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Haired British Doctor RAW novel - Chapter (264)
검은 머리 영국 의사-264화(264/505)
264화 독살이라기보단 [2]
장티푸스 메리.
진짜 이름이 그랬던 건 아니고…….
실제 이름은 메리 맬런이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이고…… 시대가 맞진 않는다.
‘거의 뭐…… 100년 정도 차이 나지 않나?’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는 이미 인류가, 놀랍게도 세균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대체 19세기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렇게까지 발전을 한 건지 궁금한데…….
아무튼, 보균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여간에 세균의 존재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티푸스 메리를 확인할 수 있었더랬다.
‘100년 전이라고 해서 장티푸스 보균자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장티푸스는…….
역사가 유구한 병이다.
적어도 수천 년은 되었을 거다.
우리말로 염병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걸리면 더럽게 아프다, 일단.
‘진짜 그게 맞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는데.’
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얘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아마 아니었을 거 같다.
이런 걸 지금 시점에서 의심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니까.
일단 서장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을까?
“음……. 몇 번을 들어도 역시 범죄 혐의점은 없긴 해……. 근데 이놈의 촉이 영…….”
아……. 촉.
이게 상당히 비과학적인 얘기긴 한데, 나는 촉이라는 게 실존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단순히 질병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 딱 봤는데 뭔가 싸할 때 있잖아.
그런 기분이 괜히 들까?
유전적으로 우리 몸에 각인된 무언가 아닐까?
그런 게 유난히 강한 사람들이 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저도 서장님이 괜히 그러시는 거 같지 않습니다.”
“아아……. 평. 고맙네. 자네가 지지해 주니까 뭔가 힘이 되네.”
나는 진심으로 서장을 지지했다.
헌데 옆에 있던 리스턴과 주변을 지키고 있던 형사들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뭔가…… 아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억울하다.
해서 부연 설명에 들어가기로 했다.
“파리 콜레라 사태의 주인공으로서 말씀을 좀 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인정하는 겐가? 그거 일으킨 게 자네라고?”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해결한 사람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뭐라 하는 게 아닐세. 빠게뜨 놈들이 좀 죽어야 유럽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겠나. 잘 생각해 보게. 100년 전쟁, 나폴레옹, 혁명…… 빠게뜨 놈들이 있어서 좋았던 일이 있나.”
“그건 인정합니다. 좀 줄일 필요가 있긴 하겠죠. 하지만 이번엔 제가 아닙니다.”
“그래, 그래. 그게 아무래도 의사 명성에는 도움이 되겠지. 하하.”
또 억울해진다.
콜레라를 내가 대체 어떻게 일으킨단 말인가.
하지만 어차피 해명이 불가능한 일에 노력을 기울일 만큼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나는 그냥 하고자 했던 말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막말로 진짜 내가 좀 죽였어도 뭐…….
적어도 영국에서는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거 아냐?
칭찬을 해 주면 해 줬지.
“자, 콜레라는 물로 번지는 병입니다. 아직 이걸 부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진짜 그래요. 그런데 이 피해자들을 보면…….”
나는 서장이 책상 위에 올려 둔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에는 각기 세 개의 집이 표기되어 있었는데 위치가 제각각이었다.
다들 부유층들이 사는 지역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 말이었다.
“같은 물을 먹었을 것 같진 않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 이상하지. 아까 자네가 말했던…… 그 뭐야, 그래. 연쇄 살인? 그 가능성이 있어 보여.”
“범인이…….”
“쉿. 자네는 조용히 하고 듣게. 설마 평신의 명성을 들어 본 적 없다고 하진 않겠지.”
“아, 아앗.”
중간에 끼어들었던 형사는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뒤로 물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양옆에 있던 형사 둘도 아까보다는 창백해진 참이었다.
왜 저러는지 대강 알겠다는 게 한이다.
-아편을 즐기는 자, 파리에 역병을 불러온 자, 똥 먹이는 자, 췌장 강탈자, 심장 강탈자, 소변 먹이는 자…… 평신.
전에 나 보고 누가 너무 심하게 소리 지르고 도망가길래 왜 그러느냐고 묻기 위해 붙잡은 적이 있거든?
그랬더니 이런 식으로 막 횡설수설을 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놈들이 죄다 막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더라고…….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는 게 옳을 겁니다. 물이 아니라 다른 거…… 마침 세 집안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게 하나 있지 않습니까?”
“아까 말했던 그 요리사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요리사는 근데…… 나도 자료를 봤네. 딱히 범인 같아 보이진 않아.”
그래.
범인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본인도 모르고 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내심 이상하다 싶긴 할 수도 있다.
와우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가는 파티마다 헬파티인 게 세 번 이상 반복되었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라는 명언.
뭐…… 19세기에는 아직 와우가 없었으니 그만한 교훈을 얻진 못했을 거 같긴 하다.
“자각하지 못한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자각하지 못한 범인……?”
“일부러 죽이는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자기 요리에 독을 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말이 되나?”
“모든 선의가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도 있죠.”
“말은 멋지긴 한데…….”
따지고 보면 19세기 의학이 딱 저렇다.
다쳐서 왔는데 끓는 기름 붓고, 녹슨 구리 바르고, 썩히고 하는 게…….
진짜 사람 살리려고 하는 짓이라니까?
근데 사나?
죽지.
‘하지만 이거론 안 되겠군.’
서장만 뜨뜻미지근한 상태라면 또 모르겠다.
대강 넘어가면 되는데, 리스턴도 저러면 안 된다.
‘주님 메타로 가나?’
아니, 아니다.
촉이 아니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너무 접신 메타를 많이 썼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조선에서는 말입니다.”
조선 메타가 있다…….
스스로도 시발 이게 말이 되나 싶긴 해!
근데 어쩌냐고.
세균의 존재조차 밝히지 못한 시대에 보균자라는 개념을 어떻게 들고 오냐.
안 될 거 같으면 조선이라도 팔아야지 뭐.
다행히 지금껏 워낙에 많이 팔아 온 데다가, 악명도 명성이라고 내가 쌓은 명성이 장난이 아니다 보니 다들 집중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저주받는 게 무서워서라도 닥치고 있어야지.
“인심 좋은 부잣집에서 연회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한 부잣집이 아니라 여러 부잣집을 돌아가면서 그랬는데…… 이게 요리를 도맡아 하던 사람이 겹치는 겁니다.”
“어허. 우리랑 아예 같구만그래.”
“네네. 우연히…… 아무래도 주님께서 이번 사건을 위해 예비하신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구만.”
주님도 팔자.
팔 수 있는 거 다 팔자.
사람 살리려면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처음이라면 좀 찝찝함이 있을 수도 있는데…….
따지고 보면 나…….
진짜 똥도 먹이고 소변도 먹이고 다 했잖아.
그런 거에 비하면 구라 치는 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
“아무튼, 그때 조선에서는 서장님처럼 번뜩이는 사람이 없었다 보니…… 무려 열 집이나 희생을 당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겨우 잡아낸 것이 요리사였는데…… 이유는 아직도 모릅니다만, 진짜 그 요리사가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습니다.”
“허어! 그렇구만! 당장 요리사를 잡아 오게.”
“저…….”
“어허! 평신의 저주가 두렵지 않은가!”
“그런 게 아니라.”
괜히 구라 마스터가 아니다.
또 한 번 통했다.
일단 서장은 넘어갔다.
리스턴도 일어서려는 걸 보면 넘어갔고.
말린 것은 형사 중 하나였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아까 요리사가 이상해서 조사 좀 해 봤다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놈 아니야, 이거?’
지가 이상하다고 했으면서 말이야.
진짜 팍 저주를 내릴까?
“지금 그 요리사가 의원 집에 있습니다.”
“으응……? 누구? 아니, 사람 죽어 나가는 집에 있던 요리사가 어떻게 의원한테 가 있지?”
“실력이 기가 막히게 좋다는 소문이…….”
“누군데? 의원은?”
“폴 카펠…… 의원입니다.”
“폴 카펠? 백작가에 있다고?”
“네. 거기 요리사를 정당한 이유도 없이 잡아 오는 건…… 무리입니다.”
폴 카펠…….
나도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이제 나도 뭐…… 그냥저냥 사는 서민은 아니지 않나.
공작가 파티도 심심하면 초대받고 하는, 켄싱턴에 병원 차린 셀럽이다, 이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 된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중 하나가 폴 카펠 백작이다.
‘그 양반…… 청나라하고 전쟁하는 그 회의에 오지 않았었나?’
‘네, 맞아요. 제 작위 반대했던 그 사람입니다, 형님.’
‘그럼 그냥 죽게 둘까?’
‘아니……. 이게 뭐 확실한 것도 아닌데요?’
‘아, 그렇긴 하네. 그래도 벌써 2달 됐다니까, 한 달만 기다려 보면 알게 되는 거 아닌가?’
‘아……. 아니, 세 달은 우연일 거 같은데. 아무튼…… 높은 사람이에요. 저 형사 말이 맞아요.’
애초에 제이미 경과 함께 대영제국의 거사를 작당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거물이라는 증거 아니겠나.
그런 사람 집에 가서 요리사 좀 구속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여러모로 곤란해질 거다.
서장 나리도 높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전체를 통틀어서 20개도 안 되는 백작 가문의 가주와 겨룰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럼 어쩐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면 저녁에라도 잡아 오죠.”
물론…….
19세기 경찰은 말이 경찰이지 거의 깡패다.
서장의 말에 반대하던 형사가 내놓는 해결책이라는 게 이렇다.
“좋군.”
“저도 가겠습니다.”
“평, 자네는?”
“저도 가야죠.”
뭐 좋은 생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런던 바닥에 납치 사건이 하루에 대체 몇 건이나 발생하는 줄 아는가?
수십 건은 족히 벌어진다.
심지어 신고 된 것만 세어도 그렇다.
그렇다는 건…….
우리 백작님도 요리사 하나 사라져 봐야 아, 사라졌구나 하고 말 거란 얘기가 된다.
“해가 졌군…….”
그렇게 우리는 마차도 없이 도보로 이동해 백작가 근처 골목에 진을 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나 리스턴이야 돈 벌 만큼 벌고 있는 사람들이고, 공식적으로 업무가 끝난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 경찰 나리들은 그게 아닌데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나 싶다.
“맛있구만.”
“진짜 안 먹어요?”
땡땡이치고 있는 주제에 녹색 디저트를 어디선가 강탈해 와서 먹고 있다.
“아뇨, 저는…….”
“나도 됐네. 근데 전에 비소로 사람 죽는 거 본 거 아닌가?”
“드레스로 입으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벽지랑? 먹는 건 괜찮지 않아요?”
황당한 말이나 하면서였다.
그때.
“저기, 저 사람 아냐?”
풍채 좋은 사내 하나가 백작가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조사했다던 형사에게로 쏠렸고, 이제 막 비소 디저트를 집어넣던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납치…… 아니, 수사 시작이다.