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43)
검은 머리 영국 의사-143화(143/505)
143화 절단술을 줄여 보자 [1]
‘저 새끼…… 약쟁이였나?’
‘모르핀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갈리는 건데…… 평이가 좀 그런 쪽인가 본데요?’
‘교수님한테 약쟁이라니.’
내 미소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세 놈이 약 운운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뭐…….
이 시기 의학이나 과학은 좀 이상하지 않던가?
이미 웃음 가스라는 이름으로 아산화질소도 있었고, 또 잘 찾아보니 에테르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취는 술로만 했잖아.
모르핀도 그 어마어마한 진통 효과에도 불구하고 무시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찮아…… 내가 알려 주면 되지.’
그걸 위해서라면 다소간의 오해는 감수할 수 있었다.
사람 살리는 게 중하지 내 체면이 중하겠나.
게다가 사회 분위기 자체가 아편이나 모르핀에 대해 꽤나 관용적이다 보니 딱히 뭐 내게 물리적인 제한이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아무튼…… 수술이 잘되었다니 좋구만.”
대미언 경은 내 미소를 마주한 채 허허 웃었다.
그러고는 텅 빈 방광을 어루만졌다.
“사실 나는 이렇게 시원한 것만으로도 좋네. 아래가 좀 더 불편하긴 하지만…….”
“이제 남은 평생 그렇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평생…….
이렇게 단언하는 게 좀 위험할 수도 있긴 할 텐데.
이 시기 평균 수명을 따져 봤을 때 사실 대미언 경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할 터였다.
의사가 환자 보면서 내리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통계에 기반한 말이다.
하다 보니까 무슨 개미친놈처럼 됐네.
“좋군, 그래. 말만 들어도 좋아. 그래, 수고했네. 내 이 보답은 나중에 꼭 하도록 하지.”
“그걸 바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만……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사양 말게. 귀족이 내리는 하사품은 그냥 받는 게 예의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대미언 경과 잠시 작별하고 어제 수술받은 인원들을 돌아보았다.
문제 있어 보이는 인원은 없었다.
물론 워낙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인 데다가, 대미언 경과는 달리 위생도 영양도 모자란 사람들이다 보니 좀 더 아파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감염의 징후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요로감염 등이 발생할 수도 있긴 한데, 다행히 요맘때 빵이 잘 썩는지 곰팡이 몇 덩이가 있으니 응급할 때는 쓸 수 있을 터였다.
“형님. 이게 다 형님 덕입니다.”
나는 회진을 마친 후, 리스턴에게 말했다.
괜히 금칠해 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확실히…….
리스턴의 도움을 받지 않았나.
리스턴이 직장을 통해 전립선을 감시하지 않았다면, 한두 명쯤은 터졌을 수도 있었다.
그럼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확률로 죽었을 테고.
“그래도 다음엔…… 네 제자 중에 하나 골라서 시켜.”
“실력이 될까요? 예민한 것도 다 재능이라서요.”
“아.”
“형님만 믿을 수 있습니다.”
“하.”
리스턴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인정해 주는 건 좋지만 계속해서 찌르라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터였다.
뭐 어쩌겠나.
이 수술 계속하려면 이 양반이 필요한데.
“교수님! 여기 계셨군요!”
그렇게 한숨을 푹 쉬고 있는 리스턴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얼굴이 무척 낯이 익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리스턴의 제자 또는 조수였다.
“응? 왜.”
“오늘도 팔다리 절단해야죠.”
그는 쾌활한 얼굴로 자기 팔을 슥슥 썰어 내는 흉내를 냈다.
그 덕에 리스턴도 활기가 도는지 하하 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그래, 그래야지. 몇 명이더라?”
“열 명입니다.”
“얼마 안 걸리겠구만그래.”
열 명의 팔다리 자르는 데 얼마 안 걸리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아마 망나니를 했어도 저 정도로 했으면 전 세계에서 모시려고 애를 썼을 터였다.
참수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
진짜 우리 리스턴 박사님 정도는 되어야…….
“자네도 오랜만에 오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네.”
“아…… 네, 뭐.”
실제로 1시간? 2시간? 안에 끝날 게 분명했다.
그걸로 어제 수술 도와준 거에 대한 보답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하긴 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병원 안에 마련되어 있는 극장으로 향했다.
안에는 이미 환자와 보호자 외에도 수많은 구경꾼들이 들어차 있었다.
수술에 구경꾼이라니…….
이 위생 관념을 이거 대체 어찌하면 바꿀 수 있을까.
-응? 구경꾼을 들이지 말라고? 하하하! 자네! 병원 운영에 저들이 내는 돈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나? 가끔 귀족님네들이 오면 돈을 더 준다네! 괜히 그런 소리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간다고!
원장에게 말을 했더니 이따위 말이나 돌아왔다.
뭐…….
손 씻기 얘기하기 전에는 산욕열의 원인으로 땅의 기운을 언급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니, 마냥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긴 했다.
진짜 미친…….
‘아. 왜 왔지?’
구경꾼 중엔 원장님도 계셨다.
내가 알기론 그래도 나름 꽤 유명한 의사이기도 하다고 하던데…….
어째 요새는 병원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나 하는 거 같았다.
어디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있질 못한 느낌이 든달까?
저 봐, 저거.
지금도 안 앉아 있고 일어나 있잖아.
“리스턴이다!”
“소드마스터 리스턴이다!”
“여길 좀 봐 줘요!”
안은 거의 무슨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미친놈들…….
수술이라고 해 봐야 남 팔다리 자르는 건데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저런 식으로 나온단 말인가.
“하하하! 안녕하시오.”
물론 리스턴은 좋아했다.
저게 다 돈이고 또 의사로서의 명성을 증명하는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흐아…….”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었다.
오늘의 첫 환자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나마 예전처럼 발버둥을 치거나 또는 네 명 이상의 사람에게 붙들려 오지 않는 건 마취가 나온 덕이었다.
더 이상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아도 된다, 이건데…….
그 전에 절단이라는 게 주는 공포가 어마어마하지 않겠나?
말이 쉬워 절단이지, 팔이나 다리가 없어진다 이 말이었다.
‘저 사람은 처음 상처가 어땠을까……?’
21세기라고 해서 절단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절단술은 여전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단 당뇨발 같은 경우가 있었다.
심해지면 썩어 버리고 그걸 방치하면 죽거든.
그 뒤를 잇는 게 교통사고였다.
특히 오토바이나 보행자처럼 몸이 차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사고 같은 경우엔 말단 부위가 뭉개지는 경우가 많아서 절단 외에 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긴…… 그냥 손가락에 뭐 박혔다 뽑은 것만으로도 자르게 되지.’
파상풍만 떠오를 텐데, 딱히 그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은 몰랐다.
왜냐?
내가 뭐 여기 온 지 1년도 안 된 참이잖아.
그사이에 리스턴하고 짝을 이루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처가 났을 때 최종 치료인 절단만 해 봤지 그 전에 이루어지는 치료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이 말이었다.
‘전립선도 얼추 해결했겠다…… 슬슬 좀 볼까?’
은근슬쩍 내 담당으로 치질도 넘어오긴 했는데…….
다행히 전립선과는 달리 치질 치료는 고환 절제술 같은 괴악한 수술이 나돌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 급할 건 없다, 이 말이었다.
뭐…… 응급한 환자가 오면 그대로 해 줘도 되고.
내 주된 전공 분야가 대장항문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외과잖아.
대한민국 외과 의사가 먹고 살려면 치질이 필수이니만큼 나도 어지간히 잘했다.
“흐아아…….”
“옳지. 그렇게 숨 크게 쉬어요.”
그사이 누가 봐도 공포에 질려서 한숨을 쉬고 있던 환자를 보면서 조수가 내가 고안한 마스크를 건넸다.
끼릭끼릭 마취 가스를 돌리면서였다.
그러고 보니까 저것도 어느 정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우리가 훨씬 빈번하게 사용하는 건 전신 마취가 아니라 국소 마취잖아?
모르긴 해도 저거…….
저 마취제가 머리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을 거 같진 않았다.
“흐으으…….”
“교수님 됐습니다!”
조수의 말에 리스턴은 음! 하는 소리와 함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정 장갑을 끼고 거대한 칼을 집어 들었다.
내가 한번 들어 봤는데 저게 절대로 저렇게 가볍게 한 손으로 들 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아니, 들 수는 있는데…….
붕.
“와…… 바람 가른다!”
“역시…… 소드마스터!”
저딴 식으로 휘두를 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물론 리스턴에게는 손에 익을 만큼 익은 애병이었다.
그는 칼을 붕붕 돌리다가, 이내 환자에게로 다가갔다.
그사이 조수들은 쇠심줄을 이용해 환자의 위팔 쪽을 꽉 묶었다.
저렇게 하면 출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자…… 간다.”
“네.”
붕.
“와!”
살짝 굴곡이 진 칼이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아래로 내리쳐졌고, ‘와’ 하는 소리가 뜨기도 전에 어느새 리스턴의 손에는 톱이 들려 있었다.
‘미쳤다…….’
그새 더 늘었다.
하긴…….
하루에 적어도 열 건에서 수십 건의 절단을 하고 있으니 늘 수밖에 없겠지.
가가가각.
동시에 뼈가 잘려 나갔다.
직후에 혈관을 탁탁 묶어 나가는데, 타이도 늘었다.
정석은 아니다 보니 나중에 풀리는 경우도 있긴 한데…….
저거야 가르쳐 주면 될 일이었다.
자연스레 가르쳐 주는 게 문제지, 가르쳐 주면 곧잘 할 터였다.
“음.”
그때 서성이던 원장님이 다가왔다.
딱 봐도 말 걸기를 원하는 기색이라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네, 말씀하시죠.”
“밖에서 하지.”
“아…… 네.”
구경하러 왔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하여간, 나는 원장님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원장은 안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봐서 알겠지만 절단술 케이스가 점점 줄고 있네.”
“아…….”
열 건밖에 없네, 그러고 보니까.
“자를 사람은 다 잘랐다 이거지.”
어디 가서 자를 사람 구해 오라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앞으로 계속 생기긴 할 텐데…… 문제는 사실 이 절단술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감이 대단하다네. 알고 있나?”
당연한 소리를 하는 원장을 보며 나는 최선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래. 놀랍게도 그렇다네.”
놀라운 겁니까?
사람이 자기 팔다리 자르는 걸 거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절단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떻겠나?”
“너무 좋죠.”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할 걸세. 알다시피 지금 대영제국의 의료는 세계 최고야. 지금까지의 의학을 집대성하고 또 우리 영국인들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발전시킨 결과지.”
“아, 네.”
저 짤막한 대사에 잘못된 것이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대가 원장만 아니었으면 일단 한 대 패고 봤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자네가 확실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지 않나? 내가 괜히 이 어린 나이에 교수를 시켜 준 게 아니란 말이지.”
“과찬이십니다.”
“그러니, 한번 우리가 상처 치료하는 과정을 보고 개선할 것이 있으면 알려 줘 보게나.”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드려 보려고 했는데 원장님까지 원하고 있다면 뭐 망설일 것이 있나?
나는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