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49)
검은 머리 영국 의사-249화(249/505)
249화 형님 수술 [3]
돈 주고 수술을 해 준다…….
악마적인 발상이지 않나.
21세기에서 이런 짓 했다가는…….
‘아니지? 임상 시험은 하잖아? 수술 연습 말고는 다 하긴 하는데?’
잡혀가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더 깊이 생각해 보니까 아닌 거 같기도 했다.
그래, 뜻이 중요한 거다.
내가 뭐 이걸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는 거야?
물론 수술의 대가가 되면 부자가 되긴 할 거다.
이미 좀 돈을 벌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 아니라 딴 데 있다.
돈에는 관심이 없다.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은 돈에 미친 것이다.
갑자기 유명 인터넷 강사님의 말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꽤 몰렸네요.”
“그럴 수밖에 없지. 이것 때문에 코 자르려는 사람도 있다던데?”
“아니, 그건 안 되지.”
“하루 좀 고생하고 한 달 치 월급 준다는데 그럼 당연한 일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매일 하나씩 연습을 좀 해 보려고 했더니만 지원자가 하루 만에 20명도 넘게 몰렸다.
당연한 말인데, 병원에서 ‘자자, 환자 오세요’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몰리진 않았을 터였다.
원장님과 경찰서장의 도움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경호 인력 없이는 갈 수 없는 빈민가에 쫙 우리의 구인 광고를 붙여 주었더랬다.
당연하게도 여기 몰려와 있는 사람들 태반은 빈민가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 달 치 월급…….
“하긴 그렇긴 하겠네요.”
“그래.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야. 아니면 당장 오늘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낫네.”
“뭐 언제는 마음이 불편했던 것처럼 말하네?”
“그…….”
뭐라 대꾸를 하려 했으나, 별 소용은 없었다.
리스턴이 소믈리에 방을 가리켜서 그랬다.
거기엔 내가 가둔 죄수가 있었다.
소변 맛보라고 가둔 사람인데…….
진짜 어쩔 수가 없었다.
저놈의 재능은 어마어마하다니까?
어? 소변 맛을 기가 막히게 알아봐.
좀만 더 키우면 대강 농도도 맞힐 수 있을 거 같아.
“수술할까요?”
“그래. 근데 왜 매독으로 인해 잘린 놈은 제외하려는 건가?”
“매독으로 한 번 잘린 사람은 아무래도 두 번 잘릴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아…… 그러려나?”
“아무래도? 그냥 제 생각이긴 한데요.”
“뭐, 개인 생각이니까. 근데 자네 생각이라 그런가 그럴싸하군그래. 괜한 위험을 질 이유는 없지. 근데…….”
“근데요?”
“이 사람들 말을 100% 믿을 수 있겠나? 매독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말만 듣고.”
“아…… 방법이 있죠.”
“있나?”
있지, 왜 없나.
벗겨 보면 된다.
뭐…….
초기 매독이라면 진단이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코가 잘릴 정도면 이게…….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거다.
긴가민가하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잖아.
내가 뭐 신도 아니고 어떻게 다 진단을 하나?
“자자, 보죠.”
해서 우리는 몰려든 환자들 면접부터 봤다.
말이 면접이지 딱 봐서 수술을 견딜 만한 체형인지 여부, 까 봤을 때 매독을 포함한 다른 질환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이마를 비롯해서 당겨 올 만한 조직이 있는지 여부를 주로 살펴보았다.
말을 잘한다거나 의지가 뛰어나다거나 하는 건 부차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
환잔데 말 잘해서 뭐 해.
뭐 느낌이 싸한 사람은 제외하는 게 좋겠지만, 사실 빈민가 출신 사람이 병원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시대지 않나.
게다가 우리는 보통 병원 사람들도 아니고 밑에 갱단까지 부리고 있는 이들이다 보니 절대 없다고 해도 좋았다.
“이렇게 4명 정도면 되겠어요.”
“4명…… 더 해야 하지 않나?”
“아뇨. 어차피 기본 수술은 완성이 되어 있으니까요.”
“하긴 개선만 하면 되겠지. 근데 갈비뼈 떼서 하는 게 될까? 연골은 뭐 혈관이 연결이 안 돼도 되는 거야?”
“음…… 그래서 해 보려는 거죠.”
사실…… 안 되도 된다.
그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경험적으로도 대강 알고 있기도 하고.
게다가 코는…… 생각보다 조직이 되게 튼튼하다.
성형할 때 별의별 거 다 집어넣는데도 대개는 별문제 없잖아.
물론 너무 욕심부리거나 하면, 그러니까 코를 너무 높이기 위해 보형물을 많이 넣게 되면 눌려서 썩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거야 뭐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시간이 더 지나서 정말 미용 목적의 성형을 하게 된다면 또 모를 일이겠지만. 아직은 뭐…….
“그럼 이 사람부터 하죠.”
“그래.”
“근데 뭐 다른 일이 있거나 하면 바꾸고요.”
“다른 일이 있겠나? 요새 실업자가 얼마나 많은데.”
“아 그런가요?”
“자네는 정말…… 귀족 출신이 맞긴 하는가 보군그래. 어려운 사람들도 좀 바라보고 하게.”
“알겠…… 알겠습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정한 환자를 불렀다.
환자는 당연하게도 할 일이 딱히 없다고 했다.
그 외에는 돈 얘기만 했다.
“약조하신 돈은 꼭…….”
“네네. 드립니다.”
“정말 꼭…….”
“드립니다, 드려요.”
몇 번을 확인하는지 지겨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만큼 절박하다는 건데.
그리고 그렇게 절박하니까 와서 이렇게 수술도 받는 거다.
“앨프리드.”
이제 우리 수술방은 상당히 자리를 잡은 마당이었다.
아직 뭐…… 환자 눕는 수술대나 기구대 그리고 조명 등을 생각하면 좀…… 미흡한 점이 많긴 한데, 하여간, 전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진 상태였다.
“응.”
“마취하자.”
“응!”
일단 마취 도구만 해도 그랬다.
저거 전에는 끼릭끼릭 돌아가는 게 대체 몇 도가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지 않았나.
말 그대로 마취 가스 용량을 피슉 소리 같은 걸로 대강 가늠을 해야 했다 이건데 지금은 다르다.
꽉 채운 상황에서는 돌아가는 각도가 다 표기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양은 아니더라도 상대적인 양은 알 수 있다, 이 말이다.
해서 체중에 따라 어떤 사람은 30분당 30도, 어떤 사람은 30분당 45도 이런 식으로 조금씩 기준이 잡혀 가고 있었다.
물론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내 비교 기준은 늘 과거다.
슈우우욱.
하여간, 앨프리드는 45도를 돌린 후 연결된 마스크로 환자의 얼굴을 막았다.
이제 마스크에 잘게 공기 구멍이 나 있기 때문에 전처럼 눌렀다 뺐다 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계속 누르고만 있다 보면 환자가 죽겠지만…….
적어도 이 팀에서는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앨프리드 덕분이다.
녀석…….
다른 한 손으로는 환자의 손목에 있는 맥을 짚고 있잖아.
‘하나를 가르치면 그래도 하나는 아는 녀석들이로구만.’
처음엔 하나를 가르치려고 하면 대개 열 개 정도의 개소리를 해서 사람 열 뻗치게 했었는데…….
“후후.”
거의 무슨 뭐 환골탈태라 해도 좋을 정도의 변화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껄껄 웃었다.
“마신 건 아니지?”
“아닙니다, 형님.”
그 모습을 본 리스턴이 얼토당토않은 의심을 했다.
참내.
내가 약에 그리 약한 줄 아나?
어이가 없어서…….
“소독.”
“응!”
아무튼, 이제 마취가 되었으니 소독이다.
배나 가슴 등 얼굴이 아닌 부위면 마취하기 전에 소독을 하는 게 좋다.
마취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하지만 얼굴 소독은 마취를 하고 하는 편이 더 낫다.
어떻게 알았냐고?
-시발…… 그만! 그만하십쇼!
콜린 덕에 알았다.
페놀을 얼굴에 내봤더니 애가 그냥 자지러지더라고.
사실 나도 바르면서 생각하긴 했다.
아, 이건 하면 안 될 짓이다.
진짜 아프겠다.
쓰리겠다.
역하겠다.
슥슥.
아무튼, 여러 실험을 통해 우리는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갈비뼈 채취를 위한 가슴 소독은 미리 하고, 얼굴은 지금처럼 딱 마취를 하고 하는 것이다.
‘하여간 진짜 소독 하나만큼은 일품이라니까…….’
조지프의 소독은 진짜 완벽하다.
아마 소독제만 더 좋은 걸로 구비해 준다면 더 잘할 거다.
아쉬운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상당한 미래까지도 지금 우리가 쓰는 것 이상의 소독제가 나올 거 같지는 않다는 거다.
“끝났어.”
“좋아. 그럼 조지프, 네가 형님이랑 갈비로.”
“응.”
“콜린은 내 옆으로.”
“네!”
마취 시간을 최소로 해야 한다는 건, 적어도 우리 팀에 있어서는 이제 상식이다.
리스턴조차 인정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아씨…… 잘 잘랐는데.
그의 절단술은 전보다 더 늘었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솔직히…… 재건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21세기에서도 리스턴만큼 잘 자르는 인간이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도…… 사람이 죽는다.
마취 가스 때문에.
‘아마 그건 알레르기나 과민 반응……과 같은 숙주 차이로 인한 죽음이었겠지만…….’
같은 약이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약으로만 작용하는 데 반해 어떤 사람에게는 더없이 무서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하지 않던가.
21세기에서는 상식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간신히 자라나기 시작한 이들의 새싹과도 같이 연약한 과학적 사고를 지르밟고 싶지 않았다.
-김태평 : 의학의 진보를 이끌었지만 지금 보면 대개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진행한 일이 많음.
나중에 나를 보고 이딴 식으로 평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후대 놈들이 뭐라 떠들건 간에 나는 지금 내 눈앞의 사람들을 살려야 하니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내 팀을 뭐가 되었건 의사 시늉이라도 잘 내는 사람들로 만들어야 할 테니까.
“칼.”
“칼.”
내가 그렇게 생각을 갈무리하는 동안 수술은 시작되었다.
나와 콜린이 얼굴, 리스턴과 조지프가 가슴 쪽에 선 채였다.
지이익.
이제 나도 이마 근육 피판 돌려 오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그냥 쭉쭉 그으면 돼.
게다가 환자 고를 때부터 이미 이마 근육을 비롯한 얼굴 생김새를 고려했기 때문에 크게 모자라지도 않았다.
“좋아…… 이 정도면 되려나?”
리스턴도 그간 연습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비록 시신을 대상으로 한 연습이긴 했지만 하여간, 금세 갈비뼈를 떼 왔다.
아니, 갈비 연골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네. 여기 구멍 하나만”
“좋아.”
리스턴은 송곳 같은 걸로 연골은 사라진 채 뼈만 남은 코 쪽 뼈에 툭툭 구멍을 내 주었다.
원래 같으면 드릴이 필요할 텐데…….
리스턴은 진짜 괴물이다.
어찌나 힘과 기술이 좋은지 다른 곳에는 손상 하나 안 주고 진짜 귀신같이 구멍만 낸다.
“됐지?”
“네.”
이제 저쪽은 봉합이다.
우리?
우리는…… 가운데 살짝 남은 뼈에 연골을 이어 붙이고는 살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되게 어려워 보이겠지만 이미 리스턴이 실 통과할 구멍을 내 준 후인 데다가 나도 환자도 완벽한 코 모양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다 보니 금세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였다.
이렇게 만든 부위가 과연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가.
혹 감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인가.
들으면 느낌 올 텐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환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환자들도 다 그랬다.
그래서 한동안 병원에서는 기도원을 방불케 할 만큼 지속적인 기도 소리만 들려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