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52)
검은 머리 영국 의사-252화(252/505)
252화 센터 독립 [2]
“흐어어어…….”
생각해 보니까 운동 부족은 제이미 경만의 일은 아니지 않나?
리스턴이야 타고난 강골인 데다가 힘쓰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뭐…… 따로 운동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물론 근력과 대사 질환이 반드시 관련이 있는 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리스턴을 운동시키는 그림은 좀 이상하지 않나?
만만한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이 말이었다.
“이건…… 고문 아닌가……?”
‘바벨’, 그러니까 내가 임의대로 만든 일자 바 양측에 종 단 물건을 어깨에 메고 있던 앨프리드가 물어 왔다.
방금 전까지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즉 저걸 얹고 앉았다 일어났다는 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아, 종이라고 하면 무슨 교회나 이런 데서 치는 거대한 종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나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다.
작은 거다.
작은 거.
“어우, 무거운데?”
그래도 생각보단 무겁지만…….
나는 케틀 벨처럼 종 하나를 들어 올린 리스턴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무거워야 운동이 되죠.”
“운동이라…… 흐음…… 근데 말이야.”
“네.”
“쓰면 쓸수록 약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리스턴은 웃옷을 벗은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상체 근육이 온전히 드러난 상태다, 이 말이었다.
나는 종이 오르내릴 때마다 꿈틀거리는 근육을 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도 꽂은 거 아닐까?’
말이 되나?
천연으로 저렇게 된다고?
‘하지만…… 먹고 뒈지려도 없는 시대지.’
아직 호르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뭐 잘 찾아보면 태동 자체는 있을 테지만 적어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수준의 호르몬에 대한 이해는 없다고 해야 옳다.
그리고 리스턴이 짐승 수컷의 고환을 갈아 나온 즙을 주사 맞을 사람은 아니지 않나?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리스턴은 생각보다 훨씬 상식적인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지만.
“무슨 소리예요? 쓰면 쓸수록 당연히 강해지지.”
“당연한 건가……?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는 건 알겠네. 뱃사람들 보면 팔뚝이 굵지. 하지만 결국엔 더 빨리 죽잖아?”
“그건…….”
아니, 이 사람이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가.
근육에 일정 강도 이상의 부하를 줘서 상처가 나고 그게 회복되면서 근육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건…….
‘시벌…….’
21세기 상식이구나!
생각해 보니까 기전이 엄청 어렵다.
세상에 이러한 것들은 대체 어떻게 밝혀낸 걸까?
21세기 인간들은 정말 대단하다.
“할 말 없지?”
“아니, 아니!”
“굳이 이렇게 힘들게 하다가 탈 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특히 제이미 경은…… 아, 벌써 쉬고 계시는구나.”
“열 번도 안 했는데요?”
“그 열 번이 제이미 경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해 봤나? 당연한 이치 아닌가. 안 쓰면 그대로 보존이 되는 걸세. ‘노화’라는 단어 못 들어 봤나?”
씹…….
그 노화가 21세기 의학에 있어 가장 핵심 화두였는데 모르겠냐?
뭐…… 안 쓰는 게 맞아 보이는 경우도 있긴 하다.
가령 관절.
너무 심한 운동을 하면 상하고 닳잖아.
노인성 관절염이라는 말도 있고.
하지만 아예 안 쓴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 또 굳어 버린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근육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근육은…… 정말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의 대명사였다.
부상만 입지 않으면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시킨 운동에서는 부상이 생길 수 없다.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럼 이미 글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 운동한다고 부상을 입을 정도로 쇠약한 사람이라면 걍…… 그건 안 되는 거다.
“형님.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아무튼, 설득이 필요했다.
리스턴이 어깃장을 놓자마자 다들 운동 안 하잖아.
내가 시킨 것이라고 해 봐야 젊은것들은 바 메고 앉았다 일어나기, 제이미 경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였는데도 그런다.
사람 본성이라는 게 그렇긴 하다.
힘든 거…… 대체 누가 하고 싶겠어.
당위성마저 없다면 절대로 안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는 모르겠는데, 19세기는 아직 소아마비와 같은 병이 정복이 되기는커녕 너무 많아서 발에 챌 수준이라는 거다.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들…… 그 사람들 다리 굵기가 어떻습니까?”
“알 게 뭐란 말인가.”
“아니…… 그게 할 소리예요?”
“아무튼, 얘기해 보게. 내 자네의 관찰력을 참으로 높이 사는 편이니까.”
“그…… 그래요. 그 사람들 못 쓰는 다리, 굉장히 얇아져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자, 태평아!
넌 다른 사람들 말마따나 평신 아니냐!
돌아라, 머리야!
‘오.’
간절한 기도가 먹힌 걸까.
아니면 그냥 내 구라 세포가 또 구라한 걸까.
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이 사태를 타개할 한 줄기 서광이 딱 비쳐 왔다.
“주님께서 우리 몸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그것도 모르나……? 흙으로 빚었지.”
“아니, 그거 말고!”
“다른 의견을 내려고? 거기서부터는 이단이야.”
서광에 먹구름이 잠시 꼈지만, 괜찮다.
내 말솜씨는 보통이 아니니까.
“그런 게 아니라,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셨겠습니까?”
“응?”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으셨겠습니까?”
“그야…… 뭐, 그렇겠지?”
19세기.
과학을 받들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는 중요한 시기 아닌가.
신을 들먹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가불기에 걸린다.
이제는 안다.
이단으로 몰린다고 해서 종교 재판에 회부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하지만 엄청 불리해질 거다.
당장 내가 거주하는 곳이 불탈 수도 있어.
그만큼…… 종교에 대한 믿음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종교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나로서는 그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말이다.
“자, 그럼 안 쓰는 곳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몸을 병원이라고 칩시다. 돈 못 버는 곳이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축소하거나 닫…… 아. 우리 몸도 그렇다, 이 말인가?”
“네. 주님께서 그런 식으로 만드셨을 겁니다.”
“너무 정 없는 거 아닌가……?”
“효율적으로 만드셨을 거라면서요. 대영제국이야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다른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영제국이라고 해서 먹을 것이 넘쳐나는 건 아니다.
잉여 농산물의 생산은 화학 비료가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됐는데…….
내가 뭐 그쪽 역사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정확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다.
만약 그렇다면 런던 빈민가의 식량 문제가 설명이 안 된다.
뭐……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보니 그냥 가진 사람들이 더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굶주리는 사람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데 거기를 굳이 먹여 살려요?”
“그건 이상하군. 그렇지만 운동이랑 뭔 상관인가? 이걸 운동이라고 해야 할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우리가 근육을 속이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계속 무거운 걸 들어야 한다. 그러니 많이 커지고 강해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요.”
“흐음…… 그런가. 그건 확실히 그럴싸한 주장이군그래.”
리스턴이 고개를 끄덕이자, 눈치 보고 있던 앨프리드, 조지프, 콜린이 앉았다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이미 경도 한숨과 함께 다시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전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제이미 경은 투덜거리고 있을지언정 진지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내가 예전에는 몸이 날랬는데…… 이것도 못 하나?”
명색이 대영제국의 공작인데, 하잘것없는 놈들보다 약하다는 게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스스로 고환 자른 시점에서부터 글렀으니까.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특히 근력 운동을 하게 되면 안 하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거라는 걸 장담한다.
“그러니 운동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으음…… 그래, 뭐 이리저리 빈틈이 많아 보이는 이론이지만…… 딱히 손해 볼 만한 사람은 없는 거 같으니 더 연구를 해 보자고.”
“네, 형님.”
빈틈이 어디 있냐고.
그 빈틈 당신 머리통에 다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나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쉽게 참을 수 있었다.
뭐 얘기를 꺼내려 했어도 대화가 되었을 것 같진 않았다.
거친 숨과 함께, 해묵은 입 냄새를 풍기고 있는 제이미 경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아마 간도 안 좋고 할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까지 아득한 입 냄새가 날 리가 없어.
아니, 정작 소변 먹은 건 옆의 사람인데 왜 이 사람한테서 지린내가 나냐고.
“평신. 무슨 생각하나?”
“아니, 아닙니다.”
물론 나는 누누이 말했든 오래, 잘 살고 싶기 때문에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제이미 경과의 대화를 무사히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운동 안 하려고 수 쓰는 게 아니라,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그러네.”
“네, 말씀하시죠. 그리고 오늘 50번 채우기 전에는 여기서 못 나갑니다.”
“그, 그래…… 근데 내가 회의가…….”
회의…….
아편 전쟁…….
나랑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그것도 제대로 치르려면 지금 운동해야 했다.
“그래, 알았네.”
표정에서 내 단호함을 읽었는지, 제이미 경은 한숨부터 쉬었다.
‘제길’이라고 욕까지 한 거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까지 했으면 이제부터는 얘기를 들어 주는 게 좋았다.
자꾸 아픈 모습만 보게 되니까 까먹게 되는데, 이 사람 공작이지 않나.
대영제국에서도 몇 안 되는 진짜 권력자다, 이 말이다.
“아무튼…… 나랑 일하는 친구 중의 하나가 요새 머리가 자꾸 아프다고 하는데 말이야.”
“머리요?”
“그래. 그래서 자네 병원에도 다니고 하는 모양이야.”
“우리 병원…….”
우리 병원 두통 치료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개 있다.
제멜이 주로 하는 사혈이랑, 토마토였나 토마스였나…….
하여간 쌍놈의 자식이 하는 원심 분리기다.
세상에 의원님을 눕혀 놓고 그런 치료를 시도할 줄이야…….
‘뭐, 공작님 땅콩 따는 놈도 있으니.’
잠시 놀라웠지만, 생각해 보니 19세기 의사들은 다 그렇긴 해서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근데 별 효과가 없는 모양이야.”
“그렇겠죠.”
효과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나마 피를 빼면 좀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럼 뭐 하나. 사람이 핏기가 하나도 없어. 너무 힘들어한다네.”
“아…….”
효과가 있긴 있구나.
사혈이…….
하긴 즉각적인 효과가 하나도 없었으면 이게 뭐 수천 년간 살아남았겠나?
아무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따위 치료를 지속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오라고 하시죠.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치료를 장담할 수는 없어도…… 뭐, 다른 사람들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 그래. 그럼 나는 회의에.”
“아니, 40번 남았습니다.”
“그래…… 근데 이거 정말 내게 필요해서 하는 거 맞지?”
“당연하죠. 제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 괴롭히고 하겠습니까?”
“그, 그렇지.
어쩐지 제이미 경의 눈이 다시 한번 전용 소믈리에에게 닿은 거 같았다.
영문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