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34)
검은 머리 영국 의사-234화(234/505)
234화 달라지는 입지 [3]
마침이라고 하면 좀 악마 같긴 하다.
악마 같긴 한데…….
어떠하나? 때가 딱 맞기는 했잖아.
자꾸 알코올 빼자고 하는 찰나에 알코올 없이…….
‘아마 그냥 쥐어짜서 꽂았겠지. 그럼 시발 아무거나 꽂았어도 저렇게 되긴 할 건데…….’
아무튼, 우리식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 생긴 환자가 하나 온 마당이었다.
이런 게 꽤 필요하긴 했다.
사실 내가 멋대로 정한 방침이지 않나?
나야 답을 알아서 이렇게 한다손 쳐도…….
다른 사람들은 그런 적이 없으니 아무리 내 말이라고는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납득이 안 갈 거다.
지금 이 시대는 이론보다는 실전, 즉 실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해 봤더니 이렇게 되던데?
내가 해 봤더니 안 되던데?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 나가고 있었다.
“흠흠. 그럼 뭐…… 알겠네. 잘하게.”
“비밀 엄수 잘하시고요. 여기 들어가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 비전이 다른 곳에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게 더 큰 문제라니까요?”
“그건 걱정 말게나. 하하. 리스턴까지 갈 것도 없이 내 선에서…… 게다가 자네랑 리스턴이야. 어지간한 갱단은 엄두도 못 내고 있을걸……?”
“으음. 그…… 그건 좋네요.”
항간에 도는 소문은…….
그러니까 나에 대한 소문 말인데.
어떻게 봐도 이게 참 험악하다.
‘파리의 대재앙을 일으킨 장본인이다’부터 해서 ‘시신 해부를 하도 좋아해서 낄낄거린다’라느니…… 뭐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악명 높았던 런던의 갱단 두목 잭에게 녹색 드레스를 입힌 채 한껏 조롱하다가 저주를 걸어 숨 막혀 죽게 만들었다’라는 둥…….
‘제이미 불알 자른 게 사실은 김태평인데 제이미가 김태평을 어쩔 수 없어 해리를 대신 죽였다’라는 둥…….
‘리스턴도 사실은 김태평의 부하’라는 둥…….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이 실은 잘못되었다는 걸 실시간으로 알게 되는 기분이었다.
“평, 개가 오줌 쌀 거 같은데?”
“오, 빨리 받아야죠.”
“근데 애들이 없네. 우리가 들고 받아야 해.”
“그럼 이번엔 그냥 넘어갈까요?”
“자네…….”
“아니, 아닙니다. 받아서 먹여야지. 근데 아직도 먹여야 되나?”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최소한의 농도를 찾아야 된다고.”
“아아, 그랬죠. 하아.”
방금 전까지 배에 소화효소 더하기 잡균 어택을 받아 썩어 들어가고 있는 환자를 처치한 참이다.
아, 처치가 그 처치가 아니고 의학 처치.
못 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했다.
지쳐 간다 이건데…….
방금 리스턴이 했던 말대로 최소 농도를 찾아야 한다.
아무리 봐도 사람이 개보단 크기 때문에 농도가 좀 여유가 있지 않나 싶지만, 인슐린이라는 게 문제다.
‘이건 진짜 잘못 놓으면 사람 바로 간다고…….’
뭐, 인슐린으로 인해 저혈당이 올 때 대처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다른 약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당을 주면 된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포도당을 주사로 줘야 할 텐데, 봐서 알겠지만 우리 병원 말고 다른 곳에서 쓰는 주사는 사실상 사형 기기나 다름없다.
의식이 있어?
그래도 문제인 게…….
당이 비싸단 말이야.
그러니까 설탕이 비싸다, 이 말이다.
‘뭐 한동안은 어차피 귀족 위주로 치료가 되긴 할 거야.’
임상시험 대상자를 제외하면 뭐, 이런 치료를 대체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완전 개인 맞춤 치료다.
심지어 소의 췌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일단 가격이 올라갈 거다.
게다가 매일 여기까지 와서 맞고 괜찮은지 확인할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도 이럴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었나?
19세기라면 당연하게도 귀족뿐이다.
‘그래도 그렇게 번 돈으로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긴 해야지.’
이미 원장님은 떼돈 벌 생각에 망상 오지게 돌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나랑 리스턴에 블런델까지 해서 친한 사람들만 일할 수 있는 연구실을 만들어 준다고도 했다.
어디에?
켄싱턴에.
거기 건물이 얼마나 비싼데…….
“평?”
“아, 네네.”
“자, 누가 잡지?”
“제가요.”
“음.”
“형이 잡을래요?”
“아니, 아니야. 장갑을 못 찾았어. 안 되지, 그럼.”
“오케이, 그럼 갑니다.”
“으음.”
하여간, 그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는 농도를 낮춘 인슐린을 맞은 개의 소변을 받아 냈다.
그렇게 생산된 소변은 당연하게도 소변 소믈리에, 즉 진정한 소믈리에로 재탄생한 죄수에게로 전달되었다.
“아, 오늘도 실험이군요. 저 너무 건강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
녀석은 너스레를 떨더니만 우리가 건넨 소변을 쭉 들이켰다.
사실…….
이쯤 되면 알아차릴 만도 한데 전혀 모르는 게 너무 신기하다.
뭐, 지가 방금 말한 대로 좀 더 건강해지긴 했다.
런던 감방이라는 데가 사실 건강을 유지하기엔 거의 최악의 장소긴 하거든.
거기서 나와서 지내고 있는 거만으로도 건강해지긴 할 거야.
오죽하면 처음에 사정을 모르고 저놈 데려왔던 간수가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지내면 안 됩니다!
좋은 곳이라고 하기엔…….
바로 옆방이 해부실습실이다.
냄새가 안 나겠어?
난다.
아무리 우리가 소독에 집착하게 되어서 쓸고 닦고 하고 있다고 해도 시신 썩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포르말린 처리를 하면 좀 낫기는 한데…….
모든 시신을 그걸로 처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술 연습할 때는 아무래도…….’
그럴 필요도 없긴 했다.
강의는 포르말린으로 처리한 시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서에서 공급해 주는 시신으로는 수술 연습만 할 수 있게 되었거든.
근데 경찰서에서 공급해 주는 시신이…….
어찌된 게 점점 는다.
-오? 소변을…… 이건 꽤나 흉악한 형벌이군요. 나중에 알려주면 저놈 얼굴이 진짜 볼만하겠습니다. 저놈이 사실 이 근방에서 정말 악명 높은 놈인데…… 과연…… 적으로 돌려서는 절대로 안 되는 사나이답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불만을 품던 간수는 이 죄수가 하루에도 몇 잔씩 개 오줌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는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당연했다.
개 오줌이라니…….
어쩌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세상 가장 악독했던 왕도 이런 벌을 내리진 않았을 거 같다.
그것도 이렇게 열흘도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심지어 개 소변만으로 수분 공급이 다 될 정도로 많이.
“좀 단데요?”
“이런 망할.”
“너무 실망 마십쇼. 정말……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거 같지만, 이런 분들이 있어 대영제국이 발전하는구나 싶습니다.”
“그, 그래요.”
약간 미안해질 지경이다.
죄수 놈이 진심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막 어? 태어나서 처음 좋은 일 하는 거 같다고 그러잖아…….
“알 바인가?”
“그건 그래요.”
물론 녀석이 저지른 죄를 생각해 보면 소변 아니라 똥도 먹일 수 있었다.
잠깐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우리 리스턴 씨가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해서 우리는 꾸준히 소변을 먹여 마침내 개의 소변에서 단맛이 안 나게 되는 최소 농도를 대강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대강이라고 하는 이유는 개의 사이즈에 따라 살짝 달라서 그랬다.
아무튼, 이걸 나는 안전 용량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어떤 개라도 맞았는데 딱 쓰러지기 시작하는 용량을 위험 용량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상당히 직관적이어서 그런가 리스턴도 바로 알아들었다.
“좋군. 그럼 이 안전 용량부터 사람에게 놔줘야겠구만그래.”
“네.”
“근데 개는 이렇게 작고 사람은 이렇게 큰데 이게 되겠나?”
“안 돼도…… 처음부터 많이 줘서 사람 가게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군. 하긴…… 쓸데없이 사람 죽일 필요는 없지. 아무리 죄수라도. 게다가 이건 안 아프지?”
“음. 그럴걸요?”
“그럼 좋아할 사람이 없겠어. 경찰들도 피해자들도.”
“그…… 그렇죠.”
납득을 뭔가 좀 이상한 이유에서 하긴 했다.
세상에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이라서라니…….
아,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것은 개 하나가 그렇게 가서 그렇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나랑 리스턴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바람에 개 한 마리에게 두 번 놔 버렸다.
뭐 원래도 독성 테스트할 때 보긴 해야 하는 건데…….
아무튼, 그렇게 가 버렸다.
조용히…….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슬펐는데 이 인간은 ‘인슐린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면 너무 조용한 죽음을 선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자, 그럼 저기서 좀 기다릴까?”
“네.”
우리는 매일매일 췌장을 납품받고 있다.
나중에는 사람을 쓸 텐데 지금은 기밀을 지키기 위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부려 먹고 있다.
누구냐고?
누구겠어…….
앨프리드랑 조지프지 뭐.
콜린? 콜린은 지금 알코올을 증류하고 있다.
블런델?
블런델은 내가 내준 숙제, 즉 맞는 피가 대체 뭔가에 대해 골몰하고 있고.
‘혹시 모를 일이지, 저러다가 진짜 뭔가 알아내게 될지도……?’
0.001% 안 되겠지만.
사실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된 게 정말 아주 나중의 일 아니었나.
그 실마리라도 잡은 게 1901년.
즉 20세기의 일이다.
19세기와 20세기…….
한 끗 차이 같은데 진짜로 엄청 다르다.
‘뭐…… 그냥 수혈 전에 뭔가 검사해야 한다는 것만 깊이 깨달아도 되겠지.’
다들 알겠지만 19세기 새끼들은 뭘 해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전까지는 사실 수혈을 시도하려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제대로 피를 뽑는 것도 어렵고, 그걸 주는 것도 어려웠거든.
블런델이 아마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많이 시도해 본 사람일 텐데, 그런 블런델조차 혈관을 살짝 그어서 흘러나오는 피를 바가지에 모아다가 환자의 핏줄에 강제로 넣으려고 했던 게 다다.
그러니 뭐 양이 제대로 모이겠어?
모여 봐야 밖에서 다 굳지.
하지만 지금 내 방식, 그러니까 헌혈자에게서 환자에게 직접 주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꽤 많은 양이 들어간다.
근데 그걸 자기식대로 한다?
죽는다.
어쩌면 둘 다 죽을 수도 있어.
‘그거야 주의해서 하라고 했으니까…….’
블런델은 조심할 거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
“왔습니다!”
“좋아. 환자들은?”
“환자…… 아, 죄수들이요. 그 사람들도 지금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좋아. 그럼 이거 빨리 채취해서 이걸로 주면 돼.”
“오케이. 좋습니다. 서두르죠!”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드디어 조지프와 앨프리드가 췌장을 하나 가득 싣고 왔다.
오면서 좀 상했을 거다.
거기서도 상했을 거고.
하지만 뭐 어쩌겠어.
냉장고 만들 수 있어?
아니잖아.
‘알코올과 산성을 믿자.’
대충 소독이 되지 않을까?
그런 믿음으로 나는 췌장을 알코올 약산성 용액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용액을 만들어 모으고 있다 보니 리스턴이 다가와 물었다.
흐릿한 창문 밖에 서 있는 열 명 남짓한 환자, 즉 죄수들을 보면서였다.
“근데 말이야.”
“네.”
“검사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 사람들 소변을 어떻게 다 검사를 하냐 이 말이야.”
“문제없죠.”
“문제가 없어?”
“한 사람이 다 마시면 배가 부를 거 아닙니까? 맛도 헷갈릴 것이고.”
“그, 그래서?”
“지금 뒷마당에 5명 더 있습니다. 경범죄자들인데 훈방 대신 소변으로 처리할 생각이에요.”
“허어. 그거 묘수로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