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48)
검은 머리 영국 의사-148화(148/505)
148화 좀 낫지? [1]
상처치료실에서의 치료는, 적어도 내가 맡은 환자에 있어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원래 오던 환자에 대해서는 여태 썼던 붕대는 버렸다.
붕대인지 걸레인지조차 구분이 안 되는데 그걸 쓰면 안 되지.
촤아악.
그다음 씻고,
서걱.
썩은 살 잘라 내고,
톡톡.
구더기 놓고.
이런 식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의 예후는 그리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이미 글렀는데. 자릅시다.”
“아…… 안 돼…….”
너무 늦은 상태로 마주하게 되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그랬다.
그에 반해 다친 상태 그대로 내게 오게 된, 그러니까 초진 환자들은 상황이 아예 달랐다.
“잘 봐.”
이게 그냥 치료만 해서 될 일은 아니지 않나?
치료에 대한 개념이 아예 다르다 보니, 우선 내 제자들의 머리통부터 개벽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해서 나는 초진 환자에 있어서만큼은 무조건 애들을 불러다 다 보게끔 하고 있었다.
“어.”
“네.”
조지프, 엘프리드 그리고 콜린이 그들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른 놈들도 다 끌고 와서 보게 하고 싶었지만, 어쩌겠나.
여전히 내 피부색과 나이가 장벽인 것을.
그나마 다행인 건, 옆에 선 이놈들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일단 닦자고. 깨끗한 물로.”
“근데 꼭 끓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
“뜨거우면 안에 있는…….”
후.
진심이기는 한데, 아는 게 너무 없거나 혹은 너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다 보니 중간중간 이렇게 열 뻗치는 순간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어…….’
나는 참을 인 자를 세 번 그리고, 눈높이 교육을 이어 나갔다.
“미아즈마가 죽지 않겠어? 혹시 모르니까.”
“미아즈마가 죽고 사는 그런 개념인가……?”
“손 씻어서 환자들 더 살아 안 살아.”
“살지.”
“미아즈마가 죽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안 드냐?”
“음.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쳐?
네놈 새끼를 치고 싶다.
하지만 난 교수고 얜 학생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뭐…….
물 안 끓이겠다고 뻗대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 않겠나.
“자, 이 물로 이렇게 닦아. 닦으면서 안을 보자고.”
“안을 본다…….”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봐야지. 그래야 치료 범위를 정하지.”
“흐음. 썩히면 간단한데. 상처는 저절로 낫는 거라고 배웠어.”
후후.
저절로 나으면 새꺄.
사람들이 왜 죽거나 팔다리를 자르게 되겠냐.
나는 한 번 더 허공을 보며 웃었다.
주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날 보고 있다면 힘을 주시길 바라면서.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지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게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하는 치료니까…… 뭔가 다르긴 달라야지? 그리고 선배. 선배가 어떻게 여기 살아서 서 있는지를 잘 생각해 봐. 썩혔어? 썩힌 사람들 다 어딨어.”
“묘지로 갔지. 하긴, 오. 그러고 보니 진짜…… 이번에도 역시 맞는 건가?”
당연하지.
적어도 이 시점에서 내 지식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물론 21세기 현대 의학 또한 완전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또 개선하려고 노력하잖아.
뭐…….
그러기 위해 지금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거 같기도 하긴 한데…….
너무 오래 걸렸다.
또 너무 많이 죽어.
그냥 문헌을 통해, 아니면 유튜브 채널을 통해 19세기는 이랬대요, 여러분! 하면 유쾌하게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직접 보면서는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 그러니까 잘 봐.”
난 그렇게 말하면서 리스턴 박사의 칼과 병동 분위기 때문에 바짝 얼어붙은 환자의 팔에 물을 붓고, 장갑 낀 손으로 그 상처를 벌렸다.
“끄악.”
아플 거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건 21세기에도 피할 수 없다고.
물론 그땐 진통제라도 주고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해부는, 팔 해부는 지겹도록 했지?”
“그럼 많이 했지.”
“야, 이제 나 그림도 잘 그린다.”
“저도 그렇습니다, 교수님.”
하여간, 벌리니까 우리가 익숙해질 정도로 본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자는 작업장에서 칼인지 낫인지 모를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태였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일자로 죽 그어져 있는 상처였지만 이렇게 상처를 벌려 보면……?
“와…… 씨 이거 뼈야?”
“근육까지 다 베였네.”
“왜케 깊어 이거.”
훨씬 나쁘잖아?
몰랐으면 그냥 두었겠지.
그럼 환자는 또 절단했을 게 뻔했다.
왜?
미친놈들이, 쓰는 칼이나 낫 같은 날붙이 등을 보면 죄다 녹이 슬어 있거든.
“그보다, 이거 봐. 여기 조각 묻어 있는 거. 철 조각인지 뭔지 모를 것들. 이런 거 다 제거해야 해.”
파상풍?
그게 아니더라도 세균이 엄청 몰려 있을 게 뻔했다.
나는 그 부위에 물을 부어다가 잘 닦았다.
덩어리가 좀 큰 건 핀셋으로 제거도 했다.
사실 소독액이 있으면 그걸 부어다가 소독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었다.
기껏해야…….
“환자분, 아플 겁니다.”
“지금보다도요?”
“네, 아마?”
“아마라니!”
“음? 리스턴 교수님 불러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알코올이 다였다.
술을 끓여다가 모은 알코올…….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원래 알코올 쓰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사실 알코올이 뭔가 잘 죽이는 건 맞았다.
피부 상재균도 싹 죽일 수 있잖아?
하지만 그건 피부에 국한된 것이었다.
“끄, 끄아아악!”
이걸 점막 내지는 상처 즉 피부 안쪽에 존재하는 조직에 붓게 되면 일단 더럽게 아팠다.
동시에 일부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었다.
사실상 알코올로 상처 소독하는 건 금기라 할 수 있는데…….
시대의 한계로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게 없어.
이놈들한테 소독할 수 있는 거 찾아보라고 했더니 꿀을 들고 오더라고…….
고대 이집트냐 여기가?
아니, 그 정도면 양반이지.
-역시 산화구리지.
-납이 최곤데?
-수은을 부어 보게.
다른 놈들이 들고 온 건 소독제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살인?
그래. 살인이야, 이건.
“지나치게 아파하시는데…….”
“괜찮은 건가……?”
“교수님, 이거 이래도 됩니까?”
해서 궁여지책으로 알코올을 쓰고 있었다.
그에 따라 환자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다른 놈들의 비난도 잇따랐다.
이걸 지켜보는 내 심정이라고 한다면…….
솔직히 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중금속을 소독제랍시고 들고 온 주제에, 어?
미친놈들 아냐?
“잘 참으셨어요.”
“으아.”
“자, 이렇게 미아즈마는 다 죽였다 치자고.”
미아즈마 아니라 뭐가 있건 죽었을 거다.
조직도 죽이는 알코올을 냅다 들이부었으니까.
그나마 우리 제조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알코올 농도가 떨어져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아마 육안으로 수축하는, 아니, 위축되는 조직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거다.
알코올이 얼마나 무섭냐면, 암세포도 죽여.
‘바로 꿰맬까…… 사실 근육은 꿰매 주는 게 나중을 보면 좋긴 할 텐데…….’
봉합.
나는 한숨과 함께 내게 주어진 봉합사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한번 삶고, 알코올로 절였으니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 살균이 되어 있긴 할 터였다.
문제는 그 형태에 있었다.
명주실이다 보니 안에 틈이 너무 많았다.
저 틈마다 세균이 숨어들 수 있다는 걸, 오직 나만은 알고 있지 않나.
‘대강…… 형태만 잡아 주자. 어쩔 수 없지.’
뭔가 더 개선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었다.
환자의 멀고 먼 예후를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감염이 중요한 시점이니까.
폭.
그렇다고 봉합을 또 대충 하기는 싫어서 형태만 잡는 봉합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이게 외과 교수였던 사람으로서 자존심을 최소한이나마 지키는 방법이었다.
“오…….”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낚싯바늘같이 생긴 걸로 이렇게 잘하지?”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는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아파 죽으려고 했던 환자조차 넋을 놓고 있었다.
국소 마취 따위 없는 시대다 보니 아프긴 할 텐데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한 봉합술은 현시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나중에 감염이 확실히 없다 싶으면 더 제대로 닫을 겁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이 사람들 관점에서 그런 것이고 내겐 여전히 미흡하기만 했다.
원래 살은 이렇게 닫으면 안 되니까.
레이어에 맞춰서 딱딱 닫아 줘야 하니까.
하지만 명주실로 그런 짓을 했다간 죄 썩어 버릴 게 뻔하다 보니 이렇게만 하는 게 우선이었다.
“좋아. 그리고 붕대.”
“붕대를 근데 꼭 이렇게 새 천으로 써야 하나?”
“낭비야, 이거.”
“제가 봐도 좀…… 물론 교수님은 돈을 잘 버시니까…….”
붕대는 완전 새것이었다.
이게 당연한 건데, 이 시대에는 재활용이 당연한 것인 양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질문이 쏟아졌다.
‘후후…… 나중에 봐라…… 예후 차이를.’
딱히 답해 줄 생각이 들진 않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 않나.
결과로 보여 줄 참이었다.
이것도 완전한 치료는 아니겠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보다는 예후가 훨씬 좋을 거다.
아예 비교도 안 될 거야.
정말로.
아무튼, 이런 식으로 대략 2주가 지나갔다.
“자, 볼까.”
리스턴의 말에 따라 지금껏 내가 본 환자들과 다른 새끼 아니, 놈들 아니, 의사들이 본 환자들 전원이 치료실로 모였다.
환자 인권 따위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절대 찾을 수 없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일당을 줘서 그렇기도 했다.
주면서도 놀랐다.
이렇게 적게 받고 일한다니…….
아무튼, 치료실 안으로 들어선 리스턴이 입을 열자 우선 원래 이곳에 있던 놈들의 환자들부터 앞으로 나섰다.
“음, 잘라야 되고. 날짜 잡아요. 아니면 오늘 잘라도 되고.”
“안 돼…….”
“이분도 자르고.”
“아…….”
“여기 자르고.”
“으…….”
“이분은…… 이분은 지금 자를까?”
“허.”
과장 좀 보태서 거의 다 잘라야 했다.
아무리 최소로 잡아도 절반 정도?
솔직히 말하면 나도 놀랐다.
‘이거밖에 안 자른다고?’
저따위로 치료해도 사람이 안 죽고 버틴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생각보다 사람은 강한 거 같았다.
아니면 19세기 인간들이 유독 강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 아니지. 이런 인간들이라서 대영제국을 만든 건가?’
영국인들이 강한 것일 수도 있었다.
산화구리, 납에 썩힌 살까지 견디는 놈들을 대체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말이 안 되지.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은 절대 못 이겨.
“평소와 같군. 그럼 평이가 본 환자들을 볼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자를 분들은 딴 데로 이송되었다.
절망에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였는데, 눈앞에서 그런 꼴을 봐서 그런가 내가 본 환자들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오…… 좋군.”
“좋아.”
“호오.”
“아, 이분은 자르지.”
“오.”
항생제가 없고, 효과적인 소독약도 없는 상황.
그래서일까?
10% 정도는 여전히 절단이 필요했다.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역시! 믿고 있었다고!”
“젠장, 평은 역시 천재로구만!”
리스턴과 블런델은 기쁨에 취해 춤을 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