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42)
검은 머리 영국 의사-242화(242/505)
242화 코 재건술 [3]
“자, 일렬로 서시고.”
시신으로 한 연습이야 오래 걸릴 것이 없었다.
사실 테크닉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울 만한 수술이 아니라서 그랬다.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할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흐음.
리스턴의 말마따나 모양까지 고려한다면야…….
난이도가 급상승하겠지만, 그런 걸 19세기 의학 수준에서 고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괜히 모양 만들려다가 사람 죽을 수 있어.
아니, 아니지.
단언한다.
죽어.
다 죽는다.
“어디…….”
해서 우리는 정말 간단한 국소 피판술 그러니까 이마 쪽 살을 돌려서 결손 부위를 막고, 절제된 이마 쪽은 당겨서 꿰맨다는 컨셉만을 익힌 채 바로 실전으로 돌입하기로 했다.
‘아, 손 아파.’
물론 환자 보기 전에 손도 다 닦았다.
염화석회는 이제 퇴출되었다.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다 죽는단 것을 내가 직접 입증했다.
왜?
너무 아파서.
그래 봐야 페놀로 닦고, 비누로 닦아야 하기 때문에 안 아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처럼 뒈질 것처럼 뻘게지지는 않는다.
“당신이 첫 번째로 하죠.”
“어, 어어. 네, 네!”
나는 손이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매의 눈으로 환자들을 살폈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고, 대강 지금의 실력으로도 문제없이 재건이 될 것 같은 환자를 고른 거다.
일단 코의 결손이 작은 게 좋지 않겠나?
동시에 이마도 좀 잘 늘어날 법한 사람을 골라야 했다.
그러면서도 나이는 젊고.
전체적인 생김새는 코가 좀 이상해도 괜찮을 만한 사람으로…….
‘솔직히 이게 21세기에 하는 수술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게 했는데도 코의 결손이 작지는 않았다.
아마 성형외과 의사들이 와서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나 가르쳐 준 사람들도 이런 건 감히 상상도 못 할걸.
그렇잖아.
세상에 코가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국 형벌 중에 코 자르는 형벌이 있는 줄 알겠다.
‘없지? 없는 거 맞지?’
없다고 확신은 못 하겠다.
몇 번인가 기마경찰들이 범죄자들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걸린 일반인들인지 모를 사람들 두들겨 패는 걸 봤는데 진짜 무섭더라고.
이렇게 때리면 상대가 혹시 죽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자체를 안 하더라.
“자, 이쪽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아마도 매독에 의해 코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수술방으로 이끌었다.
말이 수술방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구실로 쓰이던 곳이다 보니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일단 매끈한 철로 이루어진 수술대부터 해서 모든 것이…….
“으아 차가워!”
“좀만 참아요. 어차피 그렇게 오래 안 걸리니까.”
감염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다.
오래 걸릴 수술이면 당연히 체온을 신경 써야겠지만…….
사실 신뢰할 수 없는 마취약을 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오래 걸릴 수술을 하면 안 된다.
“도, 돈은 주시는 거 맞죠?”
“네, 그럼요. 우리 병원이 돈 떼먹는단 얘기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없, 없습니다. 그, 그럼.”
“아…….”
마취 담당인 앨프리드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짜증 내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21세기에 이랬잖아? 바로 징계야.
아니, 그냥 저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유독 그런 병원에서만 근무한 것일 수도 있는데, 요새 의사들은 다 친절해.
가뜩이나 아픈 사람 보는데 이상하게 군다는 게 이상한 일이잖아?
편의점에만 가도 최소한의 친절함은 기대할 수 있는 시대다 보니, 눈높이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 살 수는 있는 거죠?”
“아.”
하지만 이 곳은 19세기다.
딱히 친절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심지어 교회를 가도 그렇다.
위로 대신 혼내는 곳이야.
“왜…… 말이…….”
허나 지금 환자는 친절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왜냐.
목숨을 담보해 줄 수는 없거든.
사람은 원래 미안한 감정을 품게 되면 친절해지기 마련이다.
“살 수 있어요.”
앨프리드…….
아직 멀었다.
의사는 일단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단 말이다.
치료해야 하는데 환자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나을 병도 못 고친단 말이다!
‘뭐…… 이런 생각도 실제로 많이 살려 봐야 할 수 있게 되는 법이긴 하지.’
현대 의학…… 미안하다.
맨날 입만 열면 현대 의학은 한계가 있네, 아직도 암도 정복 못 했네, 어쩌네 하면서 욕했던 거 다 미안해!
치사율 10%라고 하면 다들 놀라 자빠졌었지.
사실 90%나 살 수 있는 별거 아닌 병인데!
그 똑같은 병을 여기 들고 오면 치사율이 90%일 거다.
나머지 10%도 사람이 진짜…… 말도 못 하게 강해야만 살 수 있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당당해지라는 말을 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의사는 당당하긴 해야 하지. 잘 봐라. 날 보고.’
그렇지 않아도 내 당당한 말에 앨프리드가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게 보인다.
환자?
환자도 그렇다.
“저, 정말입…… 어.”
사실상 수술하면 죽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시대에서 살 거라는 말을 이토록 뻔뻔하게 하는 의사를 대체 어디서 봤겠나.
아무리 승마술을 제대로 익힌 의사들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에서 벌어질 참사에 대비해 면피를 미리 해 두는 법이거든.
“어?”
“생각해 보니까 이 수술은 나도 처음이라.”
“그렇다고 바로 가스통을 돌려?”
“어쩔 수 없었어.”
근데 막상 머리를 굴려 보니, 구라 마스터 김태평도 감히 환자 앞에서는 헛소리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해서 대화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미친…….”
“아무튼, 마취됐어. 자! 시작하자!”
가스통 돌렸다, 이 말이다.
앨프리드도 그렇고 나머지 놈들도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아 보였지만…….
뭐 어쩌겠나.
이미 마취는 됐는데.
21세기라면야 설렁설렁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들 나는 듯이 움직여야 했다.
마취 사고가 심심하면 나거든.
“조지프!”
“오케이!”
일단 소독은 조지프의 몫이다.
나도 해 봤는데 아무래도 이놈이 짱이다.
물론 얼굴이다 보니 평소처럼 우악스럽게 닦지는 못했다.
피부가 상할까 봐서는 아니다.
그따위 작은 것을 염려해서야 대체 어떻게…… 19세기에서 수술을 하겠어.
문제는 눈이다.
눈에 페놀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싫다.
“콜린, 칼.”
“네!”
해서 조지프는 면봉 비슷하게 만든 도구를 이용해 빠르고 꼼꼼하게 동시에 안전하게 소독했다.
하도 닦고 다녀서 그런가 기구가 저 모양인데도 빨랐다.
덕분에 나는 거의 마취가 되자마자라고 해도 될 시간 만에 칼로 환자의 이마 쪽을 그을 수 있었다.
지이익.
혈관 생김새는 익히 알고 있다.
이건 사실 수술 배우기 전에도, 그러니까 해부학 배울 때 이미 숙지하고 있던 것이니까.
대한민국 의과 대학 커리큘럼이라는 게 이런 것도 모르고 유급을 면하게 해 줄 만큼 만만한 곳은 아니지 않나.
지이익.
모양보다는 일단 없던 코를 다시 만들어 준다는 생각만 하면서 하다 보니 속도가 엄청 빨랐다.
“벌써?”
앨프리드는 가스통 밸브에 손을 가져가면서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
나도 감탄했다.
손에 칼 쥐고 있으니 속으로만이긴 하지만.
‘확실히…… 앨프리드는 사려 깊은 사람이야. 마취하기 딱 좋다.’
집도하려고 설치는 놈이라면 지금 아마 속으로 자기가 나 대신 째는 상상이나 하고 있을 거다.
옆에 있는 리스턴이나 조지프, 콜린처럼.
물론 콜린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절제가 되는 놈이다 보니 딱딱 기구를 들려 주고 있긴 하지만…….
허나 앨프리드는 같은 수술을 보면서도 마취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건 진짜 대단한 거다.
특히 지금처럼 마취 자체가 위험해서 어떻게든 최소로 맞춰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봉합사!”
“네!”
19세기 의사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봉합사로 꿰매진 않았다.
물론 지금 쓰는 실, 이거 엄청 소독하긴 했다.
페놀에 요오드에 막 다 했다!
그렇다 해서 믿을 수 있나?
-음, 역시 안 되는군그래.
궁금한 건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리스턴이 벌써 해 봤다.
아, 사람한테 한 건 아니고 개한테 했다.
그리고 그 개는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봉합한 곳마다 염증이 막…….
아이구.
회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멀쩡한 개한테 한 건 아니고 길거리에서 이미 다친 애를 대상으로 수술해 준 결과라는 거다.
‘듬성듬성…… 그러면서도 꽉 째지 않게.’
하여간, 그 이후 우리끼리 결정한 방침이 있다.
최대한 봉합은 적게 할 것.
또 봉합사에 걸리는 힘도 적게 할 것.
안 그러면 썩으니까.
“끝!”
“오케이. 환자분!”
“으…….”
아마 원래 하던 거만큼 모양이 이쁘진 않을 거다.
하지만 마냥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빠르다.
후후.
어쩐지 대강 해서 빨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하여간, 앨프리드도 이제 내 보조 들어온 지 꽤 오래되었다 보니 마취 또한 귀신같이 딱 맞춰서 끝냈다.
“자. 절대 얼굴 손대면 안 됩니다.”
“네, 네. 돈은……?”
“돈은 집에 갈 때 드려요.”
“아…….”
“당연히 여기서 체류하는 비용도 다 드립니다.”
“아!”
이마에서 코까지 연결된 저 흉측한 건 3주 뒤에 잘라 주기로 했다.
그렇게는 해야 저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거든.
-이만한 비용…… 들여도 좋네. 요제프 놈을 이겼단 소문이 돌면, 유태인들이 어디로 오겠나!
자연히 오늘 수술받는 다섯 명 전원 3주 입원이다.
그것도 지들끼리 얼굴 보면 좀 그러니까 개인실로 입원이다.
뭐 개인실이라고 해 봐야 감옥 독방 같은 느낌이겠지만…….
“와…… 여길 혼자!”
환자들은 좋아하니 다행이다.
아무튼,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다음 날 아직 환자가 살아 있는 거까지 확인하고 나니 원장님이 찾아왔다.
“자네 말에 따라 코의 결손, 이마의 늘어나는 정도에…… 나이를 다 고려해서 찾아왔어.”
“생긴 건요?”
“못생겼네.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지만 코가 있었어도 그냥 비슷했을걸.”
“저쪽으로 보낼 환자는?”
“코의 결손만 비슷해. 이마는…… 잘 안 늘어나더군.”
“생긴 건요?”
“역시 못생겼네. 런던 바닥에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그걸 찾나.”
“하긴.”
결전의 날이라 그랬다.
질 확률?
없다.
100% 이길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다.
사자는 쥐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한다고.
명백히 사자라 할 수 있는 나 김태평은…… 요제프라는 쥐새끼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환자 선택이 수술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시대이지 않나.
‘뭐…… 애초에 이마로 할지 안 할지도 모르겠고.’
아마 모를 거다, 이 방법도.
그렇다면…… 내가 이긴다.
“자, 가세.”
“광장에서 하긴 해야 하는 거죠?”
“나도 자네들 말 듣고 소독의 중요성을 알게 되긴 했네. 하지만…… 어쩌겠나. 그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화가 잔뜩 나 있다고. 볼거리 하나 줄어들어서.”
“하아…….”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야. 자네 명성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독일 놈과 공개 대결이라니…… 모르긴 해도 의회에서도 좋아할걸? 이만한 구경거리는 사형식 이래 처음이니까.”
“아…….”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원장님과 함께 평소 수술 쇼 하던 곳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하는 트래펄가 광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