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50)
검은 머리 영국 의사-250화(250/505)
250화 형님 수술 [4]
“무척 떨리는군요.”
결과?
결과야 좋았다.
뭐…… 마냥 좋다고 하기엔 모양이 여전히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살만 띨룽 덮어 놨을 때보다는 확실히 연골을 세워 놓으니까 코 같아 보여서 좋았다.
물론 나중에 콧구멍을 따로 만들어 주긴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그거야 뭐 대충 하면 될 거 같다.
말 그대로 대충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어려울 거 없을 거 같다 이 말이다.
“떨지 마시고. 마음 편히 먹으세요.”
하여간, 그 결과를 확인한 우리는 콜린의 형을 불렀다.
당연하겠지만 형만 오진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까지 다 왔다.
‘이 새끼…… 생각보다 대단한 집안이잖아?’
난…….
완전히 하급 귀족인 줄 알았더랬다.
귀족 앞에 하급이라는 말이 붙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허나 입고 있는 옷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들…….
보통 귀족이 아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이…… 안 그래도 잘 봐 주시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날 보면서 이런 식으로 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공작님들도 지금은 나름 괜찮게 굴지만, 처음엔…….
응?
낯빛이 확 굳더라고.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나 같아도 조선 살다가 백인이나 흑인 처음 보면 놀라지 않겠나?
‘뭐…… 무역을 한다니 익숙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고급스러운 매너와 옷…….
그 사이에서 태어난 콜린이 왜 이렇게 의학의 발전에 절박하게 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원장님의 윙크는 알아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집안이란 생각이 비단 나뿐만의 것은 아니지 않겠나?
리스턴도 알아볼 정도다 보니 원장님이야 당연했다.
알아서 잘하란 뜻이리라.
“조지프.”
“응! 아니, 네! 교수님!”
별문제는 없을 거다.
우리 팀은 이제 진짜 베테랑이거든.
슥슥.
조지프는 급히 움직여 환자의 가슴부터 닦았다.
아직 마취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제법 아플 터였다.
허나 콜린과는 달리 꽤 체격이 우람한 편에 속하는 형님은 그저 인상만 쓸 뿐, 신음 한번 내지 않았다.
사실 아버지란 사람도 그렇게 생기긴 했다.
마초적일 거 같다.
콜린 같은 사람이 견디긴 어려울 거 같다.
쟨 아무리 봐도 내 쪽일 거 같으니까?
하여간, 닦는 모습만 봐도 베테랑 그 자체다.
어찌나 세밀하게 닦는지…….
심지어 가슴에 부숭부숭 나 있던 털도 싹 밀어 버렸다니까?
‘이것이 감개무량인가…….’
이발이 뭐야.
소독도 안 했어, 이놈들.
그러던 놈들이 이제는 알아서 딱딱 밀고 닦고 하는 꼴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사실 이렇게 된 지 꽤 오래됐는데도 그렇다.
처음 이 새끼들 하는 짓을 봤을 때의 충격 때문일 거다.
“자, 앨프리드.”
“네!”
눈치 빠른 선배는 평소의 ‘응’ 대신 공손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태도로 ‘네’라고 하고는 가스를 열었다.
콜린의 형님은 이 시기 사람들치고는 상당한 거한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약 1.5배 농도로 틀었다.
그래서 그런가?
마스크를 대자마자 훅 하고 정신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중간에 좀 웃었는데, 아무래도 평소에 웃음 가스를 좀 쓰는 모양이었다.
‘뭐…… 이 시기에는 마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지금도 밖에 나가잖아?
그럼 골목 어귀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대마 냄새가 난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편이나 모르핀 구하기도 점점 쉬워지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편으로 망가뜨리고, 전쟁을 일으킵시다!
내가 알기로 상부에서는 아편이 뭔가 나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거 같거든……?
근데 단속을 안 한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음료가 나와.
이건 기우겠지만, 이러다 애들 먹는 용으로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그거야 아니겠지만.
“평신?”
“어어. 조지프.”
“네!”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잠시 멍하게 서 있었더니 조지프가 대번에 욕을 했다.
욕을 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듣다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 욕이지 않나.
아무튼, 효과는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잠시 조지프가 얼굴 소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이 녀석의 소독은…… 이건 재능의 영역이다.
슥슥삭삭 하는 게 진짜 미쳤어.
“좋아. 칼.”
“칼.”
“이마근 피판을 이용한 코 재건술 시작합니다.”
“갈비뼈 연골 채취 시작한다.”
아무튼, 이제 슬슬 절차를 만들 때도 되었단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 참에 저 있어 보이는 귀족 둘이 왔으니 마침 잘되지 않았나.
나는 원래 하던 대로 수술명을 읊었다.
그러자 귀족들 앞에서는 유독 약해지는 리스턴이 그대로 따라 했다.
조금 어설프지만 그것만으로도 꽤나 감명 깊은 모양이었다.
힐끔 바라보니 둘 다 손잡고 서로 쳐다보는 눈길에 뿌듯함이 묻어난다.
‘아, 나 때문만은 아니구나.’
잘 보니까 콜린을 보고 있다.
하긴…….
수술방에서의 콜린은 다른 데 있을 때와는 다르긴 하다.
얘는 진짜 손이 좋거든.
그 까다롭고 성질 더러운 리스턴이 자기 보조로 군말 없이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리스턴 본인도 천재지 않나?
사람 갈라 본 경험도 많고.
그런 리스턴의 기술 습득력을 따라가면서 보조할 수 있는 콜린도 천재란 말이 아깝지 않다.
“좋아. 다행히 환자분 이마가 넓어.”
빈말이 아니라, 진짜 넓다.
아마 선천적으로 넓은 건 아닐 거 같다.
세월에 따라 급격히 넓어진 거 같다.
누굴 닮았을까?
물어볼 것도 없다.
지금 움찔하는 사람이지, 뭐.
대개의 경우라면 좋을 일이 아니겠지만…….
‘대머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오늘 알았다.
아무튼, 덕분에 꽤 넓은 피판을 코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자, 여기.”
“네.”
그사이 리스턴과 콜린 또한 귀신같은 솜씨로 갈비뼈 연골을 채취해서 줬다.
하면 할수록 느는 게 수술이라더니 이 둘 또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쭉 뻗은 연골을 주는데 무슨 성형외과랑 협진 보는 줄 알았다.
“구멍 좀.”
“응.”
그리고 리스턴이 해 놓는 이거…….
이건 21세기에서도 거의 무리다.
드릴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안된다.
폭.
폭.
허나 리스턴은 그냥 송곳만 있어도 된다.
세상에 뼈에 구멍을 무슨 두부에 젓가락 꼽듯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진짜…… 검기인가?’
벌써 여러 번 봤다.
근데 볼 때마다 놀랍다.
어쩌면…… 신의 밸런스 패치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수술 중 일부…… 그러니까 21세기에서만 할 수 있던 수술마저도 리스턴을 잘 활용하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이었다.
아무튼, 나는 구멍 뚫린 뼈에 마찬가지로 동일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연골을 이어 놓았다.
‘이 정도로 소독한 실은 괜찮다는 건 확인했어.’
소독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조지프의 도움을 받아 요오드에 페놀에 알코올까지 처리한 실이다.
그만큼 내구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한동안 손도 못 대게 할 거니까.
애초에 세수도 잘 안 하는 시대다 보니 사실 자기 얼굴에 손댈 일도 거의 없지 않겠나?
“됐다.”
나는 그렇게 콧대를 대강 만들어 준 후 이마 피판을 이용해 그 위를 덮어 주었다.
“오…….”
“와…….”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감탄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코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니까.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지 않으면 달리 무엇이 기적이겠나.
물론 나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나머지 수술, 그러니까 이마 봉합을 마쳤다.
이쪽에 쓸 실은 아무래도 안에 남겨 둘 실처럼 소독을 빡세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이마가 넓다고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간 후에 당겨 꿰매는 것이다 보니 장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그랬다.
지이익.
그래서 평소처럼 좀 듬성듬성 꿰맸다.
그렇다 해도 내 기준에서 듬성듬성하지, 이쪽 기준으로는 충분히 성의 있는 봉합이었기 때문에 보기에 흡족할 터였다.
“와…….”
“정말 신기한 수술이로군그래. 확실히…… 괜히 요새 이름을 떨치는 게 아니야.”
어머니 쪽은 사실 그렇게까지 감상이 길진 못했다.
훌쩍거리고 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아버지 쪽은 달랐다.
그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있었다.
‘이름을 떨친다라…….’
공작님들도 그렇고, 의원님들도 그렇고 다들 호들갑을 떤다 싶더니만 확실히 요새 뭔가 벌어지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자, 이제 끝났습니다. 이대로 두셔야 하는데…… 일단 소독을 좀 자주 해야 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면 병원에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봉합이 끝날 때쯤에 앨프리드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서 서서히 가스양을 줄였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벌써 환자가 깨어났다.
덕분에 나는 보호자와 환자를 전부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환자가 아주 제정신인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전신마취제도 마취에서 깨어날 때 제정신이 아닌데 이거야 뭐…….
“그러지. 그렇게 하겠네. 다만 일반 병실은 좀…….”
“아, 연구실을 개조해서 만든 병실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를 쓰시죠. 제이미 경도 거기서 계셨었습니다.”
“오…… 그럼 모자람이 없겠군그래.”
“네네.”
보호자랑만 대화해도 되는 시대이지 않나.
가정의 전권을 아버지, 그러니까 가주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남자 어른이 쥐고 있는 시대였다.
“콜린.”
그렇게 입원이 결정되고, 뒷정리를 하고 있을 무렵 콜린을 아버지가 불렀다.
콜린은 내가 부를 때보다도 더 긴장한 채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이렇게 보니까 안됐다.
똥물도 마실 만큼 강단 있는 녀석인데.
“내 보기에 저 피영이라는 사람이 제대로다. 지금 보니 네 실력도 퍽 좋은 거 같고…… 인정도 받는 거 같으니 더 열심히 모시거라.”
“아……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래. 네가 모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좋구나.”
“아…….”
설마 뭐라고 하려나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사회생활 만렙이시네.’
칭찬했다.
일부러 나 있는 곳에서.
띄워 주면서 동시에 잘 부탁한다는 의미겠지.
‘내가 애한테 오줌 마시게 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궁금하긴 한데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 같아.
물론 떳떳하긴 하다.
내 잘못은 아니지 않나?
“아, 닥터 피영.”
“앗. 네.”
생각만큼 마냥 떳떳하지만은 않았나 보다.
갑자기 부르니까 살짝 무서워.
그러나 나는 대학 병원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인 만큼 패시브 스킬로 ‘침착함’ 특성을 장착하고 있었다.
멀쩡한 얼굴로 다가갈 수 있었다.
“고맙네. 두 아들의 신세를 지게 됐군그래.”
“아닙니다. 하하.”
“내 이 일에 대해서 꼭 보답하도록 하겠네.”
“꼭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아닐세. 해야지. 뭐…….”
콜린의 아버지는 대화를 하다 말고 원장님과 묘한 눈 맞춤을 한번 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좋은 소식이 있을걸세.”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