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45)
검은 머리 영국 의사-245화(245/505)
245화 트래펄가 광장에서의 대결 [3]
“으아…….”
“아아아아아, 살려 줘…….”
사상자는 대략 열 명.
그중에서 경상자는…….
21세기 기준 3명, 19세기 기준으로는 6명이다.
자기 힘으로 일어설 수 있으면 경상이지.
괜히 저 상태에서 치료해 준답시고 건드렸다가는 더 아프게만 할 수도 있다.
아니…….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된다.
“조지프, 출동.”
“소독하고 감아?”
“그렇지.”
“오케이. 후후.”
그렇다고 그냥 두는 건 안 된다.
그래서 조지프를 우선 출동시켰다.
소독의 달인이자 소독에 미쳐 버린 인간인 조지프는 순식간에 페놀로 적당히 다친 환자들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전부 다였다.
‘대결이긴 하지만…… 그래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최소한 소독은 해 줄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우리 역량으로 19세기 기준으로도 중상자로 분류되는 사람을 전부 다 보는 건 무리다.
내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왜?
내가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생각보다 21세기 의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되게 적다는 거다.
마인드부터가 사실 많이 다르긴 하다.
“비켜! 돌팔이 놈들이 사람 죽이기 전에!”
저기서…….
달려오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닥터 요제프.
저 새끼의 전문 분야는 살인…… 아니, 코 제거…… 아니, 코 성형이다.
근데 봐.
지금 봐.
“어디가 아픈가!”
득달같이 달려와서 아직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중상자 붙잡고 뒤흔들고 있잖아?
모르면 좀 가만히 있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용기가 어디서 나서 저렇게 넘치는지 그냥 막무가내다.
외상 환자를 저런 식으로 보는 새끼가 어딨어?
“교수님! 여기!”
불만이 적잖이 쌓이고 있지만…….
아쉽게도 내 몸은 두 개가 아니다.
‘원래 있던 병원이었다면…….’
아마 다른 전문의들과 레지던트들을 보내고 나는 일단 분류부터 했을 거다.
말이 쉬워 분류지, 죽을 확률이 큰 사람은 포기하는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대형 재난에 맞서려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는 짓이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기에 하나 보다는 둘을, 둘보다는 셋을 살리는 것이 옳다는 믿음으로 하는 짓이다.
‘분류……?’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분류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일단 기도부터 확보하고 숨 쉬게 하고 혈액순환 시켜!’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거다.
보통 그러면 우왕좌왕해야 할 텐데…… 그러지도 않을 거다.
대신 숨겨 왔던 본성에 따라 칼을 휘두르겠지.
“형, 형! 칼 내려놔!”
저 봐.
저거…… 우리 리스턴 형님 좀 보라고.
벌써 발동 걸렸잖아.
“왜 그러나. 다리를 다쳤어. 게다가 기둥에 깔리면서 발생한 상처야. 이렇게 되면 썩기 일쑤일세. 잘라야 해.”
누가 절단 마스터 아니랄까 봐…….
등에 차고 다니던 거대한 리스턴칼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런던의 우중충한 햇빛조차 사방으로 반사시킬 만큼 광이 난다는 거다.
그만큼 깨끗하게 닦고 또 날도 세워 놨다는 뜻인데…….
“아니, 아니. 상처를 일단 보시죠.”
“상처를 뭐 하러 보나.”
저 칼과 함께라면 리스턴이 못 자를 것은 세상에 없을 거다.
과장이 아니라…….
아마 돌기둥도 벨 수 있을걸?
그러니 다리 정도는 정말 깔끔하게 베어 낼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베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단계가 있다.
“상처를 봐야 자를지 안 자를지 알죠.”
“무슨 소리야. 아, 하하하하.”
관찰.
상처를 봐야만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 지금까지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리스턴은 참으로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끓는 기름 가져와라!
그 웃음소리 사이로 뭔가 말도 안 되는 말이 들린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없으니 일단 무시했다.
지금 나는 리스턴 하나 상대하는 것만도 벅차다.
“자네가 외상은 잘 모르지? 하하하하. 이런 상처는 잘라야 해. 아니면 방법이 없어! 썩는다고!”
이전의 리스턴이라면 이것도 무리이긴 할 거다.
생각해 봐라…….
이만한 덩치가 칼 들고 사람 자르고 싶다고 설치는데 말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 말려.
게다가 나름 이 논리가 아주 맛이 간 것도 아니지 않나.
오염된 상처는 자르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특히 19세기 위생 관념이라면 더더욱 그래.
허나…….
“무엇이 상처를 썩게 하죠?”
“응?”
“무엇이 상처를 썩게 해요?”
나는 말을 이어 나가면서 조지프가 우리 환자의 다리에 페놀을 들이붓는 꼴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하게 아플 거다.
사실 저런 상처는 일단 생리 식염수로 닦아 주는 게 원칙이지 않나?
소독약을 피부가 아니라 상처에 바로 들이붓는 건 치료라기보다는 고문에 더 가깝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아직 이게 한계인 것을.
게다가 런던 바닥에서 갑자기 깨끗한 물을 찾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멸균 용액 같은 환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존재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심각하게, 지나칠 정도로 더럽지 않은 물을 말하는 거다.
“미아즈마.”
“그래요. 그 미아즈마를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조지프가 꼴꼴꼴 페놀 용액을 들이붓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환자의 비명을 배경음 삼아 대화를 이어 나갔다.
말이 평화로워서 그렇지, 아마 이 꼴을 보고 있자면 오금이 저릴 거다.
개무섭잖아.
환자 비명 지르게 하면서 옆에서는 덤덤하게 대화 나누는 의사 둘이라니.
“아! 그렇구만! 그럼 설마……?”
“물론 골절이 있거나 하면 잘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봐야 아는 거 아닙니까?”
“닦아야지, 그럼.”
“우리 조지프가 닦고 있습니다. 프로죠.”
“아, 하하. 그렇지. 맞네.”
“우리는 다른 환자 하나를 더 봅시다. 저기서 벌써 둘을 데리고 가고 있어요.”
“허어 우리가 뒤지고 있군그래.”
글쎄, 내가 보기엔 뒤지고 있는 건 저쪽이다.
아, 뜻이 다르긴 하다.
우리 쪽은 좀 느리다면, 그러니까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라면 저쪽은 진짜 뒈지고 있다.
아니, 세상에 다친 사람을 저딴 식으로 팔 들고 다리 들고 아무렇게나 옮기는 법이 어디 있냐…….
“일단 보기나 하죠. 저놈들 저거 그냥 시신 치우는 것일 가능성이 커요.”
“그런가……? 사람들은 우리 쪽을 오히려 우려하는 거 같은데?”
“우리를?”
왜 그러나? 하고 봤더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 쪽은 비명을 마구 지르고 있고, 저쪽은…….
‘조용하다…….’
병원에서 환자가 점점 조용해진다는 건 거의 무조건 안 좋은 상황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원래 적당히 시끄러운 사람은 그렇게까지 아픈 건 아니거든.
사람이 진짜, 진짜로 아프게 되면 조용해진다.
물론 죽어도 조용하다.
내가 보기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저쪽에 벌어진 비극만 생각하기엔, 이쪽도 만만치가 않다.
“끄윽…….”
콜린이 방금 발굴해 낸 환자…….
아까 무너진 돌기둥에 깔려 있던 이 환자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심상찮은 신음을 흘려 대면서였다.
부우욱.
아까 환자는 비명을 지르고 있어서 진짜 아파 보이겠지만, 사실 위험한 건 이쪽이다.
다리는…….
뭐 다리 다쳐도 죽을 수 있지.
하지만 가슴은 훨씬 위험하다.
해서 옷부터 쫙 찢었다.
“에구머니.”
“저거 뭐 하는 짓이래.”
“쉿. 저 사람 누군지 몰라서 그래?”
“누군데.”
“초선의…… 피영이야.”
“아.”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게 들린다.
사실 병원이고 나발이고 다른 사람 옷 벗기는 건 금기에 해당하는 시대라 그럴 거다.
“어이, 뒈지고 싶지 않으면 입 닥치지?”
“히익.”
그러던 것이 마침내 조용해진 것은 내 명성과 함께 갱들이 나선 후였다.
생각해 보면 저 갱들만큼 좋은 사람들도 진짜 드물다.
췌장 공짜로 줘.
소변 마실 사람 선별해 줘.
심지어 지금은 질서 확립도 해 준다.
‘나중에 병원 진짜로 차리게 되면 갱단을 차릴까?’
이 생각까지 든다니까?
망상이 아니라 그럴싸한 계획이야, 심지어.
모르긴 해도 나랑 리스턴 형님이랑 런던 접수하겠다고 말하면서 사람 불러 모으면 수백은 모일 거다.
“멍…… 청진기 줘 봐!”
“응? 그건 사람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는 거 아닌가? 자네 당황해서 못 들었나 본데 이 사람 지금도 신음 소리 내고 있네.”
“아니, 그냥 달라면 줘!”
“어어. 근데 나 블런델이야. 제자 아니고.”
“알았으니까 줘!”
“그, 그래.”
아무튼, 환자의 가슴팍에는 멍이 잔뜩 들었다.
아무래도 밀리면서 먼저 넘어졌고, 그렇게 누워 있는데 돌기둥 조각이 쿵 떨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이게 어떤 상황이냐고?
X 된 상황이지!
“음.”
나는 청진기를 받아 들자마자 일단 환자 숨소리부터 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숨소리는 들린다.
대신 작아지는 게 하나 있었다.
“시발…….”
“왜, 돌아가셨어? 숨소리 안 들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심장 박동음이 작아지고 있어서 그렇다.
21세기에서 의사 노릇 할 때는 사실…… 청진기 이거 거의 써 본 적이 없다.
인턴 때 코에 엘 튜브 넣고 위에 들어간 게 맞는지 확인할 때 정도가 다일 지경이다.
왜?
엑스레이 찍으면 되잖아…….
그게 아니면 내과 놈들 불러서 물어봐도 되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다.
먹고 죽으려도 엑스레이는커녕 그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가 없고, 내과 의사는 부르면 일단 피부터 뺀다.
“아뇨. 주사기!”
“주사기……?”
“아, 달라면 좀 줘!”
“어어. 근데 난 리스턴이야.”
“아, 주세요!”
“그래.”
아무튼, 여기 와서야 비로소 청진기 수련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는데…….
그렇게 수련한 내가 보건대, 이 환자 심낭압전이다.
“시발…….”
자꾸만 욕이 나온다.
심낭압전…….
말 그대로 심장을 싸고 있는 낭에 피나 물이 차면서 심장을 누르는 병이다.
심장이 눌리면 어떻게 되냐고?
못 뛴다.
즉 피를 온몸에 보내지 못하게 된다 이거지!
심장 마사지나 흉부 압박하면 되지 않냐고?
아쉽지만 안 된다.
이미 심낭에 피가 차서 누르고 있는데 그 위에 누르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합!”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치료는 단 하나다.
푹.
너무 떨려서 기합과 함께 주사기를 심장 어름에 찔러 넣었다.
‘느낌 왔다!’
뭘 모르는 놈들이 볼 때는 그냥 심장 팍 찌른 줄 알 거다.
하지만 찌른 당사자인 나는 안다.
살가죽 뚫고, 얇은 막을 뚫었다.
그 외에 근육을 찌르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아닌가?
모르겠는데 아무튼, 지금 흘러나오는 피는 심장에서 나오는 거 아니다.
“어어…….”
“사, 살인이다!”
“사람을 죽였다!”
심낭에 차 있던 피가 나오는 거다.
심장이면 심방이든 심실이든 이렇게 비실비실 나올 리가 없다.
특히 심실이잖아?
이 뻑뻑한 주사기를 그냥 밀어내면서 나올 수 있는 게 혈압이다.
“조용히 해, 이 새끼들아!”
“뒤를, 뒤를 봐!”
“응? 어어…….”
“경찰! 경찰 불러!”
그걸 모르는 무지렁이들이 나를 보면서 뭐라 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좀 낫겠지 하고 봤는데, 얘들도 똑같았다.
다들 할 말을 잃고 눈만 뻐끔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