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37)
검은 머리 영국 의사-137화(137/505)
137화 드디어 수술 [3]
무려 3조, 그러니까 30명의 대상자에게 직장수지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분들은 내가 수술을 해도 적어도 사고는 안 치겠다 싶은 사람 총 8명을 추릴 수 있었다.
나머지 인원 중에는 진짜 증상이라고는 1도 없을 거 같은 사람들도 무려 10명이나 되었다.
다시금 19세기 런던의 복지가 어떤 것인지 딱 알 거 같은 순간이었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고…….
“야! 난 왜 안 돼!”
그냥 얼굴만 봐도 아직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기엔 너무 어린놈 하나가 소리치고 있었다.
딱 나를 향해서였는데…….
혼자 있었다면 너무 무서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불만 있나?”
“아니…… 그.”
잘못한 것이 없어도 바로 잘못을 시인하게 되는 외모의 소유자 리스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몇 불평분자들은 그대로 밖으로 털려 나갔다.
물론 순순히 끌려 나가지 않기 위해, 그러면서도 리스턴에게는 밉보이지 않기 위해 티 안 나게 버티는 놈들도 있기는 했는데 그들은 대미언 경이 이끌고 온 사병에 의해서 가차 없이 밖으로 털렸다.
“그럼 이 8명은 수술을 하기에 적합한 겁니까?”
그렇게 강의실 내부에 남게 된 환자는 모두 8명이었다.
다들 늙었고 지쳐 보였다.
동시에 입고 있는 옷에서는 엷은 지린내가 풍겨 왔다.
부유층이야 향수로라도 체취를 가릴 수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향수는 말 그대로 사치품 그 자체이지 않겠나.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한 이들에게 향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네, 이 여덟 분에게 수술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뭐…… 여전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군요. 확실히 이분들이 증상이 더 심해 보이기도 하고.”
기자들은 내게도 이렇게 직접 묻기도 했지만, 그보다 많은 대화를 지들끼리 나눴다.
그래 봐야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모든 대화는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고 있었다.
“뭔 지랄인가 했는데…….”
“저런 식으로 전립선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기록이 있긴 해.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지식이긴 하지.”
“근데 그 크기로 수술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기도 하던가……?”
“그냥 불편하다고 하면 해 주는 게 맞을 거 같은데…… 뭐, 집도의가 알아서 할 일이지.”
생산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그냥 이 시기의 한계 중 하나를 더 인지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 수술 적응증이라는 말 자체가 없지.’
집도의가 알아서 할 일이지.
이 말이 어찌 보면 신뢰의 징표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시기의 인식에 맞추어서 보면 진짜 무서운 말이었다.
꼴리는 대로 하겠다는 뜻 아닌가.
실제로 표준 치료법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정립되어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집도의가 하고 싶은 수술이 있으면 하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그 덕에 새로운 수술법이 나올 가능성이 미세하게나마 올라가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사고 칠 가능성이 미친 듯이 올라가는 게 훨씬 더 클 터였다.
‘그런 건 차차 고쳐 나가도록 하고.’
오늘도 하나 개선할 점을 찾았다.
너무 많아서 탈인데…….
하여간에 나는 후에 해야 할 일은 가슴 한켠에 묻어 두고 제일 먼저 들어와 있던 환자를 불렀다.
“금식하셨죠?”
“아…… 네. 근데 이걸 대체 왜…… 나 너무 배가 고픈데…….”
다들 그렇지만, 첫 번째로 불려온 사람은 진짜 노인이었다.
19세기 사람들이 원래 더 늙어 보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 양반은 더 늙어 보였다.
80은 넘어 보였다.
아니…… 관짝에서 방금 일어나신 느낌?
“하셨죠?”
“어어. 뭐…… 안 먹긴 했는데.”
“네, 그래요.”
그런 사람에게 윽박지르는 것도 못 할 짓이고 또 너무 철저하게 구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다른 수술이었으면…… 배 건드는 수술이었으면 아예 입원시켜서 굶겨서 하겠지만…… 이건 뭐 그런 건 아니니까.’
다행히 뭐 그렇잖아?
전립선 수술이야…….
사실 사고만 안 나면 다른 데 건드릴 일이 없는 수술이니까.
게다가 난 지금 환자 선정도 꽤 보수적으로 한 마당이고 동시에 수술하면서도 욕심낼 생각일랑 전혀 없었다.
‘다행히 마취 가스는 구토의 부작용이 아직까지는 확인된 게 없어.’
뭐…….
절대 없을 거라고 하기엔 아직 우리가 해 본 횟수 그러니까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n수가 부족하기는 한데…….
내가 옛날에 뉴스에서 봤거든.
국내에서 마취 가스로 논다는 기사였던 거 같은데, 하여간 엄청 위험할 거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먹어 봐야 많이 먹었을 거 같지도 않았고.
‘형편도 어렵긴 할 텐데…… 이가 진짜 엉망진창이네.’
이렇게 되면 오래 살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운동도 식단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만큼 잘 먹는 게 진짜 중요하다 이 말인데, 노인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뭐, 일단 지금 당장으로서는 잘된 일이지.’
내가 그렇게 환자 한 명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사이에 조수들, 그러니까 조지프, 앨프리드 그리고 콜린이 한번 삶아 소독한 수술 기구를 옮겨 왔다.
애초에 수술대는 안에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무거운 것들이 드나들지는 않았다.
다만 저걸 매번 수술할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는 게 좀 귀찮게 느껴지긴 할 터였다.
당연한 거지만…….
이 시기 사람들에게는 멸균이니 소독이니 하는 것들이 너무 낯선 개념이니까.
‘교수가 까라면 까는 거지. 이것이야말로 권력…….’
하지만 난 교수고 얘들은 학생이잖아?
21세기에도 의대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의 권력 차가 어마어마한데 여기는 더하거든.
아예 의사 면허가 반쯤은 내 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차르륵.
그렇게 수술대 옆으로 수술 도구들이 자리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아주 흥미롭다는 얼굴을 한 채 다가왔다.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이런 기구들은 다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호오…….”
“이건…….”
“손대면 절대로 안 됩니다.”
“까다롭기는.”
“까다로운 게 아니라…….”
“아아, 알겠어요. 뭐 징크스 같은 거겠지.”
징크스는 지랄.
기껏 삶아 왔는데 거따 손대면 또 삶아야 되잖아.
게다가 사실 삶는 것만으로는 100% 멸균이 되지도 않는데…….
‘침착하자…… 호흡하고.’
난 기자들의 무개념 행동에 잠시 평정을 잃었다가 이내 심호흡을 하고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멘탈을 다잡아야 하지 않겠나.
수많은 런던 시민들의 고환이 내게 달려 있었다.
거기에 더해 내 명성도.
기껏 빅토리아 여왕 아니, 공주님이 내 후견인이 될까 말까 한 상황에 사고라도 치면 안 될 일 아닌가.
‘솔직히 한두 명 죽여도 별 신경 안 쓸 거 같은 시대이긴 하지만…….’
시대가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
“환자분, 저기 누우세요.”
“어…… 네네.”
환자는 내 얼굴을 보다가 대미언 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대미언 경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환자는 내 말에 따라 수술대에 누웠다.
대체 돈을 얼마를 받기로 했길래 생판 들어 보지도 못했을 의사에게, 새로운 수술을 받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일단 고개를 털어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재울까?”
“아, 네.”
내 말에 콜린은 부리나케 움직여 누운 환자의 코와 입에 마스크를 갖다 댔다.
말을 안 했던 거 같은데, 마스크도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소변줄 만들면서 기왕 고무 만지는 거 화학자에게 이런 것도 좀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 왔더랬다.
그래 봐야 내가 쓰던 것에 비하면 원시적인 형태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옆에 있던 사람도 같이 마취되는 불상사는 거의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면 되었다.
“으읍.”
하여간 환자는 곧 의식을 잃었다.
넘어가는 꼴을 보아하니, 확실히 젊은 사람들하고는 차이가 좀 있어 보였다.
‘역시 오래 끌면 안 되겠군…….’
저거 저대로 여러 번 반복했다가는 전립선이 안쪽에서 긁혀진 시신 하나 생산하게 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포지션 잡자.”
“네.”
하여간, 나는 몇 번이나 시신으로 또 본인 몸을 이용해 연습해 숙달된 보조의가 된 조지프와 앨프리드의 도움을 받아 바지를 벗겼다.
그러곤 환자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서 고정했다.
딱히 보고 싶은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지는 않았다.
아니, 평생 안 보고 싶었던 광경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이게 맞았다.
수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야니까.
“일단 소독부터…… 알코올 들고 와.”
“네.”
원래 같으면 염화석회를 뿌리려고 했는데, 손도 아픈데 더 예민한 곳에 닿으면 무슨 난리가 날 거 같냐는 앨프리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알코올은 괜찮나?’
잘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염화석회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환자의 수술 부위를 잘 닦았다.
그러곤 털도 밀었다.
“아니, 이게 대체.”
“왜 그런 짓을.”
어째 흉한 몰골이 점점 더 흉해지기만 하는 거 같은데…….
그게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는지 뒤에 있던 기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매한 것들.’
본래 내가 이렇게 선민의식이 강한 사람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예외로 둬야겠다.
아니, 진짜로 이건 다 소독과 청결을 위해 하는 짓이란 말이지…….
털은 아무리 잘 닦아도 뭐가 있을 거란 말이야.
게다가 이 양반이 평소에 닦았을 것 같지도 않고.
대체 무슨 균이나 바이러스가 자라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 말이었다.
“소변줄.”
“네.”
하여간 나는 다 소독을 한 후에 장갑 낀 손으로 성기를 꽉 잡아당겨서 팽팽하게 만든 후, 화학자의 땀과 앨프리드의 피눈물이 뒤섞인 소변줄을 천천히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도 마취한 상태에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조용.”
“하.”
중간에 잠시 앨프리드의 볼멘소리가 있었지만 무시한 채로 쑥쑥 넣었다.
“음!”
그러다 중간에 확 저항감이 실리는 구간에 도달했다.
‘과연…… 이것이 노인의 전립선…… 전립선 비대증에 걸린 전립선인가!’
확실히 달랐다.
세 고무 소재 모두 잘 들어갔지만, 혹시 몰라 제일 단단한 소재를 채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니었으면 여기서 꺾였을 게 분명했다.
지금도 막…….
“합!”
나는 기합과 함께 밀어 넣었고 무언가 뚫려 나가는 느낌과 함께 고무관이 더 안으로 들어갔다.
콸콸.
그러자 안에, 그러니까 전립선에 막혀 있던, 방광 안에 있던 소변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아 바가지 갖다 놓을걸…….’
원래 소변줄에는 주머니가 달려 있어서 이걸 몰랐네.
하필 강의실 바닥이 나무다 보니 퀘퀘한 냄새가 오래도 가게 생겼다.
여기서 주로 누가…….
아, 리스턴.
“이런 망할.”
뒤를 돌아보니 리스턴이 역대급으로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더 보고 있다간 수술은커녕 살아남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잽싸게 환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충분히 소변이 빠졌다 싶을 때쯤 소변줄을 빼고 비장의 무기, 전립선 분쇄기를 집어넣었다.
“어우.”
“아우.”
기자들의 호들갑과 함께 기구는 맹렬한 기세로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좋아…… 할 수 있다…….’
나는 모두가 술렁이는 가운데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