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43)
검은 머리 영국 의사-243화(243/505)
243화 트래펄가 광장에서의 대결 [1]
트래펄가 광장.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 제독이 크게 승리한 것을 기념해서 지은 광장이다.
우리로 따지면…….
거의 이순신 장군이 있는 광화문 광장급이라 이건데…….
그렇게 중요한 곳에서 오늘 나는 요제프와 함께 수술 대결을 펼칠 계획이다.
사실 뭐 공개 수술이 처음인 것은 아니긴 하다.
벌써 여러 번 했는데…….
“잘하게. 아주 박살을 내 버려.”
차이가 있다면, 이번 주역이 명백히 나라는 점이다.
리스턴은…….
-나는 이렇게 조그마한 수술은 하기 싫네. 게다가 결과가 뻔하지 않나. 제대로 재건할 수도 없는 거니…… 나로서는 좀 그렇구만그래.
코 수술이 싫다고 하셨다.
작은 수술이 싫다는 의견은 사실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재건이 안 되어서 싫다고 하는 건…….
‘이 새끼…….’
어?
기분이가 상당히 좋지 못하다.
팔다리 절단이나 하던 사람이 갑자기…….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감히 소드 마스터 앞에서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아닌 만큼, 나는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답하고 앞으로 나섰다.
광장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미리 경찰하고 얘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인파에 쓸려서 가운데로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뭐, 당연하게도 우리 일행은 별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누, 누가 밀어?”
“불만 있나?”
“아, 아닙니다!”
리스턴이 있으니까.
“어어. 피영이다! 청의 피영이야!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비켜, 비켜!”
아…… 나도 있고.
“경찰이다! 비켜!”
경찰도 있다.
하여간, 그렇게 광장 중앙에 위치한…….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제단이 있군.”
“아, 그래. 제단.”
원장님 말대로 제단이 있었다.
원래부터 있던 건 아닐 터였다.
나무로 부리나케 만들어 둔 거 같은데…….
하여간 꽤 높아서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그 위에는 원장과 경찰 등이 합심해서 찾아 둔 환자 둘이 서 있었다.
당연한지는 모르겠는데 자신들이 누울 침대…… 옆에 선 채였다.
침대의 형태는 각각 달랐다.
내가 주로 쓰는 수술대와 요제프가 쓰는 수술대가 달라서 그랬다.
“독일 놈이라 그런가, 기구는 좋아 보이네.”
리스턴이 놈의 수술대 그리고 수술대 옆 기구대에 놓인 기구들을 보면서 군침을 다셨다.
‘조심해라, 요제프…….’
저거 다 뺏길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안 그래도 오늘 승부에 걸어 둔 각자의 재산이 꽤 많지 않나?
나야 뭐 원장님이 이런 식의 위험을 맡아 주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요제프는 엄청 털리게 생겼다.
“자자!”
반대편에서 요제프와 그 일당들까지 등장하고 나자, 제단 위에 서 있던 이가 크게 소리쳤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다 싶어서 보니까…….
의회 사람이다.
의원이다, 이 말이다.
그중에서도 꽤 높으신 양반이 나와서 저러고 있다.
“오늘 드디어 시민 여러분들께서 고대하고 고대하시던 수술 대결이 있습니다!”
목청순으로 뽑는 건지 뭔지 목소리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리고 멘트도 좋았다.
딱히 정치인 같다기보다는 약장수 같다는 게 문제긴 한데…….
“우측으로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아니, 진짜 약장수잖아.
제스처가 너무 좀…….
“조선에서 온 신비로운 의사, 노블 킴! 그로 말할 거 같으면 최연소 의사에 의대 교수까지 역임했으며 소드 마스터 리스턴 박사와 함께 마취제를 발견했으며 파리에서는 트라팔가르 해전과 비슷한 공로를 세운 바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법한데요!”
“와아아아아아!”
“피영 만세!”
“노블 킴 만세!”
그…….
이게 내 소개라고?
어디 사기꾼이 하는 것도 아니고 의회에서 하는 소개가…… 이렇다고?
저 새끼 저거 끌어 내려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리스턴을 돌아보니, 리스턴은 어쩐지 흐뭇해하고 있었다.
입 모양이 정확하진 않은데, 딱 알아볼 수 있었다.
-저래야 내 아우지.
코 쓱 하지 말라고…….
이제 보니 리스턴뿐 아니라 조지프, 앨프리드 심지어 콜린까지 다 어깨를 으쓱하고 있었다.
주변을 ‘마! 우리가 이런 사람하고 친구다’라는 듯한 눈으로 보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 좌측으로는…… 독일에서 온 닥터 요제프입니다! 유태인들의 구원자로서, 그들의 비열함과 저속함을 나타내는 코를 전문적으로 고쳐 주는 위인 중의 위인입니다!”
“와아아아아!”
“유태인 놈들은 죽여야지! 그걸 치료해 줘?”
아.
근데 다 듣고 보니 뭐…….
요제프 쪽도 만만치 않은 거 같다.
유태인 코를 수술해 주는데, 그걸 구원자라고 생각하는 이놈들도 놀랍고…….
‘하긴, 유태인을 학살한 건 나치지만 실제로 유럽 전역에서 멸시와 괄시가 있었다고 하지.’
샤일록 같은 애들…….
어떻게 봐도 나쁜 놈인데 배경이 다 유태인이잖아.
아직 대면한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뭔가 돈에 밝은 사람들인 건 맞는 거 같다.
“자…… 환자들. 누워 주시고.”
“네네. 돈은…….”
“그런 저속한 얘기는 일 다 끝나고 하지.”
“아, 네…… 그래도…….”
“아까 좀 받았잖아? 이따 더 준다니까?”
“네, 알겠…… 알겠습니다.”
진행자는 그렇게 우리 둘의 소개를 마치곤 환자 둘을 각기 침대에 눕혔다.
보아하니 딱 내가 요구했던 조건에 맞는 환자를 잘 골라 온 듯했다.
원장님도 경찰도 다 한통속이니 당연했다.
이러한 유착을 들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면, 아직 19세기에 대해 잘 모르는 거다.
19세기 분들은 아직 수술의 적응증이라는 말도 잘 모르거든.
그냥 환자가 있다! 그럼 무조건 칼 들고 뛰어가는 거다.
저 요제프 같은 경우엔 유태인이 있다고 하면 칼 들고 뛰어가는 것이고.
“엄청 요란하군그래.”
같이 따라온 블런델이 요제프 측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따라온 사람이 되게 많았다.
수술 보조뿐 아니라…….
“대장장이야. 팔뚝 살로 수술할 생각인 모양인데.”
리스턴이 그렇게 따라온 사람을 알아보았다.
“아는 사람인가요?”
“아, 아니. 근육 잡힌 게 딱 망치 좀 휘두른 형태야.”
“아하.”
“생긴 건 독일 놈인데.”
“아, 그렇군요.”
독일인 대장장이라…….
그렇게 듣고 보니 참 고집스럽게 생긴 것이 일 잘하게 생겼다.
‘탐이 난다…….’
얼마나 실력이 좋으면 저렇게 데리고 다닐까?
‘아니, 아닌가?’
실력이 좋으면 도시 한구석에 자리 잡고 지낼 테니…….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이곳저곳 떠돌게 된 건가?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저쪽이 아니라 이쪽이다.
질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승부 이전에 환자에 대한 수술이지 않나.
“환자분.”
“네.”
“코 재건할 겁니다. 이마 쪽 살을 돌려서 할 건데…….”
“네?”
“일단 주무시고 나시면 다 끝나 있을 겁니다.”
“어…….”
해서 나는 일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그렇게 내 말이 끝나자, 앨프리드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가스 밸브를 돌렸다.
끼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흘러나왔고, 곧 환자는 마취되어 의식을 잃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노블 킴 쪽이 마취를 시작했습니다!”
“와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생중계가 시작되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을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미친.’
다들 눈이 돌았다.
너무 흥분했어.
아마…….
이대로 ‘사실은 수술이 아니라 사형 집행입니다’라고 해도 납득할 거 같다.
아니지.
오히려 좋아할걸?
장담할 수 있다.
“조지프.”
“응!”
저들이 저런다고 해서 우리도 덩달아 휩쓸려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지 않겠나?
뭐가 되었건 의사잖아.
눈앞에 환자가 있다면…… 거기에 매진해야 한다.
슥슥.
조지프는…….
진짜 언제 봐도 소독을 잘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 면봉도 아니고 뭣도 아닌 것으로 얼굴을 저토록 빨리 닦을 수 있는 걸까.
게다가 엄청 꼼꼼하다.
페놀이라는 게 색이 진하지는 않아도 딱 흔적은 남거든?
환자의 얼굴 전체가 그 흔적으로 뒤덮이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김정기 화백의 드로잉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좋아. 칼.”
“네.”
그렇게 소독이 끝나고, 나는 콜린 그리고 조지프와 함께 수술에 나섰다.
수술은 대략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우선 콜린에게서 칼을 받아 든다.
그럼 조지프가 이마를 쫙 당겨서 절개하기 용이하게 해 준다.
지이익.
그렇게 절개를 하고, 2cm 정도 옆으로 이동해서 똑같이 절개를 해 준다.
위에서 만나게끔 절개를 이어 주고, 상대적으로 넓적한 기구를 이용해서 그렇게 절개가 만난 부위에서부터 이마뼈와 살을 분리해 준다.
톡.
톡.
골막 밑을 친다, 이 말인데…….
이게 안 해 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재밌는 작업이다.
그냥 툭툭 밀어 치면 막 들려.
이걸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박리는 꽤 재밌는 작업이다.
물론 골막 위로 치기 시작하면 이제…… 염병 나는 건데, 나야 뭐 박리하는 데 있어서 인이 박인 지 오래다 보니 대충해도 잘만 되는 편이다.
애초에 이런 식의 박리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기도 하고.
“좋아. 실.”
“네!”
순식간에 박리 끝내고, 이맛살을 코 쪽으로 돌렸다.
“위에는 조지프가 해 봐.”
“어어.”
내가 이맛살을 코의 결손 부위와 봉합하는 동안 조지프는 이마 절개 면을 당겨서 봉합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함이었다.
아니…….
이놈의 마취 가스 이거 시간이 길어지니까 확실히 부작용이 남더라고.
기억력이 막 떨어지고 그래…….
전에 환자는 수술하기로 했던 걸 자꾸 깜빡하더라고.
벌써 수술 다 해서 팔 잘랐는데 그러니까 무섭잖어.
‘게다가 수행 능력도 좀 떨어지는 거 같다는 보고가 있었지…….’
사실 이건 뭐 익히 알고 있던 일이긴 하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마취제 쓰면 머리가 좀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었잖아.
그게 그냥 있던 말이 아니라는 게 마취과 샘들의 말이었다.
다행히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약들이 더 개선되어서 그런 부작용이 거의 다 사라졌다고는 들었는데…….
그 말은 곧 19세기 약은 훨씬 더 열악하다는 얘기가 된다.
“와아. 이거! 가까이에서 못 보는 분들에게 죄송할 정돈데…… 코가! 코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간을 더 끌면 우리의 미친 진행자님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확률로 수술 부위를 오염시킬 것 같다.
방금도 침방울 튀었는데 조지프가 손으로 받았어.
“시발.”
“의학 용어인가요?”
그러면서 동시에 욕설을 내뱉었는데, 억양이 딱 들어도 욕 같긴 해도 처음 듣는 말이기도 하고 또 설마하니 런던 시민이 자신에게 욕을 할 거라고 생각지는 못했는지 진행자 그러니까 의원은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얼굴로 물어 왔다.
나는 조지프가 또 욕설을 내뱉기 전에 빠르게 구라를 쳤다.
“네. 야, 뭐 해 시발. 그거 안 줘?”
“아, 네네.”
그러곤 가위로 방금 봉합한 걸 툭툭 잘랐다.
진행자는 그런 우리를 보면서 외쳤다.
“방금 시발 보셨습니까? 대단한 시발입니다!”
약간…….
말을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