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01)
검은 머리 영국 의사-201화(201/505)
201화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1]
수술 연습?
충분히 했다.
애초에 나처럼 숙달된 사람에게는 새로운 술기라 해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융통무애의 경지라고까지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경지를 목전에 둔 정도는 되지 않을까?
국소 피판술에, 그것도 턱뼈 절제술이 포함된 국소 피판술에 고작이라는 말을 쓰기는 그렇지만 하여간, 고작 이런 수술에 쫄 필요는 없다 이 말이었다.
“자, 절개 들어간다. 마취 똑바로 해.”
“네!”
하지만 이 수술은 확실히 쉽지가 않았다.
일단 마취부터가 대단히 도전적이었다.
입과 코로 가스를 뿜어서 마취를 시켜야 하는데, 입을 수술해야 하잖아?
그럼 코로만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한번 해 보니까 그럼 보통 용량이 모자라는지 자꾸 깼다.
어떻게 알았냐고?
“왜 노려봐요. 선배?”
“응? 아니, 그러고 싶네…… 오늘따라?”
우리 숙련된 조교 앨프리드로 해 봤다.
통증을 준 게 리스턴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리스턴이 주먹으로 가슴골을 눌렀다고 해도 그게 생살 째고 뼈 자르는 거보다 아플 수는 없지 않겠나.
해서 우리는 다소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일단 코에 가스를 계속 밀어 넣는다.
“지금!”
“네!”
그리고 중간중간 입으로도 넣는다.
이렇게 시간이 빌 때.
“숨, 숨 참어! 너 마신 거 아냐?”
“아니, 아닌데에에?”
“마셨네, 시발놈.”
“비켜!”
위험은 당연히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다.
애초에 우리가 마취가스로 쓰는 게 아산화질소잖아?
웃음 가스라는 애명이 있는데, 조금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랬다.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대체로 좋은 일이겠지만…….
수술하는 사람의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지면 어찌 될까?
‘보통 환자가 죽겠지?’
나는 해롱거리고 있는 조지프를 리스턴과 함께 옆으로 밀쳤다.
그래도 용량이 크게 들어간 건 아닐 테니 금세 회복하긴 할 터였다.
최선을 다해 입으로 가스가 불어 넣어질 때 숨을 참아 가면서였다.
마셨다고 판단이 되면 뒤로 물러나기로 했는데…….
이게 무색무취인 가스다 보니 그것도 판단이 쉽지 않았다.
“좋아.”
“뭐가 좋아. 기분이 좋아? 평 자네도.”
“아니, 수술이 잘되고 있어서 좋다고요.”
“아, 난 또.”
그렇다 보니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신호로 삼기로 했다.
스스로는 판단이 안 될 테니 옆에서 판단을 해 주어야 했다.
수술 자체도 쉽지 않은데 마취까지 이 지경이다 보니 정말이지…….
“여긴 교수님이 해 주시죠.”
“좋아.”
“음.”
“아니, 좋게 하겠다고.”
“네.”
아무튼, 간신히 입안 점막을 정리하고 뼈를 드러냈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세밀하게 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뼈 자르는 건 또 다른 영역에 있는 일이었다.
줄톱이라도 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해 보겠는데…….
그걸 대장장이한테 말했더니 미친놈 보듯이 보더라고.
하긴 얇은데 뼈를 자를 수 있을 만큼의 경도를 지닌 실 형태의 금속 물건을 어찌 만들겠어.
무협지에는 거미가 그런 실을 똥구멍으로도 품품 뿜어낸다지만 여긴 엄연히 현실이었다.
아니면 현실과 쓸데없는 부분만 닮아 있는 가상의 지구거나.
“흐아압!”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에게는 소드 마스터가 있으니까.
작게 디자인한 톱만으로도 순식간에, 그것도 딱 수직이 되게끔 뼈를 자를 수 있는 인간이지 않나.
서걱.
심지어 이 환자 뼈는 좀 썩은 상태여서 그런가 아니면 여자라 더 얇아서 그랬나…….
“응?”
“벌써 잘랐어요?”
“어. 하마터면 더 자를 뻔.”
순식간이라는 말도 과할 만큼이나 빠르게 잘렸다.
리스턴의 톱은 딱 턱뼈 밑에서 멈춰 있었다.
좀만 더 들어갔으면 동맥이다.
경동맥에서 갈라지는 분지 또는 경동맥 자체를 갈랐다.
‘죽었겠군…….’
여기 와서 한 수술이야 다 위험천만하긴 했다.
일단 이전에는 소독을 제대로 못 했다 보니 모든 수술에 감염 위험이 있지 않았나?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그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위험했는데, 오늘은 유독 더하다.
수술 자체가 너무 위험해.
“숨!”
“읍.”
일단 중간중간 숨 참는 게 힘들었다.
어지간하면 이거 얼굴 수술은 하면 안 되겠어…….
“그래도 나니까 살았군그래.”
“맞습니다. 저였으면 죽었을 거예요.”
이 말은 리스턴 말이 맞다.
힘이 오히려 저렇게 세니까 적당히 줘서 멈출 수 있었던 거지 나였으면 냅다 갈랐을 거다.
서걱.
아무튼, 반대편 턱뼈도 잘라서 이제 일부 썩은 살과 함께 덩어리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수술은 여느 때처럼 강의실에서 진행 중이었다 보니 원장을 포함한 원내 의사들이 퍽 놀랐다.
“와…….”
“저런 흉악한 수술을 다 하나.”
방금 말했던 놈은 요로결석 수술하던 케인이다.
제일 흉악스러운 수술을 하던 놈에게서 저따위 말을 듣다니.
문제가 있다면 아직 이르다는 점이었다.
더 끔찍한 건 다음에 있다.
“어어.”
“얘기는 들었지만…….”
“저런 발상을 하다니…….”
“프랑켄슈타인이 따로 없군그래.”
“아, 그 소설 말입니까?”
“그래. 시신을 깁지 않나. 이건 산 사람을 깁고 있으니 더 끔찍하군.”
내가 생각해도 끔찍하긴 했다.
가슴에 절개창을 내어서 남게 된 살을 턱 안에 밀어 넣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포 소설에 고어 소설이기까지 한 프랑켄슈타인과 비교를 해?
이건 좀 억울했다.
그리고 깁다니?
재건이라는 멋진 말이 있는데 깁다니?
“음…….”
“으음. 속이 안 좋은데…….”
“저 꼴로 한 달을 있어야 된다고?”
“어찌 산단 말인가.”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이 수술 안 하면 죽을 사람 살리고 있는 거다.
물론 진짜로 살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긴 하겠다.
일단 살이 좀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서 감염의 위험도 있다.
또 워낙에 쇠약해진 상태다 보니…….
이 수술 자체를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렇게만 말하니까 점점 우울해지는데…….
“좋군.”
“좋아. 아, 가스 때문 아니죠?”
“아닐세. 너는”
“저도요. 수술이 잘된 거 같습니다.”
“그래. 수술은 아주 잘된 거 같아. 해 놓고 보니 모양새가 그럴싸하구만.”
다 해 놓고 보니 그래도 확실히 하길 잘한 거 같았다.
안에 결손 부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살을 채워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기엔 아주 잘된 거처럼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잘된 거다.
이게 나중에는 줄어들거든.
우리 몸은 생각보다 상황에 따라 잘 적응을 하는데, 그중 근육이 제일 잘한다.
내가 채워 넣은 부분이 바로 가슴에 붙어 있던 근육 부분이고.
이만큼 가슴 쪽 기능이 줄기는 하겠지만…….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다.
보다 중요한 기능을 위해 움직이는 기능을 희생한 거다.
“혹시 모르니까 숨은 여길 뚫죠.”
“음. 그래. 그게 합리적이겠어.”
하지만 살이 너무 차 있다 보니 입으로 숨쉬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지금이야 우리가 옆에서 쥐어짜고 있고 또 다 지켜보고 있으니 안전하겠지만 밤에 혼자 자다가 숨 못 쉬어서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얘기였다.
해서 목에 구멍을 뚫었다.
“어우.”
“저런…….”
“미친…….”
그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놈들이 호들갑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가서 대갈통 다 후려 주고 싶었다.
미친놈들이…….
어?
지들이 하는 짓은 생각지도 않고 말이야.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환자 하나를 끝내고 바로 다음 수술에 착수했다.
생각보다 수술이 빨리 끝나서 그럴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내일 할 뻔했다.
“체력은 괜찮나?”
“네, 저야 뭐.”
“약하잖아.”
“괜찮아요. 형은?”
“나는 강하지.”
“네. 그럼…… 바로 갑시다.”
“좋아.”
솔직히 말하면, 그러니까 좀 지나서 하는 얘긴데 약에 취한 것도 있었던 거 같다.
사람이 그 큰 수술을 두 개 연속으로 하면서 할 만하단 생각이 드는 건 말이 안 돼.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잘됐다.
이게 연습이 되긴 하는 건지, 두 번째가 더 잘됐다.
뭐…….
수술이 잘된 거랑 살아남는 게 별개인 시대이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는 저녁 시간이 채 다가오기도 전에 두 수술을 모두 끝내고, 정리된 채로 환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거울은 일부러 보여 주지 않았다.
아예 따로 두기도 했고.
병실은 그런 병실이 없어서 연구실에 뒀다.
“잘됐어요. 말은 좀 지나고 부기 가라앉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슈욱.”
둘 다 별말은 없었다.
목에 구멍을 뚫어 놨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정말 이걸 들고 갑니까?”
바빴던 것은 화가였다.
그는 두 환자의 모습을 채색 없이 그려 놨다.
그리면서도 내내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비릿하게 전해 오는 토 냄새를 보아하니 가서 토한 모양이었다.
청소 전 해부실에라도 한번 들렀으면 사방팔방 토했을 거 같다.
“그래야지.”
아무튼, 그림은 생생하게 잘 그려 놨다.
수술 전과 수술 후의 모습 모두 그랬다.
“수고했네.”
리스턴은 다시 한번 그림을 보고는 만족했다는 얼굴이 되어 돈을 좀 건네주었다.
그게 생각했던 액수보다 컸는지 아니면 아예 안 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좋아하면서 떠났다.
“자, 평. 안 힘들면 같이 가지.”
리스턴은 그렇게 돈을 내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곤 나를 바라보았다.
좀 어이가 없었다.
‘깽판 치러 가는 거 아닌가……?’
그러려면 칼 찬 리스턴이 최고 아닌가?
내가 무슨 필요란 말인가?
뭐 이런 얼굴로 보고 있으려니, 리스턴이 껄껄 웃었다.
“자네가 생각보다 명성이 높던데?”
“제가요? 뭐…… 마취제도 발견하고 하긴 했죠.”
“아니, 뒷골목에서.”
“뒷골목이요? 왜요?”
내가 그럴 게 있나?
싸운 적도 없다.
싸움 구경이야 했지만.
리스턴이 일방적으로 패는 거였으니 싸움이라기보다는 학살인가?
아무튼, 어리둥절했다.
“청나라 갱이라던데. 얼굴이 꽤 박력 있게 느껴지나 봐.”
“아니…… 제가…….”
“그리고 생각해 보게. 사람들 똥물 퍼먹이고, 목에 구멍 내고, 팔다리 자르고, 턱도 자르고…… 이렇게 흉악한 사람이 런던 바닥에 자네 말고 또 누가 있나.”
“저만 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치료의 일환인데…….”
“그걸 사람들이 어찌 아나. 원장님이 그러던데. 이제 나랑 같이 안 있고 혼자만 있어도 될 거라고. 사람들이 두려워한다고 하더만.”
“아.”
이런.
오해를 잔뜩 사 버렸네?
그것과는 별개로 백린 성냥 제작을 멈추는 건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별수 없이 리스턴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그렇게 가면서 잘 들어 보니 과연 내가 명성이랄 게 있는 사람이긴 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청나라 갱이다…….’
‘아니야, 청이라니.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온 주술사라네.’
‘주술사? 그럼 이럴 게 아니라 당장…….’
‘쉿. 그런 소리 하지도 말게. 저주받아!’
‘저주라니?’
‘모르는군…… 이렇게 소식에 어두워서야.’
내 소식 같은데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다.
궁금하긴 해서 귀를 기울였다.
‘파리에 이번에 수천 명이 죽었지 않나.’
‘그랬다고 들었네.’
‘저 작자가 내린 저주라네, 그게. 그렇지 않고서야 저치가 딱 들어갔을 때 발생하고 나올 때 좋아졌을 리가 있나!’
‘허어.’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