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39)
검은 머리 영국 의사-239화(239/505)
239화 코가 왜 이래 [3]
‘요제프…… 파울 요제프 괴벨스.’
저 새끼 설마 그 선동꾼이랑 관계가 있는 놈은 아니겠지.
시대가 다르니 아마도 그렇겠지만…….
핏줄이 연결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거 같다.
일단 생긴 거부터 창백하고 음침한 것이 뭔가…… 닮았다.
“쫄았나?”
하여간, 내가 요제프라는 이름과 유태인 혐오 발언에 나치를 떠올리고 있으려니 요제프가 실로 건방지게 떠들었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당연하게도, 당연하다는 것이 좀 우습긴 한데, 리스턴이었다.
“우습지도 않군. 런던의 김태평이 기껏해야 너 같은 놈에게 쫄 거 같나?”
“런던의 김타이피영?”
“발음도 못 하네, 이 새끼.”
“흥. 동양 놈의 이름 하나 발음 못 한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
리스턴이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딱히 말릴 생각이 들진 않았다.
저 새끼는 맞아도 싼 거 같거든?
“어어어.”
하지만 원장님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까 알아보는 것도 그렇고…….
‘나름 유명한 놈인가?’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놈은 아무래도 죽이고 아무렇게나 처리하기가 좀 그렇다.
물론 우리가 소 췌장을 들고 오면서 연이 닿게 된 놈들…….
그쪽 갱단을 이용하면 죽여다가 돼지한테 던져 주면 되니까 상관은 없을 거 같긴 한데…….
‘형 쪽도 문제지.’
코 잘리고도 저렇게 까부는 놈인데 가만히 있겠나?
뭐 몇 대 때리면 사실 조용해질 거 같긴 하다.
보통 말 없는 놈들은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은 놈들은 조용해지더라고.
거기서 더 때리면 다 조용해지고?
‘아무리 그래도 콜린 형인데…….’
모르는 놈이면 그냥 여기서 문 잠그고 처리하면 될 텐데…….
아는 놈이잖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자네도 참게.’
내 생각을 읽은 건지 뭔지 리스턴은 입 모양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사이 원장이 앞으로 나갔다.
중간에 내 어깨를 툭 치고 뭐라 떠들면서였다.
‘자신 있나?’
‘물론이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원장님은 후후 웃었다.
그러곤 요제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보게, 요제프. 이 병원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리라 믿네.”
“뭐…… 영국 놈들이 요행히 명성을 얻었더군.”
그 말에 원장님이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흔적 없이 죽일 수 있겠나?’
입으로 이걸 묻기 위함이었는데, 아쉽게도 리스턴이 고개를 저었다.
죽일 수는 있는데 흔적은 남을 거 같다 뭐 이런 말이었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다.
아는 인맥들 다 활용하면 어떻게든 될 거 같기도 한데…….
“이런 제길.”
“뭐라 했소?”
“아니, 아닐세. 아무튼, 시합이라. 흐음…… 그래, 해 보지.”
“개망신당하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
“그럼 안 하겠다, 이건가? 형님 수술은 우리가 해도 되겠단 뜻같이 들리는데.”
“아니, 그건 안 되지. 이쪽으로는 내가 빚이 좀 있어서.”
아니, 대체 어쩌다가 요제프 같은 놈에게 빚을 지워 두게 되었을까.
몹시 궁금했는데, 그건 일단 처바르고 나서 생각할 일이었다.
형…….
코를 보면 볼수록 쉬운 수술은 아닐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이 시대에 내가 질 일은 없다는 거다.
편견 같겠지만 저따위로 생긴 놈에게 내가 질 리가 없다.
이건 진짜다.
“그래, 좋네. 그럼 크게 해 보지.”
“크게……?”
“일단 환자들도 모집해야 하지 않겠나? 모집해서 광장에서 수술을 하도록 하지!”
아니…….
질 리도 있나?
원장님, 지금까지 제가 소독의 중요성…… 그리고 감염의 위험에 대해 줄기차게 떠들었는데 뭘 들은 겁니까.
갑자기 광장이라니.
멘탈 흔들어서 지게 하려는 속셈인가?
“광장이라. 좋네. 근데 꼭 환자를 모집해야 하나?”
“그건 무슨 소린가?”
내 당혹스러움과는 별개로 대화는 이어졌다.
별로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독일 사람…….
나 사실 좋아하거든?
수술 기구도 독일 거밖에 안 쓰고 복강경 내시경도 독일제 아니면 안 썼다.
모든 것이 열악한 군의관 때 말고는 진짜 그랬어.
“여기도 오다 보니 열등 종자들이 보이던데. 유태인 놈들…… 매부리코를 잘라다가 코를 만들어 주면 되지 않나?”
근데 눈앞에서 자꾸 이런 소리를 하니까 헷갈린다.
제품은 잘 만드는데 사실은 이런 놈들이었나?
나치가 괜히 발생한 것이 아닌가?
‘훈족 같은 놈들이 뭐 어디 가겠나? 아, 자네를 욕하는 건 아닐세.’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으려니 리스턴이 이렇게 속삭였다.
뭔 소린가 싶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대영제국의 법상 그런 행위는 용납되지 않네.”
“순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된 것 같군그래. 위대한 게르만족이었다면…….”
“저, 요제프 박사님. 일단 승부는 받아들이시죠. 런던에서는 저들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아, 그래. 근데 이 승부가 꼭 필요한 건가? 어차피 내가 최고일 텐데 말이야.”
“그것이…….”
자세히 보니까 콜린의 형이라는 사람도 얘기 듣다 보니까 좀 헷갈리게 된 모양이었다.
하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숨 쉬듯이 혐오 발언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는데 어쩌겠어.
“여기서 이기면 자리 잡기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 뭐…… 내가 하는 말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네. 나야말로 저 저열한 유태인 놈들을 교정하기 위해 수술을 만든 사람이니까.”
“그…… 알겠습니다. 아무튼, 원장님?”
콜린 형의 말에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는 언제쯤 하면 좋겠습니까? 이 꼴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괜한 오해도 받고 있고요.”
“뭐…… 런던 바닥에 코 잘린 사람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겠나? 3일 정도만 말미를 주면 될 거 같은데.”
“3일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다시 오죠.”
“그래, 그렇게 하게. 어차피 경찰들과 협조해서 일을 진행할 것이니 자세한 사안은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될 거야.”
“네, 그러죠. 아무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콜린의 형은 그렇게 요제프 놈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털썩.
동시에 콜린이 무릎을 꿇었다.
나와 리스턴 그리고 원장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였다.
어느새 들어와 있던 조지프와 앨프리드의 눈길도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희 형이 저런 놈을 데려와서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일어나게. 자네 잘못이 아니야. 근데…….”
원장님은 말은 일어나라고 했지만 여전히 콜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일어나란다고 일어났다가는 혼날 거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내가 장담하건대 이건 분위기뿐만은 아니다.
실제로 뒈지게 혼날 터였다.
다행히 콜린은 꽤 눈치가 있는 놈이다 보니 일어나는 대신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저 요제프라는 놈은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야. 자네 형이란 사람이 왜 이러는 건가?”
“그…… 이번에 다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아, 설마…….”
“네, 이제 더 이상은 밖으로 나돌지 못할 겁니다. 나쁜 형은 아닌데…… 너무 절박했던 모양이에요. 그렇다 보니 런던에서 병원 운영할 생각을…….”
“자네 자리를 빼앗겠다는 거 아닌가? 근데 말을 그렇게 해?”
“다쳐서 그러는 거니까요. 사실 뭐…… 일부러 그런 건…….”
“대책 없이 착한 놈이네. 그래도 한 대는 맞게.”
“억.”
원장님은 콜린의 뒤통수를 한 대 세게 후려친 후, 나와 리스턴 그리고 나머지 제자들을 돌아보았다.
‘와…… 이렇게 무섭게 생겼었나?’
표정이 그래서 그런가.
리스턴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 한둘쯤은 충분히 담그고도 남을 거 같았다.
“자네들. 이길 수 있겠지?”
“아…… 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정답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별로 표정이 좋아지지 않았다.
“요제프가 누구인지는 알고서 그런 말을 하나?”
“아뇨, 사실 모릅니다.”
“콜린이었으면 때렸을 텐데, 닥터 평이라 봐주는 거야.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 죄송합니다.”
말은 죄송하다 했지만 속으론 억울했다.
왜냐면 내가 19세기 의사들한테 질 리가 없었으니까.
물론 그런 말을 겉으로 할 만큼 눈치가 없는 건 아니라 그저 기다렸다.
“요제프…… 저 인간은 아까 잠깐 말했던 거처럼 코 성형을 주로 하는 놈이야. 고객은 대개 유태인이지. 유태인들의 특징 중 하나가 매부리코이지 않나? 그걸 교정하고 있어. 그럼 생김새로 유태인이란 의심을 받지 않아도 될 테니까?”
“허어…… 매부리코를?”
좀 놀랬다.
매부리코 성형이 성형 중에서는 쉬운 편에 속하거든?
생각보다 영리하게 케이스를 고르는 놈이란 얘기가 되는데…….
뭔가 생각을 하다 보니 그전에 유태인에 대한 염려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그래서 재건술에도 아주 능하다고 들었어.”
“매부리코 수술하는 거란 재건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자네 자신 있는 거 맞지?”
“그건 맞는데…… 이해가 잘 안 가서.”
원장님은 내 말에 ‘흐음’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코 수술을 하다 보면 코가 썩는 경우가 아주 많다네.”
“아…….”
“소독을 안 할 테니까? 아무튼, 그래서 재건술도 잘한다고 들었어.”
“문제는 안 생긴답니까? 코 모양 바꾸려고 했는데 코가 썩어서 없어졌다는 거잖아요?”
“문제? 뭐…… 유태인 상대로 하는 수술인데 그런 게 있을까? 오히려 요제프 측에서 죽이거나 해서 덮을 가능성이 있지.”
“아, 네…….”
그렇군요.
개무서운 놈이로군요.
어쩐지 리스턴을 빤히 보면서도 건방진 소리 엄청 하더니만.
“아무튼, 그래도 이길 수 있겠나?”
“뭐…… 이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닥터 평. 자네 말이라면 내가 믿을 수 있지. 하지만 잘못되면 책임은 자네 몫이야. 알고 있지?”
“그럼요.”
“그렇다고 자르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대신 당뇨 치료만 전념하게, 지게 되면. 상류층이 부르면 가서 좀 열심히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요제프에 대해 생각했다.
‘왜 코가 썩을까?’
소독 때문만은 아닐 거 같다.
당연히 소독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실 코 수술에서 소독은 21세기에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거든.
코안을 어떻게 다 소독할 거야, 그거.
절개하는 면이나 소독하고 마는 거지.
그보다는 수술 방법이 개판일 거 같다.
‘재건은 잘할까?’
그럴 리가 없다.
확신이 온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하는 놈이 수술을 잘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재건술이 미친 듯이 발전하게 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개판이라고 들었어.
아니, 사실 마취가 생기기 전까지는 모든 수술이 개판이었지.
아?
“자네 정말 자신 있지?”
“그럼요.”
“어떻게 확신하나? 상대가 수십 년간 해 봤다면…… 아무리 자네라도.”
“그럴 리가 없어요.”
“왜?”
“마취도 없이 코 수술을 하겠습니까? 아무리 유태인들이 차별받는다고 해도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 이유로 수술하는데…… 마취도 없이? 말이 안 되죠. 독일에 우리 마취 방법이 전해진 게 기껏해야 몇 개월 되지도 않았을 테니 저 양반 경력도 몇 개월밖에 안 될 겁니다.”
“아하. 자네…… 역시 천재로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