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00)
검은 머리 영국 의사-200화(200/505)
200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4]
헛웃음은 곧 진짜 미소가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도전적인 술식을 해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지 않나.
심지어 도제식 교육으로 누구한테 배워서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수술은…….
그래, 이를테면 내 머릿속을 뒤져서 만든 수술이다.
물론 온전한 내 아이디어는 아닐 터였다.
어디서 뭔가 많이 보긴 했으니까.
“응?”
“뭐 하는…….”
“뭐 하는 거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래턱뼈까지 절제가 되어 발생한 결손을 채우는 거다.
‘일명 국소 피판을 돌릴 거다, 이 말인데…… 이건 지금까지 이 사람들이 해 왔던 수술하고는 완전 다를 거야.’
이런 종류의 수술이 있었을까?
없었을 거다.
건방진 생각은 아니다.
원래 의학은 단계별로 발달하게 되어 있으니까.
내가 목도한 19세기 의학의 수준이란 대개 처참함을 넘어 끔찍했으니 당연히 이런 수술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가가각.
아무튼, 나는 리스턴의 보조를 받아 환자의 아래턱을 포함한 안쪽 점막과 근육 일부를 절제했다.
썩었다고 치고 자른 건데, 실제 시신도 좀 썩기 시작한 상태다 보니 실감이 났다.
좋군.
연습이 아니라, 실전 같아서 좋아.
‘게다가 리스턴…… 이거…….’
절단술 할 때도 느낀 건데, 거의 인간 전기톱이다.
워낙에 빠르고 세게 절단이 가능하다 보니 오히려 남는 뼈에 대한 손상도 훨씬 덜하다.
‘문제는 다들 이렇게 자를 수는 없다는 건데…….’
아마 리스턴을 보유했냐, 안 했느냐에 따라 예후가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다.
어디서 전기톱이라도 만들면 또 모르겠는데, 그게 나오겠어?
19세기에?
‘이번에도 어마어마하게 환자가 쏠리겠구만.’
만족감에 껄껄 웃고 나서 나는 잠시 환자 아니,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우, 웃는다…….”
“무서워…….”’
“사람 턱을 저렇게 자르고.”
뭣도 모르는 자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이것이 선지자의 마음이었을까?
듣자니 예수님도 고향에서는 이런 취급을 받았다고 하잖아.
나는 애써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원래 계획했던 로컬 플랩을 돌리기로 했다.
지이익.
결손 범위가 작으면 입 안에서 돌려 보려고 했다.
그러니까 볼 쪽의 근육을 아래턱 쪽으로 돌려 보려고 했다는 건데, 보니까 턱도 없을 거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할까.
‘보기엔 좀 너무 흉하겠지만…….’
생존에 신경 쓰자.
미학적인 고려를 하기엔 시대의 한계가 너무 크니까.
해서 나는 가슴 쪽에 절개를 넣었다.
“뭐 하는…… 뭐 하는 거야?”
“미쳤나.”
그러자 이젠 내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던 이들까지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강만 설명을 듣고 들어온 리스턴도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뭐야, 지금?’
‘일단 보세요.’
조선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백번 말해 주느니 한 번 보여 주는 게 낫다, 이 말이었다.
특히 수술 같은 경우엔 더더욱 그랬다.
상대가 해부학 용어에 익숙지 않다면 더 그랬고.
안타깝지만, 이 중에서 제일 나은 리스턴조차 현대 해부학 개념은 탑재하지 못했기에 나는 일단 칼을 신명 나게 놀렸다.
지이익.
목표는 가슴에 남는 피부와 근육에 혈관이 이어지는 부분을 가슴 쪽에 연결되도록 남기고, 그렇게 잘려 나온 부분을 위로 끌어당겨서…….
“어어!”
“어어어어!”
입 안에 발생한 결손 부위에 넣어 꼬맸다.
벌어진 가슴이야 뭐 이쪽은 가죽이 많이 남는 편이다 보니 당겨서 꼬매면 끝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면 뭐한데…… 보기에는 많이 안 좋았다.
‘이게 뭐야.’
리스턴은 다시 한번 아까의 질문을 반복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면 효과적으로 결손 부위를 막을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살게 한다고? 안 될 말이지 않나.”
“한 달 정도 지나면 이 연골 부위는 잘라 내면 돼요. 그때쯤이면 이쪽 입에 붙여 준 곳으로 혈관이 자라 올 테니.”
“대체 그건 무슨 말인가.”
리스턴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내가 많은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리스턴뿐만 아니라, 강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에 의문이 담겨 있었다.
‘시발.’
뭐라고 둘러대나, 이걸?
혈관이 자라 온다는 개념을…….
어떻게……?
뭐라고……?
“그건 제가 압니다.”
지금까지 잘 넘겨 왔는데 이렇게 걸린다고?
불에 타는 거야?
아픈 거 싫은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콜린이 손을 들었다.
뭣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서였는데, 그래서 더 불안했다.
-사실은 저 김태평이라는 작자가 사탄의 자식입니다!
이 지랄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게 통하겠냐 싶겠지만, 놀랍게도 통한다.
법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우리 대영제국은 법치주의국가임을 공표한 지 상당히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제재가 판을 쳤다.
그리고 그 제재가 만약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안이라고 하면 경찰도 눈감아 줬다.
높은 확률로 나 같은 놈 죽이는 건 뭐…….
“저 비슷한 수술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있다고?
마녀사냥보다는 낫지만 이것도 놀랄 만한 얘기였다.
이 비슷한 수술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 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콜린이 아주 유려하게 입을 놀렸다.
“다들 아시다시피 매독에 걸리면 코가 녹는 경우가 있죠?”
“그렇지.”
“아무렴. 그런 것도 모를까.”
리스턴과 블런델이 짝을 맞춰 떠들었다.
아마 그 둘도 내가 뭔가 찜찜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서 저러는 거 같았다.
그렇다면 콜린이 잘해 줘야 했다.
잘할까?
솔직히 저놈 입에서 앞으로 뭔 말이 나올지 짐작이 하나도 안 가.
무식한 놈이다 보니 진짜 불안하다.
“그러니 코가 녹았다? 매독이다.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까?”
“그렇지.”
“많이들 그렇게 하지.”
“그거 재건해 주는 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나도 들었네. 맞아, 그런 데가 있다고 했지.”
리스턴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불안감이 조금은 나아졌다.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사실 부끄러운 얘기긴 한데…… 제 형님이 매독입니다. 아무래도 일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아무튼, 그래서 자세히 알아봤는데 거기서 이런 식으로 수술을 합니다. 이렇게요.”
콜린은 말을 하다 말고 소매를 걷고 팔뚝을 코 쪽에 들이댔다.
뭔 짓인가 싶었다가, 내가 하던 수술이 국소 피판술이라는 걸 떠올리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렇게 팔뚝 살을 붙여 놓고 시간이 지나면 팔뚝이랑 이어졌던 곳을 자른다더군요. 근데 이게 이런 꼴로 나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루고 있긴 합니다.”
“허어.”
블런델은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랬다.
저게 되면 내 것도 되겠지 하는 얼굴이랄까?
‘다행이다. 그런 선구자가 있었구나…….’
나는 속내가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걸 참고한 거다 뭐 이런 뉘앙스를 풍기기 위함이었다.
“코 없이 다니는 거랑 별 차이는…… 왜 그러나 블런델.”
중간에 리스턴이 좀 이상한 말을 하긴 했지만, 하여간, 다들 그렇게 넘어가게 되었다.
됐다 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결손 부위를 채울 수 있는 것이죠.”
“허어. 근데 번거롭게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그냥 떼다 붙이면 안 돼?”
“살이 원래 있던 곳에서 떨어지면 죽지 않습니까. 다들 해 보고 안 되니까 이렇게 하는 거겠죠.”
“으음.”
이번에도 리스턴은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언제 한번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뭔가 할 거 같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저 사람도 빠르게 19세기 야만인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해 보려고 합니다.”
“으음.”
“왜요, 또.”
또 이상한 소리 하려나 했더니만 이번엔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히 생산성 있는 소리를 했다.
“가슴 이렇게 째면 너무 많이 째는 거 같은데…… 코처럼 팔뚝 살을 붙이면 어떤가?”
“오오. 그래, 아니면 다리는 살이 더 많잖아. 그 살을 쓰면 어떤가?”
“다른 사람 살은 안 되나?”
처음엔 분명 그랬는데, 말 보태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점점 이상해져만 가고 있었다.
미친놈들…….
다리까지는 그래 이해한다.
물론 다리를 당겨서 얼굴 쪽에 붙이고 한 달 이상 살 수 있다면.
근데 다른 사람 살은…….
‘거부 반응을 모르니까…….’
다행한 것은 의학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현실적인 이유로 반박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다리를 그렇게 묶으면 어떻게 걷나.”
“다른 사람이랑 24시간 한 달 동안 어떻게 붙어 있나.”
이런 식으로 논파되어 침몰했다는 얘기다.
결국, 남게 된 것은 팔뚝 살이었다.
이건 나도 고민이 좀 되긴 했다.
확실히…… 절제 범위가 확 줄 거 같았다.
환자야 엄청 불편하긴 하겠지만, 가슴에서 살을 올려다 붙인다고 해서 편한 건 결코 아니지 않나.
“이건 고민을 좀 더 해 보죠.”
“고민할 게 아니라 환자에게 물어보지. 우리는 민주적인 병원이니까.”
민주적이라…….
전문가의 지식 영역에서 다수결을 사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강하게 나가는 건 또 좀 그랬다.
‘뭐가 정답인지 나도 몰라…….’
이런 망할.
“그럴까요?”
“그러지.”
해서 결국, 소독제처럼 또 의견을 묻기로 하고 환자들에게로 향했다.
환자들은 아무래도 여자들이다 보니 산부인과 병동에 있었다.
차별하려고 구분하는 게 아니라, 남자들만 있는 곳은 좀 위험했다.
법이 있지만 있는지도 모르거나 어기는 데 딱히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다.
더욱이 턱이 녹아내리고 있는 환자라면…….
‘너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냐고 팰 수도 있어.’
죄는 구실이고, 그냥 재밌으니까 팰 거다, 아마.
너무 끔찍하게 들릴 텐데 실제로 세상이 그랬다.
인간 동물원도 있었지 않나.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사라 바트만이라는 여성을 구경거리로 삼았다고 들었다.
21세기에서도 뭔가 달라 보이는 사람에 대한 폭력이 존재하는데 이 시기에는 어떻겠나.
“음.”
하여간,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환자들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환자를 다시 마주하게 된 다음에야 팔뚝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말랐다.
“안 되겠군.”
비단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리스턴도 동의했다.
그의 팔뚝에 비교하면 절반이 뭐야.
반의반도 채 안 되는 두께였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아마 아파서 못 먹은 것도 있겠지만, 사실 이 시기 노동자들의 삶이라는 게 저러했다.
당장 빈민가에 가면 굴러다니는 시신 중에 폭력이 아니라 그저 먹을 게 없어 죽는 시신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럼 그냥 가슴으로?”
“그래야지. 근데 가슴 쪽에도 살이 많아 보이진 않는군그래.”
“쉽지 않을 겁니다. 최선은 역시 예방이에요.”
“오늘 수술만 마치고…… 나랑 런던 돌지.”
“네, 그래야 할 거 같아요. 더는 이런 환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좋아.”
리스턴은 자신의 칼집을 몇 번 두드리고는 환자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파리했던 환자는 하얗게 질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