포기하기는 그래서 한 번 더 묻기로 했다.
“이게 좀 끔찍한 광경일 수도 있습니다.”
“하하! 전쟁터도 따라가는 게 우리 기자들이거늘!”
별 소용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까 종군 기자도 있지 않나.
그런 이들에게라면 진료실 따라 들어오는 것 정도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긴 할 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21세기였다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다들 보는 앞에서 직장수지검사라니.
하지만 이 시기 인권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뒤틀려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잘 보니까…….
‘대미언 경…… 저 양반이 와 있네.’
권력자이자 지체 높은 귀족이자 이 수술에 대한 의뢰자이기도 한 사람이 기자들 사이에 뒤섞여 앉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궁금하겠지.
자기가 곧 받게 될 처치이자 수술이니까.
“자…… 일 조 들어왔으면 다들 바지를 내리십쇼.”
“응?”
“뭐라고?”
누누이 말하지만 19세기 노동자 계급이 받는 대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면이 있었다.
채찍질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친놈들…….
따지고 보면 노예도 아니고 엄연한 근로자인데 막 때린다니까?
다시 말하면 함부로 대해지는 데 있어서 아주아주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 말인데…….
“바지 내리세요.”
“아니…….”
“이게 무슨.”
그럼에도 내 말에는 다들 좀 놀랐다.
물론 놀랐다 뿐이지, 워낙에 고생을 해 온 사람들인 데다가 대미언 경에게 돈까지 받았기 때문에 놀라는 것도 잠시였다.
결국엔 다들 구시렁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별 저항 없이 다 내렸다.
“으, 으윽. 이 미친놈이?”
당연하지만, 장갑 낀 손가락을 넣을 땐 저항이 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의학의 진보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했을 때조차 의대생들의 저항이 있었으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겠나.
“습. 가만히.”
“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다 예상되었던 일이란 얘기였다.
해서 나는 경찰 아니, 리스턴 박사를 대동했다.
이 양반이 ‘습’ 하면 다들 욕 대신 신음만 흘렸다.
덕분에 나는 별문제 없이 검사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아니…….”
“저게 대체 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건가.”
검사자들이 그랬다는 것이지 기자들은 또 다른 얘기였다.
그치들은 어휴 어유 하면서 내가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그중 제일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역시나 대미언 경이었다.
‘좀만 기다려 봐라…….’
나는 일부러 비난의 소리를 들으면서 장장 열 명에 해당하는 1조의 검사를 마쳤다.
그 결과 블런델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환자 4명을 추릴 수 있었다.
“이쪽으로. 자…… 증상이 아주 심하죠?”
“아, 네. 정말 죽겠습니다.”
“그에 비해 당신은 증상도 없을 텐데 왔고. 돈이 좋아도 그렇지 이 수술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동시에 블런델보다 작은 사람도 둘 찾아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내가 이런 검사를 괜히 할 거 같습니까?”
다들 또 다른 이유로 놀라운 가운데,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시선은 대미언 경을 향한 채였다.
예상대로, 그는 꽤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