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187)
검은 머리 영국 의사-187화(187/505)
187화 보다 진보된 수술 [4]
“시발…….”
“그러면 좀 나으신가요……?”
“네, 선생님.”
하다 하다 욕도 가르쳤다.
순전히 내 아이디어였던 것은 아니었다.
리스턴이 말해 줬다.
이상하게 이 말을 하면 좀 속이 시원해진다고.
마취도 안 하고 사람 그렇게 쥐어짤 거면 그런 거라도 하나 쥐여 주라고 했다.
‘사실 뭐…… 나도 정말 좀 그렇긴 했거든.’
마취 없이 사람 고름 쥐어짜는 게…….
피부과에서 하는 거 있잖아.
그거의 한 100배 아플 거라고 보면 되는데 그걸 아무 장치도 없이 한다는 게…….
이게 사람이 사람한테 선의를 갖고 한다는 게 참 고통이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르쳐 봤더니만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그래요.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나는 아무리 쥐어짜도 안 나오는 상처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벌써 일주일째다.
그동안 죽으라고 쨌더니만 방울도 안 맺힌다.
“지독하게 쨌군그래.”
리스턴은 도저히 직접은 못 보겠다고 옆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비명과 욕설이 다 끝나고 나서야 나타났다.
“네. 확실히 효과는 있었던 거 같죠?”
“그렇지. 딱 당일부터 잘 잤다고 하더구만. 통증이 확 가라앉아서. 미아즈마가 그런 식으로 통증도 일으킨다니…… 연구할 거리가 아주 많겠어.”
“연구요?”
“그래. 돌아가면 일단 고름 잡힌 사람들 있나 한 바퀴 돌 생각이네.”
그리고 째겠군.
예전 같았으면 엄청 걱정이 되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혔거든.
병원균을 미아즈마라고 불러야 하는 것 빼고는 뭐…….
어느 정도 근대화가 되었지 않나.
얼토당토않은 짓을 벌일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
“좋죠. 아무튼.”
“오늘인가?”
“오늘이죠.”
“아주 바쁜 하루가 되겠구만그래. 수술도 하고…… 해부학 강의도 하려면 말일세.”
해부학 강의.
말이 강의지, 사실상 쇼가 될 예정이었다.
내가…….
아무리 해부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고 해도 이 시기 사람들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편 아니겠나?
파리 놈들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겠지만 오늘 그냥 다 발라 버릴 생각이었다.
사실 며칠 전에라도 했어야 했는데, 우리 일행이 막았다.
-콜레라 걸린 시신을 째자고? 거기에 미아즈마가 얼마나 많겠나!
-뭔 소리…… 뭔 소리인가?
-이 미개한 놈들. 미아즈마를 아직도 독기로 생각하고 있으니…… 미아즈마는 실재하는 미생물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로 인해 죽은 사람 시신에는 당연히 미아즈마가 많을 거라고!
-아니…….
-뭐 시발놈아. 뒈질래?
아주 평화로운 과정은 아니었다.
거의 뭐 반협박을 거쳤다.
아마 복장이 터질 거 같았을 터였다.
그때 리스턴을 보면서 솔직히 나는 좀 고소했더랬다.
이 인간들도 내 복장 터지게 만든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거든.
아무튼, 그렇게 콜레라에 걸려 죽은 시신이 아닌 다른 시신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어떻게 찾았고, 어떤 시신을 어떤 방식으로 매입해 들고 오는지는 비밀이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니, 궁금하긴 한데 알게 되는 순간 범죄에 연루되는 느낌이 일까 봐 입을 다물었다.
“그렇죠. 오늘 엄청 바쁘겠는데요?”
“뭐…… 그래 봐야지. 수술 하나에 30분 이상 걸릴 리는 없지 않나?”
후후.
산 넘어 산이라고 했나.
분명 리스턴 본인이 그랬다.
마취가 나왔으니 우리 외과 의사들이 환자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 것이라고.
사실 30분 정도면 비약적으로 늘린 것이긴 했다.
절단 자체는 30초에 하던 양반이니까.
단순 계산으로…… 이게 몇 배지?
‘리스턴 박사님…… 앞으로 200년도 채 안 되어서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술도 나올 거랍니다.’
내가 들어가진 않았다.
옆에서 하더라고.
이비인후과였는데…….
두경부암에 대해 절제하고 재건하고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그때 알았다.
“모르겠어요, 얼마나 걸릴지는. 하지만 그보다는 오래 걸릴 겁니다.”
“그런가……? 그냥 저거 째고 떼고 닫으면 끝 아닌가?”
리스턴은 이제사 깨끗한 거즈로 상처를 덧대고 바로 누운 환자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땐 50대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쇠하고 지쳐 보였는데, 등의 농양을 제거한 이후 잘 자고 쉬었는지 훨씬 나아 보였다.
“그게 오래 걸릴 거예요. 막 할 수가 없어서.”
“그런가……? 전립선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지 않았나?”
“그렇긴 했죠.”
전립선하고 유방 절제술하고 같냐고 하고 싶었지만…….
단순 비대증하고 암하고 같냐고 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왜?
사실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마취 기술로는 한 시간 정도가 리미트라서 그랬다.
아마 최대한 길게 해 봐도 2시간을 넘기면 안 될 터였다.
일단 용량 컨트롤도 잘 안된다.
실제로 얼마가 몸으로 들어가는지 모르잖아.
그저 우리 숙달된 조교들이 환자의 반응을 보면서 감으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와…….’
마취를 감으로 하고 있네.
이것도 대대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보긴 해야겠다.
환자의 성별과 나이 그리고 몸무게에 따라 마취가 시작될 수 있는 용량 그리고 기간 등을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다.
쉬울까?
임상시험이 될 텐데…….
‘일단은 눈앞에 있는 환자부터 해결하자.’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문제가 산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9세기에 살면서 머릿속을 간단화시키는 것에 도가 터서 그랬다.
“하지만 이건…… 모르겠네요. 아무튼, 형님도 계시니까 훨씬 낫긴 할 겁니다.”
“그래, 그럴 테지.”
“블런델 교수님.”
“어?”
“아무래도 부인과 질환이니까 교수님도 보조하시죠.”
“아…… 그래, 그러지. 근데 나는 좀.”
덕분에 딱 환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대화를 나누면서 동시에 미리 제작해 둔 수술대 위로 환자를 옮길 수 있었다.
오히려 런던에서는 강의실에 있는 책상 붙여다가 했었는데, 여긴 집이다 보니 그런 게 없다는 핑계로 마련할 수 있었다.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침대가 있는데…… 왜 유난인가.
유난이라…….
집도의 편하자고 하는 짓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 몸에 칼 대야 하는 사람이 편해야만 한다는 건, 이제 곧 상식이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수술대가 왜 있겠어.
한 번만 경험해 보면 이거 또 쓰게 될 거다.
“암이라서요?”
“그래. 암은 불치병이야…… 괜히 건드려서 좋았던 적이 없네.”
나는 어떻게 보면 십자가처럼 생긴 수술대에 환자를 옮기고, 무릎 위, 팔 등을 고정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두운 얼굴을 한 블런델의 말을 생각했다.
‘암…….’
인류의 숙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19세기에서의 암은 전체 질환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보잘것없는 놈이긴 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시기에는 진짜 방법이 적거든.
이것도 나니까 적다고 하는 것이지 다른 이들에게는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관련 문헌을 보니까 참 답도 없더라고.
“설건드려서 그래요. 제대로 하면 됩니다.”
“조선에서는 그런가……?”
“음. 네.”
이제 모르겠다.
어차피 니들도 대충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고 있잖아?
“역시 조선…….”
“환상의 나라…….”
“나중에 아버지한테 꼭 한 번 데려다 달라고 해야지.”
쟤들은 좀 다른 거 같은데, 교수 둘은 그랬다.
“자…… 증류한 거 들고 와.”
아무튼, 나는 수술대 위에 묶인 환자를 내려다보며 일단 환부부터 노출시켰다.
그러곤 그 환부에 위스키 증류해서 얻어 낸 나름 순수한 알코올을 부었다.
상처가 아예 노출이 되어 있다면 안 될 일이겠지만…….
‘그렇다기엔 몇 번 했지. 환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알코올이 이거 엄청 아프거든.
실제로 조직 파괴가 일어나기도 하고.
아무튼, 이 환자의 유방에는 아직 상처가 있는 건 아니라 할 수 있는 짓이었다.
“무섭다…….”
“역시 평…….”
“조선엔 역시 안 가는 거로.”
그 모습이 좀 무섭게 보였는지 제자들이 뒤로 주춤거렸다.
괜찮았다.
이게 옳으니까.
소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마취해 놓고 떨어지면 안 되니까 묶는 게 맞고.
“콜린, 마취.”
“아, 네.”
물론 이제 제자들은 말을 잘 듣게 된 지 오래였기 때문에 곧 환자는 툭 하고 고개를 떨궜다.
“바로 숨 불어 넣고. 이상하면 말해. 째야 되니까.”
“네.”
콜린은 풀무를 개량해서 만든 앰부 비슷한 걸로 환자의 입을 통해 공기를 살살 불어 넣기 시작했다.
환자의 자발 호흡이 남아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거랑 싸우지 않아야 했다.
나름 섬세한 작업이다 이건데, 콜린이 이런 걸 진짜 잘했다.
짤막한 마취면 조지프나 앨프리드같이 똥손도 잘하겠지만…….
이번 수술은 최소 한 시간.
콜린이 고생을 좀 해 줘야만 했다.
“칼.”
“응.”
앨프리드는 뭐 하냐고?
보조다.
그뿐 아니라 나머지 모두가 환자 양측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썼다.
그 모자와 마스크가 멸균 상태냐고 한다면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하겠지만…….
하여간에 장족의 발전이다.
지이익.
나는 그 칼로 환자의 환부를 째고 들어갔다.
“어? 왜 가운데를 안 째고?”
리스턴의 말에 답도 해 주었다.
“암은 건드리지 않으려고요.”
“암 건드리려는 수술 아니었나.”
“그냥 완전히 드러낼 겁니다.”
“아…… 유방을 아예 없앤다고……?”
“네.”
“그래서 절제술이라고 했나? 이제야 그 그림이 이해가 되는군. 근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아직 대화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암이라는 게 세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바로 재발할 수 있다는 걸 어찌 알릴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암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개념은 사실 나온 지 얼마 안 된 개념이기도 했다.
Iatrogenic Metastasis.
달리 말하면 인위적인 전이.
칼에 묻은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번지는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문헌을 보세요. 암을 직접 건드려서 좋았던 적이 있습니까?”
“끔찍해지지. 그래서 안 건드렸지. 나는 자네는 뭔가 뾰족한 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건드리고, 다 제거하는 겁니다.”
“뭔 소린지…… 일단 닥치고 보고 있겠네.”
“네.”
다행한 것은 이제 리스턴이 내 천재성을 인정한 것을 넘어서 무언가 더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마녀사냥감이잖아?
뭐…….
이제 와서 어디 신고해서 불태워 죽일 거 같진 않지만.
지이익.
아무튼, 나는 환자의 유방 아래와 상부에 걸쳐서 절개선을 넣었다.
젖꼭지는 살리고 싶었지만, 위치가 그럴 수가 없는 위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에 지방조직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수술하는 입장에서는 나름 여유가 생긴다.
종양 근처로 많이 제거해도 뭐가 많이 남으니까.
툭툭.
아무튼, 나는 메스로 절개도 하고 중간중간 거즈로 닦기도 하면서 종양을 통으로 절제해 냈다.
툭.
그걸 기구대에 내려놓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으음.”
기존의 수술 시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오래 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흩어진 사람은 없었다.
수술이야 그랬지만 해부는 밤새워서도 하고 그러잖나.
아무튼, 초집중 상태로 내 수술을 관전한 이들의 반응은 실로 묘했다.
“진짜 종양을 안 건드렸네……?”
“이렇게 많이 뗀다고?”
“으음…….”
암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괜찮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제대로 된 생존율을 기록하는 유방 절제술이 1890년대에 나왔거든.
몇십 년 빠르긴 하지만, 리스턴이라면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일단 각지에서 유방 절제술을 시도하고 있는 급진적인 의사들이 있거든.
전부 실패 사례지만 그걸 모아서 보면, 내가 왜 맞는지 알아낼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