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30)
검은 머리 영국 의사-230화(230/505)
230화 당뇨 [4]
“자 보시다시피 개들은 당뇨에 걸렸습니다.”
“그렇구만.”
“정말 신기하네, 그려.”
“과연 조선…….”
“어떻게 압니까? 교수님께서 한번 마셔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단 오줌인지 아닌지 이렇게 봐서 어떻게…… 읍!”
내 말에 다들 수긍하고 있었다.
제이미 경의 탁한 소변을 마셔야만 했던 콜린이 잠시 반항하고 나서긴 했지만…….
뭐 어쩌겠나.
리스턴이 녀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딜 감히 의학의 위대한 진보 앞에서 소변 그거 하나 마신 거 가지고 저런단 말인가.
‘아니…… 전에는 똥물도 마시려고 했잖아?’
한 가지만 해라 이거다, 한 가지만.
괜히 멀쩡한 사람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아무튼, 나는 콜린에게서 고개를 돌려 보다 쓸모 있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 말은 곧 이 췌장에 뭔가 있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치료를 어찌해야 할까요?”
“췌장을 붙여 주면 어떻겠나?”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장기 이식에 대한 꿈…….
꿀 때도 되긴 했다.
하지만 면역 반응이라는 산을 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인체에 뭔가 집어넣는 수술은 단 하나도 없을 거다.
왜?
이물에 대한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왜 이물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른다.
“그 방법도 있겠죠. 한번 해 보도록 합시다. 마침 여기 개 두 마리가 더 있어요.”
난 알고 있다.
이 불쌍한 개 두 마리의 췌장을 떼어서 이미 뗀 녀석들에게 붙여 주는 건…… 살인 아니, 살견을 좀 어렵게 하는 것일 뿐이라는 걸.
하지만 어쩌겠나.
이 시기 과학자들은 용기가 넘치다 보니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해 본단 말이야.
그게 심지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고 해도 서슴없이 한다고.
당장 비소도 그랬잖아?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음알음 비소를 쓰고 있다고 하지…….’
‘비소 벽지를 발랐더니 쥐와 해충이 사라졌어요!’라는 광고 문구를 어제도 아니고 오늘 여기 오다가 봤다.
미친놈들…….
쥐가…….
하수구에서도 멀쩡히 사는 새끼들이 왜 니네 집에서는 못 살고 뒈지거나 도망갔겠냐.
생각이라는 걸 아주 조금이라도 해 보면 딱딱 답이 나올 문제를 가지고 저러고 있다.
“좋아. 역시 사려가 깊군그래.”
“괜히 저 나이에 교수가 되었겠습니까, 하하.”
그렇다 보니 해 보자는 말에 딱히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인권도 없는데 동물권이 있겠어?
대미언 경도, 리스턴도 허허 웃으며 불쌍한 개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두 마리의 개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량하게 낑낑대고만 있었다.
뭐…….
의미 없는 절제술이 되진 않을 거다.
‘3일 전에 뗀 애들은 이미…… 맛이 가 버렸어.’
사실 췌장을 뗀다는 게, 이게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막말로 여기 항생제가 있길 하나 소염제가 있길 하나.
아무것도 없다.
그 와중에 수술을 받았는데, 그 결과 어마어마하게 혈당이 치솟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라 뭘 먹어도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당뇨만 걸린 게 아니라 소화효소도 제거된 셈이거든.
19세기 개니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지 21세기 개였잖아?
그날 죽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췌장을 이식하는 것이 사실 성공할지 말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환자는 죽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어떤 생각인가?”
“자네 생각이라면 악랄하기는 해도, 반드시 쓸모가 있겠지.”
“그래, 말해 보게.”
대미언, 리스턴 그리고 원장님 순으로 떠들고 있었다.
아, 원장님은 왜 왔냐고?
이 시기 당뇨가 상류층들 사이에서는 꽤나 문제가 되고 있어서 그랬다.
며칠 시간 빈 동안 알아보니까…….
‘꽤나’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가 아니더라고.
서른 살쯤 발병하면 대개 4년 내에 사망한다고 하더라.
심지어 1형 당뇨병 같은 경우, 그러니까 소아 당뇨는 더 심해서 1년도 못 사는 경우가 많았다.
노인은 그보다 길게 사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제이미 경처럼 남성 호르몬이 제거된 경우라면 1년도 길 거다.
아무튼, 상류층 대상으로 영업을 뛰어야 돈을 버는 시기이긴 한 만큼, 또 나 덕에 나름 상류층 환자가 늘어난 만큼 원장님의 이 당뇨에 대한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원장님까지 나서 주면 뭐 못 할 일이 없지.’
저 양반이 나름 끗발이 좋잖아?
나는 목을 좀 정리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췌장의 즙을 짜서 주는 겁니다.”
“즙……?”
“제가 어디서 보니, 수탉의 고환을 짜서 먹었더니 남성성이 더 좋아졌다는 말이 있더군요.”
“말이 되나.”
“일단 들어 보세요.”
“그래.”
리스턴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실은 솔깃했다는 사실을.
아마 가는 길에 수탉 고환 다들 하나씩 사서 갈걸?
‘일부러 먹었다고 한 거다, 그래서…….’
맞아야 효과가 있다.
먹으면 그 안에 뭐가 들어있건 간에 다 소화되서 없어지거든.
근데 맞아야 된다고 말하면 이 인간들 다 주사 맞을 거 아니야?
소독도 제대로 안 된 거 맞았다가 패혈증이라도 걸리면 어쩐단 말인가.
여기 모인 이들이 인류에게 있어 큰 공헌을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도움 되는 사람들이다 보니 안전하게 이끌어야만 했다.
“췌장의 기능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럼 그 췌장에서 나오는 걸 주면 해결이 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군.”
“근데 이식 말고 무슨 방법이 있지?”
“즙 짠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는 평을 아끼는 듯하면서 말은 잘 안 듣는군그래.”
“제가 알아보니 이 근처에 도살장이 있더군요. 소만 하루에 몇 마리씩 잡는다던데…… 거기서 췌장을 얻어 와 즙을 짜서 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소의 것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확인해 봐야겠죠?”
“오…… 공짜로 주겠나?”
“안 주면 제가 받아 오죠.”
“든든하군.”
아마…….
내 기억이 온전하다면 원 역사에서도 이렇게 했을 거다.
이걸 대체 어떻게 아느냐고?
당뇨에 미친 친구가 하나 있어서 안다.
학회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과 애들하고도 뭔가 할 일이 있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당뇨 얘기만 해.
거의 1년 넘게 하길래 이제는 고만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얘깃거리 떨어지니까 당뇨병의 역사를 얘기해 주더라고.
‘그때 화내서 미안하다.’
덕분에…….
와서 요긴하게 써먹는다.
“그렇게 소 췌장을 받아 오면…… 그걸 그냥 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왜?”
“소독해야죠.”
“아아.”
“염화석회!”
소독…….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의 췌장은 사실 깨끗하다.
당연히 뺄 때 오염이 되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지금 내가 ‘소독 소독’ 하는 건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아니, 그럼…… 그때 봤잖아. 다 파괴된다고. 그냥 염화석회를 주게 될 수도 있다고…… 그럼 살겠냐?”
“아…… 그런가.”
일단 조지프는 침몰시켰다.
미친놈이 뭐만 하면 염화석회 타령이다.
까놓고 말해서 페놀만 써도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냄새는 좀 별로라도 닦아 보면 좋더만.
“진짜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알코올이 어떻겠습니까?”
“알코올……?”
“그것도 뭐…… 일부 소독은 가능하지만 만들기도 어렵고 번거롭지 않나?”
알코올을 써야 한다.
왜?
원 역사에서도 그랬으니까.
원래 그랬으면 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그냥 거의 완벽한 방법이다.
‘우선…… 소화효소를 다 없앨 수 있어.’
알코올…….
이걸로 상처 소독해 봤나?
진짜 개아프다.
조직을 마구 파괴시키거든.
소화효소 따위가 견딜 수 있을까?
‘근데 인슐린은 견디지.’
이게…….
진짜 신비로운 거다.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헌데 버텨.
물론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알코올은 휘발해 버리는 데다가, 사실 인슐린은 알코올에 잘 녹아 들어가지도 않거든.
“알코올은 마르잖아요. 물론 알코올만으로 소독이 제대로 될지 안 될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또 생각을 해 봤는데…… 아주 약한 산성액을 만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산성……? 황산?”
“그거 바닥도 까졌는데 그걸 사람 몸에 들이붓자고?”
리스턴과 원장님 둘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아니다.
미쳤냐?
황산을 왜 사람 몸에 넣어.
사형이잖아, 그건.
“아주 약한 산성이요.”
“그게 그러니까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가?”
다만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미쳤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췌장은 공짜로, 그것도 꽤 많은 양을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인심이 나쁘면…….
우리가 이 췌장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돈 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리스턴이 나서면 어떻게 될까.
거따 대고도 돈 달라고 할 수 있으면 뭐 인정해야지.
물론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다.
내 목숨도 걸 수 있어.
“알아봐야죠.”
“아.”
산성용액이 인슐린을 녹일 수 있다고 했다.
분해를 한다는 게 아니라, 인슐린 성분을 그 안에 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알코올과 산성용액을 섞은 물로 췌장을 처리하면 소화효소는 파괴하고, 인슐린만 녹일 수 있다.
그 물을 그냥 두면 알코올은 날아가니까, 환자에게 찔러 넣으면 된다.
물론 과연 얼마만큼을 찔러 넣어야 하는가는 또 다른 숙제로 남을 거다.
차라리 적게 넣는 건 괜찮다.
효과가 좀 떨어지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많이 넣게 되면…….
‘인슐린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살인에 쓰인 사례가 꽤 있다.
영화에서도 나온다.
메멘토에서 보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이 아내에게 반복적으로 인슐린을 주사해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이건 차라리 귀엽다.
애초에 살해 목적으로 쓰인 경우도 많아.
‘차차 알아 가면 되겠지, 이것도.’
개들이 많이 필요할 거 같다.
원 역사에서도 수십 마리 이상 희생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땐 참 미개하단 생각만 했더랬다.
막상 하려고 보니까 그것도 운이 좋았단 생각이 든다.
확실히 잘 모르면 욕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전후 사정을 다 알게 되면 욕이 안 나와.
오히려 감탄이 나오면 나오지…….
“그럼 일단 도살장으로 가 볼까.”
“네. 췌장을 좀 얻어오죠.”
“좋아. 가세.”
“네, 형님.”
아무튼, 일행은 내 핑계에 완전히 넘어갔다.
소독…….
파리에 다녀오길 참으로 잘했다.
안 그랬으면 소독에 대한 개념도 잡히지 않았을 텐데…….
그 상황에서 이걸 대체 어떻게 설득하냐고.
말이 안 되지.
물론 개념이 잡혔다 해도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알코올이랑 산성용액을 동시에 써야 한다는 걸 이렇게 설득하다니.
‘내가 넘어온 이유가 이런 건가.’
주둥아리 잘 털어서 더 많은 사람 살리라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나는 괜히 입을 한 번 더 털고는 리스턴과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도살장에 가서 췌장을 강탈 아니, 빌려 올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